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금전사-6화 (6/113)

< -- 6 회: 1장.도퍼 테스트 -- >

1장. 도퍼 테스트(6)

강현은 끊임없이 발을 움직였다.

몬스터가 다현이 일하는 곳에 출현했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정신이 나간 듯 뛰쳐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동생이 야간 알바와 교대해 한참 근무하고 있을 시간이다. 전화도 받질 않았다. 평소 지각 한번 안 하는 동생이 늦잠이라도 자고 있을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지금은 그저 다현이 있는 곳으로 한시라도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한참을 달려가니 멀리서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건물 안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쏟아져나왔다. 다현을 찾던 강현이 두려움에 숨을 삼켰다.

이틀 전 편의점에서 본 몬스터보다 족히 두배이상 큰 몬스터가 눈앞에 있었다. 거의 5층 건물정도의 크기였다. 거대하고 흉측한 쥐를 연상케 하는 모습에 전신은 짧고 지저분한 털로 뒤덮여있었다. 털이 없는 곳은 길게 툭 튀어나온 얼굴과 징그럽게 기다란 손. 그리고 기다란 꼬리뿐이었다.

그 앞에는 무언가를 지키듯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여자가 있었다. 여자의 뒤에는 아이가 쓰러져 있었는데, 도망치다 넘어진 것 같았다. 그 겁없는 여자는 강현의 하나뿐인 여동생 다현이었다.

“저 바보 뭐하는 거야?”

강현은 입술을 씹으면서 그쪽으로 뛰어들었다. 몬스터가 내뿜는 존재감이 등을 파고 찌릿찌릿 느껴졌지만, 망설일 틈이 없었다.

‘누가 내 동생 아니라고 할까 봐.’

지금 몬스터는 도망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다현이 신기했는지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내 기다란 팔을 뻗어 잡으려고 했다.

“안돼!”

강현은 몸을 날렸다. 다현이에게 뛰어들어서 빼내려고 했다. 쓰러진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어디까지나 동생이 우선이다. 하지만 몬스터가 먼저 강현이 달려드는 걸 보고 빈손으로 쳐내려고 했다.

그대로 몬스터의 손바닥에 부딪힌 강현. 하지만 강현이 날아가는 대신 몬스터의 손바닥이 반대편으로 날아가 다현을 잡으려는 손에 부딪혔다.

“키에엑.”

몬스터가 휘청거리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거대한 몬스터의 몸부림에 거리의 전봇대며 자동차며 무차별로 부서졌다. 강현은 간신히 그 난동의 여파에 벗어나서 몸을 추슬렀다. 살짝 옆을 보니 어느 틈에 다현이 아이를 안고 도망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몬스터는 다행히 다현들에게 흥미를 잃었는지 강현에게 시뻘건 눈동자를 향했다.

“그래 나한테 덤벼라.”

강현은 도현이 무사히 도망치는 걸 보고 자세를 고쳐잡았다.

몬스터은 날카로운 손톱을 꺼내서 공격해왔다. 뾰족한 손톱들은 하나하나가 강현의 키만 했다. 겁먹을 틈도 없이. 팔을 들어 막았다. 바로 앞까지 쇄도한 손톱이 벽에 부딪힌 듯 튕겨져나갔다.

“도퍼다!”

“이제 살았어.”

“근데 혼자야? 다른 도퍼들은 아직 안왔어?!”

멀리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강현이 몬스터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강현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도 꼼짝할 수 없었다.

‘이게 경직이라는 건가?’

공격의 여파가 남아있어서 한 번 방어에 성공했어도 연속해서 이어지는 공격은 막아내기 힘들어 보였다. 이틀 전 작은 집게발을 방어 못 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것도 이 경직 때문이었다는걸 알 수 있었다.

다행히 몬스터는 자신 있는 공격이 통하지 않자. 어리둥절해하고 있어서 연속으로 공격이 들어오지 않았다. 수초 뒤. 강현은 경직이 풀리자마자 몸을 빼 다현이 도망친 곳과 반대쪽으로 뛰었다.

몬스터는 강현이 도망치자 괴성을 지르면서 쫓아왔다. 강현이 겨우 골목에 도착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몬스터의 손톱이 벽을 찢었다. 칼로 잘린 듯 벽이 순식간에 공간이 비웠다.

“크윽. 이래서야.”

무너져 내리는 벽 사이를 간신히 빠져나와 몸을 날렸다. 눈앞에 주차장이 보여서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몬스터는 도망치는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고 강현만 쫓았다.

‘설마 이거... 게임처럼 어그로 끌어 버린 건가?’

몬스터는 강현을 향해 뛰어오면서 진로에 거슬리는 것들은 거침없이 부시고 날려버렸다. 손에 걸린 전봇대는 나무젓가락 마냥 부러졌고, 쉴새 없이 휘두르는 꼬리에 맞은 수십 대의 자동차가 찌그러졌다.

자동차 사이에 몸을 숨기려고 했던 강현은 도망치는 걸 포기했다. 무기가 될만한 게 없을까 찾던 중 주차장 안에 널브러져 있던 쇠막대기를 집어들었다. 사선으로 검정색과 노란색이 반복해서 칠해져 있는 원래 자동차의 진입을 통제하던 용도였던 것이었다.

그 어설픈 무기를 들고 강현은 몬스터를 향해 덤벼들었다.

‘피할 수 없으면 돌파 하는 수밖에.’

강현은 양손에 움켜잡은 쇠막대기를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상당히 마구잡이라 어설퍼 보였다. 하지만 어차피 몬스터 레이드에서는 무술이나 격투술이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자세를 제대로 잡고 휘두르면 공방에 효율이 높을 수도 있고, 방송에라도 나간다면 시청자들에게 멋지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몬스터 레이드는 어디까지 순수히 에너지의 대결이었다.

그리고 강현이 뛰어들면 휘두른 막대기는 몬스터의 코를 휘갈겼다.

“키이이이이익”

몬스터는 비명을 지르며 코를 얼싸안고 뒤로 자빠졌다.

강현의 스매쉬가 정통으로 꽂혔다. 흔히 동물의 공통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코였다. 하지만 몬스터는 금방 회복해 기다란 꼬리를 써서 다시 일어났다.

강현이 재차 공격하기도 전에 타이밍을 놓쳤다. 자신보다 대여섯 배나 큰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으면 접근하는 하는 것도 부담이다.

‘근접딜러보다 원거리딜러가 인기 있는지 이제야 알겠는걸.’

티비를 통해서 볼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하지만. [ 예거 ] 때문일까? 머릿속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지 묘한 고양 감이 느껴져. 거대한 몬스터를 앞두고도 그다지 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우선 저쪽의 손톱을 쳐내고, 파고들어서 다리를 노리자.’

속으로 전략을 세우면서 쇠막대기를 다시 고쳐 쥐었다. 그와 동시에 몬스터가 캬앙 하는 소리와 함께 달려들었다.

강현은 쇠막대기를 휘둘러 몬스터의 손톱을 쳐냈다. 거기까진 계획대로 되었지만, 쇠막대기도 반발력으로 중심을 잃어 놓칠 뻔했다.

하지만.

‘공격과 공격이 부딪혔을 때. 똑같이 튕겨 나간다면. 작은 쪽이 유리하다.’

강현은 쇠막대기를 억지로 원래 자리로 끌어당겼다. 이것으로 다시 공격태세를 갖출 수 있었다. 그런 다음 크게 한 발자국 내밀어 그대로 몬스터의 다리를 노렸다.

곧 몬스터 출현 보고를 받은 다른 도퍼들이 현장에 나타날 테지만. 이런 패턴을 반복해 나가면 조금 위험해도 혼자서 쓰러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몬스터 레이드를 하는 도퍼라니 스스로 생각해도 멋졌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때.

붕하며 공기를 찢는 소리를 내며 거대한 기둥이 날아와 강현의 몸을 강타했다. 강현은 극심한 통증 속에서 정신을 놓지 않도록 집중해서 자신을 공격한 것을 확인했다.

그것은 몬스터의 기다란 꼬리였다.

아까 분명 쓰러진 몬스터가 스스로를 꼬리로 일으켜 세우는 걸 봤었다. 그만큼 강력하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다는 걸 잊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경험부족과 방심으로 몬스터에게 강력한 공격수단이 남아있다는 걸 잊어버렸다. 그 대가를 강현은 가혹하게 치뤘다.

“이런 바보 같은...”

시야가 흐릿해져 갔다.

이번 설치류 몬스터는 이틀 전의 갑각류 몬스터보다 몇 배나 크다. 그때는 가벼운 공격으로도 빈사 상태였다. 이렇게 살아있는 것도 기적이라 할 수 있었다.

이어서 거대한 손톱이 날아와 강현의 주위로 하나씩 꽂혔다. 움직일 힘도 없었지만. 그것 때문에 꼼짝달싹 못 하게 되었다. 자신에게 고통을 준 건방진 벌레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할 작정이다.

뿌연 시야 속에서 몬스터가 기다란 꼬기를 하늘을 향해 뻣뻣하게 세우고 있었다. 거대한 창처럼 보였다.

“오빠 안돼!!!”

희미하게 다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다현이는 구했으니까 다행이야.’

그렇게 생각하니 죽음을 앞두고도 무섭지 않았다. 마음이 평안했다.

어디선가 빛이 날아와 강현을 감쌌다. 포근함을 느끼면서 몸에 조금이나마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그러자 눈앞의 몬스터가 무척 자애로운 존재로 보였다.

쉽게 말하자면 천사?

강현은 그 천사의 품에 안기기 위해서 양손을 뻗었다. 오른손에는 여전히 쇠막대기가 쥐어져 있었다. 거추장스럽다. 라고 생각했지만.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쇠막대기는 그대로 꼬리의 중심을 꿰뚫었다.

몬스터가 움찔했다.

그다음에 몸이 천천히 허물어진다.

끈적거리는 진흙처럼 허물어진 몬스터가 그대로 강현의 몸을 덮쳤다.

*

“이곳 같은데요?”

“이기 뭐꼬.”

몬스터 출현 신고를 받고 출동한 두 사람은 공터에 도착하자마자 입을 떡 벌렸다. 그곳에는 거대한 진흙 덩어리가 생명을 가진 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서서히 움직임이 약해지는 걸로 봐서는 금방 사멸할 것처럼 보였다.

“이런 몬스터도 있었나?”

7급 탱커인 태훈이 습관적으로 목에 걸린 도퍼 인식표를 만지작거리면서 중얼거렸다. 옆에 있던 8급 원딜인 민주도 대답 못 했다.

“원래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태훈과 민주가 뒤들 돌아봤다. 그곳엔 도퍼 담당자 권채영이 단정한 눈썹을 찌그러트리고 있었다.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 이상 연구 및 보고서작성 또한 산더미같이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D급 설치류 형태의 몬스터였는데 직전에...”

그때 채영의 말을 끊으며 또 한명의 도퍼가 나타났다.

“저 왔습니다.”

최근에 도퍼테스트를 받은 전도유망한 원딜 성제였다. 테스트 결과로는 7급에 준한다고 나왔지만. 아직 제대로 된 레이드를 뛴 적도 없고 도퍼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라서 정확한 등급산출은 안 된 상태다.

어쨌든 중요한 정보를 듣고 있는 게 끼어든 성제가 못마땅한지 민주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어서 오세요.”

그보다 태훈이 성제를 보고 눈을 부릅떴다.

“니 임마. 벌써 예거 묻나?”

“네? 출동이라고 해서... 진작 먹고 왔는데요.”

“일단 현장에 도착하신 다음에 몬스터를 확인하고 드시라고 주의사항을 알려 드렸을 텐데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상대 못 할 몬스터가 나오거나 몬스터가 이미 쓰러져있는 경우에 먹으면 1억 원을 그냥 날리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래도 티비에도 모습까지 나왔던데....”

성제는 말끝을 흐리면서 몸을 움츠렸다. 어제 도퍼 자격증과 함께 예거를 받으면서 몇 가지 주의사항을 들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그때 공터 안쪽에 누군가 소리치면서 이 몬스터 진흙을 파헤치고 있는 모습을 봤다.

“누가 좀 도와주세요. 오빠가. 오빠가. 여기에 깔렸어요.”

한 여자가 진흙을 잔뜩 뒤집어쓴 채로 울부짖으면서 진흙을 파헤치고 있었다. 담당자 채영이 그 모습을 보고 도퍼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 아래에 도퍼가 있습니다. 다들 구조에 나서주세요.”

도퍼가 위험해 처한 도퍼를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몬스터와 직접 싸워나가는 도퍼로서는 도와줄 수 있을 때 은혜를 입혀둬야 자신이 위험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도.”

민주가 인상을 찌푸렸다. 현장 상황을 보니 딱 봐도 최소 중장비라도 가져와서 꺼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을 지체하면 위험한 상황. 도퍼가 능력을 발휘해야만 살릴 수 있을 가능성이 다소나마 있는 것이다. 하지만 레이드 때문에 예거를 먹고 난 뒤에 약효가 남아있을 때 구해주는 건 모르겠지만. 타인을 위해 1억짜리 약을 쉽게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고마 비키소. 내가 할 테니까.”

답답했는지 태훈이 나섰다. 어느새 예거를 복용했는지 근육이 팽팽하게 불어나 있었다. 진흙 덩어리에 덤벼들어서 양손으로 한 움큼 뜯어내 구석에 던졌다. 순식간에 몇 번이나 반복했지만. 작업 진행이 너무 더뎠다.

“아 이기 끈적끈적해가지고는 힘드네.”

태훈이 혀를 차면서 몸을 세웠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성제가 좋은 생각이 난 듯 눈을 반짝이며 담당자 채영에게 물었다.

“인명구조에 예거를 사용할 경우에도 돈을 받을 수 있죠?”

“네. 어제 말씀드린 대로에요. 그 비용은 구조자에게 청구되겠지만요.”

“그럼 지금 저 안에 있는 사람을 구하면 인명구조 때문에 예거를 썼다는 걸로 저쪽에 청구할 수 있죠?”

잠깐 머릿속에서 도퍼에 관한 규정을 꺼내본 채영은 성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채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성제가 알았다며 진흙 덩어리에 화염을 얇게 쏟아냈다. 그렇게 딱딱하게 굳어진 덩어리를 태훈이 밖으로 던져버렸다. 그러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니 안쪽에서 평안한 모습으로 기절하고 있는 강현이 발견되었다.

*

강현이 눈을 떠 보니 새하얀 천장이 보였다.

“오빠. 이제 정신이 들어?”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다현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옆에는 도퍼 담당자 채영도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어딘 어디고?”

“어디긴 어디야. 병원이지. 이 바보 오빠야!”

도현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니 병실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나 살아 있구나...”

“그걸 말이라고 해?! 도대체 아침 일찍 거기까진 왜 온 거야?!”

“사고 났다는 말 듣고, 네가 위험할 거 같아서.”

“그래도 오빠가 죽으면 어떡하려고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해.”

“...”

약을 먹으면 흥분상태가 되는 걸까? 어쩌면 적당히 따돌리고 도망치는 게 자신을 위해서라도 나은 선택일 수 있었다. 강현이 대답을 못 하고 있자. 뒤쪽에 있던 채영이 나섰다.

“저기 이제 회복하셨으니까 정산 안내해드려도 될까요?”

강현은 정산이라는 말에 눈을 번쩍였다. 이틀 전에는 도퍼들이 몬스터를 퇴치했지만, 소형에다 4명이 나눠서 별다른 이익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훨씬 큰 몬스터를 강현이 혼자서 잡았다. 단번에 엄청난 돈을 손에 쥘 수 있게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어지는 채영의 보고는 실망스러웠다.

“아쉽게도 이번 레이드 후에 회수된 코어는 없었습니다.”

몬스터 내부에 있는 너무 심각한 공격을 받으면 코어 자체가 소멸하여버리는 경우가 있어서 레이드 시에는 요주의다. 몬스터 레이드의 수식을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어가 없다면 수익은 거의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점액질화된 사체가 있었죠. 현재까지 분석 중입니다만. 크게 새로운 소재로서 큰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예상 금액은 3억가량.”

3억이라는 말에 강현과 다현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강현은 이런 거액이 한꺼번에 들어온다니 역시 도퍼가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가계부를 관리하면서 금전부적을 호소하던 다현도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하지만.”

불길한 느낌을 받은 강현은 이어지는 채영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강현씨께서는 아직 도퍼로 정식으로 등록이 안 되었기 때문에. 정산대상이 아닙니다. 덕분에 정부 측에서는 추가 테스트 비용부담을 덜 수 있었지만요.”

빙긋 웃는 모습을 보고 강현은 괜히 열이 뻗치는 거 같았다. 그 정도는 편의를 봐줘도 될 텐데, 이런 못된 공무원 놈들. 하지만 강현은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도퍼로 활동해서 돈을 벌면 된다.

“네네. 그럼 도퍼로 등록할 테니까. 처리해주세요. 저 확실히 도퍼 능력자 맞죠?”

“네. 이미 준비해뒀습니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도퍼자격증과 예거가 담긴 통을 내밀었다.

“도퍼자격증은 디지털 통장과 카드를 겸하고 있습니다. 타인이 사용할 수 없지만, 분실에 주의하시길.”

“네네”

강현이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디지털카드를 살펴봤다. 확인 버튼을 누르니까 클릭하니까 잔고가 작은 화면에 보였다.

“마이너스 2억 원?!”

“네. 최초에 지급되는 예거값 1억 원이랑. 강현씨를 구조할 때 사용된 예거 값 1억원 입니다.”

“그런, 난 구해달라고 한 적 없다고!!”

강현의 절규가 병원에 울려 퍼졌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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