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금전사-72화 (72/113)

< -- 72 회: 15장. 다이나믹 코리아 -- >

15장. 다이나믹 코리아(3)

강현이 향한 곳은 중앙 좌측의 미디오가 있는 통로였다. 미디오는 중급 퀘스트로 통하는 지역의 게이트를 관리하는 NPC였다.

물론, 팀원까지 불러놓고 혼자서 중급퀘스트에 도전할 생각은 없었다. 강현이 팀원들을 팽개쳐놓고 여기까지 온 것은 아까부터 이상하게 여긴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아까 분명 중급 퀘스트를 완료한 플레이어는 아직 없다고 했지?”

-체크했습니다. 현재로도 없습니다.

[ 콩 ]의 대답은 강현의 의문을 채워지지 않았다. 강현이 궁금한 것은 “왜?” 클리어한 플레이어가 없느냐는 것이니까. 강현이 현재까지 중급 퀘스트 클리어를 위해서 조사한 바로는 A부터 E까지의 어느 지역을 가도 환경에 따른 특성만 달라져 있을 뿐이지. 몬스터의 난이도는 비슷했다. 강현이 혼자서 이 중급 퀘스트내의 몬스터를 쓰러트리기 힘들어서 문제지. 다수의 인원으로 팀을 짜면 차근차근 몬스터를 쓰러트려 가면서 상급 퀘스트로 이어지는 입구를 찾는 건 가능할 터였다.

실력은 이미 차고 넘친다. 그런데 왜 중급 퀘스트를 클리어 못 하고 있을까? 그 해답을 알아보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었다.

강현이 짐작하고 있는 건 크게 두 가지 때문이었다. 한가지는 어부지리를 노려서 상급퀘스트에 먼저 도전하는 다른 팀들을 견제하기 위해서. 만약 입구를 찾더라도 단번에 상급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힘을 키우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예거 시뮬레이션 온라인에서의 최종 우승자가 되기 위해서 중급 퀘스트 클리어란 하나의 과정에 불과했으니까.

그리고 다른 하나는.

“어서 오세요. 1234님. 오늘은 어느 구역의 중급던전을 탐험하시겠습니까?”

안경 메이드 모습의 중급 임무 담당 미디오가 한결같은 모습으로 강현을 맞아줬다. 주위를 둘러보니 예전과 달리 강현이 등장하는 걸 보고 탄청을 피우는 척 탐색하는 사람들이 서넛 있었다.

“지금 게이트가 열려있는 곳이 어디 어디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사람이 미리 들어가 있는 곳의 지역은 못 알려준다. 당연한 대응이다. 강현을 탐색하던 사람들은 강현이 실없는 질문을 하는 걸 보고 티 안 나게 비웃고 관심을 거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강현의 질문에 다들 놀라서 티를 내면 안 됨에도 기척이 흐트러진 게 느껴질 정도였다.

“좋아. 그럼 A지역.”

“알겠습니다. 1234님.”

미디오는 허리를 굽히며 인사한 다음에 뒤쪽에 있는 게이트의 다이얼을 조정하려 몸을 돌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강현은 미디오의 행동을 중지시켰다.

“아니, 취소.”

“네. 알겠습니다. 1234님.”

그렇게 깎듯이 대답하면서 미디오는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

“그럼 어느 구역의 중급던전을 탐험하시겠습니까?”

“이번에는 B지역.”

“알겠습니다. 1234님.”

강현의 말에 공손히 대답한 뒤 다시 뒤쪽의 다이얼을 조작하기 위해 몸을 돌린 미디오. 이번에는 다이얼로 손을 뻗기도 전에 강현의 말이 끼어들었다.

“아니, 취소.”

“네. 알겠습니다. 1234님.”

보통의 사람이면 장난치느냐면서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미디어는 NPC. 몇 번이나 반복해도 감정변화가 없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그제야 강현이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깨달았다.

대부분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열려있는 게이트를 찾아내는 강현의 모습을 흥미롭게 쳐다봤고, 몇몇 사람은 급하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강현은 거기에 개의치 않고 반복해서 미디오에게 다음 게이트를 열라고 지시를 내렸다가 취소하기를 반복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빨리 나타났다.

“G게이트에는 현재 11명의 플레이어가 입장해있습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정답.’

강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새로운 의문이 피어났다.

‘그런데 11명이나? 파티 최대인원이 7명인데. 혹시 두 파티로 나뉘어서 들어가 있나? 아니면….’

중급 퀘스트를 클리어 못 한 이유로 짐작하고 있던 게 여기서 확인되나 라는 예감이 들었다.

“입장할 테니까. 게이트 열어줘.”

“네 알겠습니다. 1234님. 게이트에는 총 15명까지의 플레이어가 입장 가능합니다. 앞으로 3명의 플레이어만이 더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해주세요.”

“오케이.”

그렇게 대답한 강현은 미디오가 열어주는 게이트의 문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는 강현이 예상한 대로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죽어라. 시나(シナ)!!”

“젠장맞을, 르번 구이즈(日本鬼子)들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니 한 무리의 플레이어들이 서로 치고받고 하고 있었다. 서로 죽일 듯이 노려보면서 싸우는 살기등등한 모습이었다. 마치 가상현실 안이 아니라 실제 전장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그 상대는 일본팀과 중국팀. 일본에서는 중국인을 비하할 때. 시나(シナ)라고 하고, 중국에서는 일본인을 비하할 때. 르번 구이즈(日本鬼子)이라고 한다.

강현은 그 뜻은 몰랐지만. 지금 서로의 적대감이 심상치 않다는 것만은 분위기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역시 그랬군.’

강현의 짐작대로였다. 서로 다른 나라의 팀들이 견제하느라 아직 중급 퀘스트를 클리어 못 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강현은 뒤쪽에서 몸을 숨기고 상황을 살펴봤다. 실제로는 중국어와 일본어가 난무하는 상황이었지만, 강현의 귀에는 번역되어서 한국말로 들렸다.

“한눈팔지 말고 거기 막아.”

“으악. 검이 날아온다.”

전투 중인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니 11명 중에서 일본인 플레이어가 4명. 중국인 플레이어가 7명으로 보였다. 거의 일본인 한 명당, 중국인 2명을 상대하고 있는 상황.

‘지금 내가 굳이 어느 쪽 편을 들어줄 필요는 없지.’

강현이 오기까지 계속 전투가 이어졌던 만큼. 일본 측이 숫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아니 전반적으로 전투력은 일본 측이 우세해 보였다. 탱커, 원거리 딜러, 근접 딜러, 힐러가 한 명씩 있는 균형 잡힌 조합이었다. 반면에 중국인 플레이어들은 탱커 한 명과 근접딜러 셋, 힐러 두 명. 그리고 뒤쪽에 방관하듯 쳐다보고 있는 한 명의 원거리 딜러가 있는 조합이었다.

때문에 일본인 플레이어들은 일자진형을 갖추고 탱커와 근접딜러가 차례대로 전열에서 서고 힐러와 원거리 딜러를 보호하는 형태로 가고 원거리 딜러가 멀리서 수리검을 던져 중국인 힐러를 괴롭히는 형태로 싸우고 있었다.

반면에 중국인 플레이어들은 일본인들이 게이트 밖으로 도망치지 못하게 둘러싸려고 근접딜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틈을 보고 있었다.

문외한인 강현의 눈에는 그게 어떤 무술인지 모르지만, 그 기민하고 절도있는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굳이 갖다 대자면 영화 속에서 본 소림무술 같은 느낌이었다.

중국 측의 근접딜러 세 명은 하나같이 3미터는 되어 보이는 봉을 들고 있어서 근접딜러라곤 해도 사정거리도 무시 못 했다. 그리고 군무를 추듯 좌·우측에서 순간적으로 상대편의 시선을 흐트러트리고 중앙에서 예리하게 찔러 들어갔다.

하지만.

호기롭게 휘두른 봉은 하얀 머리를 둘러메고 훈도시를 입은 일본인 사내의 방어벽을 뚫지 못했다. 남자가 아마도 방어구로 추정되는 검은 천을 붕대처럼 감은 손바닥을 휘둘러서 쳐냈다. 일본쪽의 탱커였다.

공격을 받은 일본측도 수세에 몰린 채로 가만있지 않았다. 쳐낸 봉의 끝을 훑듯이 탱커의 뒤쪽에서 나타난 일본측 근딜러가 휘두른 일본도의 반격이 이어졌다.

날카로운 베기였다. 중국 측 근딜러는 기겁하며 봉을 뒤집어봤지만. 이대로라면 손을 다칠지도 몰랐다. 그때. 그동안 강현처럼 전투가 벌어지는 걸 지켜보고 있던 중국측 원딜러가 움직였다.

“합!”

기합소리와 함께 팔을 흔들자 기다란 소매 안에서 끝에 천이 달린 작은 날붙이가 여러 개 동시에 뛰쳐나왔다. 비표라고 불리는 암기였다. 다섯 개의 비표 중, 네 개가 일본도에 차례로 부딪혔다. 일본도를 통해 전해지는 강력한 힘이 일본측 근딜러는 손이 마구 떨렸다. 하지만. 일본도를 놓치지 않고 버텼다.

“이햐.”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강현은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공방이 오간 걸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화려한 공방이었지만, 전투를 벌이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등급이 강현보다 낮은 탓에 조금 빠른 슬로비디오로 보일 뿐이었다.

강현의 감탄사 탓에 양쪽의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 비표를 던졌던 중국 원딜러가 강현 쪽을 획하고 쳐다봤다. 어차피 그렇게 몸을 숨길 생각이 없었던 강현은 태연하게 그 시선을 받았다.

‘아마 저 사람이 중국팀의 리더겠지?’

중국 원딜러가 굳은 표정으로 다가와서 물었다.

“거기 구경하는 이얼싼쓰(1234)? 너는 누구 편인가? 혹시 저쪽의 르번 구이즈(日本鬼子)편인가?”

혹시라도 일본인이라고 말했다가는 아까 날린 암기가 날아올 정도로 흉흉한 모습이었다. 확실히 팽팽한 와중에. 아니 분명이 이 중국인 원딜이 가만히 기회를 노리고 있던 만큼 중국쪽이 유리한 상황이었을 텐데. 강현이라는 정체 모를 변수가 생겼을 테니. 긴장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어쨌든.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었다. 여기까지 일부러 들어온 목적은 절반쯤 달성한 상태였으니까.

“전 어느 쪽도 아닙니다만. 금방 암기 날리신 거 정말 멋졌습니다.”

강현이 미소를 지으면서 이야기하자. 중국 쪽의 원딜러가 굳은 표정을 풀고 푸근한 미소로 답했다.

“난 장이평이라고 하네. 중국 3팀의 리더지. 방금 통역 전 말을 보니까 한국인 같은데, 어떤가? 우리 대중국팀을 도와서 업적으로 이뤄보는 게 원래 중국과 한국이 고래로부터 형제의 나라가 아닌가?”

부드러운 어투로 하는 제안이었지만. 시급 아르바이트생에게 가족처럼 대해주겠다는 편의점 사장처럼 실속 없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일본팀에선 탱커가 강현과 장이평과의 대화를 들었던지 다리를 쿵 하고 굴렸다.

“칙쇼! 거기 춍! 시나 편을 들었다가는 모가지를 비틀어버릴 줄 알아.”

강현은 시나(シナ)나. 르번 구이즈(日本鬼子)라는 말은 몰랐지만. 춍 이라는 말은 인터넷에서 자주 봐서 확실히 알고 있었다.

“뭐라고?”

인상을 쓰면서 일본 측 탱커를 노려보자. 설마 강현이 이렇게까지 세게 반발할지는 몰랐던지 움찔했다. 장이평이 그 모습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 강현과 일본 측이 트러블이 생긴다면 단숨에 일본팀을 제압할 수 있을 거란 계산이 섰을 테니까.

그때 그 뒤에 있던 일본측 근딜러가 슬쩍 앞으로 나와서 정중하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러면서 탱커의 뒤통수를 잡아 같이 끌어내려서 고개를 숙이게 했다.

“어이 지로. 처음 보는 분께 실례잖아. 죄송합니다. 저도 같이 사죄드립니다. 전 이치로라고 합니다. ”

“아, 네에.”

강현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장이평이 그 모습을 보고 가볍게 혀를 찼지만. 다시 한 번 강현에게 제안을 걸어왔다.

“보시오. 저 오만방자한 모습을. 함께 본때를 보여줍시다.”

“글쎄요. 저도 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요. 그보다 지금은 절 신경 쓰실 때가 아닌 거 같아요.”

강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힐끔 위를 쳐다봤다. 장이평의 시선이 강현을 따라 향했다가 시커먼 천으로 두른 옷을 입은 남자가 두 명이 천장에 붙어 있는 걸 눈치챘다. 만화, 영화에서 봤던 닌자 모습 그대로였다. 어느새 일본 측의 추가 인원이 게이트를 타고 들어와서 장이평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수적으로나 전력 적으로 우위에 있는 장이평이 강현을 포섭하려고 하는 것과 달리 이치로가 지로의 체면을 구겨가면서 굳이 정중하게 사과했으면서도 강현에게 별말이 없었던 것이 뭔가 패를 숨기고 있다는 의심이 들게 했다. 앞서 했던 오버했던 사과는 시선을 돌리기 위한 쇼였던 것이었다.

“칙쇼!

시커먼 닌자 둘이 날 듯이 장이평을 노리고 뛰어들었으나. 중국 측 근딜러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끼어들어 왔다. 난전이 된 상태였다. 강현 때문에 기습에 실패했다고 생각한 닌자가 수리검을 들고 강현을 노리자. 이치로가 외쳤다.

“저쪽은 시나가 아니라 한국인이다. 먼저 공격하지 마!”

“하이!(네!)”

명령이 떨어지자. 닌자는 추호의 아쉬움도 남기지 않고 강현을 외면한 채 다시 중국팀에게 달려들었다. 장이평은 황급히 뒤로 물러나면서 비표를 어지럽게 뿌려댔다. 강현의 눈에는 그게 마치 탄도 슈팅게임처럼 보였다.

“우리 쪽 팀들도 다 불러.”

장이평이 외쳤다. 강현은 혼전이 가속화되는 걸 보며 몸을 빼기로 했다. 어느 쪽이든 이렇게 치열하게 전투를 벌인 다음에는 피로해서 당분간은 제대로 된 탐색을 하기 힘들 터였다. 거기다가. 소정의 성과도 있었다.

“저한테 하나 빚지신 겁니다.”

강현이 그렇게 말하면서 장이평에게 그렇게 말하자. 윙크로 알았다고 답했다.

‘그나저나 우리 다이나믹 코리아 팀원들은 첫 번째 레이드 잘하고 있으려나.’

그렇게 게이트를 빠져나오면서 그렇게 생각한 강현은 나중에 강력히 건의해서 최소한 팀 이름은 바꿔야겠다고 다짐했다.

============================ 작품 후기 ============================

새벽에 슬쩍 올립니다.

한 주의 시작입니다.

감기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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