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금전사-60화 (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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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막간극(2)

3분.

알렉스를 구출하기 위해 특수부대가 도착하기까지의 시간. 이곳 미국 맨해튼 내라면 3분이면 충분했다. 경호원은 그 시간까지만 알렉스 루엘을 지켜내면 되는 일이었다. 이미 알렉스는 손등에 숨겨둔 긴급호출기를 눌렀다.

거기다가 경호원의 능력도 상당했다. 경호원도 도퍼였는데, 무려 2급 탱커였다. 이미 입구에서부터 예거를 먹고 도퍼 능력을 활성화 시키고 있었다. 그의 키가 2미터50센치에 달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 정도의 최상급 도퍼를 단순 경호원으로 부리는 게 알렉스 루엘의 재력을 보여주는 거였다.

경호원은 품에서 대거와 권총을 꺼내서 각각 왼손과 오른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 뒤를 앞뒤로 막아선 사람은 6명. 하나같이 총을 들고 있었다.

타탕탕탕탕-

드르르륵-

각종 화기가 불을 뿜고 화약 연기가 자욱 피어났다. 그 연기가 걷히기 전에 앞쪽 습격자 두 명이 짧은 곡도를 꺼내서 경호원에게 덤벼들었다.

칫. 총알을 온몸으로 막아낸 뒤 방심한 틈을 타서 반격을 가하려고 했던 경호원은 혀를 찼다. 어지간한 총으로는 이 경호원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없었다. 폭탄의 경우에도 치명상을 피할 정도의 탱커라 알렉스의 경호원으로 낙점되었던 터였다.

하지만 상대는 이미 경호원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는 듯. 바로 접근전으로 나왔다.

경호원은 왼손에 들고 있던 검을 사선으로 그어서 상대방의 진로를 방해했다. 이어서 그 원심력으로 몸을 틀었다. 그러자 상대가 뒤쪽에 바짝 붙어 있었다. 오른손에 들었던 총을 쐈다. 상대는 어깨에 맞은 뒤 튕겨 나가듯 물러섰지만. 어깨를 맞춘 총알은 철판에 맞은 듯 납작하게 찌그러져 바닥에 굴렀다.

그 와중에 경호원은 상대의 곡도에 기다랗게 상처를 입었다. 진로를 흐트러트린 탓해 치명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총에도 끄떡없는 경호원이 검에 베여서 피를 흘린다? 그게 의미하는 건 하나였다.

‘도퍼?’

경호원의 총을 튕겨낸 쪽도, 검을 휘두른 두 사람도 모두 도퍼였다. 사실상 습격한 인원 6명 모두 도퍼일 가능성이 높았다.

거기다가 이런 소란 속에서도 주위는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마치 이곳만이 다른 공간인 것처럼.

“크윽.”

거기다가 알렉스 루엘이 신음을 내며 무릎을 꿇었다. 공포에 질려서가 아니다. 무언가가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공간장악 같은 건가? 잔재주가 많은 녀석이군.”

경호원이 쓴웃음 지으면서 중얼거렸다.

전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양쪽에서 총성을 울려대고 그 비명의 방향은 알렉스를 향해 있었다. 젠장. 경호원은 하는 수 없이 몸을 던졌다. 자신의 몸으로 알렉스를 완전히 덮었다. 총성이 무수히 많은 총알이 경호원을 훑고 지나갔지만. 무사히 막아냈다. 그때 경호원의 몸에 손을 대는 한 남자가 있었다.

“이런 잔재주는 어떨까요?”

그 귓가에서 중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경호원은 힘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신체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전 탱커능력 흡수할 때가 제일 좋더라고요. 풍선이 줄어드는 거 같아.”

능력흡수. 경호원은 머리가 터져나갈 거 같았다. 공간장악. 계속되는 초능력. 도퍼 능력으로 치고받고 싸우기만 했던 경호원이 감당하기 힘들었다.

이대로라면 능력을 잃고 무력화된다.

그렇게 판단한 경호원은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했다.

힘겹게 안쪽주머니에서 캡슐을 꺼내서 움켜지었다. 그러자 그 안에 갇혀있던 물질이 터져 나왔다. 기분 나쁘게 끈적거리는 물질에 경호원이 힘을 집중하자. 기다랗게 늘어났다. 그 물질은 딱딱하게 천장까지 늘어나는가 싶더니만. 천장에 닿기 전에 허공 어딘가에 가로막힌 듯 틱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갑자기 그곳을 중심으로 무수히 많은 균열이 생긴 뒤 깨져버렸다.

“이런 젠장.”

예상치 못한 상황에 앞쪽에 있던 남자가 뛰어왔다. 칼을 든 남자 둘도 쫓아왔다. 경호원이 캡슐에 준 힘을 빼자. 펑하는 소리와 함께 막대기가 터졌다. 터진 물질은 시커먼 연기로 변해 자욱하게 퍼졌다. 습격자들은 목표에 다가가려 했지만. 이 연기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질량을 가진 듯 헤치고 나가기 힘들었다.

“알렉스. 알렉스. 정신 차리세요.”

경호원이 몇 번이나 뺨을 때리고서야 알렉스가 경호원을 쳐다봤다.

“주신 거 효과 좋은데요? 근데 아직 채 2분이 안 됐네요. 죄송합니다.”

“폴...”

알렉스가 경호원의 이름을 나직이 불렀다. 책망하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폴은 그런 알렉스를 몸통을 안아 들고 왼쪽으로 온 힘을 다해 냅다 던졌다.

“그럼. 가르쳐드린 데로. 낙법에 주의하십시오.”

*****

폴에게 던져진 알렉스는 한참을 굴러간 다음 벽에 부딪혀 멈췄다. 고개를 들어보니 비상구 앞이었다. 폴이 그것까지 예상하고 자신을 구해준 것이리라. 그런 고생을 헛되이 하지 않게 하는 최선은. 자신의 생명을 보전하는 것이라는 걸 알렉스는 잘 알고 있었다.

알렉스는 비상구로 들어갔다.

그때 겨우 가라앉은 검은안개속에서 알렉스를 놓친걸 확인한 습격자들이 쫓아왔다. 알렉스는 지하로 굴러떨어지듯이 뛰어 내려갔다. 위쪽은 아수라장이 됐다. 외부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만든 공간이 깨진 뒤에 울리는 총성 때문에 이리라.

비상구를 연결하는 곳의 문을 열고 넓은 곳으로 뛰쳐나갔다. 앞으로 1분여 정도만 더 버티면 된다. 그전에 알렉스가 인질이라도 되어버리면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돈 많은 것 빼면 신체는 평범한 일반인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까.

위쪽에서 습격자들이 뛰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다급히 뛰어가니까. 지하에 있던 뷔페식당이 보였다. 블랙마켓에 오는 손님 외에 다른 손님은 없을 테지만. 호텔에서는 평소와 다름없는 음식을 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넓은 식당 홀은 비어있는 상태. 거기에 유일하게 혼자서 접시에 잔뜩 닭다리를 쌓아놓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소유언니는 잠깐 전화받으러 가서는 왜 이렇게 안 와? 나도 다 먹고 나서 오빠한테 전화해봐야지.”

아까 입장할 때 들었던 한국여자의 목소리였다. 알렉스는 여자의 여유로운 모습에 안심하고 재빨리 지나치려 했다. 그때 알렉스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때 습격자들이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홀을 끝까지 뛰어가면 눈치챌 상황. 하는 수 없이 알렉스는 몸을 숙여 다현이 쓰고 있는 옆 테이블 밑에 몸을 숨겼다.

숨으면서도 알렉스는 식은땀을 흘렸다. 저 여자가 습격자들에게 협박을 당하고 자신의 위치를 말하면 끝이다. 라는 덜 알 수 있었다. 강단이 있어 보이는 여자였지만. 총구를 들이밀어도 저런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렇게 타인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는 건 질색이야.’

알렉스가 그렇게 생각하며 쓴웃음을 짓고 있을 때. 추격자들이 식당 홀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추격자들은 두리번거리면서 알렉스를 찾다가 다현이 있는 걸 보고 뛰어서 다가왔다.

다현에게 총구를 겨누고 알렉스의 행방을 채 묻기도 전에 다현이 손에 들고 있던 닭다리를 흔들면서 불쾌하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아니. 아저씨들 왜 소란이에요? 여기 식당에서는 다들 뛰어다니나. 정신 사나워서 밥을 먹을 수가 없네.”

습격자들은 한국말도 떠드는 다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단지 뉘앙스 상으론 화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점이 습격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총을 겨누진 않았지만. 총을 들고 있는 자신들 앞에? 그렇게 생각하니 이렇게 큰소리치는 건 이건 화내고 있다기보다는 마치 자신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처럼 보이는 거 같았다.

어쨌든. 습격자들은 다현에게 질문했다.

“혹시 여기 지나가는 사람 못 봤나?”

“화장실이요? 화장실은 저쪽이에요.”

다현의 즉답. 습격자는 다현이 일말의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걸 보고 다현이 가리키는 데로 왼쪽의 작은 통로 쪽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고 다현은 불쾌하다는 듯이 구시렁거렸다.

“고맙다는 말도 없이 가버리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이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알렉스는 실소를 머금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이 여자가 자신의 목숨을 구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때 알렉스의 손목에서 짧게 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3분이 되었네요.”

“네? 한국말 잘하네요. 한국인이세요? 재미교포? 잘생긴 걸 보니 혼혈인가?”

쉴 새 없이 떠드는 다현을 보고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한결 여유로워진 표정이었다.

“아뇨. 그냥 취미로 배워둔 것뿐입니다.”

그 말을 한 뒤 긴장이 풀린 알렉스는 의자를 빼서 다현의 옆에 털썩 앉았다. 그걸 본 다현이 또 잔소리했다.

“아니 동석해도 되느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왜 옆에 앉아요? 이렇게 자리가 많이 비어있구만. 정말 미국사람들 매너 똥이네 똥.”

똥이라니.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대우였다. 어디 가나 알렉스가 원하는 자리면 비켜야 했고, 오히려 옆에서 한마디라도 건네려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다.

여자? 손끝 하나만 되면 그대로 무장해제 시키는 건 일도 아니었다.

“불편하시다면 일어서겠습니다.”

알렉스가 짐짓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몸을 일으키자. 다현이 알렉스의 팔목을 잡았다. 그리고

“아뇨 기왕 앉았는데 이거나 들어요.”

다현은 알렉스에게 치킨을 권했다. 직접 손으로 집어든 채였다. 알렉스가 거절하려던 차에 입구 쪽에서 한무리의 특수요원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그들은 알렉스와 눈이 마주친 뒤 알렉스가 눈짓하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습격자들이 사라진 통로였다. 그리고 이내 우당 탕탕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 고급호텔 맞아요? 왜 이렇게 시끄럽고 어수선하데요?”

“그렇죠? 정말이지 소란스러운 밤이죠?”

알렉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현이 내민 닭다리를 받아서 물어뜯었다.

*****

“생명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알렉스가 밖의 풍경을 보며 중얼거렸다. 뉴욕에서 제일 고층빌딩인 자신의 성을 따서 만든 루엘타워의 꼭대기 끝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절경이었다. 복잡한 건물이 거대한 장난감처럼 보였다.

뒤쪽에 세바스찬이 그림자처럼 대기하고 있었지만. 딱히 그에게 해답을 구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전날 밤 알렉스 루엘을 습격한 자들을 톡톡한 대가를 치렀다. 대부분 현장에서 사살되거나 체포됐다. 한 명은 도망쳤지만. 일부러였다. 배후세력을 알아내기 위함이었다.

알렉스는 어제 습격자들을 봤을 때. 대략 배후세력을 짐작하고 있었다. 특이체를 여럿 보유한 도퍼 범죄자 집단은 단 한 곳밖에 없으니까.

다행히 경호원이었던 폴은 생명에 지장이 없이 힐러들의 치료를 받고 벌써 거동을 하고 있었다.

‘이런 추태를 보이다니.’

방심했었다.

일본이 보증하는 블랙마켓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것은 주최자인 일본의 얼굴에 먹칠하는 것. 당장에 블랙마켓에서 영구 퇴출당하는 것만 해도 막대한 불이익이 될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서 최고 VVIP 엮던 자를 습격한다?

솔직히 그 부분은 예상 못 했다.

지금 그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내 생명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모든 생명의 가치는 동등하다. 알렉스 루엘은 자신이 부자라고 해서 좀 더 가치 있는 생명이라고 주장하는 배금주의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모두 동등한 만큼. 생명은 스스로에게 그 가치는 그 전부나 다름없었다.

특히나 종교나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 알렉스 루엘에는 현재만이 모든 가치의 전부.

이번 사건에 생명의 은인이라고 하면 다현이었다. 다른 이들은 평소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돈을 주고 있는 계약관계라서 문제없었다. 예를 들어 폴이 그 상황에서 죽었다고 하더라도 애도를 표시하겠지만. 이런 부채의식을 느끼지 않을 터였다.

문제는.

알렉스 루엘 자신이었다.

루엘가의 가주.

전 세계 경제를 아니 이제는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거대기업 루엘의 체어맨.

원한다면 빌딩 아래에 보이는 모든 땅을 살 수도 있었다.

‘이렇게 대단한 나의 생명을 구했으니 어떻게 보답한단 말인가?’

돈?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자신의 가치가 겨우 돈으로 환산될 것인가? 아니, 이미 결정은 해둔 상태였다. 평생 자신의 생명을 바쳐서 보답한다고. 그렇게 결정했다. 이 알렉스 루엘 자신이.

“세바스찬. 준비는?”

알렉스 루엘이 부르자. 세바스찬은 손에 들고 있던 상자를 내밀었다. 화려한 장식이 되어있는 상자의 뚜껑을 여니까. 찬란한 광채가 세져 나왔다.

최고급 세계에 하나뿐인 67캐럿의 핑크다이아 반지였다.

이 정도면 알렉스 루엘이 청혼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반지였다.

“그녀를 루엘가의 안주인으로 맞아들인다.”

자신의 생명을 구한 여자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보은이었다. 이미 유다현과 같이 있던 여성은 정중하게 루엘 타워에 모셔왔다. 그 사건 때문에 뉴델러노 호텔은 봉쇄되었다. 두 여성은 쉽게 납득하고 짐을 옮겨왔다.

최고급 VIP룸에 있는 두 여성은 이제 일어나 곧 아침을 먹고 외출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와 있었다. 세바스찬이 청혼을 하려면 멋진 곳에서 분위기를 잡고 해야 한다는 조언을 했지만.

알렉스 루엘은 자신했다.

이곳 맨해튼에서 자신의 타워보다 멋진 곳은 어디 있으며. 분위기 또한 자신의 존재감이면 충분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밤새 철저한 분석도 했다. 현재 한국여성의 결혼상대 1순위는 돈 많은 남자.

자기 이상 최고의 신랑감도 없으리라.

하지만.

아래층으로 내려가 청혼을 한 알렉스 루엘은 경악했다. 한쪽 무릎을 꿇고 뜨거운 눈빛으로 청혼한 자신에게 유다현이 믿을 수 없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좀...”

그렇게 중얼거린 유다현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돌아서는 것으로 청혼을 거절했다.

============================ 작품 후기 ============================

연참 성공>_<

ps.

현재 바뀐 표지의 주인공은 예상하신대로 수지입니다.

오른쪽 작품 설정 중 [ 두번째 표지 ]를 클릭하시면 더욱 크게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전면에 새끈한 몸매의 수지는 추후 작중에 등장하게될 거구요.

배경에 조조의 스탠드처럼 보이는게 수지의 본 모습의 윤곽입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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