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적없는 용병-352화 (352/361)

352화. 전설의 용병 - (3)

[사카이 라이노스 우승!!]

[50년 만의 쾌거]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3승 1패로 우위를 선점한 라이노스는 5차전에서 6대 3승리를 거두며 일본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반세기 만에 일어난 대사건, 오사카 일대는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아직도 부족하다고요?”

“예, 생산라인을 늘려야겠습니다.”

너도 나도 라이노스 유니폼을 입고 거리를 누비는 오사카 시민들,

도쿄 일대는 야구 프로 팀이 4개나 있으니 시장을 나눠 먹어야 하지만, 오사카에 연고를 두고 있는 야구팀은 라이노스 뿐이다.

경기 당 평균 관중 수만 따지면 어지간한 메이저리그 구단도 압도하는 인기, 시즌은 끝났지만 다카기 단장은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유니폼 판매량은 물론 다음 시즌 티켓 예매 문의도 급증,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신입 사원채용도 빈틈없이 진행했다.

[선배님, 잠깐 찾아봬도 되겠습니까?]

“그래, 시간 날 때 연락해 줄게”

그런데 이때, 다카기는 후배의 전화를 받았다.

올해 미요시 호크스에서 도쿄 자이언츠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아사노 아키히토,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휴일을 정해 얼굴을 마주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그게 … ”

아사노는 자신의 문제점이 뭔지 알고 싶었다.

학창 시절에도 흔들리는 제구를 잡아준 대선배, 거기다 올해 내가 고전할 거라는 것도 정확히 예측했다.

[아사노와의 동행은 실패했다]

[4년 17억 엔 공중분해 될 수도]

클라이맥스 시리즈가 끝나고 도쿄 여론은 아사노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정규시즌에서 2점대 초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막판에 부상을 당한 에이스, 결국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도쿄가 뭣 때문에 연봉 4억이 넘는 거액을 아사노에게 지불했는가. 바로 일본시리즈 우승, 클라이맥스 시리즈에 얼굴도 내밀지 못한 아사노가 비난을 받는 건 당연했다.

2년 전부터 반복되고 있는 부상, 170cm를 겨우 넘는 내 작은 체격이 구위를 버텨내지 못하는 건가.

그게 아니면 또 다른 문제점이 있는 건지, 코치에게도 조언을 구했지만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대선배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너 평소 몸 관리는 어떻게 하냐?”

“그냥 … 다른 선수들하고 똑같아요.”

“똑같다니 뭐가? 구체적으로 말을 해야지.”

후배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다카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이런 주장을 하는 코치들이 있다니, 너는 그동안 몸 관리를 한 게 아니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내렸다.

“이제 보니 너 프로가 아니구나.”

“예?”

“투수가 해야 할 건 유연한 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유연한 근육을 만드는 거야.”

투수가 근육을 키우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 몸에 근육이 없는데 어떻게 공을 던지고 체력을 유지하나.

특히 아사노는 키 172cm에 몸무게는 80kg 밖에 안 된다. 이런 몸으로 평균 145km를 던지려면 근육량은 필수,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술 끊어. 당장”

“이유가 있나요?”

“술을 마시면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근육이 어떻게 되겠냐?”

몸에서 가장 많은 수분을 함유하고 있는 부위는 근육이다.

무려 70%가 수분, 그리고 수분양이 많아야 뇌에서 보낸 신호가 제대로 근육에 전달된다. 그러나 술을 마시면 체내에서 수분이 빠져나가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근육에 전달되는 자극도 점점 약화된다.

‘젊은데 뭐 어때?’

‘난 술 마신 다음 날도 잘 던졌어.’

하지만 이런 지식을 알고 있는 선수는 의외로 많지 않다.

술을 들이킬 때마다 근육이 망가진다는 걸 생각이나 해 봤을까. 젊었을 때는 잘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면 그 여파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특히 운동신경이 필수인 운동선수에게 이런 전개는 치명적,

아사노가 30줄에 접어들면서 부상을 반복하고 있는 게 무리한 투구 때문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다카기는 네가 몸 관리를 제대로 못한 탓이라고 단언했다.

“너 혹시 시즌 중에도 술 마시고 그랬냐?”

“ …… ”

“근력 운동은 했어? 꾸준히 물도 마셔주고 그랬냐고?”

“ …… ”

“대답을 못하는 거 보니까 엉망이네. 네가 프로냐 어? 그게 4년 17억 엔을 받는 선수가 할 짓이냐?”

계속되는 충고에 아사노는 할 말을 잃었다. 말만 하면 뭐 하나, 다카기는 몸 관리의 중요성을 직접 보여줬다.

‘맙소사.’

아사노는 대선배의 연습 투구를 보고 경악했다.

이게 은퇴한 지 몇 년이나 지난 사람의 구위인가. 원래 구위가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어쨌든 30대 중반에 접어든 노장이다.

지금까지 던진 공도 나보다 훨씬 많을 텐데 쭉 쭉 뻗어나가는 빠른 볼, 다카기는 은퇴 후에도 현역 시절과 비슷한 근육량을 유지했다.

은퇴한 뒤 살이 찌는 선수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근육량을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 아무리 관리를 한다고 해도 근육량이 줄어들면 몸은 불게 돼 있다.

근육이 영양분을 축적해야 되는데 그러질 못하니 다 지방으로 축적되는 것, 다카기는 근육에 저장한 양분을 마음껏 뿜어냈다.

“어때? 내가 지금 던져도 너보다는 훨씬 잘할 거라는 생각 안 들어?”

“ … 예, 맞습니다.”

“앞으로 프로답게 행동해라. 네가 지금까지 한 짓은 프로가 아니라 애들 장난이야.”

“ … 예”

아사노는 그날 이후 몸만들기에 모든 걸 걸었다.

내가 지금까지 몸 관리라고 했던 게 어린애 장난이었다니, 이번 일로 대선배의 위용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나는 그 앞에서 어린애일 뿐, 프로가 됐다고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선배, 그 자식은 안 불러도 돼요?”

“부르지 마. 불러서 뭐 할 건데?”

그로부터 얼마 후, 다카기는 다이이치 고교 출신 선수들과 술자리를 함께 했다.

평소라면 아사노도 불렀을 텐데 오늘따라 냉정한 선배, 타키야마는 그 이유를 물었다.

“그 자식 그동안 몸 관리 엉망으로 했더라. 그런 놈은 이런 자리에 끼면 안 돼.”

“그래요? 저는 딱히 그런 거 못 느꼈는데 … ”

“혹시 너도 몸 관리 엉망으로 하냐??”

“아니에요. 그러니까 제발 혼내지 마세요.”

타키야마는 절대 그럴 일 없다고 단언했다.

술은 가끔 마시지만, 시즌 중에는 절대 안 마신다. 그리고 술자리가 끝나면 이온 음료 한 사발 드링크, 물을 마셔도 좋지만 수분 흡수가 빠른 이온 음료를 마시는 게 더 효과적이다.

올해 33살에 접어들었지만 몸은 어지간한 젊은 선수들보다 좋은 편,

올해 2100안타를 돌파한 타키야마는 3000안타까지 달리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래, 너는 누구보다 나한테 많이 혼났으니까, 3000안타는 쳐야지.”

“그런데 선배는 왜 그렇게 일찍 은퇴하셨어요? 기왕이면 300승 채우고 하시지 … 솔직히 지금 던져도 메이저리그 평정 가능하지 않나요?”

“됐어. 나는 이제 와이프랑 운동하는 게 취미야.”

은퇴 후, 다카기는 아내와 함께 운동하는 시간을 늘렸다.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려면 운동은 필수, 그런데 자식 셋을 혼자 돌보다 보니 아내도 몸이 많이 불었다.

완벽주의자 눈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

시간이 없어도 만들어서 가족과 시간을 보냈고 덕분에 아내도 예전과 같은 몸을 회복했다. 부부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고 얼마 전엔 기쁜 소식도 접했다.

“너한테만 말하는데 반년 지나면 넷째 태어난다.”

“오 ~ 정말요? 선배 아직 젊으시네요?”

“당연하지. 마음만 먹으면 10명 채울걸?”

솔직히 그라운드가 조금도 그립지 않았다.

그저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충분, 그렇게 술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기 술 마셨어?”

“조금밖에 안 마셨어.”

“칫 ~ 난 자기한테서 술 냄새 나는 거 싫은데 … ”

키리코는 입을 비쭉 내밀었다.

오늘도 기분 좀 내려고 기다렸는데 취해서 돌아온 남편, 다카기는 술은 취했지만 운동 능력은 멀쩡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30대 중반이 됐는데도 여전히 힘이 넘치는 남편, 이 얼굴이 30대 중반이라고 하면 누가 믿겠나.

거짓말 약간 보태서 학창시절과 크게 다를 게 없는데, 결혼한 지 15년이나 됐지만 키리코는 아직도 남편과 얼굴을 마주하면 가슴이 뛰었다.

“나 내일 출장 가는 거 알지?”

“ … 응”

“알았으면 됐어.”

부부는 자연스럽게 침실로 자리를 옮겼다.

며칠 동안 얼굴 못 볼 테니 풀 건 다 풀고 가야겠지, 이때 방해꾼이 나타났다.

“어? 아빠 오셨어요?”

“응, 넌 얼른 들어가서 자라.”

둘째 다카기 나가요시는 피식 웃으며 자리를 피했다.

올해 13살이나 알 건 다 아는 머리, 아직도 신혼부부처럼 사는 부모님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이나 닭살이 돋아난다.

하지만 이제는 나가요시도 이성에 관심이 끌릴 나이, 아버지에게 대화를 요구했다.

“아빠, 저 연애해도 되죠?”

“응? 뭐라고?”

“연애요. 아빠도 하는데 저는 하면 안 돼요?”

“네가 한 여자를 책임질 능력이 되냐? 앞으로 5년은 일러 이 녀석아.”

여전히 완고한 아버지, 나가요시는 씁쓸한 얼굴로 자기 방에 돌아왔다.

얼마 전 마음에 드는 친구에게 고백을 했고, 나도 너 좋아했다는 답을 받았는데 아버지가 반대를 하시니, 하지만 맞는 말이라 말대꾸는 하지 않았다.

* * *

[전설의 선수가 온다]

[다카기 단장, 12월 11일 한국 입국]

이곳은 한국, 기자들은 다카기 단장의 입국에 관심을 표했다.

육성 선수를 꼭 미국이나 남미에서 구할 이유는 없지 않나.

한국에도 가능성 있는 유망주는 얼마든지 있겠지, 다카기 단장은 얼마 전 구단 직원이 올린 스카우팅 리포트를 따라 이곳까지 흘러들어왔다.

“단장님, 앞으로의 스케줄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주시죠.”

“그건 제 비서가 알아서 할 겁니다.”

한 눈에 봐도 깐깐해 보이는 비서, 기자들은 질문을 던졌지만 단장님의 편의를 위해 공개할 수 없다는 답이 날아왔다.

“그래도 간략히 말씀해주시면 … ”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결국 비공개로 진행된 행보, 다카기는 평범한 가정집을 방문했다.

볼 일이 있는 선수는 백마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백승호, 오기 전에 연락은 받았지만 부모님은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단장이 직접 올 줄은 예상도 못 했고 그건 학생도 마찬가지, 그렇게 대화가 시작됐다.

“백승철 선수는 저희가 책임지고 키워보고 싶습니다. 일본에서 프로 생활을 하면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도 수월할 겁니다.”

“제 아들이 그만한 재능이 있을까요?”

“그건 본인이 하기 나름이죠. 어쨌든 저희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모님의 시선은 아들 쪽으로 향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전설의 선수가 이런 말을 하고 있는데,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좋지 않겠나.

하지만 백승철은 군대 문제나 이런저런 이유도 신경 쓰였다.

“아, 군대가 있었지 … 그런데 거기에 너무 얽매일 필요도 없어.”

“예?”

“국적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거야. 나도 지금은 일본인으로 살고 있지만 미국 국적도 가지고 있지. 자네가 성공할 수 있는 무대가 한국뿐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백승철은 머리가 띵 ~ 하고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국적이라는 걸 그렇게 생각해도 되는 건가.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당연히 한국인으로 살아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은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고 자네가 성공할 수 있는 무대가 한국뿐이냐는 말도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일단 생각할 시간을 조금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게. 나도 여기서 둘러볼 선수들이 많으니까. 시간 나면 전화 주게.”

그렇게 다카기 단장은 한 소년의 마음에 불을 지키고 떠났다.

내가 성공할 수 있는 무대는 한국뿐인가. 백승호는 이후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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