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 포어트의 저택 (3)
제론은 유적 전체가 무너졌는데도 끄떡없는 통로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통로 바닥에 나타났던 마법진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그 마법진 역시 1회용이었던 것이다.
"믿을 수가 없군."
정말 믿을 수 없었다. 고대마법의 위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다. 그동안 겪었던 고대마법은 오늘 이 섬광에 비하면 몽땅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마법을 얻으면서 제론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마나링을 만들 수 있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아마 새로운 마법을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드디어 9개의 마나링을 완벽하게 얻었군."
9번째 마나링을 만드는 비밀은 뇌의 혹사였다. 뇌의 기능 자체를 높이지 않으면 9번째 마나링을 만드는 게 불가능했다.
제론은 이번에 9번째 마나링을 만들면서 그걸 확실히 깨달았다.
위이이이이잉!
제론의 심장에서 9개의 마나링이 가속했다. 제론은 어떤 마법진이든 다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온몸이 충만해졌다.
제론의 몸 주위로 수십 개의 마법진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리고 일제히 빛과 함께 터져 나갔다.
퍼버버버버벙!
사방이 붉고 푸른빛으로 가득해졌다. 동시에 수십 개의 서로 다른 마법을 펼친 것이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것이 가능해져셔 제론도 깜짝 놀랄 지경이었다.
어쨌든 9개의 마나링을 만들었으니 이제 텔레포트 게이트를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일단 내 편의 위주로 쓰는 수밖에 없나?"
어쨌든 대륙 곳곳에 텔레포트 게이트를 설치하면 엄청나게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게다가 제론이 설치하려는 텔레포트 게이트는 크란 제국 마탑의 게이트와는 차원이 달랐다.
일단 설치비용이 월등히 적었다. 또한 설치도 간단했다. 그리고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사람이나 물자의 양이 엄청나게 많았다.
게다가 크란 제국 마탑의 게이트는 이동 가능 거리가 너무 짧았다. 왕국을 횡단하려면 최소 3번은 게이트를 이용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새로운 게이트는 그렇지 않았다. 한 번에 왕국 간을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이동 거리가 길었다.
대룩 곳곳에 거점을 정해 설치해 이용하다가 적당한 시기에 공개하면 아마 크란 제국 마탑의 게이트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훨씬 안전하고 빠르며 이동할 때의 부작용도 거의 없는 데다가, 멀리까지 갈 수 있으니 누구라도 제론의 게이트를 이용할 것이다.
더구나 값을 아주 싸게 받을 생각이었다. 아마 물류의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제론은 그 사이에서 떼돈을 벌 것이고 말이다.
거기까지 구상을 마친 제론은 씨익 웃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일단 이곳을 나가야 하는데, 그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유적으로 가서 나가면 되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빠져나가기 전에 이곳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만 했다.
이곳은 란체 왕국 수도 유적에서 아직 발굴되지 않은 유일한 부분이었다. 아마 이곳에는 아직 남은 유물이 있을 것이다.
일단 제론이 서 있는 곳은 사방이 막힌 통로였다. 제론은 통로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음? 한가운데?"
제론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분명히 통로 끝에 서 있었다. 한데 어느새 한가운데로 이동한 것이다. 뒤를 돌아본 제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가운데로 이동한 게 아니라 벽이 사라졌군."
커다란 마법진, 마지막 마법진이 그려져 있던 벽이 사라지고 새로운 통로가 나타난 것이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통로 한가운데 서게 되었다.
제론은 다시 걸음을 옮겨 통로 끝으로 향했다.
통로 끝에는 작은 문이 있었다. 마치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특이한 문이었다. 어쩌면 진짜 그림일지도 모른다. 제론은 문으로 다가가 힘껏 밀었다.
화아악!
문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그 빛은 제론을 그대로 삼켜 버렸다.
사실 제론은 버틸 수 있었다. 빛에는 마나가 잔뜩 섞여 있었고, 그 마나가 제론을 휘감았다. 제론이 마음만 먹었다면 그 모든 마나를 밀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제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을 덮치는 마나의 흐름을 통해 이것이 벽 안쪽 모종의 공간으로 자신을 이동시키는 마법이라는 걸 알아챘다.
벽에 그려진 문이 유적의 진짜 유물이 보관된 곳으로 이동시켜 주는 마법의 문이었다.
환한 빛이 사라지자 제론은 주위를 둘러봤다. 보물이 산처럼 쌓인 방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물건이 보관된 방임은 확실했다.
일단 방의 크기는 사방 50미터쯤 됐다. 제법 넓긴 했지만 유적에서 흔히 발견되는 유물 보관실과 비교하면 상당히 좁은 편이었다.
벽 하나에 궤짝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제론은 일단 그 궤짝들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어떤 궤짝에는 금괴가 가득 들어 있었고, 또 어떤 궤짝에는 보석이 잔뜩 들어 있었다.
궤짝의 수가 수십 개였는데 모든 궤짝이 그런 식이었다. 엄청난 돈이 생긴 셈이었다. 물론 제론에게는 큰 감흥이 없었다.
이 정도 보물이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공짜로 얻었으니 기분이 그럭저럭 괜찮았다.
제론은 일단 궤짝들을 아공간에 싹 담았다. 그다음 나머지 유물을 살폈다.
궤짝이 쌓인 벽과 닿아 있는 벽에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무구 10개가 나란히 늘어서 있었다. 제론은 그것이 히엠스를 담은 무구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봤다.
"히엠스 10기라…… 이건 좀 괜찮군."
히엠스는 돈을 준다고 살 수 있는 기간트가 아니었다. 발굴형 기간트 중 최강의 기간트였다. 그걸 10기나 얻을 수 있는 유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제론은 그것도 아공간에 챙긴 후, 다음 벽을 살폈다.
거기 있는 것이 진짜 유물이었다. 그곳에 거대한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제론은 천천히 그 책에 다가가 그것을 집었다. 낡아 보이는 책이었는데, 실제 만져 보니 재질이 상당히 특이했다. 이것은 금속으로 만든 책이었다.
제론은 순간 태블릿이 떠올랐다. 당연했다. 이 책은 고대의 마법 기술로 만든 태블릿과 비슷한 아티팩트였으니까.
제론은 책을 펼쳤다. 그러자 태블릿과 비슷한 모양이 나타났다. 그 위에 복잡한 글자가 새겨졌는데, 고대어였기에 제론이 읽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한쪽 면에는 그런 식으로 태블릿과 비슷한 모양이었지만 다른 한쪽 면은 조금 달랐다. 그곳에는 작은 버튼이 잔뜩 붙어 있었다. 버튼에는 문자가 하나씩 새겨져 있었는데, 그 문자가 고대어라는 걸 제론은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다.
"이 버튼으로 조작하는 모양이군."
사용법을 대강 익히는 건 아주 간단했다. 그리고 그 안에 든 지식을 몽땅 가져오는 것도 쉬웠다. 제론은 기념으로 그것을 아공간에 챙겼다.
물론 그 전에 그 내부에 들어 있는 모든 지식을 태블릿으로 이전시키는 걸 잊지 않았다.
이 아티팩트는 유적을 만든 사람이 자신의 모든 마법 지식을 담아 둔 유물이었다. 그리고 그가 만든 필생의 역작이기도 했다.
물론 제론에게 필요한 건 알맹이뿐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제론은 란체 왕국 수도 유적의 정수까지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