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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금전사-45화 (4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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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서브웨이 스트리트(6)

채찍은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불꽃을 머금은 채 강현에게 달려든 채찍은 강현의 목을 휘감았다. 채찍을 휘두른 마영석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크크. 큰소리친 것치고는 꼼짝도 못 하잖아!”

그 모습에 다들 깜짝 놀랐다. 누가 봐도 강현과 마영석은 채찍이 닿을 거리에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채찍의 끝에서부터 나온 불꽃이 기다랗게 뿜어져 나온 것이었다.

이름 하여 마영석의 화염채찍.

이 공격의 강력함과 잔인함이 그가 이 부평 서브웨이를 지배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그가 다루는 채찍은 불꽃을 일으키면서 적을 휘감은 다음 불태워버린다. 손목이나 발목에 휘감기면 순식간에 절단해버린다. 물론, 절단 후에 이어지는 화염 덕분에 상대를 더욱 고통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절단된 손목이나 발목도 다시 붙일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목에라도 감기는 날에는 일격필살이었다.

거기다가 사정거리 또한 시야에 닿는 이상 불꽃을 이용해 계속해서 확장할 수 있었기에 채찍의 길이로 가늠할 수 없었다. 그 의외성에 혀를 찔린 적들은 모두 불태워졌다.

“역시 단번에 끊어 낼 수는 없는군.”

불꽃채찍이 강현의 목을 감기는 했지만. 평소와는 달랐다. 지금쯤이면 머리통을 끊어낸 채로 불타올라서 인간 양초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도퍼중에서도 급이 높은 능력자들은 그걸 버텨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화염강화!”

마영석의 기합과 함께. 전신이 불길에 휩싸였다. 평소 선텐한듯한 짙은 갈색의 피부는 이 기술을 쓸 때마다 피부가 그을려서였다. 시전자 자신도 아슬아슬하게 손해 입을 만큼 강력한 화염이었다. 이 화염을 채찍을 따라서 내보내자. 강현의 전신이 불타올랐다.

“강현님!”

“괜찮으삼?”

“유강현!”

깜짝 놀란 강현의 일행들이 소리쳤다. 그 불꽃 속에서 강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차라리 이쪽을 상대하는 게 마음 편해”

강현은 자신의 목에 감긴 불꽃채찍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으로 잡아서 잡아당겼다. 그러자 불꽃채찍이 그대로 소멸 됐다. 그 반동으로 마영석의 자세가 크게 흐트러졌다.

“뭐, 뭐야.”

“뭐긴 뭐야.”

강현이 그렇게 말하면서 재빠르게 달려들었다. 한 발짝. 두 발짝. 세 발짝. 이렇게 크게 내딛으면서 화살처럼 마영석을 향해 쏟아져 갔다. 강현은 주먹을 쥐고 금방 성제에게 했듯이 마영석을 날려버리려 했다.

그때.

탕탕.

클레임 그레이가 어느새 총을 꺼내 강현을 노리고 쐈다. 전류를 먹은 총알은 선명한 궤적을 그리며 강현에게 날아들었다. 강현은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발자국을 딛지 못하고 뒤로 박차면서 빠졌다.

“감사합니다. 클레임님.”

-바보같이. 상대의 강함도 가늠하지 못하는가?

순간 아찔한 경험을 한 마영석이 클레임의 질책에 고개를 숙였다. 어느새 전신의 불을 꺼져있었다.

-쉽지 않은 녀석이야. 퍼스트 도퍼만큼 셀지도 몰라.

“그럴 리가.”

-아니. 지금 네 공격을 견뎌내는 걸 보고 확신했다.

클레임은 강현을 노려봤다. 잔뜩 경계심을 품은 눈초리였다. 강현은 소년처럼 보였던 클레임이 권총을 쏜 걸 보고 조금 놀랐다.

-나도 네 불꽃채찍을 저렇게 정통으로 막을 자신은 없거든.

“그, 그럼 어떻게 합니까?”

클레임의 경우 근딜 포지션이기도 해서 방어력에는 크게 자신 없었다. 아무리 그레이의 특제강화포션을 먹는다고 해도 마영석의 공격을 막아내진 못한다. 다만, 그전에 마영석을 쓰러트릴 수는 있겠지만.

마영석은 클레임의 말에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무리 클레임이 원딜이라고 해도 그레이의 간부. 그 간부가 약한 소리를 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영석의 불안함을 금세 날려버렸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클레임은 전혀 동요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마치 믿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만약 네 화염강화에 나의 전격까지 더해서 강화시키면 그 위력이 얼마나 될까?

클레임의 말에 마영석은 번개가 스쳐 지나간 거 같았다. 2급인 클레임의 전격능력과 4급인 자신의 화염능력을 더하면. 1등급에 준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터였다. 특히나 화염과 냉기라든가 하는 그렇게 상극인 속성도 아니었다.

“그런 수가! 그렇다면 그것은 뇌염강화라고 불러야겠네요.”

흥분한 마영석이 소리쳤다. 그러자 클레임이 점프해서 마영석의 뒤통수를 세게 쳤다.

-쓸데없는 이름은 짓지 말고 집중해. 이쪽에서 선제공격한다.

“네”

클레임 그레이.

코드네임 클레임. 2급 전격계 원딜인 클레임의 특기는. 발사한 탄환에 전기를 실어 유도탄을 만드는 거였다. 혹여나 총알이 빗나가거나 방어하더라도 상대방을 마비시킨다.

거기다가 클레임의 진정한 능력은 EMP. 영역 내의 주변의 전기 기기를 마비시켜 버린다. 이 능력으로 최첨단 방어 시설을 갖춘 수송차량을 습격해 S급 몬스터 코어를 탈취했다.

그뿐만 아니라 영역 내부에서의 전력이동을 자유롭게 해서 다른 도퍼들의 능력에 자신의 힘을 덧붙일 수도 있었다.

클레임이 자신의 영역을 발생시키자. 우웅- 하는 울림소리가 클레임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그걸 본 마영석이 다시 한 번 전신에 불꽃을 일으켜서 호응했다. 그러자 합쳐진 에너지가 스파크를 발하기 시작했다.

“좋아 뇌염강화 성공! 클레임님. 이 정도라면 B급 몬스터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을 겁니다.”

-...그래 좋아. 단번에 공격한다. 채찍과 권총 동시에.

“네. 그러....으악.”

마영석이 비명을 질렀다. 다시 한 번 공격하기 위해 채찍을 뒤로 젖혔을 때. 초록의 빔 라인이 마영석의 손목을 향했다. 화염계 능력자지만 타는 듯한 고통에 바로 채찍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힘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채찍은 손에서 떨어지자마자 불꽃이 사라져버렸다.

“이, 이거 뭐야?”

아슬아슬하게 화염을 전신에 두르고 있던 마영석의 밸런스가 깨어지면서 손목부터 타오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무슨 짓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적한테 준비할 시간을 너무 주는 것 같아서.”

레이저 포인터를 들고 있던 강현이 중얼거렸다. 그 소리를 들은 클레임이 분노의 총알을 쐈다.

-치사한 놈 이거나 먹어라.

탕.탕.

전격을 머금은 총알 두 방이 강현의 얼굴과 심장을 향해 궤적을 그리면서 쏘아졌다. 강현은 레이저 포인터를 거두고 몸을 비틀어 총알을 절묘하게 피했다. 그러고는 발을 박차고 다시 클레임에게 뛰어들어갔다.

하지만 강현을 지나쳤던 총알은 휘어지면서 서로 교차해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는 다시 강현의 뒤를 노렸다.

-방심하다가는 큰코다치지.

클레임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어린 외모 때문에 깔보고 방심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서 총알 정도는 가볍게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도퍼들의 뒤를 노려 쓰러트린 적이 부지기수였다.

“위험하삼!”

수지의 애타는 목소리가 강현의 주의를 끌었다. 하지만 강현은 이미 총알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빠른 해결책 또한 생각하고 있었다. 한 발자국을 더 내디뎌 방향 전환하느라 늦어버린 총알보다 빨리 움직였다. 그 도착점은 클레임의 바로 앞.

“어린애가 이런거 가지고 놀면 안 되지.”

강현은 클레임에게 손을 뻗어 권총을 뺐었다. 클레임이 당황하자 총알이 방향을 잃고 멋대로 흩어졌다.

-어린애 취급하지 마. 이래 봬도 21살이다.

클레임이 날선 눈으로 자신의 총을 되찾으려고 손을 뻗을 때. 강현이 그 모습을 보고 이죽거려지면서 펀치를 날렸다.

“그렇다면 마음 놓고 때려눕혀 주지.”

-치사한. 이미 때려놓고.

퍼억하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마지막 말을 흩뿌리면서 클레임이 성제가 날아간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 모습을 보고 모두 입을 떡하니 벌렸다.

“저 정도 능력자를 순식간에. 이건 제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보다 훨씬 위네요.”

“역시 강현이 짱이삼!”

“대, 대단하구먼.”

“흥. 이번에는 제대로 싸우잖아?”

지우의 말에 강현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피라미들을 찍어누르는 것보다 센척하는 녀석을 짓밟는 데는 죄책감이 덜 든다는 것을.

강현이 이쪽으로 보고 잔뜩 겁을 집어먹고 있는 마영석의 부하들을 향해 목소리를 한껏 깔고 도발했다.

“너희도 덤빌 테냐?

그 말에 부하들은 자지러지며 도망쳤다.

“으히히힉”

“괴물이다. 괴물이야.”

순식간에 통로에 사람이 썰물 빠지듯 사라졌다. 남아있는 건 전신화상을 입고 기절해 있는 마영석과 고통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클레임 뿐이었다.

*****

“성제는 어디로 간 거지?”

“부하들 틈에 끼어서 도망친 거 아니삼?”

주변을 둘러봤지만. 도통 보이질 않았다.

‘어쩐지 날려보낸 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안 보이나 싶었더니.’

강현이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실수였다. 충분히 주변의 부하들이 힐로 치료할 수 있는 시간을 두고 어디로 갔는지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다.

“젠장. 성제를 잡으러 가요.”

강현이 부하들이 도망친 방향으로 뛰쳐나가려고 할 때. 클레임이 크윽. 하는 소리와 함께. 피를 울컥 쏟아냈다. 그런 다음에 손에 들고 있던 병을 내던지고 재빨리 밀실 쪽으로 달아났다.

“클레임부터 잡아야 해요.”

그 모습을 보고 채영이 다급한 목소리를 내며 뛰어갔다. 부하들이 사라진 반대방향이었다. 그 뒤를 이어서 태훈이 뒤쫓았다. 강현은 수지와 지우가 자신을 따라갈 생각으로 쳐다보고 있는 걸 보고. 일단 채영을 쫓아가기로 했다.

“젠장. 채영씨 따라갑시다.”

그때 지우가 클레임이 떨어트린 병을 슬쩍 주워들었다. 작은 유리병은 이미 비어있었다.

“이건 뭐지?”

“그레이들의 특제회복약이에요!”

채영이 총을 쏘며 클레임을 쫓는 와중에도 힐끔 보고 알려주었다.

‘게임 안의 포션 같은 건가? 확실히 힐러가 없을 때. 이런 게 있으면 편하겠어.’

그런 생각을 하며 강현도 재빨리 뒤쫓아갔다. 클레임은 무슨 수를 쓰고 있는 건지. 바닥에 미끄러지듯이 달아나고 있었다. 채영이 점점 처지는 걸 강현이 제치고 쫓았다.

앞으로 몇 걸음이면 클레임의 목덜미를 낚아챌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때. 클레임이 재빨리 앞으로 몇 바퀴 구르면서 밀실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강현이 혀를 차며 밀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클레임이 백팩을 움켜지고는 광소를 터트렸다.

-크크크크크 이 멍청한 녀석들. 최후의 최후까지. 숨통을 안 끊으니까 바보같이 지는 거다!

“무슨 소리하는 거야?

강현이 난데없는 클레임의 모습에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그때 뒤늦게 도착한 채영이 클레임의 손에든 백팩을 보고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안돼!”

-늦었다. 원래라면 북한까지 올라가서 터트려버릴까 했지만. 어차피 이곳도 털린 이상. 여기에 터트려버려도 상관없어!

클레임의 말에 심각함을 느낀 강현과 다른 사람들이 채영을 쳐다봤다. 채영이 파리해진 안색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설명을 시작했다.

“저 백팩안에 S급 몬스터 코어가 들어있습니다.”

S급 몬스터 코어. 강현들은 채영의 말에 경악했다. 강현도 A급 몬스터 코어를 얻고 100억 가까이 받았는데. S급이라니 엄두도 나지 않았다. 이걸 이 꼬맹이가 들고 있었다고? 그리고 채영의 이어지는 충격적인 말에 더욱 놀랐다.

“그리고 클레임은 지금 저 S급 몬스터 코어로 만든 폭탄을 터트릴 생각입니다.”

“이런.”

그 말에 망설임 없이 움직인 것은 강현이었다. 흔히 티비에서 광고하는 몬스터 코어로 생산되는 전력량을 생각해봐도 S급 몬스터 코어로 만든 폭탄이라면. 도시 하나는 가볍게 날려버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최대 속도를 내서 백팩에 다가갔다. 손만 뻗으면 낚아챌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백팩을 손에 쥐고 있던 클레임 쪽이 힘을 가하는 게 더 빨랐다.

-늦었어.

승리를 선언하는 클레임의 목소리가 장착하고 있는 스피커에서 나직이 흘러나왔다. 클레임의 손끝에서부터 튀어나오는 전기가 백팩을 휘감았다.

원래라면 폭탄을 작동하는데 복잡한 장치가 필요하지만. 클레임이라면 해제하는 건 안되더라도 폭발시켜버리는 건 힘을 가하는 것만으로 단숨에 작동시킬 수 있었다.

펑!

밀실을 가득 채운 소리에 다들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거대한 폭발로 인한 충격파나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강현이 눈을 뜨니 클레임의 손에 있는 백팩이 전기 충격에 갈기갈기 찢어져 있는 게 보였다. 어디에도 폭탄처럼 보이는 쇠붙이나. 몬스터 코어의 파편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클레임은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경악하고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 작품 후기 ============================

업데이트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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