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6화 (157/217)

Chapter 2 엠페리움 (4)

비록 얼마 전 레벨리오의 본거지를 토벌했지만, 아직 그들을 완전히 뿌리 뽑지는 못했다.

수도의 근거지를 부순 이후에도 레벨리오의 습격이 있었다. 그 습격으로 인해 아주 중요한 시설을 잃었다.

앞으로 시설에 대한 방비를 훨씬 더 철저히 할 것이다. 인력이 한정되어 있으니 몇 군데는 아예 포기할 생각이었다.

최근 별 효용을 찾기 어려운 분수대는 그냥 내버려 두고 중요한 시설에 인력을 집중해서 철저히 방어하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그러면서 레벨리오의 뒤를 캐 나가다 보면 그들을 박멸시킬 수 있을 것이다.

"쯧. 지금까지는 신경 쓸 필요조차 없는 허섭스레기 같은 조직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군."

깁스 남작은 짜증을 내며 다음 보고서를 읽었다. 그의 표정이 또 구겨졌다.

"빨리빨리 진행할 것이지, 무슨 뜸을 이렇게 들이는지……."

벨룸 왕국과 체스터 공국의 전쟁이 빨리 터져야 그 안에서 또 뭔가 공작을 벌일 텐데 시간이 너무 지체되고 있었다.

언젠가 벌어지긴 벌어지겠지만, 이대로라면 곤란했다. 자칫 여기에 헥서 왕국을 끼워 넣는 작전이 실패할 수도 있었다.

체스터 공국과 헥서 왕국이 너무 많이 성장했다. 슬슬 한 번쯤 꺾어 줄 때가 되었다.

또한 최근 무한정 들어간 엠페리움의 자금을 다시 채워 넣기 위해서도 이번 전쟁은 꼭 필요했다.

"그래도 시간을 끌어 봐야 오래 걸리지 않겠지. 이놈들 전쟁이 끝나면 쉽지 않아질 테니까."

현재 레늄 왕국과 미테 왕국이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의 전쟁이 마무리되면 체스터 공국도 선뜻 전쟁을 벌이기가 쉽지 않아진다.

지금이 기회였다. 사실 체스터 공국이 이렇게 전쟁을 뒤로 미루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미테 왕국과 레늄 왕국까지 한꺼번에 노리기 때문이었다.

전쟁으로 힘이 약화되었을 때, 벨룸 왕국을 밀어 버리고 곧장 쳐들어가면 모든 왕국을 단번에 통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덩치를 키워 놓으면 결국 끝에 몰린 에어스트 왕국도 끝장날 수밖에 없었다.

깁스 남작이 굳이 더 공작을 벌여서 전쟁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에어스트 왕국이 마음에 걸렸다. 다른 사람들은 거의 신경도 쓰지 않지만 깁스 남작은 그렇지 않았다.

이번에 물류의 흐름을 이용해 장난질을 좀 쳤지만 그게 효과를 발휘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또한 그것만 가지고 몰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이 더 지나면 결국은 무너지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흔들릴 때 체스터 공국이 전쟁을 벌이면 그들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깁스 남작은 그걸 원했다. 그 그림만 제대로 그려지고 나면, 더 이상 뒤통수가 간지럽지 않을 것 같았다.

체스터 공국의 수뇌부는 벌써 엠페리움의 조직원이 장악해 버렸다. 그들이 근방의 왕국을 싹 병합하고 나면 한결 다스리기가 수월해질 것이다.

그것이 엠페리움의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벨룸 왕국에 헥서 왕국까지 싹 아우르면 제법 큰 제국이 되겠군."

물론 아무리 그래도 크란 제국에는 못 미친다. 또한 크란 제국와 그들 사이에 있는 다른 왕국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엠페리움의 입장에서는 그저 좀 더 먹기 좋은 형태로 바뀌는 것 외에는 큰 의미가 없었다.

탁!

깁스 남작은 보고서를 덮었다. 이젠 머릿속으로 이걸 정리할 시간이었다. 아마 정리가 끝나고 나면 제법 그럴듯한 계획 몇 가지가 또 생각날 것이다.

소파에 몸을 묻은 깁스 남작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매달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