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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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 광장의 분수대 (1)

로스의 집에서 나온 제론은 곧장 광장으로 향했다. 이 도시는 경계가 심하지 않아서 그래도 이렇게 움직이기가 상당히 편했다.

분수대로 가는 도중 예전에 머릿속에 넣어 둔 광장의 마법진을 꺼내 분석을 시작했다.

쉽지 않았지만 대강 어떤 마법진인가는 충분히 알아낼 수 있었다.

'역시 에너지를 모으는 마법진이야.'

분석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첫 번째 도시에서 본 마법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법진 분석이 끝났을 무렵, 제론은 광장에 도착했다. 마법진을 완전히 분석해서 그런지 광장의 마나 흐름이 참으로 익숙하게 느껴졌다.

제론은 천천히 분수대로 걸어갔다.

광장에는 제론 말고도 제법 많은 사람이 있었다. 도시 중앙에 있기에 만남의 장소로도 잘 활용되는 곳이었다. 또한 산책을 즐기고 싶을 때 오기 좋은 장소이기도 했다.

제론은 분수대를 빙 돌며 찬찬히 살폈다. 분수대의 문양, 그리고 주변 마나 흐름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샅샅이 확인했다.

'역시 아티팩트였어.'

로스의 말만으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제론은 분수대의 마법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차근차근 분석했다. 보는 사람이 많았기에 수상해 보이지 않도록 조심해야만 했다. 그래서 분수대에 완전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제론은 산책 나온 사람으로 위장해서 분수대 주변을 돌아다녔다.

분수대가 어떤 아티팩트인지 정확히 알아내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대충 어떤 기능을 가졌는지만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예상하던 바도 있었고 말이다.

'역시 에너지를 저장하는 아티팩트로군.'

에너지 저장은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분수대는 아주 특별한 물질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주로 테페룸과 포로스로 되어 있군. 그리고…… 리스모스까지?'

리스모스도 포로스와 마찬가지로 테페룸을 가공해서 만드는 물질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포로스보다 훨씬 만들기가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또한 테페룸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물질도 섞어야 하기에 포로스처럼 대량생산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한데 그런 리스모스까지 이 분수대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리스모스는 마나 저장에 탁월한 성능을 보이는 물질이었다. 리스모스까지 이용했으니 그야말로 엄청난 에너지를 분수대에 저장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광장의 마법진이 어딘가에서 에너지를 빨아들여 분수대로 끊임없이 저장을 한다는 점이었다.

분수대에 저장된 에너지는 척 보기에도 엄청났다. 제론은 예리한 감각으로 분수대 내부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실로 엄청났다. 만일 저 에너지를 일시에 폭발시킬 수 있다면 이 도시쯤은 우습게 날아가 버릴 것이다.

물론 이 에너지를 그런 식으로 쓰지는 않을 것이다. 이 에너지는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쓸 것이다. 예를 들면 인위적으로 소드 마스터를 만들어 내는 실험 같은 것 말이다.

'이 막대한 에너지를 어디서 끌어왔겠어?'

제론은 피식 웃었다. 너무나 뻔한 답이었다. 이 분수대 아래에 분명히 유적이 있을 것이다. 상황을 보아하니 거점 형식의 유적인 듯했다.

하지만 그런 유적에 있는 마티만으로도 충분히 이 도시 정도는 커버가 가능했다.

제론은 일단 자리를 떴다. 인적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거점 형식의 유적이긴 하지만 부디 폴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물러났다.

제론은 일단 숙소인 여관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방 안에서 로스에게 줄 아티팩트를 제작했다.

어차피 두 번이나 세 번만 쓰면 되니 세심하게 만들 필요도 없었다. 재료도 별로 들어가지 않았고 말이다. 크기나 모양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에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더욱 단축되었다.

제론은 밤이 되었을 때, 아티팩트를 완성했다. 어른 손바닥 3개 정도의 크기였는데, 작동시키면 미리 담아 둔 마나를 사방으로 퍼트리는 아주 단순한 아티팩트였다.

제론은 그 아티팩트에 자신의 마나를 담았다. 딱 3회분이었다. 제론은 특별한 마나 컨트롤 능력을 동원해서 아티팩트에 담는 마나의 성질을 미묘하게 바꿨다.

그것이 바로 예전 로스가 가지고 있던 것과 같은 난폭한 마나였다.

이것은 로스에게 잠깐의 여유를 줄 것이다. 그 잠깐의 시간 동안 로스를 외부로 빼돌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나저나 이 비밀 조직, 정말로 대단하군.'

제론은 초고대문명뿐 아니라 고대문명에 대해서도 제법 잘 알고 있었다. 현시대에 제론보다 더 고대어에 능통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많은 고대유적을 돌아다니고, 그 유적에 있는 글귀, 마법진, 구조 등을 분석하다 보니 고대에 관한 수많은 지식이 저절로 쌓였다.

아직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비밀 조직의 수준이 왠지 고대문명에 거의 근접한 듯했다.

테페룸을 다루는 법이라든가 포로스나 리스모스는 고대 말기에 제법 여러 곳에서 쓰였다. 물론 초고대와 비교하면 태양 앞의 반딧불 정도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사실 크란 제국의 수준은 다른 왕국에 비해 몇 단계나 위에 있다. 기술 수준이나 마법 수준이 최소 수백 년은 앞서 있었다.

하지만 그런 크란 제국조차 테페룸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 테페룸을 가공해서 만든 포로스나 리스모스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테페룸을 제련하는 것조차 못 하는데, 그걸 어찌 가공하겠는가.

한데 이 비밀 조직은 그걸 해낼 수 있었다. 그러니 크란 제국이 향후 수천 년을 발전해 나가야 비밀 조직의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제론은 이 비밀 조직의 정체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당연히 복수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들의 정체 자체에 호기심이 들었다.

아티팩트를 품에 넣은 제론은 조용히 여관을 나섰다.

광장에 인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건 제론에게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제론은 광장으로 향하면서 스키아를 불렀다.

스키아는 제론의 의념에 따라 먼저 광장으로 이동해 주변을 살폈다.

스키아를 통해 광장을 살핀 제론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광장에는 몇 명의 기사와 그들이 이끄는 수십 명의 병사가 있었다.

'밤에는 지키는군.'

광장 자체가 비밀 조직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물건일 테니 혹시라도 벌어질지 모를 사태에 대비하는 건 사실 너무나 당연했다.

제론은 걸음을 늦췄다. 대책도 없이 괜히 빨리 갈 이유가 없었다. 광장에 도착하기 전에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기사와 병사가 지키는 것은 명확했다. 그들은 분수대를 중심으로 마치 호위하듯 진형을 짰다.

병사 사이사이에 기사가 끼어 있어서 웬만한 자들은 분수대에 접근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

사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들을 몽땅 때려눕히고 유적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소란은 지금 상황에서 좋지 않았다.

정 방법을 못 찾을 경우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최대한 조용히 처리해야만 했다. 로스를 빼돌리는 문제도 함께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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