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금전사-10화 (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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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도퍼 연수(4)

부웅

집게발이 빗나갔다.

‘이번에 맞았으면 끝장이었어.’

강현은 식은땀이 쭈욱 뽑혀 나오는 것처럼 느꼈다.

게임의 스킬에 의지한 어설픈 탱킹 능력으로 D급 미니 크랩의 공격을 벌써 몇 번이나 막아냈다.

아니, 정확히는 버텨냈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패턴이 눈에 익숙했기에 처음 공격을 손쉽게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공격은 경직 때문에 뻔히 보이더라도 데미지 전혀 없이 막아 낼 수 없었다. 단지 몸을 조금이나마 움직여서 피해를 줄여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이대로는 얼마 못 버텨.’

강현의 약해지는 마음을 위로하듯 정수의 힐이 날아왔지만. 힐도 초반에 비하면 회복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정수도 기력이 완전히 떨어졌나 보네.’

반대로 미니 크랩은 지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공격해왔다. 딜러가 없는 탓에 상처를 전혀 입지 않아서 기세등등했다.

강현은 다시 한 번 커다란 집게발을 쉴드로 막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작은 집게발 공격을 보면서 이번에는 피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탕다다당탕

그때 채영이 자신의 품에서 권총을 꺼내서 작은 집게발을 쐈다. 빗나가는 총알이 하나 없는 깔끔한 사격이었다. 그러나 공격을 멈추기에는 부족했다.

강현은 그대로 왼쪽 어깨를 맞고 쓰러졌다.

“크윽.”

그래도 미니 크랩이 총에 정신이 조금이나마 팔린 덕분인지 공격에 살짝 힘이 빠져있었다. 덕분에 강현은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다.

그것도 잠시 최후의 일격을 날리기 위해서 미니 크랩이 집게발을 들어 올렸다. 이번엔 양 집게발을 이용해 공격한 모양이었다.

‘끝장이야.’

그때 권총을 품에 넣은 채영이 강현에게 달려왔다.

“뭐하는 거야? 미쳤어? 도망쳐!”

‘쓰러진 자신을 구하러 와봤자 둘 다 개죽음이다.’라고 생각한 강현이 고통 속에서도 힘을 짜내 소리쳤다. 하지만 채영은 멈추지 않고 강현 앞에 서서 집게발의 일격을 막아냈다.

“말도 안 돼. 힐러 뿐만 아니라 탱커 능력도 갖추고 있는 거야?”

쓰러진 강현은 물론, 뒤에서 힐하고 있던 정수도 놀랐다. 그러자 막아낸 건 그 일격뿐. 그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다음 공격에 좌측으로 날아갔다.

“이 정도 시간을 벌어줬으면 슬슬 나오세요.”

맞아서 날아가는 도중에도 기운이 있는지 채영이 소리쳤다.

‘응? 응원부대 올 시간이 다 된 거야?’

강현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 와중에 정수가 힐을 한 번 더 넣어줘서 간신히 움직일 수 있었다. 곧 응원이 온다면 어떻게든 조금만 더 시간을 끌어보자고 생각했다.

미니 크랩이 채영쪽을 한번 쳐다봤지만 귀찮았는지 바로 앞의 강현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공격해왔다.

“흐읍. 쉴드.”

거대한 집게발은 막았다. 하지만 도저히 이어지는 작은 집게발의 공격은 막을 수 없어 보였다.

그때.

모래 속에서 튀어나온 그림자가 그 공격을 막아냈다. 그 정체를 파악한 정수가 반가움에 큰 소리로 불렀다.

“인영씨!”

탱커 배인영이었다.

“힐때문에 겨우 정신 차렸어요.”

인영이 정수를 다정하게 보면서 빙긋 미소를 지었다. 정수랑 강현은 채영이 힐을 한 거라고 설명하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이 너무 급박했다.

“이제 우리도 공격해요.”

은영이 이제까지의 실패를 만회하겠다는 듯이 의욕적으로 나섰으나 정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돼요..지금은 두 명에게 힐을 해줄 여력이 없어요. 응원부대가 올 거 같으니까 조금만 버텨요.”

정수의 말이 맞았다.

몬스터에게 데미지를 입히려면 강현이 근접해서 공격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조금이나마 다칠 수밖에 없는데, 지금도 안색이 파리한 정수에게 그런 부담을 더하느니 은영이 탱킹에 신경 쓰면서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게 상책이었다.

문제는 채영이 쓰러진 이상 언제 응원이 올지 확실치도 않은 상태에서 마냥 버티고 있을 수만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구석으로 크라켄을 유인해 상대하고 있는 태훈과 지원도 몬스터를 공격할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멀리서 공격해보는 거 정도는 해봐도 되겠지.’

다행히도 [ 몬스터 레이드 온라인 ] 게임에서 [ 슈터 ] 라는 원거리 딜러와 비슷한 포지션의 캐릭터를 생성해서 레벨까지 올렸다. 비록 성인피시방에 갔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긴 했지만....

만약에 능력이 추가되지 않아서 원거리 공격이 안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어차피 외부로 빠져있어야 한다면 시도해볼 만한 했다.

살아남는 것도 중요 하지만 빚이 통장 한도의 목까지 가득 차 있는 상황에서 외부 도퍼들까지 나서서 정산하게 되면 예거 살 돈도 마련하지 못해 앞으로 도퍼 생활하기 힘들 수도 있었다.

강현은 일단 뒤로 빠져서 채영이 쓰러진 곳으로 향했다. 채영은 정신을 잃은 채였지만, 출혈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 안심한 강현은 채영의 품 안에서 권총을 꺼냈다.

자신의 육체만으로 방어하는 탱커. 그리고 의식만으로 치료할 수 있는 힐러와 달리. 딜러들은 무기가 필요했다. 특정한 물체에 에너지를 부여해서 공격을 이미지화 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원거리 딜러의 무기 선택은 꽤 까다로워서 상대적으로 원딜들은 일반적으로 멀리서 공격하는 이미지의 총기류나 수리검이나 표창 등 투척형 무기. 혹은 활이나 석궁까지 쓰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 사람들은 [ 트리거 ] 라고했다.

그런 의미에서 현실에서 원딜로서 처음 공격을 하려는 강현에게 이 권총은 꽤 유효한 아이템이었다. 강현은 권총을 양손에 쥐고 한창 공격을 펼치고 있는 미니 크랩을 겨냥했다.

‘k2 소총을 쏴본 적이 있지만. 권총은 처음이라서 불안한데...’

그렇게 망설인 강현은 최대한 은영에게 혹시라도 총알이 날아가지 않도록 주의해가면서 다행히 몬스터는 덩치가 무척 커서 빗나가기 힘든 과녁이었다.

겨우 결심한 강현이 방아쇠를 당겼다.

달칵.

“이거 총알이 다 떨어졌잖아.”

강현은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총알이 떨어진 총이 나가지 못한다는 이미지에 잡혀있는 지금 공격이 나갈 수가 없었다. 단순히 강현에게 원딜 능력이 없을 수도 있었지만. 그 가능성은 지금은 구석에 의식적으로 밀어 넣었다. 이른바 현실도피랄까...

“뭔가 무기가 될만한 게...”

혹시 채영이 다른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품을 뒤적거렸다. 권총을 넣어둔 반대편에서 딱딱한 게 손에 잡혔다. 꺼내보니 스피드 건이었다.

실망한 강현이 다른 걸 더 찾아봤지만, 그 외에 마땅히 써먹을 만 한 게 없었다.

‘이걸로 몬스터의 등급을 측정했었지. 아마도 전파 같은 걸 날리니까 혹시 공격이 이루어질까?’

강현은 별다른 기대를 안 하고 미니 크랩을 향하여 스피드건의 방아쇠를 당겼다. 몬스터는 멀쩡했다. 실망해서 다시 제자리로 갖다놓으려는 순간.

퍼억.

굉음에 고개를 돌려보니 미니 크랩이 반걸음 정도 자신의 반대쪽으로 밀려가 있었다. 은영과 정수도 눈을 크게 뜨고 이쪽을 쳐다봤다.

‘이거...설마 공격...먹혀들어가는거야?’

강현이 반신반의하면서 다시 스피드건을 쐈다. 이번에도 미니 크랩이 조금 밀려났다. 데미지도 확실히 들어가는지 단단해 보이는 껍데기에 살짝 금이 가는 것이 보였다.

“좋아!”

자신감을 회복한 강현은 그 뒤로 계속해서 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던 미니 크랩은 강현이 공격하는 걸 눈치챈 뒤 달려들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밀어내는 듯한 강현의 공격에 다가가는 건 더뎠다. 그 뒤에 상황을 파악한 은영이 붙잡아둬서 안정적으로 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었다.

공격을 개시한 지 채 30분도 안 되어서 미니 크랩의 껍질에 무수한 균열이 생겼다.

“이제 끝이다.”

강현이 최후의 일격을 날리고, 껍질이 산산조각 부서졌다.

***

크라켄이 두 다리를 태훈에게 뻗었다.

양팔을 휘감은 크라켄이 태훈을 들어 올리려고 했지만. 태훈이 다리에 힘을 주자 모래 속에 깊이 파묻혔다.

공격이 무위에 돌아가자 크라켄은 또 다른 다리를 뻗어서 태훈의 머리를 노렸지만. 성제가 내뿜은 불길에 물러갔다. 직후 지원의 힐이 태훈을 감쌌다.

이제 5분이나 지났을까? 이 상태라면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현 상태가 유지되리라 태훈은 생각했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다른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을 담당자들이 걱정됐다.

일단 버티는 데는 자신과 지원이 있으면 원군이 올 때까지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 터였지만.

저쪽팀의 메인 탱커인 은영이 기습공격을 받은 지금. 강훈이 탱커를 하기에는 너무 불안정해 보였다. 그래도 성제가 지금처럼 적절히 공격을 해주면 상대편이 공격해오는 기세도 한결 꺾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처음에 성제가 이쪽에 합류했을 때는 놀랐다. 돌아가라고 했지만, 성제는 이쪽을 도와주라 했다고 우기면서 버텼다. 결국, 편한 상태에서 현상유지하고 있지만. 태훈은 저 쪽팀의 상태가 너무 걱정됐다.

“원군올라믄 아직도 멀었나?”

“지금쯤이면 왔어야 합니다만...”

지원이 말을 흐렸다. 그때 성제가 장벽 입구 쪽을 가리키면서 외쳤다.

“저쪽에서 누군가 오고 있어요.”

“오오 원군이가?”

“아니... 강현이라는 친구인 거 같습니다.”

지원의 말에 뭔가 성제가 인상을 찌그러트렸다.

“아 젠장. 이쪽으로 도망쳐 오다니. 분명 몬스터가 쫓아 올 거예요.”

“설마?  원군이랑 같이 오는 거 아니가?”

“보세요. 저 녀석이랑 그 뒤에 탱커랑 힐러 말고 다른 사람은 안 보이잖아요.”

그렇게 외친 성제는 강현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불길을 강현 쪽으로 내뿜으면서 위협했다.

“야. 절로 안 꺼져? 어디 도퍼가 몬스터한테 도망쳐와?”

“저, 저쪽의 몬스터는 쓰러트렸어요. 그래서 도와드리러 온 거예요.”

“그딴 거짓말을 지금 믿으라고?”

뒤이어 도착한 정수가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성제는 안 믿기는지 불길은 약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그 모습을 본 강현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성제를 쳐다봤다.

“빨리 꺼져!”

다시 한 번 위협하는 성제를 향해. 강현이 스피드건을 들었다.

“그걸로 뭘하게... 저 크라켄 이미 D급이라고 담당자가 말했잖아.”

“성제야. 이쪽이나 신경 써라.”

이쪽의 인간들이 수가 늘어나자 크라켄이 불리함을 느꼈는지 모든 다리를 다 써서 파상공세를 펼쳤다. 그쯤 되니까 태훈도 쉽게 막아내기 힘들었다.

성제가 할 수 없이 크라켄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때.

갑자기 크라켄이 뒤로 밀려났다.

“어 뭐야?”

탱킹을 하고 있던 태훈. 태훈의 데미지를 신경 쓰면서 힐을 넣고 있던 지원. 마지막에 쳐다본 성제까지 모두 당황했다.

“한방 더!”

그 모습에 은영이 신이 났는지 손을 번쩍 들어 외쳤다. 강현이 고개를 끄덕이고 방아쇠를 한 번 더 당겼다. 그러자 크라켄이 다시 밀렸다.

강현은 그 뒤로 보란 듯이 연속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크라켄은 몽둥이로 얻어 맞은 것처럼 몸이 흐물흐물해진 다음 그대로 바닥에 퍼졌다.

“이건...말도 안 돼...”

쓰러지는 크라켄을 보고 새파랗게 질린 성제가 중얼거렸다.

그도 언제부터인가 다리에 힘이 풀려 모랫바닥에 주저앉아있었다.

***

미니 크랩과 크라켄을 쓰러트린 뒤.

정수와 지원 힐러 두 명이서 채영을 치료했다.

그러자 채영은 금방 정신 차리고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바로 업무를 시작해 다른 사람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채영이 연수생 모두를 소집했다. 재밌는 구경거리라는 듯이 태훈과 지원도 뒤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채영은 다 모인 것을 확인한 다음에 태블릿 피시를 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 그럼 본인의 도퍼 등급을 발표합니다. 자동으로 도퍼 자격증에 등재되고, 앞으로 레이드할 때 참고해주세요.”

배은영 ? 탱커 7급

이성제 ? 원딜 7급

김정수 ? 힐러 8급

“힐러 8급!”

자신의 등급이 발표된 다음에 정수의 등급이 8급인걸 보고  성제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어느새 태훈과 지원이 정수를 둘러싸고 레이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왜?”

“당연하죠. 힐러가 그만큼 귀하잖아요. 능력이 떨어져도 물량으로 대신할 수도 있고, 그만큼 생존확률도 높아지고.”

성제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이제 마지막이라 한결 여유를 찾은 은영이 성제에게 쏟아 붙였다.

‘나도 다음에는 힐 능력 배울 수 있으면 배워야겠다.’

그 말을 들으면서 강현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드디어 강현의 등급이 발표됐다.

“유강현님은 탱커 8급, 근접딜러 7급, 원딜 5급입니다.”

“?!”

채영이 말을 마치자마자 방 안의 공기가 멈췄다.

“그, 그게 말이 되나. 3종류 능력가지고 레이드 뛰는 도퍼는 내 들어본적 없다 아이가.”

“거기다가 5급 원딜이라니. 전 처음 봅니다.”

침묵을 깨고, 선배 도퍼 둘이 떠들자. 다른 연수생들도 상황을 파악하고는 입을 떠억 벌리고 서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조용히 해주세요. 태훈님과 지원님도 계시니까 바로 레이드 정산 금액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정산금액이라는 말에 모든 도퍼들이 바로 입을 다물었다.

“미니 크랩의 경우 레이드에 참가한. 배은영님, 김정수님, 유강현님. 세 분께 2억 3천만원씩 분배됩니다.”

강현은 어마어마한 금액에 입을 떡 벌렸다. 빚이 거의 3억 가까이 있었던 강현에게는 순식간에 빚 대부분을 청산할 수 있을 만큼의 거액이었다. 여기에서 다시 예거를 구매하면..여기 오기 전과 크게 차이는 안 났지만 말이야.

“그리고 이어서 크라켄의 경우 참가한 길태훈님, 심지원님, 이성제님. 마지막으로 유강현님까지 네 분께 1억 7천씩 분배됩니다.”

뒤늦게 왔던 자신의 이름이 추가된 걸 보고 강현이 놀랐다.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도퍼도 없었다. 그때 크라켄을 그렇게 밀어붙여서 잡는 걸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니까.

‘그렇다면 합계 4억! 이걸로 빚도 다 갚고, 예거까지 한 알 살 수 있겠어.’

강현은 뛸 듯이 기뻤다.

나중에 자리를 파하자마자 태훈이 예전에 성제와 강현의 싸움을 말리느라 사용한 예거값을 오천만 원씩 갹출해갔다. 덕분에 마이너스 3천만 원이 됐지만, 강현의 한껏 업된 기분을 흐트러트리진 못했다.

“그래 이제부터 레이드로 돈을 쓸어담는 거야!”

============================ 작품 후기 ============================

이것으로 2장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투데이 베스트 퓨전 100위안에 든 기념으로

Ryu님이 요즘 등장이 뜸한 여동생 유다현양의 일러스트를 그려주셨습니다.

작품설정란에서 확인해주세요.

완전 귀엽습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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