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1 테페룸 광산 (1)
저택으로 돌아온 포어트는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이어 갔다. 그리고 제론은 조용히 저택을 빠져나갔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테페룸 광산에 대해 알아볼 생각이었다. 정확히는 테페룸 광산이 아니라, 그 근방에 있을지도 모를 초고대유적에 대해 알아볼 계획이었다.
제론은 인적이 없는 숲으로 들어가 폴타를 이용해 게이트를 열었다. 그리고 테페룸 광산을 둘러싼 마을 근방에 대응 게이트를 열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마을에서는 좀 떨어진 곳이었고, 당연히 인적이 없는 장소였다.
제론은 게이트를 없앤 뒤, 주위를 한 번 둘러본 다음 마을로 향했다. 마티를 통해 주변 지형을 충분히 숙지했기 때문에 발걸음에 거침이 없었다.
다섯 마을의 규모는 다들 비슷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분명히 약간이나마 차이가 존재했다. 제론은 그중 가장 큰 마을로 갔다.
마을 입구는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 블랙스피어 기사단이 지키고 있었다. 보통 마을의 경우는 누군가가 지키거나 하지 않고, 도시라 하더라도 기사가 아닌 병사가 지키는데, 고작 마을을 기사단이 지킨다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물론 제론은 이미 그 부분에 대한 건 알고 있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기사 하나가 제론에게 지극히 의례적인 질문을 던졌다. 마을을 통과하는 누구에게나 묻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은 같은 답을 말한다.
"겔프 영지로 가는 길에 잠깐 들렀습니다."
제론은 그렇게 말하며 미리 준비한 신분패를 꺼냈다. 기사는 그것을 찬찬히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통과."
당연하다는 듯 마을로 들어선 제론은 일단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여관 밀집 지역으로 향했다.
겔프 영지는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영지였다. 예전 레늄 왕국의 네이드 후작령과 비슷했다. 그리고 남부에서 겔프 영지로 가는 길 중간에 이 마을이 위치했다.
안 들를 수도 있지만 타이밍이 맞으면 이 마을에서 하룻밤 묵는 게 편했다.
제론이 가장 먼저 이 마을에 온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다. 제일 들어가기 편한 마을이었다. 또 방비가 가장 허술한 마을이기도 했다.
마을은 상당히 번화했고, 사람도 많았다. 겔프 영지로 가기 위해 들른 사람도 제법 많았고, 원래부터 마을의 일원으로 상단에서 일하는 자의 수도 엄청났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모인 사람들의 돈을 빨아먹으려는 상인들로 북적댔다.
제론은 마을의 번화가를 걸으며 주위를 휘휘 둘러봤다. 이 마을에서 풍기는 느낌이 상당히 독특했다. 제론은 그 이유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은 테페룸 때문이었다. 이 마을은 항상 테페룸이 머무는 곳이다. 기간트처럼 코어에 가둔 테페룸이 아니라 밖으로 노출된 테페룸은 확실히 주변에 끼치는 영향이 달랐다.
'좋은 느낌은 아니야.'
제론의 아공간에도 테페룸이 잔뜩 있긴 했지만, 그건 아공간에 있기에 외부로 영향을 전혀 끼치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런 식으로 노골적인 테페룸의 영향력을 느껴 본 적이 없었다. 이 마을은 수십 년 동안 테페룸의 영향력하에 놓여 있었다. 당연히 다른 곳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기간트 공방이 이 마을과 조금 비슷한 느낌을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서조차 테페룸은 특별히 보관되기 때문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반면 이 마을은 테페룸 광산과 인접해 있었다. 기간트 공방과는 완전히 달랐다.
제론의 시선이 마을 밖 커다란 산으로 향했다. 봉우리가 무려 5개나 되는 큰 산이었는데, 그곳에 테페룸 광산이 있었다.
테페룸의 매장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다른 광맥과 달리 테페룸 광맥은 측정이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재수 없으면 내일이라도 테페룸이 말라 버릴 수 있었다.
물론 그럴 거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말이다.
제론은 일단 근처에서 가장 훌륭한 여관에 방을 잡았다. 거기에서부터 차근차근 초고대유적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쉽지는 않을 것 같군.'
제론은 이번 일이 굉장히 어려울 거라고 예상했다. 마을에 오기 전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을에 오니 그게 아니었다.
테페룸 때문이었다. 테페룸의 영향력이 제론의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다. 그걸 뚫고 초고대유적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 패턴을 캐치해 내야만 한다. 제론은 벌써부터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 왔다.
여관에서 가장 좋은 방에 들어간 제론은 습관적으로 태블릿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