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금전사-70화 (70/113)

< -- 70 회: 15장. 다이나믹 코리아 -- >

15장. 다이나믹 코리아(1)

알렉스 루엘이 예거 아머와 예거 시뮬레이션 온라인을 발표할 때. 수지는 가벼운 레이드를 마친 후 동료들과 호프집에서 뒤풀이하고 있었다.

수지는 예거 아머를 봤을 때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같이 술 마시고 있던 팀원들도 대부분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 예거아머라는걸 손에 넣을 수 있을법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달리 대부분 레이드를 해서 먹고 사는 도퍼들은 저 예거아머라는 게 나옴으로써 도퍼로서 위치가 불안정해질 테니까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때는 다들 앞으로 저게 대중화되기 전에 얼른 레이드나 열심히 뛰어서 한몫 단단히 마련해서 은퇴하자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리를 파했다.

하지만. 그 후 수지는 일주일 뒤쯤에 안전관리국으로부터 비밀리에 제안을 받았다. 그 제안이란 바로 예거 시뮬레이션에 국내대표로 추천되었는데, 참가할 건지 아닌지를 알려달라는 것.

“물론. 성공 전에는 비밀리에 진행될 예정입니다만. 국가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전폭적인 지원이라고 돌려 말했지만, 결국 돈이었다. 막대한 계약금과 도퍼시 활동에 대한 혜택. 달콤한 제안. 하지만. 수지는 그 이야기를 듣고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무리 대단한 상품이 걸려있다고 해도 고작 게임에 그렇게 국가 예산을 쏟아붓는다는 게 수지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갔으니까.

거기다가 예전에 잠깐 [ 몬스터 레이드 온라인 ]을 한 적 있었다. 그때는 게임에 적응하기도 전에 게임상에서 텃세를 부리는 대형길드 때문에 금방 관뒀었다.

겨우 게임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정말로 하겠느냐는 불신과 게임에 대한 안 좋은 기억. 두 가지 이유로 수지는 금방 흥미가 없어졌다.

“그러니까. 이 게임에 국가대표로 참가하라는 말이 맞삼?”

이렇게 수지가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자. 수지를 설득하기 위해서 나온 김지훈은 식은땀을 흘렸다.

‘정말 수지님은 대하기 너무 어렵다니까.’

시원시원한 성격에 의리도 있어서 주변 도퍼들에게 평판이 좋지만. 자신이 원하는 데로 안되면 되게끔 하려고 하는 성격 때문에. 서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담당자 입장에서는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담당자들이 몇 번이나 그만두기도 했고, 자신은 번번이 끌려다니기만 했다.

그 예로 원래라면 예거는 모두 관리자들의 감독하에 도퍼들에게 1인 1개만 지급하게 되어있었다. 수지가 위험한 상황에 필요하다며 몇십 개나 들고 가 버린 적도 있었다. 그나마 제대로 돈은 지불 해준 것만 해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하지만. 그 뒤로 오래 겪었던 것만큼. 지훈 나름 수지를 통제하는 방법이 있었다. 그건 바로 수지가 가지고 있는 호승심이었다.

그것도 불리한 상황에서 이겨내는 걸 즐겼다. 그래서 불리한 조합이라고 여겨져서 다른 레이드팀에서는 배척하는 근접 딜러도 적극적으로 영입해서 새로운 전략을 짜서 레이드를 한다든가, 간혹 어렵고 귀찮은 몬스터라서 손을 절레절레 흔드는 지역의 공략법을 연구해서 지속해서 공략해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지훈으로서도 누가 추천했는지 모르지만, 꽤 좋은 인사라고 생각했기에 자신이 나서서 수지를 설득한다고 했다.

“우리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도 나라의 역량을 집중해서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개인이 호기심에 접근하는 플레이어들만 있을 뿐. 타국보다 많이 뒤처졌죠.”

“그렇삼?”

몸을 잔뜩 뒤로 기댄 채 듣고 있던 수지가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지훈이 조금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든 남자플레이어가 대부분이라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채영님과 더불어 추천받으신 수지님께서 승낙하신다면 두 명의 여성플레이어가 나서게 됩니다. 상부에서는 일부 그래도 여자가 참가하게 되는 걸 우려하는 시선도 있습니다만, 이번 기회에 본때를 보여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호오. 그랬단 말이삼?”

수지가 미소 짓고 있었다. 후발주자. 남들이 못할거라고 믿는 불리한 상황. 그게 분명 수지의 호승심에 불을 당겼을 것이다. 지훈은 수지의 미소를 보면서 자신이 자신했다. 이어서 수지의 입에서 지훈이 원하는 대답이 나왔다.

“좋삼. 참가하겠삼.”

수지의 대답에 지훈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속으로는 물론 방방 뛰고 싶을 정도로 기뻤다.

지훈이 그 정도로 기뻐했던 건 수지가 알맞은 인선이라고도 생각한 탓도 있지만. 그것보다 이번 스카우트에게 성공함으로 얻는 두 가지 이익을 생각하니까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첫 번째로는 성과금을 받게 된 것. 두 번째로는 당분간은 수지한테 시달일 일이 없다는 거였다.

하지만.

지훈은 수지가 계약서에 사인하고 나서야 자신이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수지가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고. 예거 시뮬레이션 온라인에 접속하기 전에 여러 가지 사항을 전달했다. 매뉴얼에는 접속 후, 플레이 시 주의사항. 현재까지 [ JS 온라인 ]내의 상황 및 주요 몬스터 퇴치법등 여러 가지 필수요소가 적혀있었다.

문제는 그게 거의 책 한 권 분량이라는 것.

지훈은 매뉴얼을 수지에게 전달하면서 한동안 생길 여유를 어떻게 보낼까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때 그런 고민은 수지가 고맙게도 한마디로 해결해줬다.

“이거 잘 모르겠삼.”

그리고 요구했다. 읽어주고 나서 설명해줬으면 좋겠다고. “내가 왜?!” 라는 반문은 300kg 벤치프레스를 가볍게 하고 있는 수지 앞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

“여기에서 내 모습을 원하는 데로 만들 수 있단 말이짐?”

수지는 자신의 눈앞에 떠 있는 자신의 아바타를 보고 중얼거렸다. 초기형태인 그 아바타의 옆에는 각종 옵션 상태 창이 띠어져 있었다.

수지의 원래 몸은 접속 캡슐 안에 있다. 그 캡슐은 서울의 안전관리국 지하창고에 있었는데, 3교대로 지키는 요원들 외에는 대부분 이 지하창고의 존재조차 잘 몰랐다. 어쨌든. 지금은 그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예전에 [ 몬스터 레이드 온라인 ]을 플레이할 때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하는 게 창피해 대충 기존에 있던 캐릭터 모습 중에 하나를 골라서 플레이했다.

하지만 이번에 하게 되는 [ 예거 시뮬레이션 온라인 ]에선 좀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 단계에서는 플레이하는 것부터 자체가 기밀이었지만. 앞으로 우승하고 나서는 공개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캐릭터를 만들려고 하니까 이것저것 손댈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일단 성별은 여성으로.”

왠지 모르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담당자는 원래 성별에 맞는 캐릭터 성별을 요구했다고 한다.

‘아마도 직접 아바타를 조정하는 것만큼. 다른 성별을 쓰면 플레이하는 데 지장이 있겠지.’

수지는 그렇게 생각하며 납득했다. 국가에서 총력을 기울이는 중요한 프로젝트였다고 들었으니까.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해서 플레이해야 한다고 해서 이상하진 않았다.

“어쨌든. 이번에는 좀 더 취향에 맞게 꾸며볼까?”

수지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눈앞에 있는 수없이 많은 상태 창을 쳐다봤다. 건드리려고 하면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 끝도 없이 있었다.

잠시 후.

“이거 정말이지 못해 먹겠삼.”

수지가 한숨을 쉬었다.

헤어스타일, 얼굴형태, 눈, 코, 귀, 입술, 문신, 메이크업, 몸매. 이 하나하나의 설정들을 각각 크기와 색깔, 형태까지 손대려니까 끝도 없었다.

사실 마스크는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프리셋 설정 가지고 어떻게든 만들어 냈다. 제일 마음에 들지 않는 건 그거였다. 바로 몸매. 그중에서도 근육. 그나마 현재까지 수지가 고심 끝에 만들어서 미리 설정되어있는 캐릭터들보다는 근육질이었지만. 수지가 보기에는 아직 한참 부족했다.

“어떻게 해도 전사처럼 안 보인단 말이삼.”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가슴파라미터를 우측으로 쭉 옮겼다. 수지는 대흉근을 크고 단단하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파라 미터를 옮길 때마다 C컵이던 가슴의 크기가 D컵. E컵. F컵. 계속해서 커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커가지고는 덜렁거려서 어떻게 싸워?”

소유처럼 몬스터와 싸울 일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실제 파이터로서 싸우려고 하면 보통 게임에서 보이는 가냘픈 팔과 다리로는 상대의 공격을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애당초 검이나 제대로 휘두를까? 이런 몸매로 대중 앞에서 우승팀으로서 모습을 드러낸다면 웃음거리밖에 안 될 거 같아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때 메시지가 하나 떴다.

-저기 수지님. 이제 곧 집합해야 할 시간인데 아직도 캐릭터 설정 중이세요?

담당자인 지훈이었다. 수지는 한숨을 쉬면서. 캐릭터가 원하는 데로 설정 안 된다고 지훈을 타박했다. 지훈은 나중에 다시 설정할 수 있게 캐시를 대신 내준다고 일단 접속부터 해달라며 사정사정했다. 잘못하면 모가지가 날아갈 거라고 하는 말에 수지는 겨우 타협해서 캐릭터 설정을 마쳤다.

그 탓에 수지의 심기는 불편했다. 그 불편한 마음을 억누르고 [ JS 온라인 ]에 접속해서 집합장소로 향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모인 사람들이 리더가 자격이 있니, 없니 하며 다투는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수지는 자신의 레이드 팀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는 만큼 이런 다툼을 조율하는 게 얼마나 귀찮고 힘든지 잘 알고 있었다. 누구나 자신이 리더를 맡으면 잘할 거로 생각하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막상 시켜보면 잘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이 있다. 하지만 여기저기에 연락하고 사소한 분쟁에 사사건건 신경 써가며 해결해주는 일을 몇 번 겪다 보면 사람들을 이끄는 게 손이 되게 많이 가는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애당초 처음부터 이 예거 시뮬레이션 온라인 안에서는 팔로우의 역할을 하리라 지훈에게 엄포를 놓았었다. 지훈은 왠지 모를 웃음을 띠면서 리더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이야기했었고, 수지는 거기에 납득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처음에 리더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를 못 듣고 온 것인지. 아니면 정말 이 눈앞의 리더가 마음에 안 든 것인지. 먼저 선동한 샤기컷말고도 사태를 관망하는 듯 보이는 나머지 두 사람도 은연중에 샤기컷의 말에 동조하는 분위기를 풍겼다.

결국, 수지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다들 그만 좀 하삼!”

수지가 그렇게 외치자. 다들 주목했다. 하지만 반응은 천양지차였다. 샤기컷은 경계하는 눈초리. 침묵하던 두 사람은 움찔하면서 수지의 정체를 알고 있는 채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중에서 반응이 제일 격했던 건. 1234라는 캐릭터 명을 쓰는 원래 리더로 내정되어있던 플레이어였다.

“푸,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핫.”

그렇게 웃음을 터트린 1234는 계속해서 웃다가 멈춘 다음, 다시 수지를 보고 이번에는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수지는 왜 그런지 모르지만,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이 들어서 주먹이 올라가기 직전에 그 1234는 겨우 웃음을 멈췄다.

*****

“실례했습니다.”

강현은 진심으로 눈앞의 캐릭터. 즉 수지에게 사과했다. 수지의 말투를 보고 단숨에 수지의 정체를 파악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제까지 수지의 하마 같은 모습과 대비해서 너무 멋진 여성의 모습이라서 깜짝 놀라기도 했고,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와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일반적인 게임내 여성 캐릭터와 다르게 강렬한 개성에 수지의 모습과 잘 매치가 됐다. 그 점이 더욱 웃기긴 했지만.

어쨌든. 수지로서는 뜬금없이 강현이 자신을 보고 웃어버려서 많이 놀라고 황당했을 터였다. 수지는 강현이 움직이고 있는 캐릭터명 1234의 정체를 몰랐다.

어쨌든. 웃음을 멈춘 강현은 진지하게 눈앞에 선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말을 꺼냈다.

“여러분께서 당장에 저를 믿지 못하셔도 좋습니다. 제가 리더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시면. 다른 분이 맡으셔도 상관없고요. 다만. 지금 상황에서 제가 제일 등급이 높고, 플레이 경험도 많은 건 사실이죠?”

강현의 말에 다들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게임 내에서의 강함은 어디까지나 레벨. 즉 예거 시뮬레이션 온라인에서는 등급에 달렸다. 이쪽은 방금 캐릭터 생성을 마친 초보. 강현에게 리더의 자격이 있니 없이 시비 거는 건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트집이었다.

하지만. 그것까지도 샤기컷의 의도였는지. 강현의 말에 샤기컷이 씩하고 웃었다.

“그 말 절대 잊으시면 안 됩니다.”

============================ 작품 후기 ============================

올해는 정말 추운거 같습니다.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쿨럭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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