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두 번째 도시 (3)
'마나가 불안정하군.'
제론은 왜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알아냈다. 그녀의 몸에 깃든 마나는 상당히 불안정했다. 소드 마스터가 되면 마나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몸 안의 마나가 불안정할 이유가 없었다.
'아직 소드 마스터가 아닌가? 한데 이건 좀 이상한데?'
소드 마스터가 아니라면 몸에 저렇게 많은 마나를 담을 수가 없었다. 소드 마스터가 된다는 건 마나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키운다는 의미도 있었다. 또한 그 그릇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한데 로스의 경우는 완성되지 않은 그릇에 마나만 강제로 채워 넣은 느낌이었다.
"제 물음에 대답하지 않으실 건가요?"
로스가 다시 물었다. 제론은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로스의 몸을 좀 더 살피고 싶었기에 집중을 흐트러뜨리기 싫었다.
로스의 눈빛이 난폭해졌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에 잠든 마나도 난폭해졌다.
제론의 눈이 반짝였다. 방금 전의 일로 로스의 상태를 더욱 정확히 알아낼 수 있었다.
로스는 다짜고짜 달려들었다. 엄청난 속도였다.
후아앙!
꼿꼿이 세운 로스의 손이 제론의 가슴으로 날아갔다. 단숨에 심장을 찔러 죽이겠다는 의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제론은 넘실거리는 살기를 담담히 받아넘기며 손을 들었다.
턱.
제론이 로스의 손목을 잡아 공격을 멈췄다. 하지만 로스는 거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그녀의 눈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리고 온몸의 마나가 폭발하듯 몸 밖으로 터져 나왔다.
보통은 그런 마나의 기세만 맞아도 목숨을 잃을 것이다. 웬만큼 강한 기사라도 버틸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하지만 제론에게는 조금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제론은 그렇게 쏟아지는 마나까지 술술 받아넘겼다. 제론과 로스의 수준 차이는 명확했다.
제론이 로스의 손목을 통해 마나를 흘려 넣었다. 그와 동시에 온몸으로 마나를 내뿜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앞으로 마나를 보냈다.
효과적으로 로스의 마나를 집어삼키고 장악하기 위함이었다.
로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리고 붉게 물들었던 눈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 경악은 이내 공포로 바뀌었다.
"요, 용서해 주세요."
로스는 자신의 손목을 잡은 제론에게 극심한 두려움을 느꼈다. 마나가 장악되면서 심령이 짓눌린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몸에서 난폭하게 움직이는 마나가 안정된 것은 아니었다.
제론은 로스의 손목을 통해 흘려 넣은 마나를 이용해 날뛰는 그녀의 마나를 차근차근 정리했다.
지나치게 난폭한 마나는 흡수하거나 없애 버리고, 그나마 갱생의 여지가 있는 마나만 잘 다독여 안정시켰다.
일단 로스가 제론과 싸울 의지를 잃었기에 마나의 장악은 금방 끝났다. 로스는 자신의 몸에 차분히 가라앉는 마나를 느끼며 더욱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이, 이거 좀 놔주세요."
로스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손목을 보며 말했다.
제론은 로스의 손목을 놓고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로스는 손목을 만지작거리며 뒤로 살짝 물러났다. 하지만 감히 도망치지는 못했다.
"자, 이제 우리 얘기 좀 할까?"
제론의 말에 로스가 불안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쳐다보는 제론의 시선에 온몸이 발가벗겨지는 기분이 들었다.
로스는 침을 꿀꺽 삼키며 몸을 살짝 떨었다. 제론을 바라보는 눈에 어린 불안감이 점점 더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