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전쟁 (2)
바위 폭발의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연합군 측 기간트의 진형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그렇게 진형이 무너지고 나니 에어스트 왕국의 돌격에 조금도 대비할 수가 없었다.
1000기 대 500기였지만 거의 일방적으로 전투가 진행되었다. 진형도 못 잡고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데다가 시야도 사라진 연합군 측 기간트는 제대로 힘도 쓰지 못했다.
반면 에어스트 왕국 측 기간트는 그동안의 훈련 상황을 반영하듯 착실히 적을 척살해 나갔다.
그리고 가장 앞에서 적을 휘저어 주는 테오스와 이스히스의 존재는 연합군에겐 재앙이었다.
꽈과과과광!
테오스의 검이 사방을 휩쓸었다. 결코 그냥 휘두르지 않았다. 수십 번의 찌르기가 사방을 점령했다.
콰직! 콰직! 콰직!
테오스의 검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정확했다. 솔직히 제론은 1000기나 되는 적이 우스워 보였다. 저들 모두가 달려들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 정도로 테오스의 힘은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제론은 테오스의 굉장한 힘보다는 이스히스의 힘에 더 놀랐다.
제론이 주변의 적을 모두 정리한 다음 고개를 돌려 이스히스를 쳐다봤다.
이스히스는 거대한 도끼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적을 박살 내고 있었다.
부웅! 콰직!
딱 적당한 힘을 이용해 적 기간트의 조종석만 부숴 버렸다. 그 한 방에 적은 그대로 무너졌다. 처음에 받은 제론의 명령에 충실히 따르는 것이다.
제론은 이번 전쟁을 통해 기간트의 수를 최소 500기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계획에 가장 충실히 부응하는 것이 바로 이스히스였다.
이스히스의 위력은 유적 14층에서 상대했던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때보다 훨씬 빨랐고, 강했다. 만일 그때 이스히스가 이 정도로 강했다면 결코 제론이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제야 제론은 깨달았다.
'소드 마스터가 상대할 수 있도록 수준이 맞춰진 거였구나!'
제론은 아직 시력을 회복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적 기간트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슈슈슈슈슈슉!
콰직! 콰직! 콰직! 콰직!
수십 번의 찌르기가 펼쳐졌고, 또 수십 기의 기간트가 쓰러졌다. 아직 적은 많이 남아 있었지만 다들 제대로 반응조차 못 하고 있었다.
꽈앙! 꽈앙! 꽈앙!
사방에서 기간트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베테랑들은 기간트가 최대한 부서지지 않게 조심해서 처리하는데, 그렇지 않은 라이더는 그럴 여력이 없었다.
다들 흥분에 빠져 정신없이 적을 공격하고 있었다. 물론 훈련을 받은 대로 진형이나 작전 대형은 철저히 지켰다. 그것이 아군의 피해를 현저히 줄여 주었다.
아무리 시야가 사라졌다지만 적의 반항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그들도 나름의 발악을 하며 공격을 했다. 그런 눈먼 공격이라도 맞으면 부서진다.
하지만 철저히 훈련받은 대로 싸우는 에어스트 왕국 측 기간트는 경미한 피해만으로 그들을 제압해 나갔다.
제론은 쓰러진 수십 기의 기간트를 뒤로하고 또 한 번 몸을 날렸다.
슈슈슈슈슈슉!
콰직! 콰직! 콰직!
적 기간트를 쓰러뜨린 제론은 다시 시선을 돌려 이스히스를 쳐다봤다. 이스히스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적을 섬멸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스히스 혼자서도 이들 전부를 상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제론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주위를 슥 둘러보며 전황을 살폈다.
압도적으로 적을 몰아붙인 결과 절반이 훨씬 넘는 적이 바닥에 쓰러졌다. 이제 슬슬 적의 시력이 돌아올 때가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결과는 지금까지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
제론은 괜히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다. 일단 전체적으로 전장을 조망해 보기로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제론의 시야에 전장이 한가득 들어왔다. 마치 하늘에 떠서 전장을 내려다보는 듯했다. 전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새로운 적의 움직임이 보였다.
"저놈들은 뭐지?"
제론이 눈에 150기에 달하는 기간트가 나타나는 광경이 보였다. 라쿠스로 이루어진 적의 별동대였다. 만일 저들이 측면을 치고 들어오면 아군의 피해가 제법 될 것이다.
"그냥 내버려 둘 수야 없지."
저들 외에도 은밀히 영지 쪽으로 잠입한 적의 기습 부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건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미리 대비를 해 두었으니까.
제론은 다시 시야를 전장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몸을 날렸다.
쿵쿵쿵쿵!
급히 전장을 빠져나가는 제론의 모습에 아군 지휘관들이 잠깐 당황했지만 이어지는 카이트의 외침에 다들 정신을 차렸다.
"우린 작전대로 간다! 딴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어! 적이 시력을 회복하기 전에 한 놈이라도 더 쳐라!"
카이트의 말대로였다. 지금은 눈앞에 있는 적을 처리할 때였다. 그들의 영주가 어디 괜한 일을 벌인 적이 있었던가.
아마 어딘가에서 적의 술책을 박살 내고 있을 것이다.
키이이이이이잉!
굳건한 믿음은 에어스트 왕국의 힘이었다. 500기의 기간트가 일제히 굉음을 터트리며 적을 몰아붙였다.
쿵쿵쿵쿵쿵!
150기의 라쿠스가 급히 달리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설마 에어스트 왕국이 이런 준비를 했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처음 세웠던 작전이고 계획이고 몽땅 쓰레기가 되어 버렸다.
지금은 최대한 빨리 적의 측면을 쳐서 아군의 숨통을 틔워 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야 더 싸울 희망이라도 생긴다. 만일 늦으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모든 라쿠스가 정신없이 달렸다. 진형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달리는 라쿠스 라이더의 눈에 새까만 뭔가가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저게 뭐지?"
의아한 표정은 길지 않았다. 그것은 기간트였다. 밤처럼 새까만.
꽈아아앙! 콰지지직!
새까만 기간트, 테오스는 다짜고짜 몸을 날려 가장 앞에서 달려오던 라쿠스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라쿠스가 빙글빙글 돌며 뒤로 날아갔다. 당연히 뒤에서 달려오던 동료와 엉켰다.
콰과과과과광!
선두가 무너지니 후위는 당연히 달리는 걸 멈출 수밖에 없었다. 멈추지 못한 라쿠스는 여지없이 다리가 걸려 넘어졌다.
콰과과과광!
흙먼지가 자욱했다. 하지만 라쿠스의 수는 150기나 된다. 모든 라쿠스가 넘어진 건 아니었다. 중간에서 달리는 라쿠스만 넘어지고 멈췄을 뿐이었다.
좌우의 라쿠스들은 그대로 달렸다. 그들도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에 여기서 지체할 틈이 없다는 것쯤 명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테오스의 능력은 모두의 상상을 초월했다.
테오스가 뒤로 훌쩍 뛰었다. 그러자 어마어마한 거리를 쭉 물러났다. 어느새 테오스는 다시 라쿠스들의 앞에 위치했다.
후우웅!
거대한 검이 좌에서 우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 궤적을 따라 검광이 번득였다.
철컹! 철컹!
콰과과광!
좌우의 앞에서 달려오던 라쿠스가 거의 동시에 둘로 잘리며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뒤에 달려오던 다른 라쿠스들이 뒤엉켜 쓰러졌다.
결국 모든 라쿠스가 테오스의 검 아래 멈췄다.
테오스의 눈에서 광망이 번득였다.
라쿠스는 다시 고쳐 쓰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니 차라리 마나코어를 부숴서 포로스를 빼먹는 편이 훨씬 나았다.
쿠웅!
테오스가 강하게 발을 굴렀다. 땅이 파도처럼 출렁였다.
콰과과과광!
테오스 앞에 서 있던 라쿠스들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 그리고 테오스가 그 틈을 파고들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콱!
테오스의 검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움직였다. 마치 테오스를 중심으로 폭풍이 휘몰아치는 듯했다.
그 검에 걸린 라쿠스는 속절없이 잘려 나갔다.
테오스는 사방으로 정신없이 이동하며 검을 휘둘렀다. 그 궤적에 말려드는 라쿠스는 어김없이 수십 조각으로 잘려 나갔다.
무려 150기의 라쿠스를 상대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라쿠스가 일방적으로 당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니 나름 조직적으로 테오스를 압박해 갔다.
하지만 모두 부질없었다. 라쿠스가 어떤 공격을 하든 테오스의 몸에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었다. 라쿠스가 아무리 검을 휘두르고 달려들어도 테오스를 건드릴 수조차 없었다.
그것이 테오스와 일반 기간트의 차이었다. 또한 보통 사람과 소드 마스터의 차이었다.
콰우우우우우!
테오스의 마지막 일격이 사방을 휩쓸었다. 검에서 일어난 바람이 회오리치며 남은 라쿠스를 휘감았다.
테오스는 그걸 마지막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기간트의 잔해만 잔뜩 쌓여 있었다.
"후우."
제론은 숨을 훅 몰아쉰 다음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라쿠스에는 약점이 있지만 이번에는 그걸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싸웠다. 하지만 무려 150기의 라쿠스를 압도할 수 있었다.
약점이 없는 라쿠스는 1.9의 출력을 자랑하는 최신형 기간트였다. 그런 기간트 150기를 혼자서 생채기 하나 없이 박살 냈다는 건 정말로 대단한 일이었다.
제론은 시선을 돌려 전장을 확인했다. 여전히 압도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중 압권은 단연 이스히스였다.
"굉장하군."
이스히스는 처음보다 더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도끼가 마치 수십 개로 불어난 것처럼 빠르고 정신없이 움직여 적의 가슴을 내려찍었다.
이스히스의 활약을 보고 있으니 지금 공략 중인 타히티가 떠올랐다.
"타히티까지 있었으면 완전히 끝장날 뻔했군."
타히티는 고속 이동이 가능한 기간트였다. 게다가 파괴력과 관통력이 엄청난 화살을 무한정 날릴 수 있었다.
그러니 타히티가 있었다면 수많은 적의 가슴을 빛의 화살이 꿰뚫었을 것이다. 그것도 위력을 조절해 조정석만 딱 파괴하는 정도로 말이다.
제론은 새삼 유적 15층 공략 의지를 불태웠다. 타히티는 물론이고 그 뒤에 나올 모든 기간트를 싹 얻고 싶었다.
그렇게 되면 정말로 두려울 게 없을 것이다.
"슬슬 정신을 차린 모양이군."
연합군 측 기간트들이 조금씩 진형을 갖춰 가고 있었다. 하지만 에어스트 왕국 측의 기간트가 그것을 철저히 방해했다.
피해도 크지 않았다. 제론은 일단 그쪽은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남은 건 수뇌부였다. 그리고 그들을 구분하는 건 아주 간단했다.
"허, 도망치고 있어?"
파인트는 시력이 돌아오고 정신을 차리자마자 정신없이 도망쳤다. 그리고 그의 호위 기사들이 그 뒤를 받쳐 줬다.
에어스트 왕국의 베테랑 라이더들이 파인트를 뒤쫓으려 했지만 호위 기사에 막혀 추격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다.
"한심하군."
적어도 총사령관이 취해야 할 태도는 아니었다. 물론 제론과는 아무 상관 없는 얘기다. 어쨌든 저 총사령관이 누구든 오늘 죽을 테니까.
꽈앙!
테오스가 바닥을 박찼다. 그러자 쭉 앞으로 나아갔다.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그 뒤로도 테오스는 계속 바닥을 강하게 차며 앞으로 나갔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파인트의 호위 기사와 에어스트 왕국의 베테랑들이 싸우는 장소에 도착했다.
테오스가 갑자기 다가오자 다들 당황했다. 특히 호위 기사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렇게 빠른 속도를 내는 기간트는 본 적이 없었다.
테오스의 몸이 빙글 회전했다. 그와 동시에 검이 쭉 뻗었다.
콰우우우우우!
테오스의 검이 전방을 쓸고 지나갔다. 그 일격에 호위 기사의 기간트 7기가 두 동강 났다.
테오스는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을 뚫고 지나갔다.
꽈앙!
강하게 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쭉 나아가는 테오스의 지척에 파인트의 기간트가 등을 보인 채 달려가고 있었다.
쿵쿵쿵쿵!
테오스가 몇 발 달리니 파인트가 탄 아우틈에게 바짝 다가갈 수 있었다. 더 볼 것도 없었다.
콰득!
테오스의 주먹이 아우틈의 등에 작렬했다.
콰과과광!
아우틈의 등판이 움푹 찌그러지며 바닥을 꼴사납게 굴렀다. 충격이 어찌나 컸는지 그렇게 쓰러진 채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테오스는 달리던 걸 멈추고 아우틈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전투를 확인했다.
파인트의 호위 기사는 몽땅 쓰러졌다. 그 싸움을 마무리한 베테랑들이 다시 큰 전투에 끼어드니 일방적으로 연합군이 쓰러지고 있었다.
"끝났군."
더 볼 것도 없었다. 제론은 실컷 날뛰고 새로운 적을 찾는 이스히스를 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전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적은 전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아군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
대승이었다. 제론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나저나 성 쪽은 어떻게 되었으려나……."
마티를 통해 적의 움직임을 처음부터 파악하고 있었기에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그저 적의 습격 부대를 어떻게 제압했는지가 궁금할 따름이었다.
쓸 만한 기간트 50기가 더 생기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였으니 말이다.
Chapter 3 전쟁 (3)
50기의 기간트로 이루어진 습격 부대는 최대한 은밀히 에어스트 왕국에 숨어 들어갔다. 들키지 않고 몰래 들어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의외로 에어스트 왕국의 경계는 허술한 구석이 많았다.
습격 부대의 리더는 임무에 크게 성공할 거라 자신했다. 이렇게 경계에 구멍이 숭숭 뚫렸는데 고작 성 하나 어쩌지 못할 리 없었다.
에어스트 왕국이 이번 전쟁에 거의 모든 기간트를 동원했다는 첩보를 입수했기에 습격 부대도 그리 좋은 기간트를 가져오지 않았다. 다들 카타락타를 보유한 라이더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무려 50기나 되는 카타락타였다. 고작 성 하나쯤은 순식간에 뭉개 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임무는 성을 적당히 공격해 적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니 완전히 박살 낼 필요는 없었다.
적당히 성을 부숴 그 사실이 전장에 알려지게 만들어 적의 전력 일부를 뒤로 빼게 만드는 것이 작전의 핵심이었다.
물론 그렇게 만든 다음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칠 것이다. 전장으로.
50기의 카타락타가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 기습하면 얼마나 당황하겠는가. 그걸 노리는 것까지가 이 작전의 마무리였다.
리더는 속으로 작전을 다시 한 번 점검한 다음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멈춰. 성이 보인다."
리더는 심호흡을 한 번 했다. 그리고 명령을 내렸다.
"소환."
키이이이이이잉!
50기의 기간트가 일제히 나타났다. 그들은 그 기간트에 탑승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쏴라!"
슈슈슈슈슈슈슉!
어마어마한 수의 화살이 갑자기 날아왔다. 기간트가 나타난 직후였고, 채 탑승하기 전이었기에 라이더들은 당황하며 화살을 막아 냈다.
어쨌든 다들 제법 검술을 익힌 기사였다. 화살 정도는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화살이 너무 많이 날아왔다. 결국 몇몇 라이더가 가슴이나 팔에 화살을 맞고 말았다.
푹푹푹푹!
화살이 어찌나 많이 날아오는지 채 몸을 뺄 틈이 없었다. 그 와중에도 하나둘 바닥에 쓰러지는 라이더가 늘어났다. 이대로는 절대 승산이 없었다.
"다들 피해를 감수하고 일단 기간트에 타!"
한 대만 움직여도 이 상황을 완전히 바꿀 수 있었다. 리더는 그렇게 판단하고 검을 크게 휘두르며 몸을 위로 띄웠다. 다른 라이더 역시 마찬가지였다.
슈슈슈슈슉!
푹푹푹푹!
그 와중에 몇 명의 라이더가 화살을 맞고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라이더가 남아 있었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화살비가 멈췄다. 그때까지 살아남은 라이더들은 자신이 카타락타에 탑승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어느새 위에서 떨어지며 검을 휘두르고 있는 자들에 의해서 사라져 버렸다.
서걱! 서걱! 서걱!
엄청나게 강력하고 빠른 검격이었다. 단 한 명도 그 공격에 반응하지 못했다.
그들은 습격 부대가 소환한 카타락타 뒤로 접근해 등을 타고 올라가 머리 위에서 기다렸다가 점프해서 올라오는 라이더를 노리고 뛰어내렸다.
다들 베샤이덴과 슈빅이 특별히 훈련시킨 기사들이었기에 조금도 실수가 없었다. 뛰어오른 라이더는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목이 잘려 죽었다.
"상황 끝!"
바닥에 내려선 기사 중 하나가 외치자, 숨어서 활을 날리던 궁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50기의 카타락타에 모여들었다. 그리고 쓰러진 적 라이더가 완전히 죽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로써 레늄 왕국과 슈린 왕국의 연합군이 모두 전멸했다. 수많은 기간트를 전리품으로 남겨 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