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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금전사-66화 (66/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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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장. 아메리칸 드림(2)

“그 의뢰 받아들이겠습니다.”

그 길로 강현은 알렉스를 찾아가서 이야기했다. 알렉스는 필요한 건 아무거나 부탁하라고 했지만. 막상 게임 클리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하나도 들어두지 않았다.

“그럼. 제가 중급자의 퀘스트인 탐사 퀘스트 단계에 있는데 패스하고 3단계 퀘스트인 지하 100층 공략 보스 몬스터 앞으로 데려다 주세요. 보스 몬스터부터 잡고 금방 클리어하겠습니다.”

“안됩니다. 이미 서버 내에 어떤 해킹 및 조작도 안 되게 설정해뒀습니다. 어떻게든 조작할 수 있지만. 그러면 서버 자체를 정지시켜야 하는데 지금 서버를 멈출 순 없습니다.”

“그럼, 제 캐릭터 최고 레벨로 조정해주실 수 있습니까?”

“그것도 역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서버 내의 데이터를 조작해야 하는 거라서 안됩니다.”

“휴. 그럼 게임 속에 캐시아이템 살 수 있게 현금이라도 주세요. 어차피 다시 회사로 돌아갈 돈이라서 상관없잖아요.”

“루엘사에서 개인적으로 하면 편파판정 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는 곤란합니다.”

이런 식이었다.

‘이 자식 엄청나게 답답하네.’

사사건건 안된다고만 하는 알렉스를 강현은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강현이 JS온라인을 클리어해서 예거아머를 획득하고, 그걸로 블랙마켓에 거래하길 원하면서 유리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 강현은 당최 알렉스의 진의를 알 수 없었다.

도와준다는 건 겨우 접속캡슐 제공이었는데 강현에게는 별로 필요없는 도움이었다. 강현은 괜히 시간만 뺏겼다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팀이 준비되기 전이라 게임에 접속할 필요는 없었지만. 강현에게는 할 일이 많았다.

“어쨌든.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알렉스는 그다지 미안한 표정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부당한 요구를 해오는 게 황당하다는 표정을 내내 짓고 있었으니까. 강현은 나와서 채영을 찾다가 다현과 마주쳤다.

“오빠 어디가? 이제 어두워지는데.”

“잠깐, 바람 쐬러 갔다 올게. 아참 소유씨는?”

“이제 잠들었어. 우리 오빠 몰랐는데, 소유 언니랑 채영 언니랑 같이 썸타다니 선수였네?”

뜬금없는 여동생의 말에 강현의 뺨이 살짝 빨개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애가 못하는 소리가 없네.”

“애 아니다. 뭐.”

그렇게 말하면서 다현은 혀를 삐죽 내밀고는 자기 숙소로 뛰어갔다. 그 뒤로 채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봐도 사이가 좋은 남매네요.”

채영이 다현의 뒷모습을 쫓는 걸 보고 강현은 의아해했다. 하지만 채영은 약간 쓸쓸해 보이는 모습을 금방 거뒀다.

“강현님이 절 찾으셨다고 하던데 무슨 일이시죠?”

그 말에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은 채영이 놀랄만한 질문을 했다.

“이 근처에 몬스터가 많이 나오는 곳이 어디죠?”

*****

베어 마운틴.

뉴욕 외곽 있는 이곳은 채영이 안전관리국에 올라가 있는 정보로 추천해준 곳이었다. 그 추천이란 당연히 몬스터가 많은 곳. 강현이 소유에게 상태 이상 스킬을 쓰기 위해 예거를 먹은 김에 틈내서 사냥할 곳이 필요했다.

강현 일행은 헬기를 타고 중앙 공원의 주차장에 내렸다. 주차장 안에는 낡아서 방치된 차량 몇 대. 저 멀리서 커다란 강이 보였다. 강현은 헬기에 내려서 거대한 강줄기를 보고는 감탄했다.

“와우 정말 커다란 강이네요. 저게 바로 허드슨 강이죠?”

“아뇨 허드슨 강이 아니라 포폴로펜 크리크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개천를 뜻하는 거죠.”

이어서 내린 채영의 지적에 강현은 딴청을 피웠다.

“근데, 뉴욕 근처인데도 몬스터가 이렇게 많이 있나요?”

강현이 숲 쪽을 내려다보면서 이야기했다. 예거를 먹고 예민해진 몬스터 레이더로 잡히는 몬스터의 숫자는 어림잡아서 50여 마리. 하지만. 레이더에 주로 잡히는 몬스터들은 이곳의 이름처럼 곰 형태의 몬스터가 아니었다.

“많이 있다니요? 음...이 아래 숲을 중심으로 몬스터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서 뉴욕주에서도 이미 포기한 상태지요. 다행히 숲 밖으로는 몬스터가 나오는 경우가 드물어서 이 일대를 봉쇄하는 정도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주위 시민들이 숲을 빼앗겼다며 항의가 대단하지만 이 상태로 몇 년째 지속하고 있다네요.”

채영은 강현의 말투에서 위화감을 느꼈지만. 성실하게 대답했다.

“미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도퍼를 전원 동원하면 씨를 말려 버릴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과격한 발언이었지만. 맞는 말이었다. 숲이 넓다고 해도 사막이나 산맥 정도로 넓은 건 아니어서 숲을 봉쇄하고 천천히 퇴치해나가면 박멸하는데에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채영은 그 질문은 예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외부적으로 예산문제 및 여러 가지 이유로 미국에서 처리를 기피하고 있지만.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강현은 채영의 말에 살짝 미간을 모았다.

“이번에도 낚인 건가요?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미국만도 아니죠?”

“어디까지나 강현 님이 몬스터를 대량으로 사냥할 수 있을 곳을 원하셨길래 추천해드린 것뿐입니다. 감당하기 힘드시면 좀 더 편한 곳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채영이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는 걸 보고 강현은 결국 혀를 찼다. 채영은 강현을 이용해서 미국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캐보려고 하는 것이다. 강현은 이번에도 이용당한다는 생각에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아래쪽에 보이는 몬스터들의 등급과 숫자를 보면서 넘어가기로 했다.

“하긴. 이 정도면 딱 정당하네요. 좀 더 쉬운 타입들이 있었으면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강현은 제자리에서 몇 번 뛴 다음에 시커먼 숲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강현님!”

채영이 뒤늦게 불렀지만 이미 강현의 모습은 사라진 뒤였다.

*****

강현은 숲에 들어가자마자 짜릿짜릿한 살기가 느껴졌다. 명백한 적의가 침입자인 강현에게 경계를 보내고 있었다. 희한하게도 이 크고 날카로운 살의는 거대한 몬스터 하나가 보내는 살의가 아니었다. 수십 개의 살의가 마치 하나의 덩어리처럼 합쳐서 강현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자신들의 숲에서 나가라고.

이렇게 집단적인 행동을 취하는 건 곰의 방식이 아니었다. 강현의 몬스터 레이더에 잡히는 이곳은 베어 마운틴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수십 마리의 몬스터 늑대가 대부분이었다.

-전방에 C급 두 개체, 좌·우측에 D급 두 개체씩 쫓아오고 있습니다.

채영의 시야에서 벗어난 뒤에 [ 콩 ]이 음성을 통해서 자세히 보고 했다. 강현이 중앙 쪽을 향해서 죽 뛰어가는 길을 몬스터 늑대들이 나란히 양옆으로 쫓고 있었다. 몬스터 늑대들은 덩치가 하나하나 트럭만 해서 달리기만 해도 숲이 지진이 난 것처럼 울어댔다.

“역시. 이거 생각보다 까다롭겠는걸.”

한참 뛰고 있는 강현의 눈앞에 커다란 나무가 막아섰다. 성인 서넛이 감싸 안아야 할 만큼 커다란 나무였다. 강현은 재빨리 나무를 박차고 위로 올라탔다.

그러자 금방 강현이 있던 자리에 몬스터 늑대들이 순식간에 이빨을 들이밀며 뛰쳐나왔다. 촤악- 소리와 함께 좌우에서 나타난 몬스터 늑대들은 매섭게 교차했다. 아래위로 공간을 나눠 펼쳐진 이 일격은. 보통의 도퍼라면 순식간에 상반신과 하반신이 찢겨 질만큼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몬스터 늑대들은 확실히 전투에 익숙했다.

다만. 금방 몬스터 늑대들은 이빨을 들이댄 상대를 잘못 택했다는 걸 깨달아야 했다.

-체크 했습니다. [ 건틀릿 모드 ] 온.

전투태세를 갖춘 강현은 나무 위에서 그대로 아래로 내리꽂듯 떨어졌다. 그새 강현을 쫓아 뛰어 올라오던 두 마리의 몬스터 늑대는 주춤하면서 허공을 깨물었다. 뚝.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휘두른 칼날에 바닥에 있던 몬스터 늑대 한 마리의 목이 떨어졌다.

강현의 대범한 공세에 주춤한 것은 몬스터 늑대들이었다.

강현은 올라왔던 몬스터 늑대들이 다시 자리를 잡기 전에 하늘을 향해 반원을 그렸다. 착지하려던 몬스터 늑대 두 마리를 향해 시커먼 도신이 훑고 지나가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깨갱.”

고통 가득한 몬스터 늑대의 비명이 어두운 숲 속을 흔들었다.

좌측으로 공격해 들어왔던 몬스터 늑대는 뒤로 크게 뛰어서 물러났다. 하지만 전의는 끊기지 않은 듯.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했다. 물러날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 몬스터 늑대의 양옆으로 새로운 몬스터 늑대의 그림자가 하나둘씩 이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몬스터 늑대 수십 마리가 순식간에 강현을 포위했다. 하나같이 섬뜩한 불은 안광을 번뜩이고 있었다.

“쩝. 여기서 불내면 안 된다고 했지.”

레이저 버스터 모드를 사용할 수 있으면 몬스터 늑대들의 전력을 반쯤 깎아 먹고 전투를 시작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불내면 안 된다는 채영의 주의가 아니더라도 겨우 쉽게 몬스터를 잡자고 이 숲을 날려버리기에는 아쉬웠다.

강현은 몬스터 늑대들을 보면서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잠깐 준비운동 삼아서 싸워볼까?”

몬스터 늑대 특유의 협동공격은 예리해서 직접 맞상대하면 간담이 서늘해질 만큼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강현을 둘러싼 몬스터 늑대들은 대체로 C, D급이라 1등급 탱커못지 않은 방어력을 갖추고 있는 강현에겐 그저 화면 밖의 존재처럼 느껴졌다.

강현이 망설이지 않고 바로 정면으로 뛰쳐나갔다. 몬스터 늑대들은 강현의 동작만을 보고 의도를 깨달았는지 정면의 몬스터 늑대들은 후퇴하고 강현의 위로 머리통을 그대로 으깨기 위해서 덤벼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강현의 페이크였다. 강현은 앞으로 넘어지듯이 몸을 크게 움직여 지면에 손을 집고, 다리를 쭉 뻗어 찼다. 깨갱 하는 소리와 함께 강현을 노리던 몬스터 늑대는 뒤로 넘어졌고, 강현은 그대로 다시 뛰어들어서 몬스터 늑대의 턱밑을 베어냈다. 물어뜯기가 주 무기인 몬스터 늑대의 공격을 무력화 시킨 거였다. 가능하면 그대로 목을 베어내고 싶었지만. 좌측에서 몬스터 늑대가 강현을 노리고 덤벼들었기에 힘을 뺄 수밖에 없었다.

“맛있냐?”

강현은 그사이 자신의 오른쪽 팔을 무는 데 성공한 몬스터 늑대한테 물었다. 몬스터 늑대는 대답 대신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듯. 더욱 턱에 힘을 줬다. 커다란 늑대에 물려있는 강현의 팔은 이쑤시개처럼 보였다.

“언제까지 안 놓나 보자.”

건틀릿소드가 달린 왼쪽 팔을 휘둘러 몬스터 늑대의 코를 베어내자 몬스터 늑대는 바로 입을 열고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을 뒹굴었다.

“좋아. 다음은 누구 차례?”

강현이 여유롭게 일어나면서 몬스터 늑대들을 돌아봤다. 몬스터 늑대들의 살의는 순식간에 반감됐다. 하지만. 강현은 사냥을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 늑대들은 좋은 몬스터 코어 공급원이지.”

*****

“STOP!”

강현이 몬스터 레이더에 잡히는 몬스터 늑대 중 마지막 한 마리를 잡으려고 쫓아갈 때였다. 갑자기 숲 위로 나타난 헬기가 강현을 강력한 조명을 비추면서 쫓아다녔다. 계속해서 영어로 멈추라고 방송하면서 말이다.

“에이. 뭐야.”

그 때문에 무리를 잃고 도망치기 바빴던 몬스터 늑대 한 마리는 쉽게 강현의 위치를 파악하고 계속해서 숲을 도망쳤다. 하지만 숲을 벗어나고 있지는 않았기에 계속 쫓다 보면 잡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무신경하게 몬스터 늑대를 쫓기에는 저 위의 헬기가 너무 시끄럽게 굴어서 신경 쓰였다.

하는 수 없이 강현은 마지막 한 마리를 내버려두고 숲을 벗어나서 원래 자신이 헬기를 타고 왔던 곳으로 돌아왔다. 몬스터 늑대를 쫓아다니면서 신나게 숲을 뛴 탓에 강현의 모습은 엉망진창이었다.

그런 강현을 맞아준 것은 채영과 금방 강현을 쫓아다니던 헬기에서 내린 금발의 미국인 여성이었다. 강현이 그녀를 보고 금발인 걸 빼면 정장 바지에 안경을 쓰고 태블릿 피시를 든 모습이 채영이 쏙 빼닮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황당한 말이 그녀의 통역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뉴욕 안전관리국에서 온 제인입니다. 당신을 몬스터 관리법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하겠습니다.

============================ 작품 후기 ============================

벌써 올해의 마지막 달입니다.

독자여러분도 한 해 마무리 잘 하세요~

전 이번달도 열심히 달립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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