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금전사-61화 (61/113)

< -- 61 회: 13장. 막간극 -- >

13장. 막간극 (3)

“그렇게 단칼에 자를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알렉스가 다현에게 청혼하는 모습을 본 소유는 조심스레 다현에게 말했다. 하지만. 다현은 무슨 소리하느냐며 소유를 다그쳤다.

“무슨 소리예요. 언니. 저한테 반한 것도 아니라. 생명의 은인이라서 결혼해준다는 소리잖아요.”

그 말에 소유도 동의했다. 아무리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고 청혼을 한다더라도. 방금 알렉스의 청혼은 이상했다. 거기다가 겨우 한두 번 마주친 사람이 청혼이라니. 자기였어도 충분히 거절할 사유였다.

다만 소유의 마음에 걸린 건 거절당한 알렉스의 모습이었다.

“그래도 너무 많이 상심한 거 같아서.”

한쪽 무릎을 꿇고 반지를 내밀면서 자신만만하게 청혼한 알렉스는 다현이 거절했지만. 처음에 당연히 받아들인 걸로 눈치챘다. 하지만 곧 자신의 착각이었다는걸 깨닫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67캐럿짜리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는 카펫 저편에서 굴렀다.

그야말로 세상을 잃은 표정이었다.

“그래도 전 외국인은 좀....”

하지만 다현은 알렉스를 거절한 멘트를 다시 한 번 날렸다. 소유는 그렇게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 다현답다고 느꼈다.

“그보다 언니 우리 오늘 자유의 여신상에 올라갔다가 브로콜린 브릿지 보러 가요. 데이트코스로는 최고라고 하던데요.”

“응. 좋아.”

“흥. 오빠는 급한 일 금방 와서 같이 관광하자고 하더니만 대체 언제 올 것인지 모르겠네.”

“강현씨...”

“오빠랑은 연락 잘 안 하세요?”

“가끔 메시지는 주고받는데 대답이 없네요.”

다현의 말에 소유가 강현을 떠올렸다. 도퍼임에도 자신의 앞에서 소탈한 모습을 보이시지만. 연락이 뜸한 건 자신이 마음에 안 들어서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괜히 눈치 없이 계속 연락을 하고 있었나 봐.’

강현에게는 수지같이 같은 도퍼가 짝으로서 더 어울리는 게 아닐까 싶었다. 역시 두 사람을 연결해주는 게 제일 좋은 방향일지도 몰랐다.

소유의 분위기가 안 좋자 다현은 괜히 강현을 나무랐다.

“오빠두 참. 혹시 또 새로운 게임에 빠진 거 아니냐?”

다현이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그때 한국에 있는 강현은 다현의 말대로 [ 몬스터 레이드 온라인 ]의 제작사에서 게임을 하려다가 게임 속에 갇혀있던 상태였다.

*****

“아 세바스찬 알아냈다.”

다현에게 거절당한 뒤. 알렉스는 깊이 사색하며 실패 원인에 대해서 분석했다. 그러기를 몇 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옆에서 걱정스레 알렉스를 지켜보고 있던 세바스찬이 반색하며 물었다. 세바스찬은 루엘가의 집사로만 지냈던 터라 연애며 결혼이며 해본 적이 없었다. 평소에 훌륭한 집사이자 조언자였지만 이번엔 알렉스에게 도움이 못 되고 있어 못내 죄스럽기만 세바스찬 이었다.

“대체 무엇입니까?”

알렉스가 이것 외의 다른 답은 없다는 듯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한국어교사가 그랬어. 한국여자는 부끄러움이 많아서 겉과 속이 다르다고. 아마 츤데레 라던가?”

“그건 아마도 일본어로 기억합니다만.”

세바스찬의 지적에 알렉스가 헛기침했다.

“흠흠. 맞아. 그건 일본어였지.”

평소라면 절대로 저지르지 않을 실수였는데. 이상했다. 왠지 다현의 일에 너무 정신이 팔린 탓일까? 어쨌든. 분위기를 일신해서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선언했다.

“어쨌든. 이대로 포기할 게 아니다. 부끄러워서 예의상 한번 거절했을 뿐인데 왜 다시 청혼하지 않을까 애태우면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

“오오. 과연.”

세바스찬은 알렉스의 기개에 감탄했다.

“루엘가의 당주가 한 번의 실패로 좌절하다니 안 될 말이지.자 차량 준비해. 다현 씨들은 어디로 갔나?”

“브루클린 브릿지 방향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미리 파악해둔 세바스찬이 즉답했다. 알렉스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고백하기에 딱 알맞은 곳이군. 원래라면 결혼 1년자 이벤트로 계획해둔 것이었는데... 예의 그것 준비해.”

******

잠시 후. 브로콜린 브릿지.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다리를 구경하러 나온 다현과 소유는 영화에서 보던 곳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그때 하늘에서 항공기 2대가 날아왔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소란에 하늘을 주목했다. 다현과 소유도 뭔가 좋은 구경을 하려나 싶어서 쳐다보고 있는데. 항공기는 브루클린 브릿지에 볼일이 있는지. 서로 교차하면서 하늘 위를 빙빙 돌았다. 마치 곡예비행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머. 무슨 이벤트가 있나 봐.”

“운이 좋네요. 언니. 오늘 기분이 별로였는데 이런 구경도 하고.”

하늘을 보면서 웃으며 이야기하던 다현은 입을 다물었다. 곡예비행을 하던 항공기에서 스모크가 나오기 시작하더니만. 항적을 따라서 글자가 만들어졌다. 그 화려한 모습에 사람들이 감탄하며 손뼉을 쳤다.

하지만. 다현은 얼굴이 머리끝 가지 새빨갛게 달아올라서 연기가 날 지경이었다. 그 항공기가 하늘에 멋지게 그리는 글자는 다음과 같았다.

[ I LOVE 다현♥ Will You Marry Me! ]

소유가 하늘을 보고 감탄했다.

“어머. 로맨틱하네.”

“언니! 그 말 제가 기억해두겠어요.”

누구도 저기에 적혀있는 다현이 자신인 줄 알지 못했지만. 다현은 창피함에 물에 빠져 죽고 싶었다. 그리고 그 창피함은 분노로 바뀌었다.

‘프러포즈를 거절했다고 해서 사람을 이렇게 창피를 줘?’

한편 따로 헬기를 타고 와 이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알렉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다현씨도 충분히 감격했겠지?’

*****

잠시 후. 루엘 타워 응접실.

“저기. 루엘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무릎을 꿇으시면 가주의 체면이.”

평생 양 무릎을 꿇는 벌을 받은 적 없는 알렉스는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그런 알렉스가 안쓰러웠던 세바스찬이 다가와서 알렉스를 만류했다. 하지만 알렉스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괜찮아. 세바스찬. 숙녀를 창피하게 만든 나의 죄를 이 정도로 씻을 수 있다면 감내할 수 있다.”

“루엘님.”

세바스찬이 감동한 듯이 울먹였지만. 정작 알렉스를 무릎 끓이고 있는 다현은 그 모습을 보고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꼈다.

하지만 그런 알렉스가 안쓰러웠던 소유는 다현을 달랬다.

“저기 다현아...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뭐, 언니까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한숨을 쉬고 그렇게 말한 다현은 낀 팔짱을 뺐다. 그리고는 뒤로 휙 돌아섰다.

“인제 그만 됐어요.”

그 말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알렉스는 양팔을 바닥에 짚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소유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덕분에 살았어요. 생명의 은인입니다.”

알렉스의 그 말에 다현이 뒤로 획 돌아섰다.

“뭐? 언니한테도 청혼할 거야?”

그러자 당황한 알렉스가 고개와 양팔을 내저으면서 뒤로 주춤하며 물러섰다.

“아니 이건 그냥 관용적인 말로...”

그 모습을 보고 소유는 즐거운 듯 미소를 지었다.

‘이거 다현이한테 꼼짝 못 하네요.’

그때. 소유의 휴대전화기로 문자가 왔다. 국내에서 보낸 문자였다.

“다현아 뉴스 속보가 떴어.”

“엣? 한국에 몬스터 대량발생?”

다현도 자신의 휴대전화기로 온 긴급문자를 보고 놀랐다. 응접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보니. CNN에서도 긴급속보로 중계하고 있었다.

한편. 다현이 몬스터 대량발생이라는 말에 알렉스의 눈빛이 변했다.

“세바스찬.”

세바스찬이 태블릿 피시를 가져와서 알렉스에게 건넸다. 알렉스가 타블렛 피시를 몇 번 터치했다. 그리고 스크린에 다섯 손가락을 오므린 다음에 팔짝 펼치면서 왼쪽으로 뿌렸다. 그러자 여러 가지 홀로그램 화면이 동시에 재생되기 시작했다. 각각 다른 각도로 몬스터의 습격을 당하고 있는 인천항을 비추기 시작했다.

“현지의 카메라 드론들을 해킹했습니다. 드론들이 무선으로 보내는 촬영 영상을 중간에 가로챈 거죠.”

알렉스가 설명했지만. 다현와 소유 두 사람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사람들이 아수라장이 되어선 도망치고 있었다.

“끔찍해.”

그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면 안 되겠다 싶었던 알렉스는 또 화면을 조작했다. 사람들이 도망치는 장면은 제외하고 몬스터와 싸우고 있는 도퍼들 위주로 남겼다.

그러자 유난히 카메라 드론이 많이 배정되어있는 아이 대부분의 전투가 한 사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알렉스는 그 전투하는 모습을 보고 가벼운 탄성을 내뱉었다. 각각 특성화된 능력으로 협력해서 하나의 몬스터를 상대하는 일반 도퍼들과 반대였다. 단신으로 수많은 몬스터 앞에 당당하게 맞서서 싸우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신화 속의 영웅이었다.

‘저 도퍼는 누구지? 한국에 저 정도 도퍼가 남아 있었나? 저 정도 전투력이면 퍼스트 도퍼는 가볍게 넘겠는걸.’

그런 알렉스의 의문은 옆의 두 여자에 의해서 바로 풀렸다.

“강현씨...”

“저건. 오빠잖아?”

몇몇 화면이 도퍼를 클로즈업 보여준 걸 보고. 다현과 소유가 동시에 외쳤다. 그걸 보고 놀란 것은 알렉스였다.

“다현 씨의 오빠라고요?”

그제야 왜 다현이 자신의 청혼을 안 받아들였는지 그 이유를 깨달았다.

‘어쩐지…. 저렇게 대단한 사람을 오빠로 두니까 나 따위는 안중에 없었던 거군.’

“루엘님. 어디로 가십니까?”

세바스찬이 황급히 복도로 걸어가는 알렉스를 따라나왔다. 알렉스는 뒤로 돌아보지도 않고 계속해서 걸으며 대답했다.

“지하 연구실로 간다. 내가 없는 동안 두 레이디를 나라고 생각하고 불편함 없이 모시도록.”

“네 알겠습니다.

*****

15년 전.

알렉스 루엘이 17살이었을 때다.

가주였던 아버지를 비롯해 일가족이 루엘가가 소유한 무인도로 여행을 갔다. 그때 알렉스는 갑작스러운 발열로 집에 남아 있었다. 그때 몬스터가 해저에서부터 나왔고, 일가족을 몰살당했다.

알렉스는 울지 않았다. 루엘가의 가주 역할에는 슬픔에 잠기는 건 포함되지 않았으니까. 대신에 루엘가를 공격한 몬스터에 대해서는 철저히 응징하기로 다짐했다.

문제는.

몬스터들이 인류가 만든 어떤 화기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 칼도. 총도. 대포도. 심지어 핵도 통하지 않았다. 미국이 모하비 사막에 나타난 몬스터를 향해 전술핵을 발사하고도 물리치지 못했을 때. 사람들은 인류의 멸망을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알렉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알렉스가 배운 중국의 고사성어 중에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말이 있다. 오랑캐로서 오랑캐를 다스린다는 이야기다. 인간의 무기가 통하지 않는다면. 몬스터끼리는 어떨까? 그런 간단한 구상을 시험할 만큼의 재력과 권력이 알렉스에게 있었다.

루엘가의 특수 부대를 움직여 몬스터를 유인해 다른 몬스터에게 붙였다. 그렇게 유인하고 몬스터들이 싸우게 만드는 데에 수십 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어쨌든. 알렉스의 예상은 적중했다. 몬스터끼리는 서로 상처입힐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알렉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몬스터의 잔해를 이용해 무기를 만들면 다른 몬스터를 공격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치열한 전투 끝에 한 마리의 몬스터가 쓰러졌다. 또 희생을 치르고 그 몬스터를 다른 곳으로 유인해냈다. 그런 다음 몬스터 사체 앞에선 알렉스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몬스터의 사체가 빠르게 부패하고 있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지금에는 몬스터 코어라고 불리는 검은색의 결정뿐이었다.

처음 몬스터 코어의 연구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무리하게 몬스터 코어 내부를 조사하다가 폭발한 몬스터 코어 내부의 물질을 뒤집어쓴 연구소 직원이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뒤로 연구가 활기를 띠었다. 몬스터 코어를 분해해 내부의 물질을 사람이 접촉하게 되면 일부 사람의 경우 특수한 반응이 나타냈다. 막대한 자원을 투자해 수많은 실험을 거친 다음에야 사람들은 크게 4종류의 능력을 발휘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에너지 부여 능력.

에너지 발사 능력.

체내 에너지 활성화 능력.

에너지 전달 능력.

지금은 각각 원거리 딜러, 근거리 딜러, 탱커, 힐러등 포지션으로 분류되어 사용되고 있다.

몬스터 코어 내부의 물질을 신체에 계속해서 접촉하면서 싸울 수는 없었기에 경구투여제 형태로 제작했다. 그게 예거드럭(Drug)의 시작이었다. 예거드럭을 삼키면 체내에서 물질이 유지되는 동안 능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신기한 것은 체내에 머문 물질은 12시간 내에서 소멸한다는 것. 딱히 위장이 아니라 신체의 어디에 집어넣어 봐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인간의 신체를 거부하는 것처럼.

하지만.

알렉스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왜 난 안되는 거야.”

============================ 작품 후기 ============================

업데이트가 조금 늦었네요.

어쨌든. 오늘도 연참합니다.

일단 한숨자고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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