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금전사-25화 (25/113)

< -- 25 회: 6장. 다크 게이머 -- >

6장. 다크 게이머(1)

“모험자님 감사합니다. 이걸로 내일 시험 칠 때, 모르는 답도 걱정 없겠어요.”

NPC 캐릭터인 마을 소년이 채영이 건네준. 찍기 운을 높여준다는 [ 행운의 토끼 발 ]을 가지고 빙긋 웃었다.

“모험자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다음에도 곤란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불러주시길.”

겸손하게 대답한 채영은 몸을 휙 돌렸다. 그러자 그녀의 현실의 신체와 가장 괴리감이 큰 가슴이 반동으로 크게 흔들렸다. 갑옷을 입고 있었어도 그 아름다움이 바래지 않길 바랐던 제작진의 배려 탓인지 그 모습은 꽤나 볼만했다.

‘그나저나 이제 완전히 역할에 몰입을 하게 됐군.’

강현은 황급히 채영의 뒤를 따라가면서 생각했다. 이제 채영은 [ 몬스터 레이드 온라인 ] 게임의 모험자로서 살아가고 있었다. 이제는 하루에 게임 밖에서 도우미 권채영으로 보내는 시간보다 게임 안에서 어태커 권채영으로 보내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이걸로 이 마을의 퀘스트도 끝인가?”

강현은 쯔바이마을을 둘러봤다. 퀘스트를 안 하고 지나칠 때 지저분하게 보였던 마을 사람들의 아이콘 표시가 깨끗하게 사라져있었다. 딱히 보상은 아니지만. 마을 사람들의 표정도 하나같이 밝게 바뀌어있었다.

“그래도 퀘스트를 여러 개 동시에 받아서 진행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

첫 번째 마을인 아인마을에서는 초보자 플레이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 퀘스트를 동시에 받는 게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두 번째 마을에서는 가능했는데, 나오는 몬스터도 빅래빗과 빅터들. 이렇게 두 종류이기도 해서 사냥 퀘스트만 해도 충분히 두 종류의 퀘스트를 받을 수 있었다. 거기다 몬스터 퇴치와 아이템 획득 퀘스트를 동시에 진행하면 못해도 서너 개의 퀘스트는 충분히 병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채영에게 그렇게 제안하자

“일을 끝내놓지 않고 새로운 일을 받는다니 안됩니다.”

라며 채영의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덕분에 모든 퀘스트를 차근차근 마친 지금에는 어태커 권채영의 레벨은 25레벨. 유강현의 서포터 캐릭터인 허준화타의 레벨은 26레벨이 되었다.

------------------------------------------

-캐릭터창 설명-

허준화타 ( Lv 26 / 직업 : 서포터 )

스킬 ? 치유, 상태이상 회복, 버프(공격력 강화),

버프(방어력 강화), 광역치유

주요장비 - 다마공(보주/레어등급)

권채영 ( Lv 25 / 직업 : 어태커  )

스킬 - 스매쉬, 파워차지. 하이점프. 버프(공격력 강화),

스플래쉬 스매쉬

주요장비 ? 롱소드(검/일반등급)

------------------------------------------

현재 [ 몬스터 레이드 온라인 ]의 경우 만렙이 50레벨까지 밖에 풀리지 않았다. 그 때문에 필요 경험치가 늘어나서인지 레벨업이 점점 더디게 느껴졌다.

“허준화타님. 얼른 세 번째 마을로 가야죠. 드라이 마을이었죠? 거기는 또 어떤 퀘스트가 있을까요?”

레벨업보다는 퀘스트에 열중하는 채영은 벌써 다음 마을이 기대되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퀘스트의 대부분은 채영이 앞장서서 해결했고, 몬스터를 사냥할 때에도 그냥 뒤에서 힐만 해줘도 전혀 불평불만이 없었다.

“글쎄. 거기에는 퀘스트도 퀘스트지만. 드디어 그게 있지. 보스 몬스터.”

이제까지 게임의 몬스터라고 해봤자 캐릭터보다 작거나 비슷한 크기의 몬스터뿐이었지만. 세 번 째 마을부터 드디어 [ 몬스터 레이드 온라인 ]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몬스터가 등장한다. 여러 명이 파티를 짜서 퇴치해야 하는 보스 몬스터가 출현하는 것이다.

“그거 흥미롭겠네요.”

채영은 눈을 반짝이면서 기대감을 표시했다. 강현은 그 모습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다음 마을에 가게 되면 이제 슬슬 게임 내의 삭막함도 알게 되리라.

그때. 시스템 메시지가 도착했다.

- 유저님께서 신고하신 건이 현재 처리 중으로 상태가 변경되었습니다.

강현이 스노우 화이트건으로 예의 그 남자를 신고한 사건이 드디어 접수 완료된 모양이었다. 아마 스노우 화이트가 접속해 진술하면. 계정삭제뿐만 아니라 원한다면 이걸 증거로 민사소송까지 걸 수 있었다. 거기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지만.

물론, 게임상에서 진술이라고 해서 병신같은 성범죄 피해자 진술처럼 하지는 않고 어디까지나 접속해서 자신의 게임데이터 로그를 이용해도 괜찮다는 동의를 하는 절차였다.

강현은 늘 하듯이 같은 파티원 끼리 할 수 있는 기능 중 하나인. [ 따라가기 ] 기능을 활성화했다. 이러면 전투가 벌어지지 않는 이상 채영이 이동 장비를 이동해서 세 번째 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다른 일을 편하게 할 수 있을 터였다.

‘이것보다 좋은 탈것은 없지... 그보다 스노우 화이트한테 연락해야지.’

강현은 메신저 창을 열었다. 그 빈약한 주소록 목록에는 권채영과 스노우화이트 밖에 없어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

로즈 길드.

그 본거지는 드라이 마을 근처의 지하 동굴에 있었다. 영속광으로 밝힌 동굴 내부에는 2m는 족히 넘는 거구의 사내가 씩씩거리면서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 사내가 발을 한번 놀릴 때마다 퍽 하며 고깃덩어리를 차는 소리가 연신 동굴을 울렸다.

“이 새끼가 무슨 배짱으로 여길 기어들어와?”

“맞아 맞아”

이어서 옆에 있던 젓가락 마냥 비쩍 마른 사내가 동의하면서 이어서 발길질을 했다.

“크어으윽”

그 두 사람에게 연신 얻어터지고 있던 남자는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기본 외모와 기본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갓 캐릭터를 만든 초보자 캐릭터였다.

“커큭. 그, 그게 아니야.”

“뭐가 아니야? 리얼페이스 스캔한 죽여주는 여캐가 있다고 해서 레이드 도중에 부리나케 쫓아갔더니만 허탕 치게 만들었잖아!”

“맞아 맞아”

초보자가 제발 그만 때리라며 손을 내저어봤다. 하지만 그게 거구의 화를 더 돋웠는지 발길질에 힘이 들어갈 뿐이다. 참다못한 초보자가 최후의 힘을 모아 악을 썼다.

“젠장! 나도 당했다고! 그 녀석이 그렇게 셀 줄은 몰랐단 말야!”

“그걸 변명이라고 해? 우리가 올 때까지 끝까지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물고 늘어졌어야지.”

“맞아 맞아.”

“우리도 우리지만. 보스가 얼마나 실망하셨다고”

“맞아 맞아.”

거부는 뒤쪽을 힐끔 쳐다보면서 초보자의 배에 커다란 발을 턱 하니 올려 꽉 눌렀다. 초보자는 고통 때문에 연신 기침을 해댔다.

여기까지 오느라 새 캐릭터를 만들어서 지나가는 고렙플레이어에게 현금까지 쥐여주고 여기까지 데려다 달라고 사정했다. 그런 고생이 까지 했는데 도통 말을 들어줄 기미가 안 보였다.

더는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한 초보자가 그대로 로그아웃하려고 할 때.

기다렸다는 듯이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동굴에 울려 퍼졌다.

“잠깐. 그쯤 해둬.”

동굴의 어둠 속에서 초보자가 얻어터지는 걸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던 여자가 걸어 나왔다.

검은색 가죽끈으로 구성된 코르셋, 가죽 가터벨트에 망사스타킹. 무릎까지 오는 가죽 부츠까지. 본격적인 본디지룩을 한 그 여자의 손에는 단단한 채찍이 들려있었다.

그녀는 이 로즈길드의 마스터. 샤론이었다.

샤론은 홍옥 같은 붉은 눈을 치켜뜨며 채찍을 양손으로 잡아당겼다. 챡! 하는 소리가 위협적 초보자에게 위협적으로 들렸다.

“내빼도 시원찮을 판에 그 더러운 면상을 들이밀고 여기까지 왜 왔는지나 들어나 볼까?”

“맞아맞아.”

젓가락이 맞장구치자마자. 샤론이 젓가락을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채찍을 맞은 젓가락의 비명소리(?)가 동굴에 울려 퍼졌다.

“앗흥.”

“내가 이야기 할 때는 맞아맞아 하지 말랬지?”

샤론이 기분 나쁘다는 투로 젓가락을 내려다봤다. 그러자 납작 엎드린 젓가락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맞아.”

한편 이제 데미지에 의한 고통이 조금 줄어든 초보자가 눈치를 보다가 끼어들었다.

“그 외유내강 그 녀석이. 드라이 마을로 온다고 들었어. 지금은 허준화타라는 부캐를 돌리고 있는데 지금 레벨업 추세라면 금방 30레벨 찍는다고.”

“그래서?”

“뻔하잖아. 30레벨 이상 진행할 때 꼭 필요한 승급 퀘스트를 방해해달라고. 난 그 녀석 때문에 계정정지 당하고 곧 계정삭제 당할 판이야. 덕분에 그 계정의 다른 캐릭터에 모아둔 비싼 장비랑 아이템 같은 거 하나도 못 쓰게 됐다고!”

이 초보자 캐릭터는 예전 스노우화이트를 성폭행하려다가 강현에게 제지당하고, 현재는 게임 시스템상 처벌이 진행 중인 캐릭터의 플레이어였다.

그때의 그 금발 캐릭터는 그저 초보유저를 농락하기 위해서 만든 심심풀이 캐릭터였다.

“병신같이. 그런 짓하고 놀 거라면 부계정으로 했어야지. 콘트롤 헬멧 바꿔쓰기 귀찮다고 하다가 꼴좋다.”

“그건...”

“그래서 우리 길드의 힘을 빌리고 싶다고?”

30레벨 이상 레벨 올리기 위해서는 플레이어들이 해야 할 게임상의 관문이 있다. 그건 다른 마을을 넘어가는 산맥을 가로막고 있는 보스 몬스터 실버울프를 퇴치해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결제도 해야 하지만.

이 로즈 길드는 그 근처에서 길드 건물을 짓고 실버울프를 퇴치하는 걸 주 수익으로 삼고 있었다. 보스 몬스터가 죽은 뒤에는 되게 하루 이상 기다려야 새로 리스폰이 되는데. 계속 망을 보며 기다렸다가 계속해서 독식하고 있었다.

명목상으로는 혼자서 보스 몬스터를 못 잡는 초보유저를 돕는다는 거였지만. 플레이어들이 팀을 짜서 보스 몬스터를 잡으려고 하면 방해하거나 아이템 판정을 유리하게끔 전투를 이끌어 더 퀘스트를 진행 못 하도록 방해했다.

레벨 승급 퀘스트 때문에 실버울프를 사냥하려고 하는 초보플레이어에게는 비싼 아이템이나 골드. 혹은 그에 준하는 현금을 받고서야 자신들의 파티에 끼워줬다.

게임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보스 몬스터의 공략법이 널리 퍼지자. 이렇게 마을 근처에 사냥하기 쉬운 위치에 있는 보스 몬스터는 이런 식으로 독점하는 길드가 나타났다.

로즈는 그런 길드 중에서 최약체에 비교적 한탕 할 때마다 벌어들이는 수익이 적었지만 꽤 많은 플레이어들이 드나드는 곳이라. 꽤나 짭짤했다.

물론, 그런 길드끼리의 카르텔도 있어서 다른 길드의 소개장이 있으면 무사통과 시켜줄 때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얻는 이익은 뭔데?”

“내, 내가 현금을 줄게. 100만원이면 되겠어?.”

초보자가 제시한 금액에 옆에 있던 거구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겨우 보복한다고 그런 큰돈을 낸다고?”

“맞아맞아.”

거구의 옆에 있던 젓가락도 맞장구쳤다.

초보자는 그런 거구를 썩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아마 그 새끼 잡아 족치면 그 계집애 연락처를 알지도 몰라. 그 사건 뒤로 도통 접속을 않거든.”

“스노우 화이트라고 했지? 그 새끼도 모를 수도 있는 거 아냐?

“그,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 계집을 영영 찾을 수가 없잖아. 다시 꼭 내 이 손에 넣어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릴 거야”

챠악-

초보자와 거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샤론이 시끄럽다는 듯이 허공에 채찍을 휘둘렀다.

“한심한 새끼.”

“......”

샤론의 눈초리가 부담스러운 듯 초보자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어지는 샤론은 의외의 대답을 했다.

“좋아. 네 부탁은 들어주겠다.”

“정말? 고, 고마워.”

한결 얼굴을 핀 초보자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샤론은 그 모습을 보고 여유롭게 웃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들어 브이자를 만들었다.

“대신 대가는 큰 거 두 장이다. 어때?”

“큭.”

“싫으면 꺼져.”

샤론이 더 들을 거 없다는 듯이 몸을 휘돌리자. 초보자가 매달려왔다.

“아, 알았어. 그러니 제발.”

“돈은 어디로 보내는지 알지?”

“그래 부탁한다.”

그런 말을 하면서 초보자는 동굴 밖으로 나갔다. 동굴 입구의 문이 닫히자 거구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자신의 보스에게 물었다.

이제까지처럼 퀘스트를 적당히 못 하게 막고 푼돈을 받아 챙기는 것 정도는 별문제 없이 넘어갔다. 하지만 완전히 못 하게 틀어막는 건 문제가 커질 가능성도 있을 터였다.

“형...아니 보스. 정말 저 녀석 말대로 할 거요?”

“돈 준다는데 못 할 일 없지. 안 그래? 그보다 겜할때는 형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맞아...힉”

젓가락이 맞장구치려다가 거구와 샤론이 노려보는 걸 보고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보다 궁금하지 않아? 아무 여자나 구멍만 있으면 쑤셔대던 녀석이 저 정도로 미쳐가지고 집착하는 여자의 정체 말이야.”

“그냥 복수심 아닌가요?”

“바보 녀석. 그 녀석 눈 돌아간 거 못 봤어? 그건 정욕이야.”

샤론은 금방까지 매달리던 초보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뭔가 매료된듯한 그 모습이 샤론의 흥미를 끌었다.

“어쨌든. 맛있는 여자라면 내가 먹어치워 버릴 테지만.”

샤론은 아무도 들리지 않게 중얼거리면서 혀를 기다랗게 내어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 작품 후기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