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가도 가도 끝없는 모래뿐이었다. 모래로 이루어진 산을 넘으면 또 모래 산이 나왔고, 꼭대기에 올라가면 끝없이 이어진 모래 산들이 보였다.
"사막이 뜨겁긴 뜨겁네요."
더없이 아름다운 여인이 살며시 미소 지으며 말하자, 그 옆에 서 있던 사내가 여인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시원하게 해 줄까?"
여인이 고개를 돌려 사랑스러운 눈으로 사내를 바라봤다.
"눈보라 속에서 뜨겁게 해 주겠다고 말하고 저한테 한 짓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여인의 눈빛이 더없이 고혹적으로 빛났다.
사내가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그래서 싫었어?"
여인이 새치름하게 눈을 흘겼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두 사람은 모래 산 정상에 서서 앞을 바라봤다.
"얼마나 더 가야 하죠?"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가면 오아시스가 나올 거야. 그리고 유적도 있을 거고."
사내가 여인의 어깨에 두른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이렇게 여행하는 것도 즐겁지?"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데 우리 이렇게 계속 여행만 해도 되는 거예요? 물론 목적이 있다고 하지만……."
사내가 씨익 웃었다.
"우리 없어도 잘 돌아가잖아. 그동안 못 해 본 모든 걸 하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을 거야."
그 말에 여인도 공감한다는 듯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하긴, 저도 너무 오래 기다리긴 했어요. 이제 그 보상을 받을 시간인 거로군요."
"그렇지."
사내가 여인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시원한 바람이 두 사람을 감쌌다. 사내가 부른 바람의 정령이 벌인 일이었다.
"온 대륙을 다 돌아본 다음에 아이를 갖자."
사내의 말에 여인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이에게 행복이 있기를."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