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4화 (145/217)

Chapter 8 두 공작의 선택 (3)

제론은 크란 제국에 있는 거점 중 하나에 도착했다. 아직 준비가 다 되지 않았기에 이곳에서 하루쯤 더 지내야만 했다.

결사대가 일을 벌이는 것처럼 보이려면 결사대가 쓰던 마나폭탄이 필요했다. 물론 위력은 훨씬 강화되었기에 실제 그들이 쓰던 폭탄과는 많이 달랐다.

하지만 제론은 그 방법을 이용해 크란 제국이나 비밀 조직이 모든 걸 결사대의 작전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었다.

"자, 일단 주변을 좀 살펴볼까?"

제론은 마나폭탄을 준비하면서 마티를 통해 주변을 살폈다. 유적 위에는 분수대가 있었는데, 최근 다시 공사를 시작했다.

아마 지금이야 돈과 노동력을 들여 저렇게 복구를 하지만, 조만간 그것도 그만둘 것이다. 아니, 다시 처음부터 에너지원을 찾는 것부터 시작할 확률이 높았다.

"그건 참 궁금하군."

과연 비밀 조직이 초고대유적의 에너지원을 어떻게 찾았는지 궁금했다. 어떤 장비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방법을 썼는지 말이다.

생각해 보면 제론도 초고대유적을 찾으려면 확실치 않은 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한데 만일 그들이 쓴 방법을 알아낸다면 제론도 훨씬 수월하게 유적을 찾아낼 수 있지 않겠는가.

마나폭탄은 벌써 잔뜩 만들어 뒀다. 남은 건 그 안에 충분한 양의 마나를 주입하는 일이었다.

위이이이잉!

제론은 마나링을 가속시켰다. 제론의 심장에서 마나가 실처럼 뽑혀 나왔다. 그리고 그 마나의 실이 각각의 마나폭탄에 연결되었다.

마나가 꿀렁꿀렁 마나폭탄 안으로 스며들어 갔다.

제론은 그렇게 마나를 넣으며 태블릿을 이리저리 조작했다. 태블릿 위에 박살 난 분수대과 광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많기도 하군."

막대한 인력을 투입했기에 공사는 빠르게 진척되고 있었다. 물론 공사가 끝난다 하더라도 더 이상 분수대에 에너지는 모이지 않을 것이다.

제론은 태블릿을 이리저리 조작해 이번에는 다른 곳을 비추었다. 그러다가 왠지 수상한 사람을 발견했다.

"음?"

평범하게 생긴 사내였는데, 공사 현장을 몰래 숨어서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제론은 직감이 확 왔다.

"결사대가 분명해."

틀림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저렇게 조심스럽게 분수대 공사 현장을 지켜볼 리가 없었다.

제론은 그가 왜 그렇게 분수대 공사 현장에 관심을 두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분수대를 저렇게 만든 것이 누군지 궁금한 것이리라.

'잘하면 비밀 조직을 제대로 흔들어 볼 수도 있겠는데?'

아직 베일에 싸여 있기에 흔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저 지금까지 제론이 한 일들이 그들에게 어느 정도 타격을 줬을 거라고 추측만 할 뿐이었다.

한데 이번 기회에 결사대와 접촉해서 그들을 조금만 도와준다면 비밀 조직을 훨씬 더 거칠게 흔들어 놓을 수 있지 않겠는가.

결심을 굳힌 제론은 일단 몰래 숨은 결사대원에게 마티를 붙였다. 언제든 확인이 가능했고, 또 범위를 넘어가면 즉시 알려 주도록 태블릿에 미리 설정을 해 뒀다.

아마 오늘 안으로 저 결사대원이 어디에서 왔는지, 또 다른 동료는 어디에 있는지 몽땅 다 알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나가면 좋겠지만 공사 현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었다.

제론은 일단 밤이 되기를 기다리며 계속해서 태블릿을 조작해 도시에 다른 수상한 자가 없는지 확인하는 한편 끊임없이 마나폭탄에 마나를 주입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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