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크란 제국 (3)
마나의 그물만 피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저택 곳곳에서 감시의 눈을 번득이는 경비병의 시선도 피해야만 했다.
제론의 마나링이 더욱 맹렬히 가속했다.
위이이이이잉!
제론 앞에 있던 마나의 그물이 투두둑 끊어졌다. 물론 마나의 그물을 이루는 마법의 흐름은 그대로였다.
그렇게 뚫린 길을 통해 제론은 빠르게 내달렸다. 속도도 엄청나게 빨랐고, 소리도 기척도 전혀 없을 정도로 은밀했다.
제론은 순식간에 목표로 한 건물에 도착했다. 건물 안에는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했기에 거침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워낙 빠르게 문을 열고 닫았기 때문에 아무도 그걸 보지 못했다.
혹시라도 사람이 있을지 몰라 들어가자마자 몸을 낮추고 안을 살폈다. 텅 비어 있었다. 아니, 텅 빈 것이 아니었다. 마나로 꽉 차 있었다.
창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마나가 확연히 느껴졌다. 그 회전이 모이고 모여 건물 안을 꽉 채운 것이다.
제론은 황급히 마나링을 가속시켜 주변 마나를 장악했다. 안을 지키는 사람이 왜 없는지 알 수 있었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회전하는 마나를 건드리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마나의 흐름이 틀어지면 마법이 흔들리면서 창에 모이는 에너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만일 누군가 안으로 들어오면 대번에 밖에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마나의 흐름이 험악해질 것이다.
제론은 마나의 흐름을 안정시킨 다음 천천히 걸어갔다. 정밀한 흐름의 마나로 꽉 차 있기에 아무 대책 없이 움직이면 단번에 파탄이 날 것이다.
하지만 마나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제론에게 있어서 마나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움직이는 건 너무나 간단한 일이었다.
제론은 건물 안에서 가장 마나의 흐름에서 자유로운 장소에서 걸음을 멈췄다. 공교롭게도 건물의 딱 중앙이었다.
마나링의 가속을 멈춘 제론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아무도 들어올 리 없기에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게 잠시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한 제론은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지금까지 중에 가장 어렵고 중요한 순간이었다. 제론은 마나링을 가속시키며 희미하게 흘러나온 마나의 실로 주변을 장악했다. 그리고 조용히 정령을 불렀다.
"아네모스."
휘류루루루룽!
아네모스가 제론의 눈앞에 나타났다. 제론은 마나의 실을 이용해 아네모스 주변의 마나와 에너지의 흐름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후우. 쉽지 않군."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긴장했다. 아네모스가 나타나며 흩뿌리는 마나와 에너지의 흐름은 작은 폭풍과 다름없었다. 자칫하면 주변 마나를 건드려 마법진을 폭주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안심이었다. 제론은 아네모스를 팔찌에 넣었다.
화아아아악!
강렬한 빛과 함께 제론의 몸이 아래로 쑥 내려갔다. 일체의 마나 유동도 없었다. 그것이 바로 초고대유적의 힘이었다.
유적 로비에 선 제론은 씨익 웃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익숙한 광경을 보고 있으니 참으로 즐거웠다.
드디어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크란 제국에서의 첫 유적을 손에 넣은 것이다.
제론은 일단 통제실로 향했다. 서둘러 이 유적에 대해 알고 싶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비교적 평범한 유적이었다.
다른 유적에 비해 마티의 양이 좀 많아 정보 수집 범위가 넓은 걸 제외하면 별것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일단 이 도시에 대한 모든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일단 에너지의 흐름을 바꿔 놔야겠어."
제론은 유적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의 흐름을 아래쪽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최대한 아래로 멀리 보내면 지하 깊은 곳에서 에너지가 퍼지게 된다. 그 에너지는 광범위하게 흩어져 지력으로 변할 것이다.
에너지 흐름을 바꾸는 건 간단했다. 통제실에서 명령 코드만 입력하면 끝이었다.
우우웅!
유적이 한 차례 진동하더니 에너지 흐름을 바꿔 버렸다. 이제 더 이상 유적 위 건물에서 창에 에너지를 모으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거기까지 끝낸 제론은 마티를 통해 건물을 비롯한 도시 전체를 살폈다. 앞으로 이 도시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크란 제국에 대해 알아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