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1화 (142/217)

Chapter 7 결사대 (3)

'역시!'

제론은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걸 확인하며 재차 검격을 날렸다. 지휘관은 소드 마스터였다.

쉬쉬쉭!

제론의 검이 3개로 나뉘어 지휘관의 목과 허리, 다리를 동시에 노렸다.

그 공격에 지휘관이 당황했다. 셋 모두가 실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황은 지극히 찰나에 불과했다. 그는 침착하게 검을 휘둘러 그 세 개의 공격을 모두 막아 냈다.

쩌저정!

"크윽!"

공격을 막긴 했지만 검에 실린 위력을 모두 해소하지는 못했다. 그것이 제론과 그의 실력 차이었다.

제론은 그 작은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서걱!

제론의 검이 깔끔하게 지휘관의 목을 날려 버렸다.

그다음에도 제론은 망설이지 않았다. 방금 전 자신과 지휘관의 싸움을 목격한 자들이 있었다. 바로 문을 지키던 기사와 병사들이었다.

비록 마나폭탄에 당해 큰 부상을 입었지만, 비교적 멀쩡한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도망치려고 했다. 제론은 단호히 손을 썼다.

피피피피피핑!

수백 개에 달하는 마나의 화살이 쏟아져 나갔다. 그것은 도망치려던 병사와 기사의 등판을 꿰뚫었다. 아울러 남아 있던 목격자들의 목숨도 함께 빼앗아 갔다.

제론은 손을 들어 올렸다.

화르륵!

손에 새파란 불덩어리 하나가 나타났다. 그 불덩어리는 나비처럼 너울너울 날아 시체에 닿았다.

화아아아악!

모든 시체에 일제히 불길이 일어났다. 그 불길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다. 시체를 몽땅 재로 만들기 전에는 말이다.

제론은 유유히 문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급하지 않았다.

밤은 길다.

☆ ☆ ☆

깁스 남작은 긴장한 표정으로 원탁에 자리를 잡고 앉은 사람들을 바라봤다. 마법진이 그려진 복면을 쓴 자들의 눈빛이 섬뜩하게 빛났다.

"상황이 이 지경으로 악화될 때까지 대체 뭘 했나?"

나직했지만 단호한 말투였다. 깁스 남작은 그 어조에 담긴 살의와 분노를 읽었다. 그래서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해할 수가 없군. 결사대가 그렇게 대단한 저력을 가지고 있었나?"

"그동안은 고작 분수대나 박살 내고 다닌 정도에 불과했는데 말이야."

"최근 몇 군데나 당했지?"

중구난방으로 여기저기서 말이 튀어나왔다. 깁스 남작은 신중하게 그들의 말을 듣다가 시선이 집중되자 즉시 대답했다.

"분수대 세 곳과 시설 다섯 곳입니다."

다들 눈살을 크게 찌푸렸다. 분수대야 그렇다 치고 시설이 당한 건 정말로 치명적이었다.

"얼마 전에 에너지가 고갈된 시설도 있었지?"

"임팩트 스피어를 만드는 시설이 사라졌습니다. 대체 장소를 찾아 다시 제작 중입니다."

"부서진 시설은 다시 복구가 가능한가?"

"가능은 합니다만,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시설은 한 번 만들 때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그동안은 차근차근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지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시설을 이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시설이 부서지면 그걸 복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부서진 시설 중 반드시 필요한 곳은 얼마나 되나?"

"두 곳입니다."

"그곳만 복구하는 게 좋겠군. 나머지는 차츰차츰 하는 걸로 하지. 분수대는 복구비용이 비교적 싸지?"

"그렇습니다."

"그럼 분수대는 복구해야겠군. 예산을 편성해서 제공할 테니 보고서를 올리도록."

"알겠습니다."

깁스 남작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그의 뒤통수 위로 누군가의 싸늘한 말이 비수처럼 꽂혔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곤란하다는 걸 절대 잊지 말도록."

"명심하겠습니다."

"그 결사대 놈들, 색출할 방법을 생각해서 싹 없애 버리도록."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깁스 남작은 그 말을 끝으로 조심스럽게 회의장에서 나갔다.

"아무래도 방안을 강구해야겠소."

"동의하오."

"자금을 좀 마련하는 편이 나을 듯하오."

"그럼 전쟁을 조금 앞당기는 건 어떻소?"

"체스터 공국 말이오?"

"전쟁이 꼭 거기 한 군데만 일어나라는 법은 없지 않겠소?"

"또 준비된 곳이 있었소?"

"준비된 건 아니지만 톡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곳이 하나 있지 않소?"

"레늄 왕국 말이오?"

"거기 국왕이 제법 욕심이 있으니 적당히 공작을 하면 되지 않겠소?"

"이중으로 공작을 하면 되니 어려울 건 없겠지. 좋소. 그렇게 합시다."

그 뒤로 몇 가지 방안이 더 논의되지만 전쟁만큼 큰 사안은 없었다.

그렇게 체스터 공국와 벨룸 왕국의 전쟁이 결정되었다. 또한 레늄 왕국과 미테 왕국의 전쟁도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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