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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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 새로운 게이트 (2)

제론이 가장 먼저 텔레포트 게이트를 설치하기로 한 곳은 체스터 공국과의 국경 근방에 있는 작은 도시였다.

그곳에는 원래도 텔레포트 게이트가 없었기에 완전히 새로 설치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반드시 설치해야만 했다.

기존의 텔레포트 게이트와는 차원이 다른 게이트였다. 초고대문명의 마법공학이 잔뜩 들어갔으니 당연했다.

제론의 계획은 모든 도시에 텔레포트 게이트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물류의 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에어스트 왕국이 보유한 상단들은 모두 그에 맞춰 체질을 바꿔 나가고 있었다.

물류의 혁명이 일어나면 기존처럼 물류의 비중이 큰 상단은 그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제론이 설치하려는 텔레포트 게이트는 규모 면에서 기존의 텔레포트 게이트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더구나 안전성도 더 뛰어났다.

이는 제론이 9개의 마나링을 얻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었다.

이동 방식도 달랐다. 미리 위치를 설정해 놓으면 그저 게이트를 통과하는 것만으로 그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게다가 거리 제한도 없었다. 기존 게이트는 왕국을 횡단하려면 게이트를 여러 번 이용해야 했는데, 제론의 게이트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게이트만 확실히 설치되면 대륙의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는 것도 간단했다. 더구나 게이트 이용 시 몸에 오는 부담도 전혀 없었다.

기존 게이트는 이용할 때마다 몸에 부담이 쌓여 하루에 한 번 이용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제론의 게이트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얼마나 대단한가.

게이트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도 기존의 것에 비하면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건 에어스트 왕국이 무한한 테페룸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론의 게이트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물질은 테페룸과 포로스였다.

그러니 실제로 에어스트 왕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게이트를 만들고자 한다면 기존의 게이트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게이트의 성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돈값을 하겠지만 말이다.

도시는 황량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근방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게다가 도시를 다스리는 수뇌부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으니 분위기가 뒤숭숭한 건 너무나 당연했다.

그래도 에어스트 왕국군은 군기가 엄정해 절대 약탈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들 불안하기는 해도 두려움에 떨지는 않았다.

제론은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광장에 도착했다. 이곳에 게이트를 만들면 다들 편히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은 게이트를 관리할 마법사가 필요했다. 하지만 제론이 만들 게이트는 그렇지 않았다. 그저 게이트 주변을 정리할 병사 한두 명만 있으면 충분했다.

광장은 한산했다. 보통 광장이라면 분수대도 있고 화단도 조성해 놓고 하겠지만, 이 도시는 규모가 워낙 작고, 유동 인구의 대부분이 병사였기에 그런 것조차 없었다.

차라리 그래서 더 편했다.

제론은 광장의 정중앙에 서서 주위를 둘러봤다. 구경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기에 시야를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

위이이이이잉!

9개의 마나링이 맹렬히 회전했다. 그러자 제론의 발밑에 빛나는 마법진 하나가 그려졌다.

샤아아아아아.

마법진이 부서지며 바닥을 타고 빛가루가 사방으로 흘러갔다.

그와 동시에 광장이 우윳빛 막으로 뒤덮였다. 시야를 완벽하게 차단해 주는 막이었다. 또한 물리력까지 가지고 있어서 함부로 막을 통과해 들어올 수도 없었다.

그렇게 광장을 격리한 제론은 아공간에서 테페룸을 꺼냈다.

마법진의 기본 골격은 테페룸으로만 만들어야 했다.

위이이이이잉!

마나링의 가속이 더욱 빨라졌다. 그러자 제론의 손에 있던 테페룸괴가 흐물흐물해지더니 쭉 늘어났다.

제론은 물러진 테페룸을 주물러 모양을 만들어갔다. 테페룸을 애초에 충분히 꺼냈기 때문에 기본적인 골격을 만드는 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제론은 반구형의 골조를 만들었다. 골조의 모양 자체가 커다란 마법진을 형성하고 있었다. 즉, 반구형의 입체 마법진이었다.

테페룸으로 이루어진 마법진은 지속적으로 주변 마나를 흡수한다. 즉, 별도의 마나스톤이 없어도 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골조의 모양이 반구형이었기에 제론은 땅을 팠다. 물론 마법을 이용해 아주 간단히 작업을 끝냈다.

이제 진짜 마법진을 만들 차례였다.

제론은 골조를 이루고 있는 테페룸 위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위이이이이이잉!

마나링이 굉음을 토해 낼 정도로 맹렬히 가속했다. 그리고 제론의 손끝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제론은 직접 마나를 뿜어내 그걸로 테페룸 골조 위에 선을 새겨 넣었다.

가느다라면서 정교한 문양이 골조에 가득 새겨졌다.

마법진을 모두 새기는 데 무려 5시간이나 들었다. 그만큼 정교하고 세밀하며 복잡한 문양이었다.

골조에 문양을 새기며 떨어져 나간 테페룸의 양도 상당했다. 물론 제론은 그걸 다시 회수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건 그것대로 쓰임이 있었다.

가루나 마찬가지 상태가 된 테페룸을 한데 모아 미리 파 놓은 구덩이에 몽땅 넣었다.

제론은 그 테페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거대한 마법진이 손바닥 앞에 나타났다.

샤아아아아아.

마법진이 가루가 되어 흩어지며 구덩이 안으로 스며들어 갔다. 그러자 테페룸 가루가 흐물흐물해지더니 그대로 녹아 버렸다.

그렇게 액체가 된 테페룸이 제론의 마법에 의해 얇게 펴졌다.

슥슥슥.

마치 붓으로 테페룸을 칠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구덩이가 매끈해졌다. 매끈한 반구형 구덩이가 된 것이다. 테페룸으로 감싸인 구덩이 말이다.

휘이잉.

차가운 바람이 불어 액체가 된 테페룸을 굳혔다.

제론은 거기까지 한 후, 아공간에서 포로스를 꺼냈다. 그리고 테페룸 골조에 새긴 문양에 조심스럽게 포로스를 흘려 넣었다.

포로스가 홈을 빈틈없이 메워 갔다. 그렇게 모든 홈이 포로스로 가득 차자, 제론은 마나를 이용해 포로스를 문양에 안착시켰다.

제론은 그렇게 만들어진 마법진을 구덩이에 넣었다. 마치 미리 맞춘 듯 딱 맞았다.

손바닥을 펼친 제론이 마나를 모았다. 손바닥에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가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 마나가 날아가 구덩이를 가득 메웠다.

번쩍!

강렬한 섬광이 일며 골조와 구덩이를 감싼 테페룸이 하나가 된 듯 붙어 버렸다.

번쩍! 번쩍! 번쩍!

연달아 섬광이 일었다. 골조가 구덩이에 닿는 부분이 섬광과 함께 딱 달라붙었다.

여기까지 했으면 게이트가 거의 완성된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면 게이트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마법사가 필요했다.

제론이 원하는 건 체계적으로 게이트를 관리할 사람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리스모스였다.

제론은 아공간에서 리스모스를 꺼내 마법진의 빈 공간에 꽉꽉 채워 넣었다.

리스모스는 테페룸을 가공해서 만들어지는 것 중 하나로, 마나 저장 효율이 엄청나게 좋은 물질이었다.

들어가는 테페룸의 양에 비해 부피가 상당히 컸기에 이렇게 입체 마법진의 빈 공간에 채워 넣는 용도로 쓰기에 상당히 좋았다.

가장 좋은 것은 리스모스를 이용해 마법진을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복잡한 마법을 추가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했지만, 기존 마법진에 간섭하지 않으면서 연동시키는 것이 가능했기에 잘만 쓰면 정말로 괜찮은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었다.

제론이 원하는 것이 바로 새로운 기능 추가였다.

일단 태블릿을 꺼냈다. 그리고 화면에 조금 전 만든 구조물을 띄웠다. 미리 설계한 마법진이었기에 손가락 몇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 마법진이 상세히 떠올랐다.

제론은 그것을 보며 만들어진 마법진 위에 손을 올렸다. 사실 보지 않아도 할 수 있었지만 실수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보이지 않는 부분을 세공해서 마법진으로 만드는 일이었기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사각! 사각! 사각!

리스모스가 사각거리며 갈려 나갔다. 반구형 구덩이 안에 가득 채워진 리스모스가 조각되며 거대한 입체 마법진이 만들어져 갔다.

마법진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조각되었다. 리스모스 특유의 마나 저장 능력 덕분에 안이 마나로 가득 채워졌다. 물론 처음에는 제론이 주변 마나를 움직여 안에다 밀어 넣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테페룸 특유의 성질 때문에 주변 마나를 끊임없이 흡수해 저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게이트가 더욱 원활하게 작동되도록 안정감을 부여하게 될 것이고 말이다.

우우우우우웅!

게이트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마법진이 환하게 빛나더니 그 위에 빛으로 이루어진 문이 생겨났다.

그것이 바로 제론의 텔레포트 게이트였다.

그리고 게이트 옆에 길쭉한 빛의 기둥 하나가 솟아났다. 그 기둥이 바로 리스모스에 새겨진 마법진 때문에 나타난 결과물이었다.

제론은 테스트를 위해 빛의 기둥에 손바닥을 올렸다. 그러자 눈앞에 새하얀 판이 나타났다.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판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제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다른 게이트가 만들어져야 이 판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미 거기까지 예상하고 마법진을 설계했다.

그 판에는 향후 만들어질 텔레포트 게이트의 위치가 나타날 것이다. 도시 이름과 고유 번호로 이루어진 리스트가 뜰 것이고, 그중 하나를 골라서 게이트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니 마법사가 필요 없었다. 누구나 빛의 기둥에 손을 대고 목적지를 고르면 된다.

그렇게 고른 목적지는 게이트 위에 빛으로 이루어진 문자가 되어 떠오르게 되어 있었다.

같은 목적지로 가는 사람이라면 그걸 확인하고 그저 게이트를 통과하기만 하면 된다. 물건이나 마차를 이동시키는 것도 상관없었다.

"일단 몇 군데 더 만들어 봐야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이 가능하겠군."

제론은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벨룸 왕국군과 대치를 하는 국경 근처의 도시였다.

그곳 역시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광장에 게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게이트가 훌륭히 작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텔레포트 게이트 하나를 만드는 데에 걸리는 총 시간은 무려 7시간이었다. 그것도 7시간을 쉬지 않고 만들어야만 했다.

잠자는 시간을 고려하면 하루에 2개 만드는 것이 한계였다.

하지만 제론은 걱정하지 않았다. 게이트를 만드는 것도 마법진을 그리는 것이나 아티팩트 제작과 비슷했다. 결국 같은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숙련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숙련되면 숙련될수록 제작에 걸리는 시간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지금은 하루에 2개가 전부지만 조만간 하루에 3개, 4개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하루에 10개 이상의 게이트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리라.

제론은 그렇게 확신했다.

☆ ☆ ☆

엠페리움의 최고 회의가 또 열렸다. 같은 장소 같은 사람이 참석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무거웠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지? 계획대로 이루어진 것이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최고 회의에서 가장 많은 식은땀을 흘리는 사람은 바로 깁스 남작이었다. 그는 오늘도 원탁에 둘러앉은 수뇌부 앞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할 말이 없었다. 어떻게 일이 이렇게 꼬일 수 있단 말인가.

"에어스트 왕국의 저력이 엄청나군. 아모르는 구했나?"

"예. 간신히 한 기 구했습니다."

에어스트 왕국에서는 아모르의 관리가 워낙 철저해 거기서 빼돌리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깁스 남작은 에어스트 왕국이 각국의 주요 인물에게 선물한 것을 은밀히 구입했다.

"분석은?"

"하는 중입니다만, 어렵습니다."

"어렵다고?"

깁스 남작은 더욱 깊이 고개를 숙였다. 식은땀이 등을 따라 줄줄 흘렀다. 오늘은 정말로 긴장감이 넘쳤다. 당장이라도 목이 날아갈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모든 마법진이 감춰져 있습니다. 몸체를 만든 재료도 생소합니다. 구동 방식도 완벽하게 감춰져 있어서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분해도 안 된단 말인가?"

"구동 방식을 알아내고자 분해를 시도한 부분이 폭발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 사고로 수석 엔지니어 둘이 죽었습니다."

"안타깝군."

다른 건 몰라도 수석 엔지니어를 잃은 것은 타격이 컸다. 수석 엔지니어는 고대문명의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조직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데, 그들이 죽었다면 조직의 기술력이 퇴보한 거나 다름없었다.

문서로 존재하는 기술과 그걸 몸으로 습득한 사람과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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