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8 회: 4장. 스노우 화이트 -- >
4장. 스노우 화이트 (2)
‘귀찮게 됐네.’
강현이 한숨을 쉬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숨어있던 강현의 정체가 일반 플레이어의 모습인 걸 보고는 안심한 듯. 다시 검을 집어넣었다.
그러다 자기 발밑으로 굴러온 [ 몬스터 코어 ]를 집어들고 살펴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몬스터 코어 아냐? 아직도 이거 현질하는 사람 처음 봤네. 스노우화이트님 이거 아세요?”
“...아뇨.”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초리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남자가 신이 난 듯 아이템을 휙휙 던지면서 떠들었다.
“이거 한번 까는데 만 원이나 하거든요. 근데 템은 더럽게 안 나온다고 소문이 자자해요. 그것 때문에 다들 불매운동하고 있는데 아직도 이거 까는 호구가 있다니.”
그러면서 강현을 한심한 듯 쳐다봤다. 최근에 레이드 때문에 바빴던 강현에겐 금시초문이었다.
어차피 강현에게는 단순히 게임 내의 아이템이라는 기능뿐만이 있는 게 아니라서 캐시템이 조금 불합리하다고 해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그거나 돌려주시죠.”
호구라는 말에 기분이 상한 강현은 남자에게 다가가서 몬스터 코어를 빼앗아 인벤토리 안에 거칠게 쑤셔 넣었다.
“그나저나 이 녀석 수상한데요?”
“네?”
“응?”
남자의 말에 강현과 스노우화이트가 동시에 고개를 갸웃했다. 남자는 말을 이으면서 다시 검을 꺼냈다.
“이런 으슥한 곳에 몸을 숨기고 있다니. 혹시나 지나가는 플레이어를 습격하는 나쁜 놈일지도 몰라요.”
“어머나.”
스노우화이트가 강현을 보고 두렵다는 듯. 남자의 뒤로 숨었다. 그러자 남자가 더욱 의기양양해져서 검을 강현에게 들이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강현은 남자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초보자 마을 근처에서 강도질한다고 해봤자. 게임에 갓 접속한 초보자가 가지고 있는 장비나 금화라는 게 뻔한데. 습격해서 얻는 이익보다 차라리 레벨에 맞는 사냥터에서 사냥하는 게 훨씬 효율이 좋을 터였다.
만에 하나 강현이 사람을 죽이는 걸 즐기는 플레이어였다고 해도 무리가 있는 게. 다른 플레이어를 죽이면 페널티로 눈빛에 미치광이처럼 붉은 안광이 생겨서 눈에 띈다.
강현은 이걸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려다가 귀찮아져서 한마디 쏘고 몸을 돌렸다.
“한쪽은 넷카마에 다른 한쪽은 여자라면 사족 못 쓰는 변태. 그쪽보다는 덜 수상하거든?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제 갈 길이나 가.”
“넷카마? 넷카마가 뭔가요?”
스노우화이트가 남자를 돌아보면서 물었지만. 남자는 그 말이 귀에 안 들어오는지 강현에게 뛰어들면서 외쳤다.
“뭐? 날 보고 변태라고!? 가만 안 둬!”
사실 남자는 강현을 처음 봤을 때 흔히 게임을 처음 할 때부터 현질해서 시작하지만 제대로 게임을 못 즐기는 그런 호구유저로 봤었다. 지금 강현이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들도 초보자에게 지급되는 아이템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아이템과 비교했을 때 하나같이 쓸데없어 보이는 것들이었다.
남자는 손쉬워 보이는 상대인 강현을 녀석을 쓰러트린 다음 스노우화이트의 호감을 쉽게 얻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강현이 되려 남자의 검을 쉽게 피했다.
플레이어가 플레이어를 공격할 때는 상호 간의 능력치 차이가 실시간으로 계산되어서 적용된다. 강현은 지금 이 녀석이 비웃은 캐시템으로 획득한 레어 방어구를 잔뜩 장비한 채였다. 물론 새총 제작진의 구린 센스 때문에 아이템이 싸 보였지만. 능력은 중반까지는 충분히 사용할만한 거였다.
어쨌든. 강현의 눈에는 남자의 공격이 슬로비디오처럼 보였다.
‘저 여자한테 넷카마라고 한 건 태클 안 거네. 혹시 넷카마 인 거 알고서 그러는 거? 그럼 더 싫은데.’
심지어 공격을 피하면서 주먹을 뻗어 반격하는 중에 이런 쓸데없는 생각조차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레어 너클무기 [원펀치쓰리강냉이]가 남자의 턱주가리에 뺨에 꽂혔다.
“크아악”
남자의 비명과 함께. 가출한 이빨 3개가 허공에서 뒹굴뒹굴 돌았다. 검도 놓친 남자는 꼴사나운 모습으로 땅바닥에 구겨졌다. 결정타를 날려버리려고 다가가려는데. 스노우화이트가 남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인제 그만 하세요!”
강인한 눈빛으로 자신을 쏘아보는 스노우화이트를 보고 있자니. 강현은 왠지 자신이 악당이 된 거 마냥 죄책감을 느꼈다.
‘그쪽에서 먼저 멋대로 오해하고 공격했는데 어쩌라고!’
게임상에서 성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자와 한 패거리나 마찬가지인 스노우 화이트도 분풀이로 때려버릴까 생각했다가 금세 접었다.
‘왠지 모르게 소유씨가 생각난단 말이야. 소유 씨가 이런 게임을 할 리가 없을 텐데.’
그때 도포들 앞에서 자신의 편을 들어준 소유를 생각하면 차마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강현은 결국 속으로 툴툴거리면서 어서 이 불편한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크으읔.”
남자가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걸 보고는 스노우화이트가 강현의 등 뒤로 말을 걸었다.
“저기... 할 수 있으면 치료도 해주세요.”
강현은 그 말에 기가 막혔다. 강현에게 그 말은 깽 값을 내놓고 라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바보. 그냥 가게 냅두지.”
남자가 스노우화이트를 탓했지만. 그런 남자를 스노우화이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강현은 그 모습을 어이없이 쳐다보면서 인벤토리를 소환해 새총을 집어 남자 쪽으로 던졌다.
“이게 그 니가 비꼬던 몬스터 코어에서 나온 레어아이템이다. 이거나 먹고 떨어져.”
그런 다음 강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터덜터덜 걸었다. 그렇게 걷다가 커다란 바위가 보이자 거기에 등을 대고 주저앉았다.
“진짜 시간도 꽤 늦었는데 이제 로그아웃해야겠다.”
로그아웃 전에 습관적으로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몬스터 코어] 이제 몇 개 안 남았네. 이것만 마저 까고 치워버리자. ”
결국, 강현은 다시 몬스터 코어를 까기 시작했다. 딱히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세 개째에 바로 레어 무기가 나왔다.
하지만.
“에이. 또 [ 원터치쓰리강냉이 ] 나왔잖아. 따로 팔 수도 없는데.”
아이템을 들고 허탈하게 보다가 강현은 불현듯 뭔가 생각났다.
“아, 그러고 보니...“
*****
한편, 강현이 사라지고 난 뒤에 스노우화이트는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남자를 안절부절못하면서 간호하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아. 여기에 온다고 따로 회복포션을 안 챙긴 게 실책이었네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조금만 쉬면 회복할 수 있습니다.”
“저기 그럼 이거라도 드세요.”
스노우화이트는 자기의 인벤토리에서 회복 아이템을 꺼냈다. 남자는 그걸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초보자용 포션? 이거 가지고 누구 코에 붙이라고’
하지만 이내 표정을 풀고 미소를 지었다. 스노우 화이트는 그 모습을 보고 고통 속에서도 자신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참고 웃어주는 걸로 받아들였다.
“아니에요. 마음만 받겠습니다. 스노우 화이트씨 정말 마음씨가 고마우시네요.”
“뭘요. 저 같은 초보자를 도와주시는 마음씨야말로 착하세요.”
미소를 지으면서 답례한 스노우화이트는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런데 시간이 늦어서. 슬슬 가봐야겠어요. 죄송해요.”
“아...”
그 말에 남자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자, 잠깐 만요. 금방 생각났는데 초보자 캐릭터라도 다른 사람을 힐링해줄 수 있는 모드가 있어요.”
“네? 근데 전 슈터라... 원거리 공격에 특화된 직업이 아닌가요?”
“이건 직업 안 가리니까요. 괜찮습니다. 지금 꼭 치료 안 받아도 되지만. 이런 것도 하나의 공부니까요. 나중에 베테랑 유저가 돼서 모른다면 창피당할지도 몰라요.”
남자의 필사적인 설득에 스노우화이트는 잘 됐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럼 다행이네요. 사실 이대로 두고 가지 그래서 꼭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스노우화이트의 말에 남자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메뉴를 호출하시고 설정에 들어가신 다음에. 아래에 쭉 내려가면 몇 가지 모드가 있죠? 그 제일 아래에 [ A MODE ]라는걸 활성화하시면 돼요.”
“네에. 찾았어요. 그런데 성인 인증하라고 하는데요?”
의아한 표정을 스노우화이트를 보고 남자가 목에 핏대를 높이며 정부를 비난했다.
“정부가 워낙에 쓸데없는 데다가 성인인증하라고 난리잖아요. 거기에도 그래 뒀나 보네요. 좀 귀찮으시겠지만. 한 번만 하면 다음에는 안 해도 됩니다.”
“네에....”
스노우화이트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다음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메뉴를 보면서 액티브엑스 등을 깔면서 복잡한 성인인증을 어떻게든 하려고 살펴보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걸 보고 스노우화이트가 성인인증을 꺼리고 있다고 착각했다.
“앗, 혹시 미성년자 세요?”
“아, 아니에요. 미성년자면 이 시간 게임 못하잖아요.”
“그래도 부모님 계정으로 하는 애들도 있으니까.”
남자는 중얼거리면서 내심 안타까워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스노우화이트는 영문을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아쉬워하시죠?”
“아, 아닙니다. 아쉬워하다니요. 그러고 보니 인증은 다 되신 거예요?”
“앗, 네에 성인인증은 완료했어요. 그리고 [ A MODE ]를 활성화 해야 한다셨죠? 그런데 주의사항이 뜨는데요. 이 모드를 활성화하면 타인과의 접촉 및...”
스노우화이트가 주의사항을 읽으려고 하자. 남자가 끼어들어서 막았다.
“그거야 당연히 타인에게 힐 해주려면 어쩔 수 없어요. 얼른 그 모드 활성화하고 치료해주세요. 아이고 아파라.”
갑자기 남자가 주저앉아 엄살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당황한 스노우화이트는 이것저것 클릭해서 모드 설정을 하기 시작했다.
“자,잠시만요.“
잠시 후.
스노우화이트가 드디어 해냈다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A MODE ] 활성화했어요.”
스노우화이트의 말에 남자가 언제 아팠냐는 듯 벌떡 일어나서 씩 웃었다.
“잘했어. 어휴 진짜 꼬신다고 존나 고생했네.”
“네.네?”
갑작스레 바뀐 남자의 말투와 분위기에 스노우화이트는 불길함을 느끼고 뒷걸음질쳤다.
“...왜 그러세요?”
“이년이 어딜 도망가려고.”
“꺅.”
남자는 스노우화이트에게 달려들어 검집으로 후려쳤다. 스노우화이트는 비명을 지르면서 그대로 꼬꾸라졌다. 남자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스노우화이트의 위로 올라타 한 손으로 목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손목을 잡아 눌렀다.
“살살 꾀어서 벗겨 먹으려고 했더니. 오늘따라 작업 치는 곳에서 괜히 이상한 녀석이랑 마주쳤잖아. 그놈한테 얻어터지고 오늘 일진은 완전 글러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년 완전히 순진해도 정도가 있지. 날 잡아 잡수셔 하다니.”
“큭.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고통과 압박 때문에 숨을 쉬기 힘든 스노우화이트는 울먹이며 연신 쿨럭거렸다.
“애당초 [ A MODE ] 라는 게 성인들이 온라인에서 끝까지 즐기기 위해서 만든 모드거든. 서로 상호 동의가 있는데, 이렇게 쉽게 무장 해제를 해줄 줄이야.”
“이런 거 그냥 로그아웃해버리면.”
“쯧쯧. 흥분상태에서 괜히 컨트롤헬멧 벗어버리면 안전사고가 날지도 모르니까
그 말에 더욱 위기감을 느낀 스노우화이트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서 떠올린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저, 전 원래라면 옆에 오기 싫을 정도로 못생겼어요. 그러니까.”
하지만 남자는 더욱 힘을 주면서 꼼짝 못 하게 한 다음. 스노우화이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댔다.
“거짓말하지 마. 네 얼굴에 있는 점을 보면 네 마스크를 그대로 스캔한 것이라는 것쯤은 바로 알 수 있다고. 내가 이 짓을 얼마나 해먹어봤는데”
“그. 그런...싫어!”
스노우화이트가 발버둥 쳤지만. 남자는 조용히 있으라며 뺨을 세게 때렸다. 새하얀 피부에 붉은 손자국이 그대로 남았다. 남자는 자신이 만든 흔적에 만족한 듯. 더욱 힘을 가해 스노우화이트가 입고 있던 초보자 옷을 찢었다. 내구성이 없는 초보자 옷은 힘없이 갈라지면서 그 사이로 스노우화이트의 속살이 드러나 보였다.
“어차피 힘없는 쪼렙주제에 반항하지 말고 얌전히 굴지그래? 그럼 조금은 부드럽게 해줄 수도 있어. 이쪽은 이미 주체못할 정도로 날뛰려고 하고 있지만.”
자신의 다리 사이에 불뚝 솟은 남성를 스노우화이트에게 비볐다. 그 끔찍한 감각에 스노우화이트는 눈썹을 일그러트리면서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도와줘요.”
“아까 그 녀석도 갔고 도와주러 올 사람도 없다고. 그만 포기해. 마음껏 소리 지르고 싶으면 질러도 좋아. 그런 쪽도 취향이거든. 뭐 미성년자였다면 대박이었겠지만 말야.”
남자는 의기양양해하면서 스노우화이트의 뺨을 혀로 핥았다.
그때. 남자의 뒤쪽으로 강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미성년자? 이런 젠장맞을 아청형인간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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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씬에서 분량을 이렇게 잡아먹을 게 아니었는데
멈출 수가 없었네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