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2화 (153/217)

Chapter 1 1 VS 50 (2)

"응? 실패? 뭘 말인가?"

"텔레포트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부관의 말에 드로센 자작이 깜짝 놀라 마차 앞쪽을 쳐다봤다. 밖을 보기 위해 뚫어 놓은 구멍을 통해 여전히 몸을 웅크리고 있는 새까만 기간트의 모습이 보였다.

"마, 말도 안 돼!"

드로센 자작의 외침이 신호라도 되는 듯, 그 순간 테오스가 땅을 박찼다.

꽈앙!

테오스의 몸이 허공에 붕 떠올랐다. 그리고 아래로 떨어지면서 주먹을 내리쳤다.

쩌저저정! 콰득!

마차에 걸린 방어 마법이 힘없이 깨졌다. 그리고 마차 천장이 움푹 아래로 들어갔다.

"으아악!"

드로센 자작이 비명을 질렀다. 다치지는 않았지만 정말 크게 놀랐다. 천장이 납작 내려앉으니 마치 자신을 덮치는 듯했다.

이대로 깔려 죽는다고 생각하니 절로 비명이 튀어나왔고 온몸이 덜덜 떨렸다.

부관은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 무력이 없는 간부는 짜증이 난다. 저렇게 떨고만 있으면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할뿐더러 대처도 할 수 없지 않은가.

"자작님. 아직은 괜찮습니다."

부관의 차분한 말에 그제야 드로센 자작이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두려운 눈으로 부관을 바라봤다.

"이, 이제 어쩌면 좋은가?"

"걱정 마십시오. 제가 나가서 어떻게든 시간을 끌겠습니다. 자작님께서는 그사이에 달아나십시오. 말이 없어도 도시까지는 마차가 달릴 수 있지 않습니까."

드로센 자작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마차는 아주 특수하게 제작되었다. 일회용이긴 하지만 말 없이 혼자 움직이는 것도 가능했다.

단, 그걸 쓰면 마차는 더 이상 쓸 수 없었다.

부관은 의연한 모습으로 마차에서 나갔다. 그리고 기간트를 소환했다. 그는 부관이자 드르센 자작의 호위 기사였다.

히엠스가 나타났다. 부관은 즉시 히엠스에 탑승했고, 그사이 말과 연결된 끈을 모두 자른 마차가 혼자서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테오스는 히엠스가 나타나는 순간 마차가 달리는 걸 보고는 그쪽으로 이동했다. 만일 그게 아니었다면 부관이 히엠스에 탑승하게 두지 않았을 것이다.

꽈앙!

순식간에 이동해 마차 앞을 가로막은 테오스의 다리에 마차가 강하게 충돌했다.

그런 테오스를 향해 히엠스가 달려들었다. 제론은 그 순간 그가 소드 마스터임을 확신했다. 움직임이 보통이 아니었다.

히엠스의 검이 순식간에 테오스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테오스는 가볍게 손을 휘저어 그것을 막아 냈다. 검의 면을 손바닥으로 쳐 낸 것이다.

꽈앙!

히엠스의 균형이 흔들렸다. 하지만 소드 마스터답게 균형이 무너진 쪽으로 회전하며 순식간에 자세를 잡았다. 그러면서 다가오는 테오스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야말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물론 고작 그 정도로 테오스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테오스는 목으로 날아오는 검을 아래에서 쳐올렸다.

쩌엉!

검이 테오스의 머리 위로 지나갔다. 테오스는 그렇게 드러난 히엠스의 겨드랑이에 검을 찔러 넣었다.

콰득!

검격이 어찌나 빠르고 정확했는지 히엠스는 아예 손을 쓸 수도 없었다. 테오스의 검이 겨드랑이를 깊이 파고들었다.

그 순간, 멈췄던 마차가 다시 달렸다.

테오스는 다급히 마차를 쫓아가려 했다. 한데 히엠스가 겨드랑이에 낀 검을 꽉 잡아 버렸다.

순간 테오스의 검에서 눈부신 광채가 솟아났다.

슈가각!

히엠스의 어깨가 통째로 잘려 나갔다.

눈부신 광채가 히엠스의 허리로 날아갔다. 히엠스가 다급히 검을 들어 그것을 막으려 했다.

슈각!

아주 깔끔하게 검과 허리가 동강났다.

테오스는 그렇게 히엠스를 무력화시킨 뒤, 그대로 몸을 날려 마차를 막았다.

꽈득!

마차 윗부분에 테오스가 손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마차를 들어 올렸다.

마차 바퀴가 맹렬하게 돌아갔지만 허공에 들린 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돌아가던 바퀴가 서서히 속도를 잃어 갔다. 그리고 이내 멈췄다. 마차의 힘이 다한 것이다.

테오스는 마차를 든 채로 레벨리오의 조직원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쿵! 쿵! 쿵!

쿠웅!

레벨리오의 조직원들 앞에 마차를 내려놓은 테오스는 그 자리를 벗어났다.

마치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기간트도, 라이더도 없었다.

다들 덩그러니 놓인 마차만 멍하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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