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4화 (135/217)

Chapter 5 로스의 비밀 (3)

로스는 자신의 몸에 툭툭 떨어지는 제론의 땀방울을 느끼며 제론을 바라봤다. 얼마나 힘겨워하는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안쓰러웠다. 그리고 고마웠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제론이 천천히 로스의 몸에서 손을 뗐다.

"끄, 끝났나요?"

제론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말할 수 없이 힘들고 피곤했다. 하지만 이 피로는 이제 금방 사라질 것이다.

위이이이이이잉!

제론의 심장에 있는 9개의 마나링이 맹렬히 회전했다. 그러자 마나링에 묻어 있던 여유 마나가 온몸으로 흩어져 세포 하나하나에 스며들었다.

샤아아아아!

제론의 몸에 흐르던 땀방울이 그대로 증발해 버렸다. 그리고 마치 바람이라도 부는 것처럼 옷자락이 펄럭였다.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를 온몸에 받아들였다. 마나량 자체가 늘어난 건 아니었지만 그 마나를 이용해 몸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나름대로 제론에게 상당한 득이 되었다. 앞으로 제론은 더욱 뛰어난 감각을 갖게 될 것이고, 육체적 능력도 향상될 것이다.

제론은 이번에 마나호흡을 통해 1년 이상 수련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을 단번에 이뤘다.

"전…… 이제 살 수 있는 건가요?"

제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힘은 사라졌다."

로스는 차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어요. 그딴 힘 같은 건……."

로스는 결국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었다. 그동안의 맘고생과 설움이 터져서 좀처럼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제론은 그런 로스를 가만히 지켜봤다. 이렇게 응어리를 풀어 주지 않으면 나중에 몸에 무리가 갈 수도 있었다. 후련하게 울고 나면 앞으로 더 마음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참 동안이나 운 로스는 훌쩍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었지만, 워낙 아름다웠기에 그것이 그녀의 미모를 가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눈물이 채 마르지 않아 더욱 묘한 아름다움을 뿜어냈다.

"감사합니다. 몸이 정말로 상쾌해요."

가볍지는 않았다. 막대한 힘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뭔가 훨씬 살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생기가 넘치는 듯했다. 로스는 그것이 너무나 좋았다.

"그런데 계속 여기 있어도 되나?"

제론의 물음에 로스의 표정이 대번에 굳었다. 그저 살아야 한다는 욕망에 사로잡혀서 거기까지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어, 어쩌죠? 그들이 이 사실을 알면 아마 제 몸을 해체해 버릴지도 몰라요!"

로스는 극심한 두려움에 빠졌다. 로스를 이렇게 만든 자들은 그동안 별다른 감시를 하지 않았다. 그저 아주 가끔 찾아와 몸을 검사하는 게 전부였다.

그들이 원하는 건 실험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이었기에 로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로스는 그들이 너무나 무서웠다. 언제든 자신을 뭉개 버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하니 감히 쳐다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실제로는 로스를 검사하는 자들은 로스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로스가 마음먹고 손가락만 휘둘러도 목을 잘라 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로스는 절대 그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럼 여길 나가야겠군."

제론은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로스를 당장 어딘가로 빼돌리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애써 살렸는데 이대로 방치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쩌면 제론이 해 놓은 것 때문에 저들이 어떤 힌트를 얻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니 더더욱 로스를 포기하기 싫었다.

"절 데려가실 건가요?"

"시간을 두고 방법을 생각해 보자."

제론은 로스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받으며 머리를 맹렬히 굴렸다. 사실 방법이 별로 많지 않았다.

"그들이 언제쯤 여기에 오지?"

"이제 5일 남았어요."

그들은 딱 정해진 날에만 왔기에 날짜를 계산하는 건 아주 간단했다. 로스는 기대감 어린 눈으로 제론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에 깃든 간절함이 제론의 마음을 살짝 움직였다.

"어쨌든 그때까지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해. 집에 있는 일꾼들에게 들킬 염려는 없나?"

"그게 좀 문제이긴 하네요."

집의 일꾼들은 로스가 밖에 나가는 시간에 맞춰 집안일을 한다. 그리고 로스가 돌아오면 후다닥 몸을 숨긴다. 로스가 폭주하면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일단 마나가 폭주하면 주변을 피로 물들일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로스가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저택을 뒤덮는 강렬한 기세를 느끼기만 하면 후다닥 도망갔다.

즉, 마나가 폭주하며 저택을 덮치는 것이 신호였다.

제론은 로스의 설명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충분히 해결해 줄 수 있었다. 로스의 마나가 가진 성질도 잘 알고 있으니 몇 번 쓸 수 있는 아티팩트를 만들기로 했다.

"내일 분수대에서 만나는 걸로 하지. 내가 해결 방안을 그때 줄 테니까."

재론은 그 말을 남기고 서둘러 저택을 떠났다.

로스는 제론이 훌쩍 사라지자 진한 아쉬움이 담긴 눈으로 제론이 있던 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잠시 후, 그 아쉬움이 두려움으로 바뀔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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