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 초전 (3)
"대승입니다!"
다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이렇게 통쾌하게 적을 뭉갤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더구나 피해가 전무했다.
아군 기간트는 3천 기가 고스란히 남았고, 적은 마법사를 비롯한 막대한 물자와 인재를 잃었다. 또한, 기간트 피해도 엄청났다.
제론은 그렇게 기뻐하는 천인장들을 슥 둘러본 다음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제론의 담담한 말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천인장들이 정신을 차린 것이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간신히 흥분만 가라앉혔을 뿐,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기습을 한 번 더 한다."
"또 말입니까? 하지만 한 번 기습에 당했으니 이젠 방비를 더 철저히 할 텐데요."
"그러니 지금 당장 하는 거지."
제론은 그렇게 말하며 탁자 위에 놓인 전장의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위이이이잉!
지도 위에 크란 제국군의 현재 상황이 그대로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본 천인장들이 눈을 빛냈다.
"방심하고 있군요."
크란 제국군은 전투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기간트를 몽땅 동원해서 주변을 치우고 있었는데, 경계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설마 바로 연이어 기습을 또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어찌 보면 당연했다. 피로 문제도 있고, 기간트 정비 문제도 있으니 기습을 성공하고 물러나자마자 또 들이닥칠 확률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에어스트 왕국군은 전혀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했다. 지금 당장 기습을 또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번에는 좀 크게 간다. 확실히 타격을 줘야 한다. 최소한 적의 기간트 수를 절반 이하로 줄이는 걸 목표로 한다."
"예."
"이번에도 셋으로 나눠 기습한다."
제론은 그렇게 말하며 기습 위치를 짚었다. 그 부분은 확실히 방어가 모자랐다.
천인장들은 공격 방법과 시기를 정확히 정한 다음 돌아갔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적이 방심을 버리기 전에 서둘러 공격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제론은 이번 기습으로 적의 사령관을 없애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확실히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선봉을 완전히 무너뜨리면 당분간 쉽게 도발하지 못할 것이다.'
그 부분은 확실했다. 문제는 섬광의 창이었다.
크란 제국이 미친 척하고 섬광의 창을 또 쓰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고 말 것이다.
'그때는 또 내가 나서는 수밖에.'
달라진 자신의 힘이라면 어떻게든 테오스와 함께 막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만 더 사전에 알아낸다면 더욱 빨리 막아 낼 수 있고 말이다.
'미리 알아내기만 하면 돼.'
에너지를 축적하기 전에 검으로 갈라 버리면 된다. 예전에는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젠 가능했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제론이 상념에 젖어 있을 때, 천인장 하나가 들어와 보고를 마쳤다.
"가자."
제론은 결연한 눈으로 막사를 나섰다. 전쟁의 흐름을 바꿀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