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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금전사-12화 (1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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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붉은 하마 함수지(2)

“에이 씨. 지가 도퍼면 다야?”

사내 셋이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여기저기 얻어터져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사내가 이번에는 자신의 분통을 터트렸다. 여기에서 제일 막내였다.

“재수 없었다 생각해. 그나저나 도퍼 실제로 본건 처음 아니냐? 안 그래? 둘째야?”

“네.”

셋 중에 제일 나이 많은 사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딴청을 피웠다. 아이러니하게도 막내의 상처 대부분이 사내의 손길에서 탄생한 것이다. 물론, 도퍼가 분노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때려서 차단하려는 의도이긴 했다.

신참인 막내는 잘 모르겠지만. 도퍼한테 일반인 작업 치듯 굴었다가 도퍼가 이성을 잃고 벌어진 싸움, 아니 일방으로 휘두른 폭력에 휘말려 순식간에 목숨을 잃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떤 사건이든 도퍼와 연관되어있으면 도퍼들에게 유리하게 판결 났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도퍼 같은 귀중한 인력을 감옥 안에 썩게 두겠는가?

사실 막내를 무자비하게 팬 것은 그간 너무 까불어서이기도 했다. 이번 기회를 빌려 교육 겸 이 녀석의 뒤치다꺼리를 한다고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다. 덕분에 다소 감정이 섞여 있어서 평소보다 좀 더 손발에 힘이 들어간 것.

이런 일 하면서 얻어맞는 거야 흔한 일이지만, 꿍해 있는 막내를 보니 마음이 착잡했다. 기분이나 풀어줄 겸해서 오늘은 밤새 술이나 진탕 먹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막내 녀석이 의외의 말을 꺼냈다.

“형님. 저도 아는 도퍼 있는데 그 친구 데려와서 저 새끼 버르장머리 고쳐놓을까요?”

사내는 순간적으로 막내의 뒤통수를 칠뻔했다. 겨우 폭력충동을 참아낸 사내는 이 철없는 막내 녀석을 타이르기로 했다.

“이미 끝난 일이다. 돈도 회수했고, 오늘은 일은 우리 셋만 입만 다물면 되니까 괜히 일 키우지 마라. 어설프게 도퍼한테 괜히 손댔다가 모가지 날아간다. 차라리 그 도퍼를 큰형님한테 소개해줘. 큰형님이 요즘 도퍼 인맥 하나 잡으려고 필사적인 거 몰라?”

“...”

‘이 자식이 도퍼가 어리숙해서 이 정도로 넘어가서 다행인 줄 알아야지. 그래도 무슨 일을 저지르기 전에 따른데 정신이 팔리게 할까?’

사내는 대답 없는 막내를 보면서. 3차에 오입질을 추가시켜야 할까? 라는 고민을 했다.

*****

“이게 다 어떻게 된 거야?”

사내들이 나간 뒤 겨우 정신을 차린 강현이 다현에게 물었다. 저 사채업자 사내들도 그렇고, 온 집안에 붙어있는 압류딱지도 그렇고. 어찌 된 영문인지 당최 알 수 없었다.

“그건.”

다현이 울먹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파트 대출금 외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사업하면서 알게 모르게 빚을 졌던 것. 이자는 어떻게 보험금에서 조금씩 냈지만, 만기일이 다가오자 어떻게 할 수 없었던 것.

심각하게 이야기를 들었지만, 한정상속이니 원리금균등상환이니 하는 생경한 단어들이 연속해서 나오자. 정확히 어떤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어졌다.

그저 자신이 그동안 가계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보험금이 거의 떨어졌다고는 들었는데,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될 줄은 전혀 예상 못 하고 있었으니까.

단지 이 모든 부담을 동생이 떠맡겨버리고 있었다는 게 오빠로서 너무 한심하고 동생에게 무척 미안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돼?”

“일단 급한 대로 밀린 이자 내고, 아파트 대출은 연장계약을 해야 하는데 또 수수료가 든다고 했어. 그게 취급수수료랑...”

다현의 말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얼핏 들어봐도 꽤 돈이 필요해 보였다. 강현은 자신이 도퍼카드를 꺼내 다현에게 내밀었다.

“자. 이거 받아.”

“오빠...?”

“일단 이걸로 급한 거 해결해.”

“오빠도 빚이 2억이나 되면서 무슨 소리야. 거기다가 아까도 3천만 원이나 냈잖아.”

그 말에 강현이 씩 웃었다. 도퍼 카드를 조작해 통장 잔액이 보이게 해 다현에게 척 내밀었다.

카드를 본 다현이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숫자를 확인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놀라움이 묻어나 있는 다현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1억 4천이나 갚은 거야?”

분명 며칠 전 병원에서 함께 봤을 때는 마이너스 2억 원 이었다. 그런데 지금 화면에는 마이너스 6천만 원이라고 나와 있었다.

“연수 중에 몬스터 세 마리나 잡았거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 강현은 이내 머리를 긁적였다. 이어서 할 말이 창피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돈 걱정은 하지 마. 내가 팍팍 벌어다 줄 테니까.”

“으응.”

그렇게 대답한 다현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오빠... 거기서 고생 많았구나.”

“고생은 뭘. 고생은 이제까지 네가 한 거지. 돈 문제는 너한테 맡길 테니까 이제 앞으로 사고 싶은 옷이나 명품백도 막질러버려.”

“에이 참. 내가 그런 거 언제 갖고 싶어 했다고 그래.”

“그럼 1일 1 치킨은?”

“그건 땡기는데.”

다현이 배시시 웃었다. 그러자 글썽거린 눈물이 한 줄 또르르 흘러내렸다. 그걸 눈치챈 다현이 손등으로 슬쩍 훔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양쪽에서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아 참. 왜 좋은 날 이런담.”

“다현아...”

“그래도 맨날 게임만 하던 오빠였는데, 갑자기 이렇게 듬직하게 보인다고 생각하니까 기뻐. 그런데 이런 오빠 모습을 부모님이 살아계셔서 보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생각하니까. 그만...”

“...그래. 오빠도 그래.”

어느새 둘은 얼싸안고 울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겨우 떨어진 둘은 어색함에 서로 쳐다보질 못했다.

그때 어색함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꼬르륵-

“아. 오늘 종일 굶었더니.”

강현이 배를 쓰다듬으면서 머리를 긁었다.

“흥. 우리 둘뿐인데 그렇게 감싸 봤자잖아.”

“그런가. 하하.”

“아까 오빠 치킨 사왔었지? 그거 먹자. 포장이 좀 구겨졌어도 먹는 데는 지장 없을 거야.”

“이미 다 식었네. 잠깐만 금방 새로 사올게.”

일어서려는 강현을 다현이 잡았다.

“됐어. 돈 아껴야지. 미리 말해두겠지만. 많이 번다고 해서 펑펑 쓰게 놔두지 않을 테니까. 많이 벌수록 저축해야지.”

“어이쿠 무서워라.”

“정말이라니까. 어디에 썼는지 꼼꼼히 볼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다현이 도퍼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니까 화면에 입출금내용이 표시되기 시작했다. 강현은 그런 동생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잠깐.”

입출금명세를 훑고 있던 다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 강현은 쌔한 기분이 들었다. 최대한 동요를 감추고 태연한 얼굴을 했다.

“...왜 그래?”

“오빠 이거 뭐야? 성인피시방? 3천만 원?!”

성인피시방이라는 말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강해지기 위해서 게임을 한 거라고는 했지만. 다현이 쉽사리 믿을 거 같지 않았다.

‘이것들 카드 내역에 이름 올릴 때는 좀 그럴싸한 걸로 바꾸지 좀. 하다못해 어른수족관이라든가.’

결국, 강현은 무릎을 꿇고 몇 시간 동안 다현이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

다현의 잔소리 공격에서 겨우 벗어난 강현은 씻는다며 화장실로 피신했다.

샤워하고 있는데 아까 사채업자들의 말이 생각났다. [ 예거 ]를 복용하면 신체에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온다고. 찬찬히 살펴본 결과 몸 전체의 피부가 독기가 빠진 것처럼 깨끗해지고 뱃살이 빠졌을 뿐만 아니라 복근이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려고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흥얼거림이 나왔다.

개운한 기분으로 샤워를 마친 강현은 의자에 앉아서 컴퓨터를 켰다. 부팅 화면을 보고 있자니 조만간 이놈의 컴퓨터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화면을 켜고, 연수 중에 교육받았던 데로 도퍼 카드에 적혀있는 사이트주소를 입력했다. 그러자 단순한 로그인 창이 떴다. 강현은 회원 가입을 마치고 도퍼 등록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겨우 도퍼 사이트에 들어갈 수 있었다.

도퍼들은 크게 세종류로 나뉜다.

첫 번째로 국가소속 도퍼들.

군인신분의 도퍼와 경찰신분의 도퍼가 여기에 속한다. 원래부터 군경 출신인 도퍼도 있지만. 추후에 뽑힌 인원이 있다. 국가에서 부여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여러 가지 혜택을 받는 이들은 월급도 받을 뿐만 아니라. 퇴치한 몬스터들의 사체의 판매가도 확실히 챙겨간다.

당연하게도 평균적으로 실력이 월등히 뛰어났다. 소속되기 힘든 만큼 자부심들도 대단했다.

두 번째로 티비쇼 [ 몬스터 레이드 ]에 출연하는 연예인계 도퍼들.

이들은 도퍼들 중에서도 유난히 외모가 뛰어나거나 쇼맨십이 좋은 이들이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퍼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힐러포지션의 경우 예쁠수록 인기 있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능력이 곧 화면의 화려함을 보여주기 때문에 어지간한 탑랭커에 못지않은 실력자들이다.

초기에 방송국 주도로 도퍼들을 방송에 출연시켰지만. 쇼가 성공하자 무수히 많은 매니지먼트사가 생겨났다. 매니지먼트사들은 돈도 돈이지만 유명세를 얻고자 하는 도퍼들을 뽑아서 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티비쇼에 직접 출연 못 하더라도 유사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세 번째로는 위의 두 부류에 속하지 못한 많은 일반인 도퍼들.

도퍼 테스트를 거치고 도퍼 능력을 얻은 다음엔 대부분 몬스터를 사냥해서 돈을 벌려고 한다. 하지만 단독으로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는 이는 거의 없으므로 팀을 짠다. 그 교류를 위한 곳이 이 도퍼 사이트인 것이다.

사이트 메인 페이지에는 각종 도퍼 관련 뉴스와 도퍼의 포지션별 랭킹. 몬스터 출현 및 분포현황에 대해서 나와 있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는 강현이 찾던 레이드 파티 모집 배너가 눈에 띄었다.

배너를 클릭하자 레이드 모집글이 쫙 떴다.

게시글의 제목은 지역과 모집 포지션과 조건이 간단하게 적혀있어서 왠지 채팅방을 방불케 했다.

[ 힐러님 오이소. (부산/김해) ]

[ 얼짱탱커가 레이드원 모집합니다. (인천) (무경험자 안받아요.) ]

[ 북한산에 레이드가실 힐러분 넉넉히 모십니다. ]

[ 서해안 원정가실분 손드세요 (힐러우대) ]

대부분 힐러 아니면, 경력자 모집 글이 많았다.

‘역시 힐러 능력도 배울 수 있는지 확인해봐야겠어.’

속으로 계획을 세운 강현은 계속해서 게시글을 찾아봤다.

간간이 초보자들끼리 모여서 가자고 올린 레이드글이 보이긴 했지만. 강현도 그 무리에 끼어서 레이드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무리 몬스터 레이드가 일상화되었다고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생명을 잃을 가능성도 많았다.

[ 급레이드 고고싱. 내일바로 출발함. 초보가능. (8등급 이하는 꺼지삼)]

강현은 레이드 모집 글을 주욱 읽다가. 내일 바로 출발한다는 글이 있어 클릭했다. 싸가지 없어보이는게 좀 걸렸지만. 오히려 저래도 된다는 자신감이 보였다. 실력만 좋다면 안전도가 확 높아진다. 더군다나 다 경력자만 찾고 있는 와중에 초보가능이라고 단서가 붙은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클릭해서 들어가니 게시자인 <수지짱>은 5등급의 탱커로 나왔다. 거기다가 프로필을 확인해보니 같이 레이드하는 사람들이 코멘트를 남겼는데 레이드 경험도 풍부한 듯했고, 평판도 좋았다.

강현은 이 파티에서 첫 일반 레이드를 뛰어야겠다고 마음먹고 댓글을 달았다.

<유강현> 안녕하세요. 유강현입니다. 내일 출발 가능한데요. 혹시 자리 있나요?

최대한 정중하게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게시글을 보고 있었는지 바로 답 댓글이 달렸다.

<수지짱> 님 뉴비임? 어떤 포지션인지부터 밝히삼.

강현은 무례한 댓글이 인상을 찌푸렸지만, 초보자도 받아준다는 곳은 이곳이 유일했기에 가능하면 참가하고 싶었다. 다시 정중하게 댓글을 달았다.

<유강현> 죄송합니다. 아직 초보라서요. 오늘 연수 마치고 왔습니다. 제 포지션은 원딜5급, 근딜7급, 탱커8급이에요. 포지션 빈 곳 어느 곳도 가능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자신처럼 다양한 포지션을 가진 사람도 드물다. 거기다가 초보자답게 댓글도 예의바르게 달았다. 그 때문에 금세 이야기가 풀릴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밑에 달린 수지짱의 답글은....

<수지짱> 와ㅋㅋㅋㅋ 미친. 구라칠꺼면 꺼지셈.

수지짱이 강현의 키배본능을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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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 쿠폰 주신분들 감사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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