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 회: 1장.도퍼 테스트 -- >
1장. 도퍼 테스트(1)
“와아! 배민상 탱커 그 공격을 버텨냅니다.”
“그보다 석가현 원딜의 쉴 틈 없는 공격 보세요. 아마 번개속성이었죠? 끊임없는 공격에 몬스터의 공격이 무뎌진 거라고 봐야겠죠.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거군요.”
“아! 말씀드리는 순간, 최후방에서 유준모 원딜의 공격준비가 드디어 끝났나 봅니다. 거대한 화염구가 몬스터를 향해 날아갑니다.”
“명중! 명중했습니다!”
티비 화면에 거대한 괴물을 둘러싸고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빌딩만 한 괴물의 공격을 막아내는 남자.
괴물을 향해 전기를 머금은 총알을 연사하는 여자.
그 둘의 모습을 지나 클로즈업된 남자의 손에는 지팡이가 들려있다. 그 지팡이에서 나온 거대한 화염구가 괴물을 명중시키자. 스튜디오에 앉아있는 두 명의 해설자가 환호성을 지른다. 화염구를 맞고 절명한 괴물의 몸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른다. 현장의 사람들은 기쁨에 겨워 서로 얼싸안거나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리포터가 다가가서 사람들의 인터뷰가 시작될 때, 갑자기 화면이 꺼졌다.
“앗! 뭐야?!”
자신이 애청하는 프로그램. [ 몬스터 레이드 ]를 보던 중 티비가 꺼져버리자, 유강현은 비명을 질렀다.
“정말~ 애도 아니고, 또 이런 거나 보고 있어?”
어느새 유강현과 티비 사이를 가로막듯이 나타난 소녀는 한 손에 리모컨을 든 채 유강현을 한심하다는 듯이 내려다봤다. 강현의 하나뿐인 여동생 유다현이었다.
“어... 왔어? 심심해서 잠깐 보고 있었어. 그보다 너 알바는 어쩌구?”
강현은 대학 자퇴하고서 집에 틀어박혀 온라인게임이나 하고 있는 중.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하는 여동생의 출현에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몬스터 출현경보가 발령됐다고, 그만 편의점 문 닫고 퇴근하라지 뭐야.”
“괜찮아!? 안 다쳤어?”
몬스터 출현경보라는 다현의 말에 놀란 강현이 벌떡 일어나서 다현의 양쪽 팔을 부여잡았다. 그에게는 하나밖에 안 남은 소중한 가족이었다. 강현에게 핀잔을 줬던 다현도 강현이 눈빛을 바꾸며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미소를 지었다.
“응. 경고방송 나오고 나서 바로 왔으니까. 그보다 이러면 시급도 안쳐주는데 얼른 경고취소 됐으면 좋겠다.
“...”
“그보다 오빠. 아직 점심 안 먹었지? 오늘은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
밝은 표정으로 부엌으로 향하는 여동생을 보면서 강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금방 대화의 내용대로.
강현이 보고 있던 티비프로그램 [몬스터 레이드]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특수효과를 이용한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다. 실제 상황을 생중계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십수 년 전.
세계 각지에 괴물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그 괴물들의 모습과 크기는 무척 다양했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이제까지 인간이 개발한 모든 무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전술핵까지 사용했으나 괴물은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았다. 그렇게 인류는 멸망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개발한 신약이 인류의 멸망을 막았다. 아니 멸망을 넘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 예거 ]라고 명명된 그 약을 먹었을 경우. 일부 특정한 인간에 한해 특정한 능력이 발휘됐다.
그리고 그 능력으로 괴물을 퇴치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그 [ 예거 ]를 통해 얻은 능력은 12시간밖에 가질 않는다는 것. 싸우기 위해서 능력자들은 계속해서 약이 필요로 했지만, [ 예거 ] 한 알의 가격은 1억 이상이었다. 그 때문에 다이아몬드를 갈아 넣는다는 속설도 있을 정도였고, 약의 제조과정도 일급기밀로 연구소에서만 제조해 각 국가에서 판매유통을 통제 관리했다.
그렇기에 초기에는 자국의 방위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구매한 [ 예거 ]를 직업군인들에게 투여했다. 거기서 능력이 발현되는 비율은 1% 전후, 괴물을 상대할 정도의 능력이 발현되는 건 그보다 훨씬 저조했다.
다행히도 괴물의 심장에 해당하는 코어는 새로운 동력원으로 개발되고, 괴물의 시체도 다양한 자원으로써 활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수억 이상의 고액으로 거래됐다.
덕분에 괴물을 사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퇴치 후에 발생하는 시체들을 매매해서 약값을 충당할 수 있게 되었다. 일부 일반인들도 [ 예거 ] 를 먹고 정부의 허가 하에 여러 능력자와 팀을 이뤄 괴물들을 사냥했다. 이런 행위를 레이드라고 불렸다.
최근에는 이런 레이드 행위를 [ 몬스터 레이드 ] 라는 이름의 티비쇼 프로그램으로 방송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사람들은 티비에서 부르듯 괴물을 몬스터라고 불렀고, 능력자들을 도퍼(Doper)라고 칭하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는 그 프로그램을 정책적으로 후원했다. 그 결과 그 프로그램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졌고, 거기에 출연하는 도퍼들은 영웅시되어 돈과 명예를 거머쥐었다.
도퍼들이 유명인이 되자 모두가 도퍼가 되고 싶어 했지만, 일반인들이 한 알당 1억하는 [ 예거 ]를 먹고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는 부담됐다.
하지만 몬스터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였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국비를 부담해서 [ 예거 ]를 구매해 매년 신청자를 추첨해서 일반인 중에서 능력자를 확인했다.
유강현도 3년 전에 신청했었다. 단순히 도퍼에 대한 동경 때문은 아니었다. 힘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몬스터에게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복수를 할 힘을.
강현의 부모님은 강원도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을 면회하기 위해 차를 몰고 가다가 도로 위에 난입한 몬스터와 마주쳤다. 군소속 도퍼들이 출동했으나 양친 모두 돌아가신 뒤였다. 그 충격에 강현은 다니던 대학도 그만두고 집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언젠가는 능력자가 되기만을 꿈꾸며.
하지만 신청자가 폭주해서인지 도통 연락이 오질 않았다. 아니. 연락이 온다고 해도 도퍼가 되는 것 자체가 희박한 확률이었기에 강현의 입장에서 그건 단순히 현실도피를 위한 핑계였을지도 몰랐다.
그 증거로 강현은 집에 틀어박혀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 연락을 기다리며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반면에 강현의 여동생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어느새 대학생이 되었는데, 그런 여동생을 대할 때마다 강현은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도퍼만 된다면...’ 이라는 희미한 희망에 묶여 이제까지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었다.
그렇게 지출만 있고 수입이 없는 것도 3년째 부모님의 보험금도 거의 바닥을 보이자 최근 다현이 편의점 알바를 시작했다. 강현은 반대했지만, 내 대학등록금이며 생활비며 어쩔 건데? 라는 말에 더 대꾸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강현의 자격지심인지도 모르지만, 다현이 알바를 시작하고 나서는 강현을 보는 눈이 차가워 보여서 더욱 괴로웠다.
‘그래. 하나뿐인 동생을 생각해서라도 이제라도 미련을 버리고 정신 차리자.’
부엌으로 사라진 동생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강현은 당장에 알바라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제까지의 흐리멍덩했던 자신을 털어버리려는 듯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때 강현의 폰으로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안녕하십니까. 유강현씨. 국가안전관리국입니다. 귀하께서 신청하신 도퍼 테스트 날짜가 확정되어 알려드립니다. 7월 12일. 10시까지 국가안전관리국 1층에 도퍼 테스트 제2실에 와주시길 바랍니다. 기타 주의사항으로...
그것은 강현이 그토록 기다리던 도퍼 테스트 안내 문자였다.
============================ 작품 후기 ============================
첫 연재입니다.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성실연재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