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3화 (114/217)

Chapter 10 포어트 (1)

제론은 유적의 모든 것을 얻은 뒤, 바로 유적 로비를 통해 유적 밖으로 나왔다.

유적은 폐허가 되었지만 그 주변에 형성된 마을은 다행히 전혀 피해가 없었다. 물론 유적이 무너진 자체가 마을에 큰 타격을 주겠지만 말이다.

무너진 유적을 한 번 둘러본 제론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유적의 잔해를 살펴봤다. 그저 매끈한 돌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마나를 머금어서 상태가 변했나 보군.'

그 비슷한 방식의 돌 제조법이 초고대문명에도 있었다. 물론 훨씬 뛰어났다. 하지만 고대문명에도 그런 방식이 있을 줄은 몰랐다.

제론은 어쩌면 고대문명이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돌 하나를 집어 그것을 찬찬히 살펴보니 더 확실해졌다. 미약하게나마 돌이 머금고 있는 마나를 확실히 감지할 수 있었다.

아마 시간이 좀 지나면 이 마나는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지금도 아주 조금씩 돌 안에서 마나가 흩어지는 중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제론은 손에 든 돌을 휙 던지고는 주위를 슥 둘러봤다. 워낙 거대한 유적이었기에 무너진 잔해도 엄청나게 많았다. 지속적으로 돌에서 마나가 빠져나갔는데, 그래도 최소 사나흘 정도는 마나를 머금고 있을 듯했다.

이건 유적의 마법진을 유지하고 있던 마나였다. 그리고 유적의 마법진은 도시 하나를 날려 버릴 정도로 강력한 공격 마법을 담고 있었다.

당연히 그런 마법진이 품고 있던 마나가 고요할 리 없었다. 상당히 우악스러웠고, 폭력성이 다분했다. 아마 이 안에서 사람들이 지내면 당장 싸움이 날 것이다.

제론이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유적의 잔해로 일단의 무리가 들어섰다. 제론은 고개를 돌려 그들이 누군지 확인했다.

검은 옷을 입고 가슴에 7개의 창이 방패에 얽힌 황금빛 문양을 새긴 자들이 우르르 들어서고 있었다.

란체 왕실에서 조사단을 파견한 모양이었다.

제론은 그들을 발견하자마자 훌쩍 몸을 날렸다. 굳이 여기 있다가 얼굴 붉힐 일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지금 이곳은 난폭한 마나로 꽉 찬 곳이었으니까.

제론이 사라지는 모습을 조사단도 발견했다. 유적이 워낙 넓긴 했지만 그래도 유적 한가운데에 사람이 서 있는 광경을 못 볼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워낙 거리가 멀었고, 제론이 사라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쫓아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조사단 전원이 우르르 달려갔다. 그렇게 그들이 유적 한가운데쯤을 지날 때, 일부가 달리는 것을 멈췄다.

"그만!"

한 사람의 외침에 다들 주춤거리며 멈춰 섰다. 그리고 소리친 사람을 바라봤다. 그가 조장이긴 했지만 직급이 위에 있는 건 아니었다. 수하의 의견을 묵살하지 못하도록 란체 왕실에서 생각해 낸 방법이었다.

이들 조사단은 란체 왕실 직속 기사단이나 다름없는 블랙스피어 기사단이었다. 그들은 온갖 궂은일을 다 도맡아 했다.

별의별 상황을 다 겪기에 많은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하지만 긴급 상황에서는 무조건 조장의 명령을 들어야만 했다.

지금은 긴급 상황이 아니었기에 일부 조원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저놈이 유적을 이렇게 만든 범인일 수도 있는데 왜 추적을 멈추라고 한 거요?"

조원 중 하나가 짜증을 내며 묻자, 조장이 인상을 썼다.

"어차피 쫓아가 봐야 잡지도 못한다. 차라리 유적을 더 면밀히 조사하는 편이 나아."

"그거야 조장 생각이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조원의 말에 조장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들은 지금 상황이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돌에 남은 마나가 흘러나와 이런 상황을 유도해 냈다는 걸 그들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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