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 유적 순회 (4)
"일단 집으로 가는 게 어때? 마침 나도 마땅히 묵을 곳이 없는데."
제론은 아직 호텔도 잡지 않았다. 술을 마시던 중에 나와서 싸움 구경을 하고 폭발에 휘말린 포어트를 구했으니 그럴 틈도 없었다.
포어트는 잠시 제론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누추하지만 머무실 곳이 마땅치 않으시면 얼마든지 계시다 가십시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포어트는 일단 제론을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다. 제론은 눈을 빛내며 그 뒤를 따랐다.
제론이 생각하기에 포어트가 저렇게 된 것은 집의 영향이 컸다. 분명히 포어트의 집에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포어트는 제론을 수도 외곽으로 데려갔다. 제론은 이러다가 수도를 벗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포어트는 수도를 벗어났다.
수도를 벗어나 30분쯤 이동하자, 그럴듯한 저택 몇 채가 나타났다. 수도에 저택을 마련하기에는 재정적으로 조금 무리가 있어서 이런 식으로 수도를 벗어난 곳에 저택을 짓는 귀족들이 가끔 있었다.
그리고 이곳 란체 왕국에서 그런 귀족은 그리 드물지 않았다. 잦은 도박으로 인해 재산을 탕진하는 경우가 흔했는데, 그런 경우 저택을 처분하고 이런 식으로 수도 밖에 집을 짓곤 했다.
포어트도 그와 비슷한 경우였는데, 문제는 재산을 날린 사람이 포어트가 아니라 그의 아버지라는 점이었다. 포어트는 상당히 성실한 사람이었기에 도박 한 번 하지 않았다.
오늘처럼 도박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몇 번 있었지만 말이다.
"이곳입니다."
포어트는 10여 개의 저택 중 한가운데에 있는 저택으로 제론을 안내했다.
제론은 저택 앞에서 감각을 한껏 가다듬었다.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저택 근처에 초고대유적이 있었다.
"여기 있는 저택들에 사는 사람 모두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는 기사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포어트의 안색이 조금 어두웠다. 노력은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데, 여기 사는 사람들은 노력에 비해 실력이 조금 모자랐다.
그건 포어트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싸워서 죽인 놈은 포어트와 사실 몇 년 동안이나 경쟁하던 기사였다. 한데 결국 포어트를 넘어서고 말았다. 물론 죽은 건 그놈이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환영합니다. 얼마든지 머무르셔도 좋습니다. 머무시는 동안 최선의 대접을 해 드리겠습니다."
포어트는 정중하게 말했다. 어쨌든 생명의 은인이었다. 최대한 은혜를 갚겠다고 다짐하며 다시 한 번 제론에게 고개를 숙였다.
제론은 포어트의 인사를 건성으로 받으며 저택 안을 살펴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담장이 낮아서 안이 훤히 보였다. 별다른 특별한 점은 없었다. 그저 초고대유적에서 흘러나온 에너지가 가득할 뿐이었다.
제론은 포어트가 열어 준 문을 통해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유적의 에너지가 훨씬 강하게 몸을 휘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