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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금전사-62화 (6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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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막간극 (4)

콤플렉스.

이건 루엘가의 가주에게 어울리는 단어는 아니다. 최초로 예거드럭을 만들어낸 알렉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예거를 먹었어도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예거를 먹고 반응을 보이는 건 1%. 거기에 정밀기계로 측정하지 않아도 될 눈에 띄는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었다. 알렉스는 자신이 도퍼로서 싸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100명 중에 한 명에도 포함 못 된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그것과 별개로 루엘사에서는 몬스터 연구를 계속해서 진행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몬스터가 갑자기 생겨난 이유를 아는 것이었다. 대부분 사람이 몬스터를 외계인에서 온 생명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알렉스는 달랐다. 먼저 인간이 가진 냉병기나 화기가 통하지 않는 이유를 규명하고자 애썼다. 그 결과 몬스터들은 희한하게도 절반은 이 세계에 절반은 다른 차원에 걸쳐 있는 존재들이라는 걸 깨달았다. 도퍼들이 발생하는 에너지만이 이곳과 다른 차원에 동시에 데미지를 가할 수 있었다.

또.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물가를 중심으로 발생한다는 걸 깨달았다. 덕분에 몬스터들이 출현하기 시작했을 때에도 지상에 건설한 인간의 문물들은 대부분 무사할 수 있었다. 되려 몬스터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게 되자 고갈되어가는 지하자원 대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각광받을 정도였다.

알렉스는 해저를 국제 조사팀을 꾸렸다. 퍼스트 도퍼가 포함된 이 탐사임은 험난한 여정 끝에 S급 몬스터를 퇴치하는 듯 성과를 거두었지만. 결과적으로 몬스터 출현의 근원적인 문제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몇 년 뒤.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 있었다.

지금의 나타나는 몬스터들은 그저 일부분일 뿐이며, 몬스터 들이 창궐할 때가 곧 도래한다.

전 세계의 정부에서는 체제 붕괴를 유도하려는 유언비어라며 소리를 일축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일명 ‘세컨드 웨이브’라고 불리는 재앙에 대비하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했다. 그 결과 몬스터를 피해서 땅속으로 점점 파고들어 간 거였다.

알렉스는 그 이야기를 퍼트리고 다니는 자를 소수문해서 비밀리에 접속했다. 엘리야라고 불리는 그 예언자와 면담을 한 끝에 알렉스는 세컨드 웨이브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알렉스가 선택한 방향은 반대였다. 예거드럭으로 벌어들이는 천문학적인 수익으로 몬스터 코어를 연구했다. 그리고 최근. 몬스터에서 나온 다크매터라는 물질을 입수하고 나서야 그 연구의 결실을 볼 수 있었다.

그 결실 중에 하나가 바로 일반인들도 도퍼 못지않게 몬스터에 대항해서 싸울 수 있는 예거아머였다.

*****

“세바스!”

루엘 타워의 지하로 내려온 알렉스가 허공에 외쳤다. 그러자 세바스찬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알렉스가 부른 건 저 위층에서 다현과 소유를 접객하고 있을 집사 세바스찬이 아니었다.

-마스터. 부르셨습니까?

이 지하 연구실를 총괄하는 슈퍼인공지능 컴퓨터인 [ 세바스 ]의 목소리였다. 참고로 세바스찬은 이 컴퓨터의 네이밍을 자신의 이름을 땄다는 말에 기뻐서 오열한 적이 있었다.

[ 세바스 ]는 대답과 동시에 알렉스 루엘의 신원을 전신 스캔으로 확인하고 문을 개방했다. 알렉스는 성큼성큼 연구실을 들어섰다. 그러자 세바스가 알렉스의 세세한 지시를 파악하기 위해 띄운 드론이 알렉스 주위를 맴돌았다.

“예거 아머의 진행률은 어느 정도야?”

-99%입니다. 다크매터 경질화 완료. 파츠별로 조립 완료. 무기와 로켓장착 완료. 몬스터 코어를 이용한 동력작동 확인 완료. 비행테스트 완료. 이상입니다.

“그런데 1%는?”

-마스터가 그 1%입니다. 마스터가 착장하셔야 예거아머는 완성되니까요.

컴퓨터가 아는 아부에도 알렉스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외부에서 정보를 입수한 세바스가 바로 알렉스에게 보고했다.

-마스터. 한국 내에 위치한 예거 시뮬레이션 온라인이 일주일 전에 가동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와 있습니다. 한 명의 플레이어가 접속해서 플레이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시스템에 뭔가 건드렸나?”

그런 질문을 하면서도 알렉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전 [ 몬스터 레이드 온라인 ] 게임을 뚫었던 해커는 이미 알렉스가 막대한 돈으로 포섭해서 오히려 보안책임자로 앉힌 터였다. 지금은 아예 독립적인 시스템으로 구축된 탓에. 외부에서 해킹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있었다.

“그렇군. 이번에 예거 시뮬레이션 온라인도 공개해야겠어. 그 외의 특이사항은?”

-몬스터 레이드 온라인 게임사의 사내에서 접속한 뒤로 그 후에는 접속한 흔적은 없습니다. 대신 보스 몬스터에 대한 오류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현지 테스터인가보군. 일단 게임시스템에 대해서 보완하라 해. 그런 뒤에 아예 데이터 변경이 안 되게 조치하고.”

-네 마스터.

그 ‘목적’에 부합하려면. 그렇게 하는 게 바르다고 알렉스는 생각했다.

“그럼. 지금부터 예거아머의 시험가동을 위한 착색을 준비한다.”

-분부 받들겠습니다. 그런데 몬스터 코어는 어떻게 할까요?

세바스의 말에 알렉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원래 클레임이 자신에게서 탈취한 뒤 블랙마켓에 올라온 S급 몬스터 코어는 이 예거아머에 사용될 자원이었다.

“일단 최대한 준비해봐야지. 퍼스트 도퍼팀에는 연락 들어온 거 없어?”

-없습니다.

“일단 A급 몬스터 코어를 준비하도록. 출력이 1/10로 떨어지겠지만. 어쩔 수 없지. 단, 착색 후 예거아머의 최종조정 시까지 퍼스트 도퍼팀을 기다린다.”

-네. 마스터.

그렇게 지시한 뒤에도 알렉스는 지하연구실에 남아서 연구를 이어나갔다.

*****

“다현아 이제 화 그만 풀어. 그보다 이제 슬슬 돌아가 봐야 되지 않을까?”

소유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다현에게 말했다. 다현이 강현에 티비 나오자 채널을 돌려버린 거였다.

일주일 전 이곳에서 목격한 인천펭귄상륙대첩을 보고 다현은 계속해서 한국의 강현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겨우 연결되고 나서부터는 통화 내내 울부짖었다. 덕분에 소유는 눈치 보느라 강현과 연락할 염두를 못했다.

대신 수지에게 연락했는데, 수지는 이제 어느 정도 한국에서의 일은 마무리되었으니 귀국해도 괜찮다고 전해왔다.

일반인인 소유는 알 수 없었지만. S급 몬스터 코어를 이용한 폭탄 때문에 만들어진 특별대책위원회는 인천펭귄상륙대첩의 책임과 미국에서 S급 몬스터 코어가 나왔다는 첩보를 입수해서 실질적으로 해체된 상태였다.

문제는 일주일 동안 다현이 삐친 채로 있었다는 것이다. 강현은 언론과 미디어에 시달린 채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미국에서도 한국에서 나타난 새로운 영웅에 대한 특징 방송이 편성되어 자주 텔레비전에 나왔지만. 금방처럼 강현이 방송이 나올 거 같으면 다현이 채널을 바꿔버리는 것이다.

“미안해요. 언니.”

“아니 미안할 거까지야. 아직 뉴욕도 제대로 다 안 돌아봤으니까. 좀 더 내킬 때까지 있어도 돼. 다음에는 퀸즈에 놀러 갈까?”

“네.”

다현은 평소와 달리 기운 없는 미소로 대답했다. 그러자 소유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다현을 쳐다봤다. 저런 다정한 언니도 외롭게 만들고. 다현은 겉으로 내색은 않았지만 강현이 더욱 원망스러웠다.

‘바보 오빠.’

다현은 은근히 강현이 미국으로 와서 자기를 달래주고 약속한 대로 같이 여행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강현은 올 생각이 없는지 아무 말도 없었다. 그렇게 다현이와 소유가 여기 루엘타워에 머문 지도 어느새 일주일이 넘어갔다.

“그동안 너무 폐를 끼친 거 같은데 내일 숙소 옮길까?”

“그럴까요? 언니?”

소유의 의견에 다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스가 블랙마켓 경매 중에 사건에 휘말려서 생명의 은인이라고 떠들어 돼서 이곳에 묵기 시작했지만. 이상한 사건만 겪은 터였다.

-아닙니다. 평생 여기에 머무셔도 됩니다.

그때 반쯤 열려있던 문을 활짝 열고 세바스찬이 나타났다. 문 앞에선 세바스찬은 정중하게 허리를 굽히고 양해를 구했다. 한국말을 못하는 두 사람을 배려하느라 세바스찬의 옷깃에는 통역기가 꽂혀 있었다.

-실례했습니다. 문이 열려있어서요.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오늘 일정은 모두 마치셨는지요. 괜찮으시다면 알렉스님이 두 분을 모시고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바스찬의 말에 다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의심하는 눈초리였다.

“혹시 또 이상한 프러포즈할 생각은 아니겠죠?”

-절대 아닙니다. 제 이름을 걸고 약속드리죠.

세바스찬이 강하게 나오자 당황한 건 소유였다. 소유는 다정하게 다현의 팔목을 조심스레 잡았다.

“아니 그렇게까지 하실 거야. 다현아 우리 가보자. 세바스찬님이 저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네. 언니.”

-천천히 준비하세요. 기다리고 있다가 모시겠습니다. 다현님이 좋아하시는 닭요리도 준비해뒀으니까. 만족하실 겁니다.

“아싸. 언니 어서 가요.”

다현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바스찬이 미소를 지었다. 세바스찬은 일주일 동안 두 사람을 보살피면서 취향을 이미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한편 루엘 타워의 지하실.

“좋아. 세바스. 가보자고.”

-알겠습니다. 마스터.

알렉스의 말을 시작으로 여러 로봇팔이 똑바로 서 있는 알렉스에게 달려들었다. 각 팔에는 황금빛을 머금은 갑옷의 파츠가 들려있었다. 로봇팔들은 그걸 신속하게 알렉스에게 입혔다. 다리부터 머리까지. 갑옷은 알렉스의 몸에 닿자마자. 신체에 열에 맞춰서 적절한 형태로 변형했다. 그렇게 하기를 수십 초. 알렉스는 어느새 황금색의 전사가 되어있었다.

-예거아머 장착 완료했습니다. 이제부터 동력원 삽입합니다.

세바스의 로봇팔이 동그랗게 가공한 A급 몬스터 코어를 가지고 와서 알렉스의 등에 끼웠다. 그 뒤에 몇 겹이나 갑옷의 철판이 둘러싸서 몬스터 코어를 고정하고 보호했다.

-예거아머 가동.

그 말과 동시에 알렉스가 쓰고 있는 헬멧 안 모니터에 복잡한 도안과 수치가 표시되기 시작했다.

-시스템. 올 그린. 마스터. 출동준비 완료됐습니다

“좋았어. 출동 게이트 오픈.”

-오픈!

알렉스의 위쪽으로 환풍구가 열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등에 장착된 로켓에서 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잠시 후.

“정말이지 왜 몰라주는 거야.”

황금으로 된 예거아머를 입고 강현처럼 단신으로 몬스터를 퇴치했지만. 다현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거 같았다. 알렉스는 그게 왠지 모르게 섭섭했다. 열심히 했는데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기분. 알렉스는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알렉스님.”

그렇게 괴로워하는 알렉스의 모습을 세바스찬은 괴로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알렉스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한숨을 내쉰 다음 다시 말을 걸었다.

“알렉스님. 혹시 백치미라고 아시지요?”

세바스찬의 말에 알렉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알렉스도 알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제 일천한 경험으로는 다현 아가씨는 아마 그 백치미일 것 같습니다. 이런 타입은 아무래도 받아들이는 게 늦지요. 알렉스님도 많이 겪으셨지 않습니까?”

“그, 그렇지.”

세바스찬의 말에 알렉스가 고쳐서 똑바로 앉았다. 알렉스의 세바스찬의 말이 이해가 됐지만. 그 겪었다는 경험은 완전 반대였다.

학생 시절 때에는 수업과정이 너무 쉬워서 월반하고 10대에 아버지가 맡긴 회사를 경영하고, 연구원으로서 각종 신제품을 개발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제까지 천재였던 자신에 대해서 못 따라오던 일반인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조금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백치미라는 성향을 내세우는 여성들을 이해시킬 때는 이제까지 안 해왔던 알렉스와는 먼 거리의 단어였던 ‘노력’이라는 것을 할 수밖에 없겠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 좀 더 철저하게 따라다니면서 나의 대단함을 깨닫게 해줄 수밖에 없겠네?.”

“그렇습니다.”

“좋았어. 당장 다른 걸 보여줄 수 있는 게 없는지 찾아봐야겠어.”

그렇게 말한 알렉스는 벌떡 일어나서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는 세바스찬의 얼굴에는 멸시보다는 따뜻함이 가득 담겨있었다.

‘왠지 어렸을 때의 알렉스님으로 돌아오신 거 같군요.’

*****

그 시각.

맨해튼 외곽의 창고 안. 그 어두운 곳에는 조명 하나만이 켜져 있었다. 그 조명 아래 동그란 원형 테이블에 둘러 앉아있는 세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만이 남은 건가?”

두건을 눌러쓴 사람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최대한 목소리를 깔았지만.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 여자의 지적에 남자 둘이 고개를 숙였다.

그 둘은 일주일 전 블랙마켓이 열렸던 뉴델러노 호텔에서 알렉스 루엘을 습격했던 자들이었다. 원래 10명이었던 습격팀은 모조리 체포되거나 현장에서 사살당했다. 남은 건 도퍼이자 특이체였던 둘뿐이었다.

“그보다. 오늘 알렉스가 결국에는 그 무기를 발표해 버렸다.”

두건이 말한 그 무기란 예거아머였다. 그 말에 다른 두 사람이 움찔했다. 두건이 원하는 바는 분명했다. 그러나 오른쪽에 앉은 남자가 고개를 저으며 자신 없는 투로 입을 열었다.

“알렉스 루엘을 납치하거나 암살하는 건 이제 무리입니다. 경비가 너무 강화되어서 손 쓸 틈이 없어요.”

“그래서 차선책을 준비했다. 두 사람은 알렉스 루엘의 약혼녀를 아는가?”

두건의 말에 다른 남자가 깜짝 놀랐다.

“약혼자가 있었어? 분명 돈 많지만, 연구만 좋아하는 너드(Nerd)라서 연애경험이 전혀 없다는 프로필을 봤었어.”

“일주일 전에는 그랬지. 최근에 푹 빠진 여자가 있다더군. 이 여자를 납치해서 알렉스 루엘의 행동을 저지한다. 한번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있을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두건은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그 사진을 본 두 사람은 동시에 외쳤다.

“앗, 저 동양인 여자는?!”

사진에는 상공에서 찍은 다현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 작품 후기 ============================

어제 연참하려고 했는데 피곤해서 일어날 수가 없었네요.ㅠㅠ

대신 오늘 연참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아마 13장은 다음화로 끝날거 같습니다.

ps.코멘트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일부 작품감상에 방해가 되는 코멘트는 삭제하고 있습니다.

조아라 운영진이 사촌이라서 순위가 높다는 유언비어성 악플부터.

후반에 설정설명이 들어가는 부분.

일부 독자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의 코멘트는 삭제하고 있습니다.

코멘트보시고 되려 오해하시는 거나 글 내용을 착각하시는 독자분들도 계셔서

부득이하게 삭제하고 있습니다. 양해바랍니다.ㅠㅠ

단, 삭제하기전에 대부분의 코멘트는 캡쳐해서 따로 보관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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