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8화 (139/217)

Chapter 7 결사대 (1)

"젠장, 난장판이 따로 없군."

수도에서 워낙 멀리 떨어진 도시를 담당하는지라 매달 짜증을 내며 이곳을 방문하던 부르스트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방금 전에 광장을 확인하고 왔다. 광장도 처참했지만 이곳은 더했다.

부르스트는 방 안을 슥 둘러봤다. 벽이고 천장이고 온통 피투성이였다. 방 한가운데에서 폭발해 사방으로 피와 살점이 튄 것이다.

인공 소드 마스터가 막바지 폭주를 못 이기고 폭발했을 때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결국 여기도 이렇게 되었군."

부르스트는 인공 소드 마스터 양산 계획의 중추를 담당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성과를 내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처음에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갈수록 어려워졌다. 힘을 주입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그 이후는 좀처럼 진척이 없었다.

"그래도 미리 실험체를 준비해 둬서 다행이군."

이럴 때를 대비해 실험체를 몇 개 더 준비했다. 마나를 잘 받아들이는 체질이 중요한데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준비 단계에서 시간을 너무 잡아먹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체질에 상관없이 소드 마스터를 찍어 낼 수 있어야 하지만 아직 그 수준까지 가는 일은 요원했다.

부르스트는 눈살을 찌푸렸다. 광장이 박살 났으니 장소도 옮겨야 했다. 이래저래 문제가 많았다.

"하여튼 그놈들을 싹 잡아 족쳐야 하는데 말이야."

언제부터인가 분수대와 광장을 부수려는 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부르스트 같은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존재였다.

분수대와 광장은 인공 소드 마스터를 양산하기 위한 중요한 실험재료였고, 에너지원이었다. 그것이 없다면 부르스트의 연구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한데 그걸 부수고 다니니 복장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건 정말로 심각한 위협이었다.

"후우, 일단 광장부터 복구를 해야 하나?"

부르스트는 광장과 분수대 복구에 들어갈 돈을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지만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현재 그곳을 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분수대였다.

설사 소드 마스터 양산에 쓰지 않더라도 분수대는 만들어 둬야만 했다.

"그래도 분수대가 비교적 멀쩡해서 다행이로군."

그 엄청난 폭발에도 분수대는 많이 망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다시 만들어야만 했다. 재료가 날아가지 않았다 뿐이지 망가지긴 했으니 말이다.

문제는 광장 바닥이었다. 그곳에 조성한 마법진을 다시 설치하려면 돈도 돈이지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걸 생각하면 향후 조직에서 부르스트의 위치가 흔들릴 수도 있었다.

"하아. 짜증 나는군."

부르스트의 입에서 연신 한숨이 흘러나왔다.

☆ ☆ ☆

"어디로 가는 건가요?"

로스는 드넓게 펼쳐진 황무지를 걸으며 제론을 바라봤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풍경이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아름답게만 보였다.

이것이 바로 자유의 힘이었다.

"일단 국경을 넘어야겠지."

"국경을요?"

로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크란 제국의 국경은 촘촘하기로 유명했다. 그건 제국민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로스도 일단은 크란 제국의 시민이었다. 국경이 얼마나 뛰어난 경계망을 갖추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국경을 넘어가다니, 그건 말도 안 되는 망상에 불과했다. 절대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일단 크란 제국 내에서는 네가 몸을 숨기고 살아가는 게 쉽지 않을 거야."

"그건 그러지만……."

크란 제국도 문제지만, 비밀 조직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특히 그들이 크란 제국 내에서 갖는 능력은 더했다.

로스가 만일 제국에서 계속 살아간다면 조만간 반드시 들통 나게 되어 있었다. 그만큼 그들의 정보력은 대단했다.

"내가 추천하는 왕국은 란체 왕국이야. 거기라면 내가 제법 많이 도와줄 수도 있지. 아니면 상단을 추천해 줄 수도 있어."

"상단이요?"

"페쿠니아 상단에 연줄이 좀 있거든."

페쿠니아 상단은 최근 급부상하는 상단이었다. 휴대용 마법등 사업 때문에 엄청나게 성장했다. 하지만 로스가 알기에는 아직 많이 모자랐다.

로스는 제론이 디아만트 상단을 언급했어도 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그녀가 굳이 상단 이름을 줄줄 외우고 다닐 이유가 없었다. 관심도 없었고 말이다.

어쨌든 로스는 제론의 제안을 깊이 생각했다. 크란 제국에서 살아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야 처음부터 생각했기에 별다른 충격도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어디서 뭘 할 것인가는 정말로 중요한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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