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 새로운 게이트 (3)
"그 기간트의 설계도를 얻어 내는 건 어떻게 되었나?"
깁스 남작은 대답하지 못했다. 진척된 게 전혀 없었다. 에어스트 왕국에 은밀히 잠입시킨 정보원들이 몽땅 연락이 끊겨 버렸다.
게다가 최근 에어스트 왕국에서 텔레포트 게이트를 모두 철수시켰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얻던 정보도 모조리 차단되었다.
엠페리움 입장에서 보면 에어트스 왕국은 완전히 장막에 가려진 셈이었다.
"좋아. 아모르는 그렇다 치고, 새로 등장했다는 기간트들에 대해서는 조사가 끝났나?"
깁스 남작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 역시 아직 아무것도 알아낸 것이 없었다. 그저 엄청난 성능을 가진 기간트가 무려 4종이나 새로 등장했다는 것이 그가 알아낸 전부였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알음알음 소문으로 퍼져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어떻게든 알아내게. 설계도까지 입수하면 더 좋고."
엠페리움의 수뇌부는 누구도 테오스가 발굴형 기간트라고 믿지 않았다. 엠페리움의 수뇌부는 발굴형 기간트는 오로지 4종뿐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것은 진실이었다.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이번에도 그 침묵을 깬 것은 수뇌부 중 한 명이었다.
"그건 그렇고 전쟁은 어떻게 할 건가? 손써 보기도 전에 당했는데, 만회할 방법이 있나?"
깁스 남작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망할 에어스트 왕국 때문에 꼴이 정말로 우습게 되었다.
설마 에어스트 왕국이 그렇게 빨리 레늄 왕국과 미테 왕국을 정리해 버릴 줄은 예상치 못했다. 그로 인해 처음 세웠던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게다가 체스터 공국과 벨룸 왕국의 전쟁도 너무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그 이면에 문두스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얼마나 분통을 터트렸는지 모른다.
한데 이제 에어스트 왕국이 체스터 공국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벨룸 왕국까지 노리고 있으니 점입가경이었다.
"이대로라면 체스터 공국과 벨룸 왕국은 물론이고 헥서 왕국까지 넘어갈 수도 있다. 대책을 세워야 해."
"알고 있습니다."
대답을 하긴 했지만 딱히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에어스트 왕국의 힘이 워낙 대단해서 어설픈 작전을 펼치면 외려 당할 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었다. 만일 에어스트 왕국이 정말로 그 모든 왕국을 아울러 거대한 제국이 된다면 그들은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체스터 공국에 2천 기의 기간트를 추가로 지원하도록 하지."
"2천 기나 말입니까?"
깁스 남작이 깜짝 놀라 원탁의 수뇌부를 바라봤다. 예전이라면 2천 기쯤 아무것도 아닌 수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엠페리움의 상황이 상당히 악화되었기 때문에 2천 기의 기간트를 지원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다.
"왜? 어렵나?"
깁스 남작은 그 말에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역량으로 2천 기를 만들어 지원하라는 뜻이었다. 즉, 조직 수뇌부의 힘을 완전히 배제하고 일을 진행하라는 것이니 순간적으로 반감이 치솟았다.
하지만 깁스 남작은 그저 고개를 숙이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방법이 없었다. 자신은 힘없는 약자였으니까.
"해 보겠습니다."
"해 보겠다는 말로는 부족해. 어떻게든 해내게."
"알겠습니다."
깁스 남작은 힘없이 물러났다. 2천 기의 기간트를 자력으로 만들 생각을 하니 골이 지끈지끈 아파 왔다.
그가 밖으로 나가자 분위기가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
"어떻게들 생각하시오?"
"뭘 말이오? 2천 기의 기간트를 저놈이 만들 수 있는지 없는지 말이오?"
"훗. 그거야 당연히 만들지 않겠소? 근방의 왕국들을 조금만 찔러도 그쯤이야 만들고도 남을 거요."
"하면 뭘 말하는 거요?"
"우리도 따로 그 전쟁에 개입해야 하지 않겠소?"
"흐음."
다들 심각하게 고민에 빠졌다. 그 전쟁은 그들에게 있어서도 중요했다. 기간트 전투만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전쟁이었다.
그 전쟁에서 피를 얼마나 많이 흘려 주느냐, 또 얼마나 많은 난민을 발생시키느냐에 따라 향후 엠페리움의 행보가 달라질 것이다.
"켈룸 1군단을 지원하겠소."
"호오! 그럼 나도 질 수 없지 네불라 군단을 지원하겠소."
"네불라? 정말 그걸 내놓을 셈이오?"
"일단 에어스트 왕국을 막아야 하지 않겠소?"
켈룸은 크란 제국에서 만든 양산형 기체 중에서 가장 뛰어난 기간트였다. 무려 2.3의 출력을 자랑하는 기간트로 양산형 출력의 한계를 규정한 기간트이기도 했다.
그리고 네불라는 아직 존재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기간트였다.
비록 출력은 2.1에 불과하지만 마나코어에서 나오는 출력 일부를 소음 제거로 돌려 은밀한 작전에 유용한 기간트였다.
엠페리움의 기간트 1개 군단은 300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니 각각 300기씩 벌써 600기의 기간트가 모인 셈이었다.
그러니 다른 수뇌부도 저마다 자신의 힘 중 일부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다른 자들과 비슷하게 맞춰야 했기에 상당한 수의 기간트가 모였다.
"난 누베스 1개 군단을 내놓겠소."
"그럼 난 임베르 2개 군단을 내놓지."
그렇게 모인 기간트의 수를 모두 합하니 그것만으로도 2천 기가 넘었다.
깁스 남작이 2천 기의 기간트를 동원하면 총 4천 기의 기간트가 추가되는 셈이었다.
그 정도 전력이라면 에어스트 왕국이 아무리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결코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그 정도면 안심해도 되겠군. 혹시 모르니 그들을 지휘할 사람을 내가 보내겠소."
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이 눈을 빛내며 바라봤다. 무려 4천 기의 기간트를 지휘할 총사령관이다. 아무나 보낼 수는 없었다.
"크라프트 경을 보내겠소."
다들 눈을 크게 떴다. 크라프트 경은 엠페리움이 보유한 기사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였다. 당연히 소드 마스터였고, 또한 전략에도 밝았다.
"크라프트 경이라면 찬성이오."
다들 고개를 끄덕이자, 크라프트를 보내겠다고 말한 사람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럼 이견이 없는 걸로 알고 이만 회의를 끝내겠소. 최대한 서두릅시다."
그렇게 회의가 끝났다. 그리고 전쟁의 변수가 될 수 있는 거대한 병력이 이동을 시작했다.
전쟁의 소용돌이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