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5화 (76/217)

Chapter 8 소드 마스터 아르뭄

제론은 감각을 사방으로 퍼뜨리며 주위를 찬찬히 둘러봤다.

바닥에서 은은히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이 새하얀 공간에 스며들어 말도 못하게 신비로웠다.

화악!

10미터쯤 떨어진 곳에 빛기둥이 솟아났다. 그리고 중년인, 아르뭄이 나타났다.

"호오. 이번에는 상당하군. 드디어 여길 만든 보람을 느끼게 됐어."

아르뭄은 제론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아르뭄이라고 하네."

"제론입니다."

제론은 아르뭄의 몸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기세에 상당히 감탄했다. 아르뭄은 제론이 처음으로 만나는 진짜 소드 마스터였다.

"어디 어울려 볼까?"

아르뭄이 먼저 검을 뽑았다. 그러자 제론도 아르뭄을 향해 검을 겨눴다.

제론의 검끝에서 뻗어 나간 날카로운 기세가 아르뭄을 덮쳤다. 그저 기세일 뿐이지만 아무 대응도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살을 갈라 버릴 것 같았다.

아르뭄의 몸에서 마나가 불처럼 타올랐다.

화아악!

제론의 기세가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아르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쩡!

제론은 순식간에 이뤄진 아르뭄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아 냈다.

아르뭄의 눈에 희열이 감돌았다. 지금까지 이 공간에 머물면서 만난 사람들 중 이렇게 자신의 공격을 간단히 막아 낸 건 제론이 처음이었다.

"이거 너무 흥분돼서 미칠 것 같군."

아르뭄의 검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와 거의 동시에 제론의 검도 환하게 빛났다.

꽈앙!

빛과 빛이 부딪치며 폭발이 일어나 서로를 밀쳐 냈다.

제로은 온몸이 찌릿찌릿해졌다. 방금 전 폭발로 인한 충격의 여파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실로 가공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과연 소드 마스터!"

진짜 소드 마스터와는 처음 검을 맞대 봤다. 제론은 이 한 번으로 상대의 기량이 자신보다 위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투지가 샘솟았다.

이번에는 제론이 먼저 달려들었다. 기량이 위라는 걸 확인했으니 틈을 안 주려면 끊임없이 공격하는 수밖에 없었다.

쩡! 쩡! 쩡! 쩡!

제론의 검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잠깐의 빈틈도 없이 검격을 몰아쳤다.

아르뭄은 감탄하며 열심히 검을 휘둘렀다 제론의 검을 막아 내는 건 결코 간단치 않았다. 모든 공격이 절묘하게 빈틈을 파고들었다.

만일 둘의 기량이 비슷했다면 지금쯤 결론이 났을 것이다. 제론의 승리로 말이다.

아르뭄은 끊임없이 빈틈을 공략당했지만 용케 그것을 모두 막아 냈다. 그가 제론보다 더 빠르고 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감각도 더 예민했다.

그 셋 중 하나만 모자랐어도 제론의 검을 당해 내지 못했을 것이다.

쩌저저저저저정!

검을 휘두르는 속도가 점점 높아졌다. 그러더니 결국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라졌다.

제론의 눈에도 아르뭄의 눈에도 검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검은 정확히 부딪쳤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극도의 감각 싸움이었다.

제론은 검을 휘두르며 환하게 웃었다. 아르뭄도 제론과 똑같은 표정이었다. 거의 희열에 젖은 채 검을 나눴다.

정신없이 검을 휘두르는 두 사람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마나가 되어 주변을 서서히 장악해 나갔다. 그리고 정확히 두 사람 사이에서 치열한 세력 다툼을 했다.

마나는 확실히 아르뭄이 우위에 있었다. 마나의 양 자체가 달랐다. 또한 마나 장악력도 제론보다 한 단계 위에 있었다.

퍼버버버벅!

결국 제론의 몸을 아르뭄의 마나가 뒤덮었다. 마나에 몸이 닿을 때마다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몸을 마나로 감싸서 피해를 최소화하긴 했지만 몸이 계속 흔들렸다.

그리고 그 흔들림은 빈틈으로 이어졌다.

촤악!

아르뭄의 검끝이 제론의 어깨를 훑고 지나갔다. 칼은 어깨를 살짝 스치고 지나갔지만, 칼에 서린 마나가 어깨 내부를 완전히 헤집어 버렸다.

제론은 어금니를 악물었다. 어깨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지만 꾹 참았다. 지금 빈틈을 키웠다간 목이 달아난다는 것을 알기에 억지로 평정을 유지하며 검을 휘둘렀다.

쩌저저저저저정!

죽음의 위기가 엄습했다. 그건 엄청나게 두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제론은 그 두려움을 모두 끌어내 검에 담았다. 머릿속은 놀라울 정도로 고요했다. 마치 바람 한 점 없는 잔잔한 호수 같았다.

한쪽 어깨를 쓰지 못해 검을 휘두르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도 제론의 검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제론의 검이 점점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쉬아아악!

제론의 검이 둘로 나뉘었다. 아니, 마치 둘로 나뉜 것처럼 보였다. 그 두 개의 검은 각자가 살아 있는 것처럼 펄떡이며 움직였다.

그리고 동시에 두 군데의 빈틈을 노리고 날아갔다.

아르뭄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황이 떠올랐다.

쩡! 촤악!

빈틈 하나는 완벽히 막았지만 나머지 하나는 허용하고 말았다. 옆구리가 길게 갈라졌다. 상처가 제법 깊었다. 피가 뭉클뭉클 쏟아졌다.

하지만 아르뭄 역시 제론과 마찬가지로 상처 하나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검은 올곧았으며 굉장한 압박감을 가지고 있었다.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 제론의 검이 또 늘어났다.

쉬아악!

이번에는 두 개가 각각 갈라져 네 개의 검이 되었다.

촤촤촤촥!

네 개의 검이 아르뭄의 몸을 마구 헤집었다. 아르뭄은 피투성이가 된 채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쩌저저저저정!

놀랍게도 네 개의 검 대부분을 막아 냈다. 하지만 모든 공격을 막아 내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제론은 마치 네 명으로 불어난 것처럼 광범위하게 아르뭄을 압박했다.

쉬아악!

검이 여덟 개로 늘어났다.

아르뭄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푹푹푹푹푹푹!

수십 번이나 검에 찔리며 아르뭄의 몸이 뒤로 휙 날아갔다.

쿠당탕탕!

아르뭄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가 부딪힌 자리마다 피가 흥건하게 고였다.

제론은 조용히 서서 검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 아르뭄을 쳐다봤다. 제론의 눈빛은 지독히도 고요했다.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쓰러진 아르뭄의 몸이 푸른빛에 휩싸였다. 그 푸른빛의 출처는 바닥이었다. 바닥의 빛이 몽땅 아르뭄에게로 모였다.

제론은 긴장하며 그것을 쳐다봤다. 모인 빛 속에 엄청난 마나가 응집되는 것이 느껴졌다. 만일 저것이 아르뭄의 것이라면 싸움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화아아악!

빛 덩이 하나가 푸른빛 무리 속에서 솟구쳐 하늘 높이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나머지 빛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빛이 사라지고 남은 자리에는 푸른색 구슬 하나만 달랑 남아 있었다. 구슬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는데, 마치 제론에게 어서 잡아 달라는 듯 유혹의 빛을 내뿜었다.

제론은 피식 웃으며 다가가 그 구슬을 움켜쥐었다. 엄청난 마나가 손에서 꿈틀거렸다. 이 구슬은 마나의 응집체였다.

제론은 이 구슬의 마나가 어디서 온 건지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아르뭄의 마나였다. 아르뭄은 자신의 마나를 이런 식으로 남겨 둔 것이다. 훗날 자신의 유적을 찾아올 사람을 위해서 말이다.

망설임은 없었다. 제론은 구슬을 입에 넣고 꿀꺽 삼켰다.

쉬아아아아아악!

거대한 마나 폭풍이 제론을 휘감았다. 제론은 푸른 구슬에 담긴 마나가 몸속에서 올올이 풀려나는 것을 느끼고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제론이 익힌 마나 호흡법은 초고대문명에서도 가장 뛰어나다고 일컬어지는 호흡법이었다. 제론은 그 호흡법을 이용해 몸속에 들어온 아르뭄의 마나를 차근차근 받아들였다.

마나 폭풍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제론은 천천히 눈을 떴다.

구슬의 마나는 몽땅 몸으로 흡수해 버렸다. 이제 그 마나는 제론의 것이었다. 이질적인 마나였지만 흡수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아르뭄이 마나의 성향을 그런 식으로 조절해서 만든 것이다.

사방이 새하얀 빛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제론은 주위를 둘러봤다. 이 빛의 정체는 아주 간단했다. 마법이었다. 철문에 새겨진 마법진을 통해 만들어진 빛이었다.

제론은 마나를 갈무리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자 빛이 점점 사그라졌다.

빛기둥이 완전히 사라지자, 주변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정신을 잃었던 사람들이 모두 깨어나서 제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너무 놀라서 눈이 커다래진 상태였다.

"무, 무사하셨군요."

루이네의 말에 제론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무사한 것뿐 아니라, 이번 대결을 통해 새로운 경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마나량도 늘어났고, 검술도 깊어졌다. 지금이라면 유적 14층을 지키는 기간트, 이스히스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어, 어떻게 되셨나요?"

다들 침만 꼴깍 삼키며 제론의 입을 바라봤다. 그들은 설마 제론이 이렇게 멀쩡히 걸어 나올 줄은 몰랐다. 안에서 똑같은 일을 겪었기에 제론도 별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제론은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돌아섰다. 그리고 철문을 쳐다봤다. 순간 제론의 눈이 빛났다.

'달라졌군.'

철문이 아까와 달라졌다. 모양이나 문양이 변한 게 아니었다. 철문을 감싼 마나의 흐름이 달라졌다.

아까는 철문에 이렇다 할 마나의 흐름 자체가 없었다. 그저 단단한 철문이었다. 안쪽에 마법의 기운이 느껴지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문 전체를 감싸는 흐름이 생겨났다. 당연히 제론이 시험에 통과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철문에 끼워져 있던 마나의 구슬을 제론이 흡수하면서, 마치 물꼬를 트듯 막혔던 마나가 뻥 뚫려 버린 것이다.

제론은 철문 한가운데에서 마나가 전혀 흐르지 않는 부분을 발견했다. 꼭 손바닥 하나 크기였다.

그곳에 손바닥을 댄 제론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손바닥을 통해 마나를 뿜어내 철문 전체를 마나로 감싸면 되는 것이다.

물론 마나의 성향은 다른 마나와 맞춰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무지막지한 마나를 뿜어내 철문 전체를 자신의 마나로 물들이거나.

쉬운 길을 두고 굳이 어렵게 갈 이유가 없었다. 제론은 손바닥을 통해 마나를 뿜어냈다. 철문에 흐르는 마나와 성향을 똑같이 맞추는 건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건 보통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얘기였다.

소드 마스터에게는 숨 쉬듯 간단한 일이었다.

철문에 빛의 선이 이리저리 그려졌다. 그것은 거대한 마법진을 이루었다. 그리고 강렬하게 빛났다.

그그그긍!

마법진이 작동하면서 철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그들의 표정에 기대감이 한껏 피어올랐다. 철문이 열리면 열릴수록 눈이 빛났다. 그리고 점차 그 눈빛에 욕심이 깃들었다.

그그그그! 쿵!

철문이 활짝 열렸다. 마치 얼마든지 들어오라고 유혹하는 듯했다. 열린 문을 통해 내부가 보였는데, 그야말로 휘황찬란했다.

"어서 들어가 봐요!"

루이네가 다급히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예거와 호위 기사들이 바짝 따라붙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용병들도 우르르 달려갔다. 다들 눈이 번들거렸다. 하지만 일이 터지지는 않을 것이다. 예거와 호위 기사에게는 기간트가 있으니까.

막 문을 통과하려던 루이네가 눈을 크게 떴다. 안에서 뭔가가 몸을 쭉 밀어내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아무리 용을 써도 계속 제자리였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루이네뿐 아니라 예거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용병들도 안으로 들어가려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단 한 걸음도 발을 들일 수 없었다.

제론은 그 광경을 가만히 살펴보며 눈을 빛냈다. 저들을 무엇이 밀어내는지 보였다. 저들을 밀어내는 것은 마나였다. 그것도 자신의 마나에 의해 이뤄지는 일이었다.

시험은 완전히 끝난 게 아니었다. 저 마나의 장벽을 넘어서야만 진짜 유적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제론은 느긋하게 걸어갔다. 애초에 마나를 장악해 입구에 설치된 마나 장벽에게 빼앗기지만 않으면 된다. 사실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소드 마스터여야 가능한 일이었다.

멈칫거리지도 않고 문을 통과한 제론은 유적 내부를 확인했다. 유적 안에는 수많은 마법등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초고대유적으로부터 끊임없이 에너지를 받아들이니 마법등이 꺼질 일은 없었다.

유적 안은 아름다운 유물로 가득했다. 예술적 가치가 무궁무진한 것들이었다. 당연히 아티팩트도 잔뜩 섞여 있었다. 제론은 예술품의 숲을 지나 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예술품 다음은 기간트였다. 기간트가 양옆으로 쭉 늘어서 있었다. 모두 20기였는데, 기종은 모두 에스타스였다.

제론은 기간트 역시 그냥 지나쳤다. 제론이 아무것도 안 건드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아직 이 유적의 진정한 주인이 되지 못했다.

이 유적은 체른산 유적과 비슷했다. 체른산 유적이 대마법사의 유적이라면 이곳은 소드 마스터의 유적이 되는 셈이었다.

제론은 결국 유적 끝으로 가서 통제실을 장악할 수 있었다. 체른산 유적을 만든 사람이 이 유적도 같이 만들거나 설계했을 확률이 높았다. 두 유적은 그 정도로 닮아 있었다.

일단 통제실을 장악한 제론은 유적의 진짜 창고를 확인했다. 체른산 유적은 창고가 텅텅 비어 있었는데, 여긴 그렇지 않았다.

창고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실제 유적보다 창고가 훨씬 더 컸다. 그렇게 넓은 창고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금괴와 은괴, 그리고 테페룸괴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보석이 가득 담긴 상자도 잔뜩 쌓여 있었다.

예술품과 아티팩트도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수의 유물이 창고의 절반을 꽉 채웠다.

기간트도 50기나 있었는데, 밖에 있는 것과 달리 아우틈 40기와 히엠스 10기가 있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유적이었다.

이 정도로 많은 유물이 있는 유적은 아주 드물었다. 아마 제국에서 발견된 유적 두어 개를 제외하면 가장 큰 유적일 것이다.

제론은 창고를 공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밖에 있는 물건만으로도 아베티스 가문의 위기를 해소하고 재정과 세력을 공고히 하는 데에는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제론은 통제실을 조작해 다른 사람들도 들어올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곳에서 나와 일행 쪽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루이네를 비롯한 용병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안에 있는 유물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정도만으로도 흔치 않은 유적이라 할 수 있었다. 유물의 양이 정말로 엄청났다.

그들은 유물에 취해 어떻게 갑자기 여기 들어오게 되었는지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루이네는 정신이 없었다. 유적을 너무나 간단히 발굴해 버렸다. 이제는 이 막대한 유물을 가지고 돌아갈 일이 걱정이었다.

반사적으로 루이네의 시선이 제론에게 돌아갔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제론이 다 해결했다.

사실 제론이라고 해도 그 문제만큼은 해결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묘한 기대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일단 목록부터 작성하는 게 순서일 거 같군."

제론의 말에 루이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다들 탐욕스러운 눈으로 유물들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 알았어요."

루이네는 서둘러 예거에게 달려갔다. 그 뒤로 루이네와 예거는 열심히 유물 목록을 작성했다. 용병들도 그들이 그렇게 하는 걸 당연히 여겼다. 그리고 용병대장도 루이네를 따라다니며 함께 목록을 작성했다.

처음부터 용병 계약을 할 때, 발견한 유물의 5퍼센트를 의뢰비로 지불하기로 했다. 목록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조금이라도 이득이 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유적 내부가 바쁘게 돌아갈 때, 제론은 혼자 유적에서 나갔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진짜 움직일 시간이 되려면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했다.

금세 밤이 찾아왔다. 유적에 들어갔던 사람들도 모두 나와 유적 앞에 잠자리를 마련했다. 모닥불을 피우고 바닥을 평평하게 다듬었다.

제론은 모닥불에 약초 가루를 뿌렸다. 근처의 냄새를 싹 없애주는 약초 가루였는데, 하이쓰 산맥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흔한 약초였다.

사실 하이쓰 산맥에서 이렇게 함부로 불을 피우면 위험했다. 불빛은 엄청나게 먼 곳에서도 볼 수 있었다. 오우거처럼 눈이나 감각이 뛰어난 몬스터가 그것을 보지 못할 리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 피운 모닥불은 다른 모닥불과는 달랐다. 제론의 마법이 가미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반경 20미터를 넘어가면 빛이 급격히 흐려진다.

그 정도 넓이면 16명의 잠자리로는 충분했다.

불침번 몇 명을 제외하고는 다들 잠자리에 들었다. 유적을 발견한 흥분에 쉽게 잠들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하나둘 잠들기 시작했다.

불침번은 용병들의 몫이었다. 그들끼리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제론은 가만히 누워서 눈만 감고 있었다. 잠을 잘 생각은 없었다. 오늘 밤 유적 안에 들어가 진짜 유적을 찾을 생각이었다.

누워서 쉬는 동안 오늘 있었던 아르뭄과의 대결을 다시 한 번 차분히 복기했다. 새로운 경지로 올라가긴 했지만 그걸 완전히 받아들이는 건 다른 문제였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쑥쑥 늘어나는 시기였다. 막 새로운 깨달음을 통해 경지를 높였기 때문이다. 그 경지가 안정될 때까지는 많은 사색과 노력이 필요했다.

제론은 그 과정이 미치도록 즐거웠다.

한창 머릿속으로 아르뭄과의 대결을 즐기고 있을 때, 주변의 움직임이 미묘하게 변했다. 제론은 즉시 상념을 접고 감각을 확장했다.

용병 하나가 제론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뭔가를 확인하더니 새하얀 가루를 꺼내 주변에 솔솔 뿌렸다.

제론은 그 가루를 마시지 않도록 마나를 움직여 호흡기 주변을 막았다. 아니, 가루가 아예 몸에 스치지도 않게 조절했다.

용병이 돌아가자, 제론은 가루를 한데 모아 모닥불로 날려 버렸다. 가루는 불에 닿자마자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예전보다 훨씬 민감해진 감각에 용병들의 움직임이 잡혔다. 또, 그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슬슬 시작해도 될 것 같습니다. 다들 깊이 잠들었습니다."

"수면 가루는 확실히 뿌렸지?"

"네. 아마 아침까지는 절대 깨지 못할 겁니다."

"한데 그냥 지금 죽여 버리는 것이 편하지 않겠습니까? 저 유물을 우리가 다 차지한다면 평생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을 텐데요."

"돈이 있으면 뭐해? 돈을 버는 것보다 그걸 지키는 게 훨씬 어려운 법이다."

"예? 그럼…… 이중 의뢰를 받으신 겁니까?"

"그런 셈이지. 하지만 그건 딱 우리만 알고 있어야 돼. 의뢰인에게 들켜선 안 된다."

"알겠습니다."

이중 의뢰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기에 다들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너무 걱정할 거 없다. 이번에는 아주 안전할 테니까.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이곳의 상황과 위치를 알려 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들과도 싸워야 하지 않습니까?"

"워낙 전력차가 압도적이라서 싸울 필요도 없을 거다. 아마 기간트가 30기는 올 테니까."

"30기라고요?"

다들 깜짝 놀랐다. 기간트를 30기나 동원하다니. 확실히 그 정도라면 굳이 싸울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연락은 어떻게 합니까?"

"이걸로 하면 된다."

용병대장이 품에서 어린아이 주먹만 한 구슬을 꺼냈다.

"그게 뭡니까? 마법 통신 장비 같지는 않은데……."

수하의 말에 용병대장이 피식 웃었다. 마법 통신 장비가 얼마나 비싼데 그걸 일개 용병에게 내주겠는가. 게다가 마법 통신 장비는 부피가 너무 커서 몰래 숨겨서 들고 오지도 못한다.

"이건 말이지, 이렇게 쓰는 거야."

용병대장은 그렇게 말하며 구슬을 바닥에 휙 던졌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용병대장이 검으로 구슬을 힘껏 찌르자 구슬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래서 다들 재워야 헸군요."

구슬의 빛은 너무나 강렬해서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뿜어져 나가던 빛이 모이더니 위로 쭉 솟아올랐다.

강렬한 빛기둥이 밤하늘을 꿰뚫었다.

"저걸 보고 여기까지 찾아올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 아마 기간트를 타고 미친 듯이 달려올 거다. 늦어도 아침이면 도착하겠지."

"그럼 상황이 끝나겠군요."

"그래. 유물의 5퍼센트를 받는 건 변함없으니 우리야 마찬가지지."

"고작 5퍼센트입니까?"

"저 안에 기간트가 몇 기나 있는지 못 봤어? 에스타스가 20기야. 그걸 다 팔면 얼마나 될 것 같아? 거기의 5퍼센트만 해도 수십만 골드는 될 텐데, 거기에 유물까지 하면 과연 얼마나 될까?"

용병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생각해 보니 정말로 엄청난 금액이었다. 왜 돈을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는지 단번에 이해했다.

만일 여기서 100만 골드만 벌어도 한 사람당 수만 골드가 떨어진다. 평생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여기서 번 돈을 무사히 가지고 돌아갔을 때의 일이었다.

"확실히 기간트 30기가 있다면 하이쓰 산맥을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도 어렵지 않겠군요."

"그래. 무엇보다 이 유적의 유물을 온전히 나를 수 있다는 게 중요하지. 발굴만 하면 뭐해? 갖다 팔아야 진짜 돈이 되는데 말이야."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그제야 모든 용병이 용병대장의 행동을 이해했다. 정말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제론은 가만히 누워서 그 모든 얘기를 듣고는 피식 웃었다. 만일 여기에 자신이 없었다면 저 얘기가 맞을 것이다. 하지만 저들은 변수가 있다는 걸 계산 못 했다.

아니, 저들은 정말 기본적인 것 하나를 고려하지 못했다. 저렇게 밝은 빛이 밤하늘을 수놓았는데, 과연 그걸 그들의 의뢰인만 볼 수 있을까?

하이쓰 산맥의 오우거들은 결코 장님이 아니었다.

'멍청한 놈들.'

제론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움직였다. 워낙 빨랐기에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 아니, 아예 인식 자체를 못했다.

제론이 한 일은 별것 아니었다. 쓰러져 잠든 네 사람을 옮기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루이네와 예거를 양팔에 하나씩 끼웠다.

그리고 빠르게 유적 안으로 들어가 바닥에 내려놓았다.

나머지 두 기사를 데려오는 것도 아주 간단히 끝났다. 용병들은 그때까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인지하지 못했다. 제론이 워낙 빠르고 은밀하게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또 그들이 깊게 잠들었다는 생각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막상 잠들었던 5명이 사라져 버리니 눈에 안 띌 수가 없었다.

"뭐야? 다 어디 갔어?"

용병 하나가 그렇게 외치자, 다들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당황했다. 모닥불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고 있던 사람들이 사라져 버렸다.

"찾아!"

용병대장은 다급했다. 뭔가 일이 요상하게 꼬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소리친 다음 반사적으로 유적을 쳐다봤다. 그리고 머리끝까지 소름이 쭈뼛 솟았다.

유적 입구에는 제론이 서서 그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제론의 입가에 드리워진 미소가 어찌나 차갑고 섬뜩했는지 순간 말문이 콱 막혔다.

"저, 저기 있다! 일단 잡아!"

분명히 수면 가루를 마셨을 텐데 어떻게 멀쩡히 움직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안 보이는 걸 확인하고는 이를 악물었다.

어찌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제론에게만 수면 가루가 듣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다 자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승산이 있었다. 어쨌든 기간트가 없으니 말이다.

순간 용병대장은 유적 안에 기간트 20기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일 그걸 제론이 차지하면 끝장이었다. 자신이 더 먼저 그걸 차지해야만 했다.

"서둘러! 일단 기간트부터 확보해!"

용병대장의 외침에 나머지 용병들도 상황을 깨닫고 우르르 유적을 향해 달려갔다.

제론은 유적 입구에 가만히 서서 그들이 다가오는 걸 보다가 씨익 웃으며 뒤로 한 발 물러났다.

용병들이 유적 입구를 향해 일제히 몸을 던졌다. 제론이 도망가는 것처럼 보여 다급해진 것이다.

"허억!"

"이게 뭐야!"

다들 너무 당황해서 패닉에 빠져 버렸다. 입구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마치 처음 철문이 열렸을 때 못 들어가던 것과 똑같았다.

용병대장의 등줄기를 소름이 관통하고 지나갔다.

"뭐, 뭐야!"

그의 눈에 몇 발 떨어진 곳에서 가만히 서 있는 제론의 모습이 보였다. 제론은 용병들이 유적에 들어오려고 발버둥 치는 것을 무심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왜 갑자기 우릴 밀어내는 건데!"

용병대장이 악을 쓰며 제론을 노려봤다. 그제야 제론의 얼굴에 표정이 살짝 드러났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제론은 손가락을 들어 용병대장의 뒤를 가리켰다. 용병대장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하지만 밝은 빛기둥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속았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제론에게 뭐라고 소리치려는 순간 제론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주 밝은 빛이야. 누군가에게 보여 주고 싶었겠지?"

제론의 말에 용병대장이 입을 다물었다. 그것은 치부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 뭘 어쩌겠는가.

"그래서 뭐! 나도 살아야 할 것 아냐!"

제론이 피식 웃었다. 비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살겠다면서 저랬다고? 너 바보야?"

"뭐라고?"

"저 빛을 과연 네가 보여 주고 싶은 사람들만 볼까? 이 산맥에 그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닐 텐데?"

순간 용병대장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그건 생각도 못 했다. 수많은 생각이 뇌리에서 복잡하게 뒤섞였다.

'그놈들! 설마 이걸 예상하고!'

완전히 당했다. 그걸 아예 생각도 못 했다니 이런 멍청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크르르르르!"

용병대장은 뒤에서 들려오는 섬뜩한 소리에 온몸이 경직되었다. 딱딱하게 굳은 목을 억지로 움직여 뒤를 돌아보고 나니, 온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용병대장뿐 아니라 다른 용병들도 마찬가지였다. 몇몇은 다리에서 힘이 풀려 그냥 주저앉았고, 어떤 자는 미친 듯이 유적 안으로 들어가려고 애썼다.

열 마리가 넘는 오우거가 등장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용병대장이 미친 듯이 몸을 허우적거리며 소리쳤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여기서 살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였다. 아니, 어쩌면 그것도 확실한 건지는 모른다. 저 오우거의 괴력을 유적이 감당할 수 없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것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한 번만! 한 번만 살려 주시면 무슨 짓이든 하겠습니다!"

제론은 냉정하게 돌아섰다. 한 번 뒤통수를 친 사람은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하는 법이다. 아마 틈이 생기면 언제 이렇게 애원했냐는 듯 뒤통수를 망치로 후려갈길 것이다.

"으아악! 살려 줘! 살려 달라고! 그냥 가면 어떻게 해!"

용병대장은 그렇게 소리치다가 결국 저주에 가득 찬 말을 쏟아 냈다.

"네놈이라고 별수 있을 것 같아! 오우거가 이따위 마법 트랩을 못 뚫을 것 같으냐! 네놈도 나랑 똑같이 잡아먹힐 거다!"

그 말에 제론이 돌아섰다. 그리고 용병대장을 향해 걸어갔다. 마나의 장막 바로 앞에 선 제론은 피식 웃으며 장막 밖으로 걸어 나갔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제론은 마나의 장막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해는 풀어 줘야지."

용병대장은 제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뭘 어떻게 오해했단 말인가. 하지만 그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오우거가 이 장막을 뚫고 들어와도 난 죽지 않아."

그렇게 말한 제론이 오우거들을 쳐다봤다. 그리고 발을 강하게 굴렀다.

꽝!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땅이 은은히 진동했다. 그리고 그것을 신호로 오우거들이 달려들었다.

"크워어어어어!"

열 마리가 넘는 오우거가 일제히 달려오는 광경은 엄청났다.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온몸을 짓눌렀다. 물론 그건 용병대장과 용병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였다.

제론은 가볍게 앞으로 걸어갔다. 가장 앞에서 달려오던 오우거가 주먹을 휘둘렀다.

부아아악!

오우거의 주먹이 공기를 찢으며 날아왔다.

제론은 앞으로 한 발 걸으며 가볍게 손을 올렸다.

턱!

놀랍게도 오우거의 주먹이 제론의 손바닥을 전혀 밀어내지 못하고 막혀 버렸다.

"크아아아앙!"

오우거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 자리에서 몸부림만 치고 벗어나질 못했다. 제론에게 주먹을 잡혔기 때문이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오우거의 주먹은 제론의 머리보다 컸다. 한데 그것이 제론의 손에 잡혀 힘을 못 쓰고 있었다.

제론은 가볍게 손을 잡아당겼다.

"크웍!"

오우거의 거체가 그대로 끌려왔다. 제론의 주먹이 오우거의 가슴에 푹 박혔다.

"크워억!"

그게 끝이었다. 오우거의 몸이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맨손으로 오우거를 죽인 것이다.

용병대장을 위시한 나머지 용병들이 입을 쩍 벌린 채 그 광경을 지켜봤다. 다른 오우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제론을 살피며 주위를 맴돌았다. 함부로 용병들에게 덤벼들지도 못했다. 겁을 먹은 것이다.

제론은 주위를 슥 둘러봤다. 그리고 피식 웃은 뒤 천천히 걸어 유적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자, 잠깐!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용병대장이 다급히 불렀지만 제론은 대꾸도 하지 않고 유적 깊은 곳으로 들어가 버렸다. 용병대장은 당혹과 절망이 뒤섞인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

"크르르르르."

남은 오우거들이 서서히 흉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제론이 사라짐으로 인해 두려움이 가신 것이다.

모두의 눈에 공포가 떠올랐다.

"크와앙!"

오우거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오우거들은 용병들을 몽땅 해치운 다음 유적 안으로 들어가려는 시도를 몇 번 하다가 돌아갔다.

유적의 마나 장벽은 오우거조차 뚫지 못할 정도로 강력했다.

그렇게 그날 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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