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적없는 용병-358화 (358/361)

358화. 전설의 용병 - (9)

[다카기 단장의 마법, 올 시즌도 통했다.]

[사카이 라이노스 2년 연속 재팬시리즈 우승]

기대와 우려 속에서 맞이한 2037시즌,

주축 용병 피터 스마일리의 부상, 아브레우의 태업 플레이, 선발진의 부진 등 여러 악재가 겹쳤지만 라이노스는 다 이겨내고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5년 전만 해도 하위권을 맴돌던 팀을 3년 만에 재건하고 2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으니, 이게 기적이 아니면 뭔가.

오사카 팬들은 다카기 단장을 승리를 부르는 남자, 우승청부사로 떠받들었다.

‘그 마법, 여기서도 부려주면 안 될까.’

그 명성은 태평양을 넘어 미국까지 전해졌다.

현역 시절부터 보스턴의 우승을 이끌었던 전설의 투수, 그 에너지가 팀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는 게 아닐까. 우승에 목마른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구애의 손짓을 뻗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구단은 탬파베이, 탬파베이는 1998년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특히 보스턴과 악연이 깊은데, 다카기가 데뷔하기 전에 일어난 일이지만 탬파베이는 보스턴에게 발목을 잡힌 게 한두 번이 아니다.

2009년 : 보스턴 월드시리즈 우승(탬파베이 DS 탈락)

2010년 : 와일드카드 맞대결(탬파베이 포스트 시즌 탈락)

2011년 : 디비전 시리즈에서 충돌(보스턴 승리)2012년 : 시즌 중 난투극 발생(양 팀 모두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

2013년 : 탬파베이 지구 우승(보스턴 PS 탈락)

2014년 : 보스턴 월드시리즈 우승(탬파베이 PS 탈락)

2007년부터 강팀에 올라선 탬파베이는 이후 뉴욕, 보스턴과 접전을 벌이며 2014년까지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보스턴을 꺾은 건 2013년뿐, 나머지 전적은 말 그대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그리고 이어진 암흑기, 가끔 뉴욕과 보스턴이 이루는 대립구도에 끼어들긴 했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무너졌다.

성적은 둘째 치고 구단의 존속도 위험, 탬파베이는 최근 10년 동안 경기 당 평균 관중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 이전을 고려해 봤지만 아이스하키 인기가 워낙 압도적이라 야구가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뭣보다 몬트리올 시정부는 야구를 유치할 의지가 없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어떻게든 30개 구단 체제를 유지하려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다.

플로리다에 자리를 잡은 마이애미, 탬파베이 모두 심각한 재정적자와 야구 인기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라면 28구단 체제로 돌려야 된다.

경기 축소도 피할 수 없는데, 이건 선수들의 연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라 선수협도 민감하게 다루고 있는 주제, 오사카 일대에서 야구 열풍을 일으킨 마법사라면 뭔가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다카기 단장은 탬파베이의 구애에 고개를 저었다.

“저는 마법사가 아닙니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죠.”

“운이라고요?”

“제가 오기 전에도 사카이 라이노스는 평균 관중 1위를 기록한 팀이었습니다. 다만 성적을 내고 우승을 하기 시작하면서 평균관중이 더 크게 늘었을 뿐이죠.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는 여기처럼 선수 수급을 할 수가 없습니다.”

메이저리그는 지구에 존재하는 최강의 야구리그,

일본 구단이 실패한 메이저리거를 끌어오는 건 가능하지만, 메이저리그 구단이 NPB나 KBO에서 선수를 데려오는 건 쉽지 않다.

데려온다고 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고 다른 구단과 경쟁을 치러야 하는데 열악한 탬파베이 재정으로 뭘 할 수 있겠나.

유망주를 업어오는 것도 마찬가지, 다카기는 나는 마법사도 뭣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어느 정도 기반이 잡혀 있던 구단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린 것뿐, 내가 메이저리그에서도 똑같은 마법을 부릴 수 있을까?

철저한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는 세상, 보스턴이 지난 2019년부터 2030년까지 8번이나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건 유망주를 잘 육성한 덕분일까?

그렇다면 당시 7번이나 팀 연봉 1위를 차지한 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수더랜드 단장은 외부 영입보다 내부 단속을 중시했을 뿐, 돈을 안 쓴 게 아니다.

유망주를 닥치는 대로 쓸어 담고, 그 중 성적을 낸 선수를 장기계약으로 묶어 팀 전력을 유지하는 방식, 이게 우승을 차지한 비결이다.

다카기도 그 전략을 벤치마킹해 유망주를 쓸어 담고 자금력으로 내부 전력을 다졌을 뿐, 따지고 보면 결국 돈으로 승리를 산 거다.

아무것도 없는 탬파베이에서 마법을 일으키는 건 불가능, 마법사를 찾는다면 동화책을 읽어보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습니까?”

이때 시카고에서 손을 뻗어왔다.

시카고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야구도시, 지난 2016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108년의 한을 풀었지만 이후 다시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무려 20년 동안 소식이 없는 월드시리즈 진출, 그래도 관중동원력 전체 3위를 차지할 정도로 팬들의 충성심은 여전하다.

지난 2030년, 시카고 구단주 존 프리킷은 실례라는 걸 알고도 은퇴한 다카기에게 연봉 5천만 달러를 제시한 적이 있다.

물론 다카기가 거절하면서 없던 일이 됐지만, 지금이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존 프리킷은 두 가지 길을 제시했다.

선수로 뛰어준다면 연봉 5천만 달러, 그게 안 된다면 단장도 좋았다. 만약 단장으로 계약을 맺는다면 5년 8000만 달러를 주겠다는데, 어느 쪽이든 엄청난 대우라는 건 분명했다.

“저는 이제 36살입니다. 야구를 그만둔 지도 6년이나 됐는데 정말 복귀하면 연봉 5천만 달러 주는 겁니까?”

“구단주의 뜻입니다. 저는 그 뜻에 따르는 것뿐입니다.”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에 다카기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일본에서 단장으로 성공을 거뒀으니 이제는 더 큰 무대로 나가야 하지 않겠나. 5년 동안 신세를 진 라이노스 팬들에게 이별의 인사를 건넸다.

“야구의 신이 떠나려 하고 있다!!”

오사카 일대는 발칵 뒤집혔다.

다카기 단장 없이 내년에도 우승을 바라볼 수 있을까. 팬들은 절대 안 된다며 반발했고, 일부 팬들은 공항을 점령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만큼 절대적인 팬들의 충성심, 상황이 심각해지자 다카기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저는 그동안 마법을 부린 게 아닙니다. 지난 5년 동안 이곳에서 단장으로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오사카 팬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 그리고 변함없는 지지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그 바탕 위에서 구단의 자금줄을 쥐고 전권을 휘두른 것뿐이죠.”

다카기 단장은 지난날의 공을 팬들에게 돌렸다.

그리고 그게 사실, 성적이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라이노스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가 뭔가.

지속적인 투자와 팬들의 관심 덕분,

팬의 힘은 위대한 걸 보여준 라이노스의 기적, 다카기 단장은 그 기적을 시카고에서도 증명하고 싶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이제 라이노스는 어떤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강팀이 됐습니다. 제가 떠난다고 해도 당장 무너질 일은 없을 겁니다.”

“정말 확신하실 수 있습니까?”

“예,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정말 무너진다면 그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약속드립니다.”

생각보다 단호한 단장의 뜻, 결국 오사카 팬들은 5년 동안 함께한 야구의 신을 떠나보냈다.

출국하는 날, 공항 일대는 라이노스를 상징하는 붉은 빛으로 물들었고, 팬들은 단장의 새로운 도전에 응원을 표했다.

“팬들의 힘이 위대하다는 걸 증명하고 오겠습니다!!”

“와아아 ~ !!”

여기서도 다카기는 립 서비스로 오사카 팬들의 민심을 사로잡았다.

이제는 명실공히 야구의 신, 일부 팬들은 그 뜻을 기리기 위해 신사 설립까지 추진했다.

* * *

“드디어 당신을 내 품에 안는군요.”

시카고의 존 프리킷 단장은 공항까지 나와 신입 단장을 맞이했다.

푸른빛으로 물든 시카고 공항, 각지에서 몰려든 팬들 때문에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란이 벌어졌지만 다카기는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여유를 부렸다.

“단장은 안 해도 됩니다!!”

“선수로 뛰어줘요!!”

시카고 팬들의 요구는 분명했다.

올해 37살이 된 야구의 신, 하지만 젊은 시절 보여준 퍼포먼스가 워낙 대단했던 탓에 시카코 팬들은 단장이 아닌 에이스 노릇을 원했다.

‘팬 서비스로 몇 경기만 뛰어 볼까?’

다카기는 슬쩍 출장에 욕심을 냈다.

은퇴한 지 7년이나 됐지만 몸 관리는 철저히 했고, 뭣보다 내가 출전하면 팬들의 호응도 따라오지 않겠나.

시카고와 계약을 맺기 전, 팬 서비스 차원으로 개막전에 등판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냥 단장 겸 선수로 뛰는 게 어떤가?”

“그런 소리 하실 거면 일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하하 ~ 알겠네. 아쉽지만 어쩔 수 없군.”

존 프리킷 간당은 약속대로 5년 8000만 달러 계약을 제시했다. 여기에 개막전 출장 수당으로 120만 달러를 추가, 선수 시절 연봉만 4천만 달러를 받은 사람이니 이 정도 대가는 당연하게 여겼다.

[다카기 단장, 팀 홍보 위해 7년 만에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선다.]

이 소문은 미국 일대를 뒤흔들었다.

올 시즌 명예의 전당 투표 자격을 얻는 사람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도 되는 건가. 심사회 관계자는 정말 등판한다면 투표 자격을 5년 뒤로 미룰 수도 있다는 농담을 던졌지만, 어디까지나 이벤트로 등판하는 거라 투표는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딱 한 명 반대표 던졌다.]

[다카기 단장 99.1%로 명예의 전당 입성 확정]

그리고 1월 22일, 드디어 투표 결과가 나왔다.

337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무려 334표를 획득, 역대 3번째로 높은 투표율로 명예의 전당 입성을 확정지었다.

그런데 누가 반대표 3장을 던진 건가. 한 기자는 익명도 요구하지 않고 반대표를 던진 이유를 밝혔다.

[다카기 단장은 7년 만에 메이저리그 무대에 복귀한다. 그런데 왜 보스턴이 아닌 시카고의 마운드에 서는 건가. 보스턴을 배신한 행위다. 인정할 수 없다.]

복귀를 하더라도 보스턴에서 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

소식을 접한 다카기는 그렇다면 보스턴 마운드에 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말 보스턴 마운드에 서실 겁니까?”

“예, 5월 중순에 보스턴 원정경기가 잡혀 있습니다. 그때 마운드에 서면 되겠네요.”

결국 적으로 만나겠다는 거 아닌가.

보스턴 팬들은 애증이 담긴 야유를 퍼부었지만 다카기 단장은 이런 소란도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망신 안 당하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연습해야겠지, 선수들 사이에 섞여 자연스럽게 연습 투구를 이어갔다.

‘이게 뭐야, 전혀 쇄약해지지 않았잖아?’

시카고의 감독 데이비드 왓은 단장의 투구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전성기 시절처럼 100마일에 가까운 강속구를 던진 건 아니지만, 지금이 2월 초라는 걸 고려해야 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구속은 더 나오겠지, 이게 은퇴한 지 7년이나 지난 사람의 실력인가. 마음 같아선 진짜 개막전 1선발로 세우고 싶었다.

“단장님, 지금이라도 선수 복귀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개막전에서 망신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죠.”

하지만 신입 단장은 확실히 선을 그었다.

나는 어디까지나 팬들을 위한 이벤트를 벌이는 것뿐, 이 나이에 젊은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객기를 부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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