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6화 (177/217)

Chapter 8 베젤 평원 전투 (4)

오우거의 가슴이 서서히 아물어 갔다. 당연히 쏟아지는 피도 줄어들었다.

"크워어어어어!"

오우거가 포효하며 자신의 가슴을 마구 두드렸다.

쾅쾅쾅쾅쾅!

그리고 다시 츠바이의 네불라에게 달려들었다. 츠바이는 죽을 맛이었지만 그래도 오우거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솔직히 이제는 좀 할 만했다.

그렇게 오우거를 다시 상대하려고 할 때, 갑자기 휘청거리며 균형이 무너졌다.

"어? 뭐지?"

츠바이는 그 순간 자신의 눈앞을 가렸던 빛이 모두 사라지는 걸 볼 수 있었다. 당연히 검은 오우거도 빛과 함께 없어졌다.

그리고 몸이 서서히 기울어졌다.

"뭐지?"

츠바이는 크게 당황했다. 빛이 사라지고 나니 사야가 확 열렸다. 동료들이 탄 네불라가 보였다. 그들은 다들 제자리에 서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동료들이 대체 왜 저러는지, 또 자신은 왜 이렇게 넘어지고 있는지 말이다.

쿠웅!

츠바이의 네불라가 바닥에 쓰러졌다. 츠바이는 그제야 자신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아니, 자신이 탄 네불라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다리 하나가 사라졌다. 뭔가가 뜯어낸 듯했다. 그제야 츠바이의 눈에 다가오는 새까만 기간트가 보였다.

새까만 기간트, 테오스가 검으로 네불라의 가슴을 푹 찍었다.

그것이 츠바이가 본 마지막 장면이었다.

제론은 테오스를 타고서 주위를 둘러봤다. 제론이 테오스를 통해 펼친 마법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그러니 네불라들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서서 우왕좌왕 하는 것 아니겠는가.

우왕좌왕하는 네불라들 사이로 타히티의 화살 하나가 날아갔다.

큐웅!

꽈드득!

네불라 한 기의 어깨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그 네불라에게 이스히스가 다가갔다.

이스히스는 망설임 없이 도끼로 네불라의 머리를 찍어 버렸다. 네불라는 그 공격에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

콰직!

네불라의 머리가 둘로 쪼개졌다. 그것도 모자라 가슴도 절반이나 갈라졌다. 당연히 그 안에 있던 라이더도 절명했다.

큐웅!

콰득!

타히티의 화살이 네불라 하나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마크리아가 네불라의 가슴에 창을 찔러 넣었다.

꽈드득!

네불라의 가슴이 소용돌이치듯 창에 의해 말려들어 가며 함몰되었다. 이번에도 라이더는 절명했다.

그런 식으로 타히티의 화살이 날아갈 때마다 네불라가 하나씩 쓰러졌다.

테오스도 그 안에 합류했다. 닥치는 대로 네불라를 베어 내는 테오스의 신위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그렇게 네불라 부대 300기의 기간트가 순식간에 전멸했다.

테오스가 펼친 환상 마법의 위력이 너무 대단했기에 별로 힘들이지도 않고 기간트 부대 하나를 괴멸시킨 것이다.

네불라 부대를 정리한 제론은 다시 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전장도 거의 정리가 끝나가는 분위기였다.

남은 건 적 사령관인 크라프트와 에어스트 왕국군 사령관인 카이트의 대결뿐이었다.

꽝! 꽝! 꽝! 꽝!

둘의 대결도 거의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대결은 백중세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카이트의 아모르가 크라프트의 히엠스를 조금씩 압도하기 시작했다.

크라프트는 이를 악물었다.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은 소드 마스터였다. 물론 아무리 소드 마스터라도 기간트에 타면 한계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보통 라이더에 비하면 월등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한데 저 보잘것없는 놈의 기간트를 박살 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밀리는 중이었다. 이걸 대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히엠스가 강하게 발을 구르며 검을 내리그었다. 벼락같은 일격이었다.

하지만 아모르는 비스듬하게 앞으로 나아가며 그 공격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려 버렸다. 그와 동시에 아모르의 팔꿈치가 히엠스의 겨드랑이를 그대로 찍었다.

꽈득!

겨드랑이가 움푹 들어가며 히엠스가 비틀거렸다. 강한 충격에 잠시 균형을 잃은 것이다.

크라프트의 능력이 워낙 뛰어나 금세 균형을 잡았지만, 그를 상대하는 카이트의 실력도 엄청났다.

아모르가 재빨리 파고들었다. 히엠스가 균형을 막 잡았을 때, 이미 아모르의 다리가 히엠스의 다리를 건 상태였다.

아모르가 어깨로 히엠스를 밀었다. 그러자 다리에 걸려 히엠스가 그대로 넘어갔다.

쿠웅!

바닥에 누운 히엠스를 아모르가 밟았다.

콰득!

워낙 창졸간에 벌어진 일이라 히엠스는 미처 피하지도 못했다. 바닥에 채 쓰러지기도 전에 아모르가 다리를 들고 있었으니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었다.

히엠스의 발목이 찌그러졌다. 아모르가 노린 부위가 바로 그곳이었다. 히엠스의 기동력을 빼앗기 위한 공격이었다. 또한 시야에 닿지 않는 곳을 공격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회피를 미연에 방지했다.

일단 발목이 찌그러진 히엠스는 더 이상 조금 전처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수 없었다.

바닥을 굴러 몸을 일으켰지만, 승부는 이미 난 거나 다름없었다.

아모르가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히엠스가 그것을 막으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아모르의 어깨가 히엠스의 가슴을 들이받았다.

꽈앙!

히엠스가 허공에 붕 떠서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꽈과광!

히엠스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가슴이 함몰되면서 라이더인 크라프트가 큰 충격을 받아 기절한 것이다.

그걸 마지막으로 체스터 공국과의 첫 번째 전투가 끝났다. 비록 한 번의 전투에 불과했지만, 그 규모나 상황을 따지면 향후 일어날 그 어떤 전투보다 중요했다.

그리고 이 전투가 전쟁의 흐름을 결정해 버렸다.

당분간 에어스트 왕국군을 제대로 막아 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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