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8화 (169/217)

Chapter 6 초고대 기간트의 위용 (2)

꽈과과광!

이스히스와 마크리아는 그 진형에 갇혀 버렸다. 일단 점프를 통해 빠져나가려 했지만 뒤에 대기하던 다른 기간트들이 달려들어 똑같은 진형을 만들어 가둬 버린 것이다.

10기의 기간트가 마크리아와 이스히스에게 매달렸다. 아무리 두 기간트의 힘이 강해도 10기의 기간트가 붙들고 늘어지는 걸 쉽게 떨쳐낼 수는 없었다.

슈피겔은 그것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저 특이한 새로운 형태의 발굴형 기간트를 잡았으니 그 성과가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건 성급한 판단이었다. 에어스트 왕국 측에는 아직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기간트가 하나 있었다.

큐웅! 큐웅! 큐웅! 큐웅! 큐웅!

빛의 화살이 연이어 무더기로 날아왔다. 날아오는 방향은 놀랍게도 하이쓰 산맥 쪽이었다.

꽈과과과광!

이스히스와 마크리아에게 매달려 있던 기간트 몇 기가 순식간에 박살 나며 떨어져 나갔다.

이스히스는 특유의 괴력을 이용해 온몸을 휘둘렀다.

꽈과과과광!

팔다리에 매달려 있던 기간트들이 마치 인형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동료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꽈아아앙!

이스히스가 던진 기간트는 헥서 왕국군 측 기간트 몇 기를 동시에 뭉개 버렸다.

그렇게 달라붙은 적을 떨쳐 낸 이스히스는 빠르게 이동해 포위망을 벗어났다.

그리고 다시 학살을 시작했다.

마크리아 역시 비슷했다. 일단 양팔에 붙은 기간트를 빛의 화살이 날려 버리고 나니 창을 휘두를 수 있게 되었다.

키이이이이잉!

마크리아가 풍차처럼 창을 휘둘렀다. 창이 빙글빙글 돌며 가공할 풍압을 만들어 냈다. 그러면서 창에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창의 회전이 만들어 내는 바람에 빛이 실렸다. 사방으로 빛가루가 휘날리며 다리와 몸에 달라붙은 기간트들에게 날아갔다.

콰콰콰콰콰콰!

기간트들이 갈려 나갔다. 조각조각 부서져 사방으로 잔해가 튀었다.

그렇게 마크리아도 자유로워졌다.

마크리아는 빠르게 포위망을 벗어나며 사방으로 창을 찔러 댔다.

쩌저저저저정!

가슴이 꿰뚫린 기간트들이 무더기로 쓰러졌다.

마크리아도 이스히스와 마찬가지로 학살을 시작했다.

테오스는 이스히스나 마크리아와는 조금 달랐다.

제론은 다른 라이더와 차원이 다른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테오스의 능력은 그 어떤 기간트도 견주지 못할 정도로 뛰어났다.

심지어는 이스히스나 마크리아도 테오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아무리 포위를 해서 달려든다고 해도 테오스를 잡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무려 10기의 기간트가 한꺼번에 달려드는데도 제론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가 넘쳤다.

제론의 눈에는 기간트가 동시에 달려드는 걸로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앞서고 뒤선 기간트가 존재했다.

테오스가 가장 먼저 달려온 기간트를 향해 한 발 나아가며 손을 내밀었다.

콰득!

테오스가 기간트의 목을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당기며 허벅지를 걸어 버렸다.

꽈앙!

기간트가 벌렁 뒤집어지며 달려들던 동료 기간트의 중심에 떨어졌다.

꽈과광!

졸지에 동료의 손에 잡힌 기간트가 처참하게 우그러졌다.

테오스는 아주 여유롭게 포위망을 벗어났다. 하지만 미리 대기 중이던 20기의 기간트가 재빨리 달려들었다.

조금 전의 광경을 봤기에 섣불리 덤벼들지 않고 천천히 거리를 좁히며 포위망을 굳건히 다졌다.

테오스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다가 발에 힘을 꽉 주었다.

꽈앙!

테오스가 폭발적으로 달려 나갔다. 앞으로 점프를 하듯 나아갔는데, 워낙 속도가 빨라 그 잔상조차 잡지 못했다.

꽈과광!

테오스의 어깨가 앞을 막은 기간트의 가슴에 박혔다. 그 한 방에 기간트가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그 정도로 테오스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그렇게 포위망을 벗어난 테오스의 검이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슈가가가가각!

사방으로 기간트 잔해가 흩날렸다. 테오스의 검격은 무시무시했다. 게다가 걸리는 모든 걸 잘라 내니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슈피겔은 두 눈을 부릅뜬 채 그 모든 광경을 지켜봤다. 이대로는 절대 승산이 없었다.

그제야 슈피겔의 시선이 질서정연하게 진형을 갖추고 있는 에어스트 왕국의 몰레스 군단에게로 향했다.

슈피겔이 발악하듯 소리쳤다.

"저길 뚫어라! 일단 뚫고 나가!"

아직은 수가 많아서 압도할 수 있었다. 저 위력적인 기간트에 매달릴 필요가 없었다. 저쪽을 뚫고 도망치면 된다.

이기지 못할 거라면 최소한 에어스트 왕국에 피해는 줘야만 했다. 뚫고 나아가 영지 몇 개라도 박살 내야만 했다.

그게 아니라면 목표한 대로 네이드 영지를 차지하거나.

슈피겔의 명령은 정확히 전달되었다. 이미 이곳에 오기 전까지 기사단장들과 충분히 여러 전략에 대한 논의가 있었기에 다들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있었다.

쿵쿵쿵쿵쿵쿵!

기간트들이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테오스를 비롯한 초고대 기간트에게 당한 자들이 제법 많았지만, 전체와 비교하면 얼마 되지 않는 수였다.

아직도 헥서 왕국군 측에는 수백 기의 기간트가 남아 있었다.

그 모든 기간트가 일제히 달렸으니 얼마나 위용이 대단하겠는가. 아쉬운 점은 제대로 진형을 갖추지 않아 파괴력이 반감되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했다.

넓게 포진한 몰레스 군단은 긴장감을 끌어 올리며 마나엔진을 맹렬히 돌렸다. 달려드는 적을 몸으로 저지해야만 했다.

키이이이이잉!

꽈과과광!

양측이 충돌했다. 당연히 수가 많은 헥서 왕국군 측이 유리했다. 에어스트 왕국군은 뒤로 쭉쭉 밀려났다.

에어스트 왕국군은 진형을 제대로 갖춰서 힘을 집중할 수 있었기에 수가 모자라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한계는 아주 명확했다.

이대로라면 몇 분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밀려 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소한 200기 이상의 기간트가 방어망을 뚫고 빠져나갈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초고대 기간트들이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큐우웅! 큐웅! 큐웅!

빛의 화살이 연달아 날아왔다. 그것은 정확히 힘겨루기를 하던 헥서 왕국의 기간트의 머리통을 박살 냈다.

꽝! 꽝! 꽝!

머리가 사라진 기간트는 그대로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에어스트 왕국의 견습 라이더는 이와 똑같은 상황에 대한 훈련을 충분히 했다. 최근 이 근방에서 하던 지옥 훈련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었다.

에어스트 왕국의 몰레스가, 힘을 잃고 늘어진 헥서 왕국의 기간트를 발로 세차게 밀었다.

쿠광쾅!

기간트가 뒤로 나동그라졌다. 그리고 그 기간트를 밟고 뒤에 있던 헥서 왕국의 기간트가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일단 숨을 돌린 상황이었기에 에어스트 왕국의 기간트는 조금 전처럼 밀려나지 않고 팽팽히 힘으로 맞섰다.

큐웅! 큐웅! 큐웅!

빛의 화살은 쉴 틈 없이 날아왔다. 그리고 정확히 힘겨루기를 하는 기간트의 머리통만 날려 버렸다.

꽝! 꽝! 꽝!

늘어진 기간트를 몰레스가 발로 밀어 차 버렸다.

쿠과광!

이와 같은 일이 여기저기서 벌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균형이 맞춰지려고 할 때, 이스히스와 마크리아가 그들의 뒤를 덮쳤다.

꽈과과과과광!

꽈득! 똬득! 꽈득! 꽈득!

이스히스의 도끼가 번득이며 헥서 왕국 기간트의 등판을 갈랐다. 그리고 마크리아의 창이 등을 찔러 조종석을 꿰뚫었다.

전황은 극심한 혼란으로 치달았다.

헥서 왕국군은 뒤통수를 계속 맞는 상황이었지만, 꿋꿋하게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전진했다. 어떻게든 앞을 뚫으면 모든 상황이 끝난다고 믿으며 힘을 냈다.

지금은 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테오스가 나섰다.

위이이잉!

테오스의 마나링이 급격히 가속했다. 그러자 정면에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났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입체 마법진이었는데, 그것은 나타남과 동시에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샤아아아아.

쩌저저적!

마법진이 사라지고 나타난 건 얼음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창이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수백 개나 되는 어마어마한 수였다.

각각의 얼음 창 뒤꽁무니에는 작은 마법진이 매달려 있었다.

그 마법진이 가루가 되어 흩어지며 강렬한 바람을 만들어 냈다.

콰우우우우우!

수백 개의 얼음 창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헥서 왕국 기간트의 뒤를 덮쳤다. 테오스 쪽을 보며 상황을 확인하던 사람은 오직 슈피겔뿐이었다.

슈피겔은 어마어마한 수의 얼음 창이 날아오는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꽈드드드드드드득!

얼음 창이 헥서 왕국 기간트들의 등을 파고들었다. 이스히스와 마크리아는 이미 자리를 피한 뒤였다.

수백 개의 얼음 창이 만들어 낸 광경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얼음 창이 어찌나 빠르게 날아갔는지 그 파괴력이 엄청났다. 하나같이 기간트의 등을 꿰뚫고 가슴으로 삐져나올 정도였다.

기간트 한 기에 10여 개의 얼음 창이 박혔다. 당연히 그렇게 된 기간트는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헥서 왕국군의 가장 뒤에 있던 기간트가 일제히 무너졌다. 무려 100기가 넘는 기간트가 그 한 방에 날아가 버렸다.

꽈과과과광!

뒤 열이 무너지고 나니, 헥서 왕국군의 힘이 훨씬 약해졌다. 압박이 사라지고 나니 에어스트 왕국군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제대로 진형을 갖추고 지옥 같은 훈련을 견뎌 낸 에어스트 왕국의 견습 라이더는 이제 제법 훌륭한 진짜 라이더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이번 실전을 겪으며 한층 더 성장했다. 앞으로는 아모르를 지급받아 실제 전장에 투입되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꽈과과광!

전투는 점점 더 치열해졌다. 아직까지는 팽팽했지만 승기가 어느 쪽에 있는지는 확실했다.

제론은 더 이상 전투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금은 위기에 처한 자만 도와주면 된다. 그리고 그건 타히티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럼…… 마무리를 해 볼까?"

제론의 의념을 받은 테오스의 시선이 한쪽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히엠스를 탄 헥서 왕구군의 총사령관 슈피겔이 있었다.

쿵! 쿵! 쿵!

테오스가 한 발 한 발 히엠스를 향해 걸어갔다. 히엠스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 이미 기세에 압도당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결국 테오스가 히엠스 앞에 섰다.

꽈득!

테오스가 히엠스의 목을 틀어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들어 올렸다. 13미터나 되는 히엠스가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발이 땅에서 떨어졌다.

꽈드드득!

목을 쥔 손에 힘이 더욱 강하게 들어가자, 히엠스의 목이 우그러지기 시작했다.

발굴형 기간트는 그냥 강철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주 특별한 고대의 금속으로 만들어졌다. 당연히 변형이나 파괴가 쉽지 않았다. 특히 히엠스는 더더욱 특별했다.

한데도 테오스는 아주 간단히 그것을 우그러뜨렸다. 그리고 더욱 힘을 주자, 목이 그대로 끊어져 버렸다.

꽈득!

쿠웅!

목 떨어진 히엠스가 바닥을 굴렀다. 테오스는 그런 히엠스의 가슴에 발을 올렸다.

콰직!

히엠스의 가슴이 그대로 함몰되었다. 그것이 슈피겔의 허무한 최후였다.

히엠스와 슈피겔을 동시에 정리한 테오스가 다시 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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