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화 (200/217)

Chapter 6 섬광의 창 (1)

"섬광의 창이 제대로 발동했습니다."

신하의 보고에 왕은 흡족하게 웃었다. 일단 섬광의 창이 발동한 이상, 에어스트 왕국은 끝장이었다.

"목표 설정은 제대로 했겠지?"

"예. 에어스트 왕국의 왕궁으로 정확히 설정했습니다."

"잘했다. 그럼 레벨리오 놈들은?"

"5천 명을 사로잡았습니다."

왕은 이번에도 흡족하게 웃었다. 슈탐 후작이 죽은 건 아쉽지만, 그 정도야 얼마든지 버릴 수 있는 패였다.

"섬광의 창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나?"

"15분 후에 에어스트 왕궁에 도착합니다."

"좋군. 그럼 에너지원에 대한 비밀을 알아내. 5천 명 전원의 살을 바르고 피를 뽑아서라도."

"알겠습니다."

신하들이 모두 나가자 왕은 홀로 남아 손가락을 딱 튀겼다.

그러자 대전의 문이 저절로 벌컥 열렸다. 그 뒤에는 미리 준비한 술과 음식을 든 시녀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녀들은 갑자기 문이 열리자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배시시 웃으며 술과 음식을 대전 안으로 들였다.

순식간에 상이 차려졌다.

그리고 시녀들이 다소곳이 상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왕좌에서 일어난 왕이 음식이 차려진 곳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시녀가 따라 주는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좋구나."

왕의 입가에 진득한 미소가 맺혔다. 그의 손이 옆에 앉은 시녀의 몸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죽음과 함께한 시간 동안 굶주렸던 것을 해결할 시간이 되었다.

이렇게 하나하나 욕구를 충족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했다. 오랜 죽음 탓에 비워진 것들을 채워야만 했다. 비단 육체적인 부족함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부족함까지도.

일그러진 성욕을 채우는 동안에도 왕은 뇌리에 지금 한창 목표를 향해 하늘 높이 날아가고 있을 섬광의 창을 떠올렸다.

섬광의 창을 날리기 위해 크란 제국에 남은 모든 에너지원을 다 동원했다. 그 에너지를 한데 모은 것은 오로지 왕의 능력이었다.

그런 어마어마한 것을 과연 에어스트 왕국이 막아 낼 수 있을까?

"절대로 불가능하지."

왕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떠올랐다.

☆ ☆ ☆

제론은 중앙 유적에서 그야말로 미친 듯이 수련에 몰두했다.

지금은 총 6기의 기간트를 동시에 상대하는 중이었다. 각각 2기의 이스히스, 타히티, 마크리아와 싸우는 것인데, 5기일 때와는 또 차원이 다를 정도로 어려웠다.

사실 5기나 6기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짤 수 있는 전투 패턴도 그리 많이 차이 나지 않는다. 더구나 5기일 때보다 고작 마크리아 한 기가 늘어난 것이니 더더욱 차이가 미미했다.

하지만 실제 싸움은 그렇지 않았다. 제론은 그 이유를 금세 파악했다.

6기의 기간트는 그동안 가해졌던 힘의 제한이 상당 부분 풀려 있었다.

지금까지보다 훨씬 빠르고 강했으며, 머리도 좋아졌다. 상황 대처 능력도 올라갔고, 순간적으로 작전이나 패턴을 바꿔 제론을 당황하게 했다.

이건 그저 미친 듯이 도전만 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제론도 그걸 알았지만 지금은 딱히 다른 수가 없었다. 그저 하고 또 해서 이뤄 내는 것이 제론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막 죽음 직전까지 다녀온 뒤 로비로 튕긴 제론은 바닥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었다. 호흡을 조절하며 몸 상태를 관조하며 어떻게 6기의 기간트를 동시에 상대할지 차분하게 작전을 다시 짰다.

아마 이번에 이기고 나면 다음 7기의 기간트를 상대하는 건 더욱 어려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온전한 힘을 사용할지도 모르지.'

아니, 그게 확실하다. 이번 6기의 기간트가 가진 힘을 생각하면 다음 7기의 기간트는 분명히 그럴 것이다.

'한데 남은 하나는 뭐가 나올까?'

7기의 기간트가 나온다면 이스히스, 타히티, 마크리아가 각각 2기씩 나오고도 한 기가 남는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하긴, 뭐든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어려울 텐데."

제론은 그렇게 대충 생각을 넘기고는 다시 작전에 몰두했다.

그 순간, 갑자기 어마어마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그 위치는 하늘이었다.

제론은 안색이 굳어 누운 채 위를 쳐다봤다. 투명한 천장을 통해 국왕 전용 연무장이 보였다.

따악!

손가락을 한 번 튀기자, 천장이 비추는 모습이 스르륵 흩어지더니 이내 바뀌어 버렸다. 이제는 왕궁 위 하늘을 비췄다.

끝없이 높은 하늘에 거대한 빛무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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