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 흡수 (3)
제론은 냉정하게 전력을 따져 봤다. 크란 제국은 동시에 7개 왕국과 전쟁을 벌일 충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문제는 '지속적으로 7개의 전선을 유지할 재정적 여유가 있느냐.'였다.
잠시 태블릿을 조작하던 제론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파악한 바만으로도 크란 제국은 충분히 그 정도 힘과 역량이 있었다.
정말 어마어마한 나라였다.
"더 파악해야 돼. 대체 왜 갑자기 전쟁을 일으키려는지."
만일 크란 제국이 자체적으로 전쟁을 원한 거라면 대륙 정벌의 꿈을 펼치는 거라고 판단하겠지만, 그게 아니라 뒤에서 엠페리움이 컨트롤하는 거라면 분명히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론은 그 이유를 알아내고 싶었다.
그리고 더 빨리 이유를 알아내려면 제론이 할 수 있는 일은 딱 하나였다.
"슬슬 새 유적을 찾아야겠군."
제론은 일단 수도의 본거지가 박살 나면서 폭삭 주저앉은 레벨리오부터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제론은 레벨리오의 위치부터 파악했다.
다행히 아직 마티로 추적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다. 물론 하수도 안에 마련된 피신처였다.
"정말 할 일이 많군. 저들의 수뇌부도 완벽하게 파악해야 하는데 말이야."
바인의 예상으로는 크란 제국의 왕족 중 하나일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그 부분은 제론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바였다.
레벨리오는 가진 힘에 비해 얻는 정보가 지나치게 중요했다. 그 정도 역량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니었다.
특히 엠페리움의 시설물에 대한 정보를 지금까지 하나하나 찾아낸 것을 보면 원래 그것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이 가능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왕족이었다.
크란 제국의 왕족이라면 아무래도 엠페리움과 관련된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을 테니까 말이다.
'어쩌면 엠페리움에 장악당한 왕족의 권위를 되찾고자 만든 조직일 수도 있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추론이었다.
어쨌든 지금은 레벨리오의 정체를 파고드는 것보다는 다 죽어 가는 그들을 되살려야 할 때였다.
그래야 제론이 활동하기가 편해질 테니까 말이다.
제론은 미리 레벨리오의 조직원들이 숨어 있는 도시로 곧장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