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금전사-49화 (49/113)

< -- 49 회: 10장. 프리 서버 -- >

10장. 프리서버 (4)

‘뭔가 오류가 있나.’

결국, 게임 종료는 포기했다. 다행인 건 불똥이 자신과 같이 게임접속을 안 했다는 것이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이 시간이 지나도 안 나온다면 뭔가 일이 잘못된 걸 눈치챌 것이라 믿었다.

무엇보다 지금 강현에게 제일 난감하게 다가오는 건 캐릭터가 하나도 없는 거였다.

50렙 어태커 ( 외유내강 )

50렙 디펜터 ( 외유내강2 )

50렙 슈터 ( 원샷원킬 )

50렙 서포터 ( 허준화타 )

아직 공개 안 된 직업인 테이머 말고 전 직업 만렙 캐릭터를 찍은 게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만의 하나를 대비해서 컨트롤 헬멧에 게임데이터도 있고, 그 데이터의 백업본도 비밀리에 만들어뒀다.

걱정거리는 다른 데 있었다. 최고 레벨이 50레벨에서 100레벨까지 두 배로 확장되었다고 하는데, 1레벨부터 다시 레벨업을 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서비스 종료 후에 더욱 강해질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만약 50레벨 이상 찍지 못하고 그만둬야 하면 시간 낭비나 다름없었다.

거기다가.

‘이건 게임을 업데이트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새로 만든 거 같은데?’

어쩔 수 없이 들어간 캐릭터 설정 화면은 좀 더 SF스럽게 바뀌어 있었다. 쉘터처럼 보이는 내부에서 캐릭터들을 직업을 선택하게 되어있었다. 근데 그 직업이 기존처럼 어태커, 디펜더, 슈터, 서포터.... 이런 게 아니었다.

‘탱커, 근접딜러, 원거리딜러, 힐러’

직업들의 이름은 기존의 도퍼들의 포지션과 완전히 일치했다. 물론 워낙에 익숙한 이름이어서 게임에서 써도 문제 될 건 없다. 애당초 저런 용어들은 게임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니까.

거기다가 따로 직업별로 캐릭터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시작점에서 얻는 포인트를 분배하는 거였다.

‘하긴. 이래서야 캐릭터가 초기화될 만도 하지.’

이 정도로 다른 게임이라면 이전 데이터와 공유가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 시스템부터 훨씬 다르니까. 거의 새로운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금방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아무리 서비스 재개될 게임이라고 해도. 서비스 재개가 언제 될지도 모르는 게임에 이렇게까지 투자를 해둘 필요가 있을까?

그 점이 강현의 흥미를 자극했다.

일단 밖으로 나가는 시도는 미뤄두고 게임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혹시 모르니 캐릭터 이름은 기존 캐릭터와 겹치지 않게 하면서 대충 [ 1234 ] 이라고 지었다. 그 다음은 포인트는 분배. 처음 분배할 수 있는 포인트는 3.

강현은 혼자서 진행해야 하니 솔로 플레이에 유리할 거 같은 [ 근접 딜러 ] 에 포인트를 몰빵했다. 그러자 캐릭터 이름 앞에 [ 7등급 근접 딜러 ] 칭호가 붙었다.

‘알기 쉬워서 편하긴 한데. 이거 별다른 능력치는 없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강현은 게임에 접속했다.

*****

처음 눈을 뜨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푸른색의 유리창이었다. 눈알을 돌려보니 자신의 몸이 좁은 공간에 갇혀있었다. 순간 게임에 접속할 때 들어간 캡슐이 생각났다.

혹시 게임에 접속하는 동시에 로그아웃이 되었나 싶어서 몸을 움직여봤지만. 움직이면 위험하다는 경고방송과 함께 어딘가에서 번쩍이는 붉은 등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 사이 캡슐은 서서히 움직여서 누워있던 캡슐이 회전해서 똑바로 섰다. 그 후 퓨숙 하는 소리와 함께 캡슐의 문이 열렸다. 그러자 강현은 자신이 있는 곳이 게임 회사의 접속실이 아니라. 여전히 게임 내라는 걸 깨닫고 약간 실망했다.

돌아보니. 자신이 누워있던 캡슐 말고도 수백. 수천 개의 캡슐이 겹겹이 쌓여있고. 크레인이 끊임없이 상하좌우로 움직이면서 필요에 따라 캡슐을 집어넣었다 뺐다가 했다.

강현이 앞쪽에 있는 문에 다가서자 레이저가 강현을 스캔한 뒤에 문이 열렸다. 문밖에는 확실히 [ 몬스터 레이드 온라인 ]이 서비스 종료하기 전의 중세유럽풍 마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곳은 커다란 통로처럼 보였다. 높이는 5미터 가량. 폭은 10미터 정도 될까? 네 방향으로 길이 뚫려있었고. 통로 사이에 간판이 보였다. 통로 안에는 수많은 사람이 자기 할 일을 하며 오가며 있었다.

‘아마 지하겠군.’

강현은 환풍구만 존재하고 창문이 하나도 없는 걸로 그렇게 짐작했다. 어쨌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중세유럽풍의 마을이든, 우주도시건, 지하도시건. 그냥 게임의 배경일 뿐이었다.

‘먼저 해야 할 건 초보자가 받을 수 있는 게임퀘스트를 찾는 것.’

다행히 바로 옆에 강현이 말을 걸어주길 바라듯이 얼쩡거리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비스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사내는 강현이 가까이 가자 태블릿 피시와 강현을 번갈아 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 이번에는 F95 구역에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반가운 소식이야. 이번에 엄마 젖을 떼고 처음으로 전쟁놀이하러 가는 너 같은 녀석에게는 딱 알맞은 준비운동이지. 준비됐어?”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 Yes / No ] 라는 선택 창이 떴다. 강현은 당연히 Yes를 눌렀다.

“좋아. 설정 끝. 이쪽 통로 끝에 첫 번째 게이트 문을 열면 F95 구역으로 가게 될걸세. 얼른 가서 몬스터들을 퇴치하게나.”

그렇게 말한 비스는 강현을 슬쩍 쳐다보고 말을 덧붙였다.

“개인 소지 무기가 없으면 게이트 옆에 기본 지급 무기를 들고 가. 혹시 같이 갈 동료가 있으면 데려가도 좋네.”

강현은 고개를 끄덕인 후에 비스가 알려준 곳으로 향했다. 통로의 끝에는 커다란 문이 보였다. 그리고 옆에는 각종 무기가와 방어구가 진열되어있었다. 무기와 방어구 모두 시커먼 색상이었다. 강현은 가벼운 갑옷을 걸치고, 오른손에는 장검을. 왼쪽 손에는 원형 방패를 들었다.

무기와 방어구를 갖춘 강현의 전신은 검은색이어서 일본의 닌자 모습 같아 보이기도 했다. 장비세트에서 물러나자 위쪽에서 스피커 음성이 들렸다.

-장비에 색상을 입히시겠습니까?

강현은 일단 거절하고 게이트 앞에 섰다. 그러자 게이트는 강현을 스캔한 뒤 이상 없다는 표시로 초록색 등이 점멸된 다음. 문이 옆으로 열렸다. 안쪽에는 일렁이는 어둠이 보였다.

‘역시 예상대로네.’

업데이트된 [ 몬스터 레이드 온라인 ]의 게임이 어떤 형식인지 대략 감이 오는 거 같았다.

강현은 무기를 쥔 손에 힘을 한번 주고 게이트 안쪽으로 뛰어들어갔다.

*****

“유노씨. 남자로서 이야기하기 창피하지만...”

의자의 머리 받침대에 결박된 자신의 팔을 보며 불똥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저 이런 쪽으로는 한 번도 경험 못 해봤으니까. 살살 부탁할게요.”

“뭐?!”

어느새 불똥의 위에서 내려와 싸늘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던 유노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내 불똥의 의도를 이해한 유노가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잇. 아직 정신 못 차렸지.”

그렇게 소리치면서 신고 있던 하이힐의 굽으로 불똥의 발등을 찍었다.

“크읍!”

불똥이 차마 비명은 못 지르겠다는 듯이 입안으로 참아 넘겼다. 그리고는 이내 실실 웃으면서 유노에게 애원했다.

“제발 유노씨. 저 처음이니까. 살살해달라니까요. 그 제가 호칭을 제대로 안 불러서 그런 건가요? 유노여왕님이라고 부를까요? 아니면 그냥 여왕님?”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참다못한 유노가 소리를 빽 지르고 불똥을 걷어찼다.

“아니. 왜 그러시는 거예요. 아프잖아요.”

“아프라고 때렸다 왜. 이 변태뚱돼지가 상황파악도 못 하고.”

“상황파악?”

“그래. 너 불똥이랑. 저 안에 틀어박혀 있는 아크로드랑 이제 내 손안에 달린 목숨이라고.”

서슬 퍼렇게 악을 쓰는 유노를 보고 불똥은 그제야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낌새를 눈치챘다. 정색하고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저 캡슐은 내가 못 나오게 잠가버렸고. 너도 이렇게 묶여버렸잖아? 거기다가 너희 같은 게임 폐인들을 찾으러 당분간 올 사람도 없고. 서서히 괴롭히다가 죽여주지.”

유노는 정말 신이 난다는 말투로 이야기했다. 입가에는 일그러진 미소가 걸려있었다.

“왜? 그러는 거야? 여기 잠깐 접속해주고 1억이나 챙겼으면 됐잖아.”

“지금 돈이 중요해? 오랜 원한을 풀 수 있을 절호의 기회인데?”

“원한이라니...무슨.”

불똥의 물음에 유노가 눈을 감고 회상하듯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예전에 했던 더월드 생각 안 나? 내가 사진까지 인증했더니. 플레이어들이 여성 플레이어 떴다고 얼마나 떠받들어줬었는데. 그때는 완전히 내 세상이었지. 너와 아크 로드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

“주위에 날 떠받들어주는 플레이어들을 비웃고. 열 받은 플레이어들이 피케이 거니까 다 죽여버렸지. 그래도 예쁜 내가 좀 참자고 생각해서 친해지려고 말을 걸었더니. 징그럽다면서 죽이고. 그래도 꾸욱 참고 다시 인사했더니. 변태 같다면서 죽이고. 그 뒤로 마주치기만 하면 아직도 게임 하냐면서 죽였었지.

그 뒤로 다른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비웃은 줄 알아? 떠받들어주는 사람들도 다 사라지고. 결국에는 게임을 접을 수밖에 없었어.”

“그야. 아크로드 형이 그런 성격인걸 어떻게 해?”

블똥도 그때를 떠올리면 왜 그랬지 싶을 정도로 그때의 강현은 거침없이 척살하고 다녔었다. 그나마 불똥은 괜찮았었던 게 여자 캐릭터를 쓰더라도. 강현에게 저 사실 남자예요 라고 고백하면 넘어가 주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여자라고 우기는 애들은 볼 때마다 죽여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죽인 플레이어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래서 강현도 불똥도 유노를 기억 못 했던 거였다.

실제로 몇 명은 그렇게 당하고 나서 더럽다면서 현피뜨자고 나온 ‘남자’ 플레이어들도 있었기 때문에 강현의 행동은 멈출 줄 몰랐다.

“어쨌거나. 이제는 내가 복수할 차례야.”

“어쩌려구...”

“원래라면 둘이서 그 좋아죽는 게임 속에서 못 빠져나오게 해 게임 안에서 말라죽게 할 생각이었는데. 글쎄 어쩔까?”

유노는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완전히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어이없게 죽는 건 불똥도 저 캡슐 안에 있는 아크로드형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어차피 게임 난이도는 최고로 해뒀으니까. 실컷 고생할 테니. 아참 그렇게 게임 잘한다고 거들먹거렸으니까. 좀 더 패널티를 줄까? 죽으면 그대로 게임엔드가 아니라. 인생엔드로 말이지.”

금방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아랫도리에 피가 쏠리게 하면서 턱살을 간질이던 유노는 어디로 갔는지. 미친년 마냥 킬킬거리고 있었다.

“잠깐! 제안할 게 있어.”

참다못한 불똥이 유노를 불렀다. 유노는 자신의 망상이 깨지자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불똥을 내려다봤다.

“나도 사실 아크로드형..아니 저 새끼한테 원한이 많거든. 나도 넷카마라고 처음에 얼마나 많이 맞았는데.”

“넷카마 맞잖아.”

“어쨌든. 지금도 게임 밖인데도 자기 부하처럼 부려 먹는 거 봤잖아.”

“그래서 어쩌자구?”

불똥은 속으로 한숨 돌렸다. 이렇게 되묻는다는 건 자신의 제안에 관심 있다는 표시. 지금부터는 어떻게 최대한 매력적인 제안을 이 미친년 앞에 하는가에 따라 달렸다.

“너도 이렇게 사람 죽여놓고 어떻게 할 생각이었어? 복수만 하면 끝인 거야?”

“그야...”

그 뒤로 별다른 대꾸가 없는 걸 보고 유노가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저지른 일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저 형이 사실 엄청나게 부자거든. 도퍼란 말야. 그것도 엄청 센 도퍼. 저 카드에만 있는 돈만 해도 100억이 넘어.”

“....정말?”

“그러니까 내가 아는 루트로 돈세탁하면 절반은 건질 수 있거든. 그걸 반띵하자.”

“...”

유노가 뭔가를 생각하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걸 보고 불똥은 한 발짝만 더 내딛으면 될 거로 생각하고 조건을 대폭 상향했다. 조건이야 어떻게 되든 일단 이곳에서의 위기만 벗어나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터였다.

“아니. 난 수수료로 10%만 받을 테니까. 어때?”

“근데 그 루트라는 게 어딘데?”

“게임 작업장이야. 앗.”

불똥은 말하고서도 아차 싶었다. 아무리 이런 상황이라고 해도 GM에게 게임작업장이야기를 하다니.

“그러고 보니 생각났다. 이 게임 말아먹은 게 너희도 한몫했지?”

“아니. 그건 오해야.”

“어쨌든.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닥쳐. 그리고 그렇게 번거롭게 돈세탁을 않아도 돼. 해외 나가서 잔뜩 긁어버리고 잠적해버리면 되니까. 그런 경우도 종종 있다고 뉴스에서 봤거든.”

불똥이 그 말에 말도 안 되는 미친 소리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유노가 하이힐을 벗어서 뺨을 휘갈기는 바람에 눈물을 흘리며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아크로드 형 죄송해요. 실패했어요.’

============================ 작품 후기 ============================

저는 주말에도 쉼없이 일해야되네요...ㅠㅠ

독자여러분이라도 저대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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