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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금전사-75화 (7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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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다이나믹 코리아(6)

“좋아. 좋아. 이 정도는 되어야지 재미나지. 그럼 한바탕 해볼까?”

남자는 뿔이 달린 거대한 해머를 한 손으로 가볍게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강현에게 달려들 태세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강현은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남자의 어깨너머 뒤를 손으로 가리켰다.

“잠깐. 너 뒤에.”

“내가 그런 시시한 장난에 속을 줄 알았어?”

코웃음을 치며 강현을 비웃은 남자는 그대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읔.”

남자는 다리에 타는듯한 통증을 느끼면서 앞으로 나뒹굴었다.

“뭐야?”

인상을 쓰면서 뒤를 돌아보니까. 이 게이트 내의 보스 몬스터인 미니 크랩이 거대한 집게를 휘둘러서 공격한 것이었다.

“내가 말했잖아. 뒤에 미니 크랩이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강현이 비아냥거리자. 남자가 열이 뻗치는지 인상을 썼다. 하지만. 미니 크랩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었다.

“너 이 자식이.”

남자는 악을 쓰면서 일어났다. 그리고 거대한 해머를 휘둘러서 미니 크랩의 집게발을 박살 내 버렸다. 그러면서도 남자의 시선은 강현을 향해 있었다. 어차피 남자의 등급과 장비를 감안 했을 때. 보스급의 공격이라도 큰 데미지를 주진 못했다.

“이제 방해꾼도 사라졌으니 제대로 한판 붙어보자. 이 진님이. 쥐포로 만들어주지.”

그 말에 강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너 유령 아니었나? 진이 본명인 거야?”

“앗.”

강현의 지적에 진이 놀라서 움찔했다. 낭패한 표정이었다. 그렇지만 이내 표정을 바꾸고 강현을 노려봤다.

“내 이름 따윈 어째도 좋아. 아예 평생 못 잊도록 이 스파이크 해머로 각인시켜주지.”

그러면서 다시 스파이크 해머를 머리 위로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작심했는지 스파이크 해머는 아까보다 훨씬 빠르게 회전했다.

그 모습에 강현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단검을 허벅지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시커먼 소재라서 그런지 처음부터 단검이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나온다면 내가 고르고 골라서 999억이나 주고 산 이 무기의 맛을 보여줄 수밖에.”

강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재빨리 인벤토리에서 검 하나를 꺼냈다. 그 검의 외견은 평범해 보였다. 진은 강현의 말에 경계했지만, 강현이 꺼낸 검을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뭐야. 겨우 그런 평범한 검을 가지고 이 스파이크 해머를 상대하려고? 꿈을 꿔도 너무 황당한 꿈을 꾸고 있는 거 같은데. 그렇다면 내가 정신이 번쩍 들게 꿈을 깨줘야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진은 강현을 향해 내달렸다.

강현은 처음 무기를 고를 때 고려한 건 무기보다 플레이어 즉, 자신이었다. 기존에 키보드나 마우스로 어택버튼을 누르고 적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칼질하는 게임과 달리, 이런 현실 기반을 둔 게임에서는 절대적이진 않지만. 오프라인에서 싸워본 경험이 있는 족이 유리했다. 전투기술이나 무술을 익히고 있다면 금상첨화.

하지만.

강현은 검도를 한 것도 아니고, 무슨 특이한 무공을 배운 적도 없다. 군대에서 배운 것마저도 몇 년 동안 게임 폐인 생활하면서 전투능력이 떨어진다면 되려 일반남성에 비하면 떨어지는 측이었다.

그래서 택한 것은.

“먹어랏!”

그렇게 외치며 진이 스파이크 해머를 휘둘렀다. 하지만. 아직 서로 간의 거리가 떨어져 있는 상황. 강현은 이미 적이 노리는 바를 깨달았다. 왼쪽으로 몸을 한 바퀴 구르자. 원래 있던 자리에 커다란 송곳 같은 가시들이 쫘르륵 하면서 쏟아졌다. 하나하나가 돌 바닥을 뚫고 몸통의 절반이 꽂힐 정도로 강력했다.

“피할 줄 알았지. 이 생쥐 같은 녀석.”

순식간에 강현의 코앞까지 달려온 진은 해머를 높이 들어 올렸다. 아직 강현은 자세를 취하고 일어서기 전, 그 해머에 타격을 당한다면 그 폭력적인 압력에 강현의 머리통이 깨져버릴지도 몰랐다.

“나도 네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지.”

그렇게 말한 강현은 엎드려있다가 빠르게 일어섰다. 자신이 해머를 휘두르는 속도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여서 진이 자신의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진은 그 와중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이 플레이어가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그 정도의 능력이 있었으면 다시 한 번 몸을 굴러 피하는 게 상책일 텐데.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 직접 막아내겠다고 이 스파이크 해머의 동선 아래에 있다니. 넌 끝장났어.’

그렇게 혼잣말하듯 기나긴 생각을 한 다음 마침과 팔에 힘을 줬다. 이번에는 바닥에 찍어누를 생각이었다. 진은 최대한 힘을 발휘해 팔을 스파이크 해머를 휘둘렀다.

하지만. 진이 좋아하는 스파이크 해머를 휘두를 때 생기는 부웅- 하는 시원한 파공음은 들리지 않았다. 눈앞 강현의 머리통도 멀쩡했다. 두 가지의 이상 현상을 느끼자마자 불길함이 가슴속 깊이 파고들었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진이 외쳤다. 정면에 있던 강현은 그 소리에 차갑게 대꾸했다.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

그리고는 오른쪽으로 눈길을 줬다. 진은 불길함을 넘어서 공포감에 휩싸인 채로 강현의 시선을 따라 오른쪽으로 봤다. 바닥에 자신이 애용하는 무기인 스파이크 해머가 나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스파이크 해머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있는 손도 보였다. 즉, 진 자신의 손이었다.

“히익.”

진이 사색이 된 채로 자신의 양팔을 내려다보니. 팔꿈치 아래가 깔끔하게 잘려나가 있었다.

“어, 어느새.”

허우적거리던 진은 그대로 엎어져서 바닥에 고꾸라졌다. 땅을 짚을 손이 없어 그대로 얼굴로 뺨으로 떨어졌다. 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건 통각이 제한되어있는 고통보다도 치욕 때문이었다.

강현은 손에든 검에 묻은 피를 천천히 닦아냈다.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뒤에 숨어서 기습이나 하는 주제에 너무 의기양양했던 거 아냐?”

그렇게 말하면서 강현은 검을 진의 목에 갖다 댔다. 하지만 진은 굽히지 않고 악을 써대기 시작했다.

“무슨 사기를 친 거야? 치트 쓴 거 아냐? 아무리 등급차이가 나더라도 이 정도로 일방적일 리가 없어.”

진의 말이 사실이었다.

현재 강현이 올린 근접딜러의 등급은 2등급. 거기다가 앞서 이야기했듯이 게임 폐인이었던 강현이 어떤 화려한 검술을 부려서 진을 제압한 건 아니었다.

그리고.

강현이 고른 무기 또한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거나, 불을 뿜어낸다든가 하는 화려한 특수 능력은 없었다. 되려 평범한 일반무기와 비슷한 모양새였다. 주목할만한 건 그 무기의 옵션.

강현은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내려다봤다. 그러자 검의 이름과 함께 옵션이 머릿속으로 인식되었다.

<스탯부스터 소드> 옵션 : 모든 능력치의 20% 증가.

강현이 선택한 건.

철저히 게임 내의 시스템에서의 강함이었다.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겨우 20% 증가?'라고 되물을지 모르겠다. 세세한 능력치를 공개하지 않고 직업별 등급만 표시되는 [ 예거 시뮬레이션 온라인 ]에서 동일한 등급일 때의 강함은 정해져 있다.

그걸 깰 수 있는 게 이 스탯부스터 소드였다.

동일한 등급일 때도 능력치의 격차를 줄 수 있고. 그 격차는 능력치의 수치가 높아질수록 커졌다. 예를 들어 5등급 근접딜러의 힘이 100일 때. 20차이가 나지만. 1등급 근접딜러의 힘이 500이라면. 100차이나 나는 셈.

이미 1등급 차이가 나는 강현과 진의 경우. 체감상 2등급 이상의 격차가 벌진 상태. 그 때문에 플레이어 간의 전투에서 이토록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실제로 강현은 현재 최고 등급인 1등급 이상이라는 소리였으니까.

‘원래 이 정도까지 차이가 날 줄은 몰랐지만.’

강현은 허세를 부리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진의 팔을 날려버린다는 건 강현의 예상 밖의 일이었다. 원래는 팔을 공격해서 상대방의 공격을 제지할 생각이었다.

물론, 유령이라는 존재가 이런 잡일을 맡을 만큼. 그렇게까지 센 플레이어는 아닐 것이라는 짐작을 하긴 했었다.

“날 어서 죽여라.”

바닥에 얼굴을 비비고 있던 진이 악을 썼다. 장렬한 모습이었지만. 강현은 그 뜻대로 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럴 수야 있나. 여기서 나가려면 클리어하고 나가야 하는 만큼. 천천히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그전에 우리 팀원들을 고생시킨 값을 톡톡히 쳐줘야겠어.”

그렇게 말한 강현은 스탯부스터 소드를 들었다.

******

십분 뒤쯤. 뒤늦게 쫓아온 수지 일행은 보스방 앞에서 강현의 옆에 남자가 엎어진 채로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뿐만 아니라 그 남자는 양팔과 다리 한쪽까지 잘려 있으니까.

놀란 것도 잠시 빅사이즈는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있는 남자를 툭툭 걷어찼다.

“그러니까 이게 유령의 정체란 말이지?”

“네. 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지 물어보는 중이었습니다.”

“이런 흉악한 놈이 갑자기 기습하니까 버텨낼 재간이 있나. 어쨌든 수고했네.”

빅사이즈는 강현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치하했다. 마치 부하직원을 칭찬하는 투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진은 강현을 도발했다.

“크크크. 너 정도로 강한 사람이 이따위 대우를 받고 용케 참고 있는 거군. 우리 그레이에서는 철저히 실력 위주로 대우해준다. 현실에서도 도퍼지? 아니 도퍼건 아니건 이곳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다면 너라면 바로 그레이의 이름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좋아. 하나 자백했군. 이거 너무 쉬운데?”

뒤쪽에서 물끄러미 진을 쳐다보고 있던 인텔파이브가 갑자기 진에게 다가갔다. 쭈그려 앉아서 진의 눈을 마주친 인펠파이브는 건수 하나 잡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네가 그레이 소속이라는 거지?”

“그, 그렇다. 어차피 갖은 고문으로 내 입을 열게 할 거 미리 분 게 뭐, 뭐가 나빠. 그보다 거기 1234. 어때? 내 제안은?”

진은 혹시라도 1234, 강현이 변심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저 정도의 실력자를 영입한다면 이번 실수를 무마할 수 있을 테니까.

1234를 부하처럼 여기면서 거들먹거리고 있는 빅사이즈라는 녀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파티원들은 신기하게도 자신한테 당하고 뒤늦게 돌아온 주제에. 저 실력자에게 공손하게 대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보였다. 강현에게 하는 행동들이 자신이라면 당장에 뛰쳐나와서 좋은 조건으로 이적하고도 남았을 터였다.

진의 모습을 무심하게 내려다보고 있던 강현이 입을 열었다. 주변을 한번 슥 둘러봤다. 그러자 강현을 이미 알고 있는 채영과 어떤 상황에서도 개의치 않는 수지를 제외한 스타로드, 빅사이즈, 인텔파이브가 찔리는 게 있는지 움찔했다.

“이분들이 성질머리가 나쁘긴 한데. 너처럼 머리 나쁜 녀석이 있는 조직에 들어가는 것도 싫거든?”

강현의 말에 남자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강현이 배신했을 경우 생길 각종 문책에 대해서 어떻게 벗어날지에 대해서 쉴 새 없이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 녀석이 왜 이런 한직에 있는지 알 거 같네요. 여기서 협상을 할까요? 아니면 이 녀석 말대로 고문, 아니라 심문할까요?”

그러면서 강현이 스타로드와 인텔파이브를 쳐다봤다. 이제까지의 행동거지와 말투로. 대략 두 사람이 정부 어느 기관의 사람인지 깨달은 것이다. 어느 부서인지까지 특정 짓지는 못하지만, 스타로드가 정부 쪽, 인텔파이브가 경찰청 쪽. 그리고 빅사이즈가 국방부 사람인 거 같았다.

“그래. 협상하지. 얌전히 우리한테 정보만 주면 그쪽이랑 별일 없었던 것처럼 해줄 테니까.”

“정말…?”

“그래. 어차피 우리가 어느 게이트를 통과했는지 모르잖아? 혼자서 며칠 내내 24시간 동안. 너 혼자만 여기를 지키고 있는 것도 아닐 테고. 우리만 입을 닫으면 네가 임무에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모르지.”

“그, 그래도 내가 사망 패널티를 입고 게이트 밖에 나와 있으면 금방 들통 날 테잖아.”

진의 말에 강현이 앞서 수지 일행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때 수지가 앞으로 나섰다.

“리더, 이거 빌려줘도 되지?”

“물론이야.”

강현의 대답이 떨어지자. 강현이 자신에게 주었던 망토를 진의 위로 던졌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서 수지에게 줬던 건 아니었지만, 쉽게 내던지는 모습에 왠지 모를 섭섭함을 느꼈다.

“게이트 앞에서 우리 팀 몇 명이랑 그거 뒤집어쓰고 있어. 그러면 우리 팀원인 줄 알 테니까. 그런 다음 다시 여기에 들어와서 다시 집 지키기 놀이하고 있으면 되겠다. 안 그래?”

“...나한테 그렇게까지 해주는 이유가 뭔데?”

“당연히 기브앤 데이크지. 원하는 건 나도 모르지만. 리더가 말할 거야.”

스타로드가 그렇게 말하면서 강현을 쳐다봤다. 강현은 그 의미를 깨닫고 씩 웃었다. 처음부터 강현에게 태클을 걸었던 스타로드가 강현을 인정하고 리더라고 부른 것이다. 다른 두 남자도 계급사회에 몸담고 있었던 만큼. 스타로드가 그렇게 부른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드디어 한국팀. 다이나믹 코리아가 온전히 팀으로서 태동하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럼….”

강현은 스타로드의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요구사항을 진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진의 눈이 번뜩 커졌다.

============================ 작품 후기 ============================

주말에는 결혼식 가느라 또 정신없겠네요.

부산까지 가야되서 워프가 필요합니다.;ㅁ;

그럼 독자여러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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