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적없는 용병-344화 (344/361)

344화. 비즈니스 - (3)

[호세이 대학, 명성에 큰 오점 남겨]

[학생 5명 체포]

시즌 종료가 멀지 않은 9월 7일, 일본 여론은 큰 충격에 빠졌다.

야구부원 다섯 명이 폭행 혐의로 체포된 것, 이 사건으로 명성에 큰 타격을 입은 호세이 대학은 야구부를 폐쇄했다.

호세이 대학은 6대학 야구 리그에서 57회 우승을 달성한 명문, 메이저리그 진출을 고민하던 다카기도 호세이 대학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6대학 야구리그는 지성과 체력을 갖춘 학생들이 자웅을 겨루는 대회, 그 역사는 120년이 훌쩍 넘었다.

일본식 교복 가쿠란을 입은 남자 응원단과 여자 치어리더의 에너지 넘치는 응원은 아주 유명하다.

프로 리그보다 일본의 문화를 가장 잘 녹여낸 있는 리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이 사건은 유구한 역사와 인기에 먹칠을 한 사상 최악의 사건이 됐다.

‘눈에 띄는 이름이 있는데’

다카기는 신문을 찬찬히 살펴봤다.

작년에 나고야 파이터스의 구애를 거절한 모리미츠 츠토무도 이 사건에 연루된 몸, 사카이 라이노스도 관심을 보였지만 본인이 라이노스는 싫다고 밝혔기에 다카기도 미련 없이 지명을 포기했다.

하지만 이번에 저지른 짓은 그냥 웃어넘길 수 없는 일, 시선은 종이에 새겨진 짙은 글자를 따라갔다.

“지난 6월 11일, 40대 남성이 길거리에서 의식이 없는 채로 발견 됐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 있던 50대 여성의 증언에 따라 범인을 추적, 호세이 야구부에 재학 중인 야구부원 5명을 체포했다.”

호세이 대학은 이번 대학 리그에서 우승에 실패했다.

4년 연속 우승에 제동이 걸린 사건, 워낙 유명한 대회라 여론의 관심이 쏟아졌고 패배한 선수들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야!! 너 호세이 야구부지?!! 경기 봤다고!! 이런 쓸모없는 자식들!!”

이때 한 남자가 한껏 예민해져 있는 학생들을 건드렸다.

2천 엔이나 주고 특별석을 샀는데 그따위로 경기를 하다니, 돈이 아깝다며 폭언을 퍼부었고, 학생들은 일단 자리를 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분노에 휩싸였다.

발길을 돌린 학생들은 남자를 미행,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 집단 폭행을 가했고, 반죽음이 된 남자를 거리에 방치한 채 사건 현장을 떠났다.

그렇다 해도 용납될 수 없는 사건,

지역 팬들은 왜 일부 선수들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 거냐며 반발했지만 호세이 대학은 결국 야구부를 폐쇄를 강행했다.

‘이건 아니지.’

다카기는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가 지명을 포기한 선수가 그런 큰 문제를 일으켰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그건 1차원적인 생각, 대학야구도 고교야구처럼 순수하게 야구를 즐기는 학생과 프로를 꿈꾸는 선수들이 혼합된 곳이다.

그리고 대학에서 공부를 따로 하기 때문에 프로가 안 되도 직장을 잡으면 그만, 직장에서도 사회인 야구로 진출할 수 있으니 학생들은 안정적인 대학진출을 선호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일부 학생들의 일탈 때문에 다른 학생들의 인생계획이 꼬여버린 것 아닌가.

프로 진출을 노리던 학생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아니나 다를까 문제가 터졌다.

“나는 야구를 하고 싶다. 야구부를 계속 폐쇄하겠다면 다른 학교로 가겠다.”

뛰길 원하는 학생들의 시위, 이때 다카기 단장이 손을 내밀었다.

“야구를 하고 싶다면 오사카로 와라. 다이이치 대학에도 야구부가 있고, 앞으로 구단은 많은 투자를 할 예정이다.”

능력 있는 학생을 끌어오는 것도 능력, 다이이치 대학 야구부의 역사는 올해로 10년밖에 안 됐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이이치 대학 야구부는 고영길의 지원에서 시작됐다.

학업을 우선으로 하는 곳이라 고교야구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을 정도, 하지만 고영길이 지원을 하고 고교 팀이 고시엔 우승을 하고 명성을 날리면서 대학 야구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다이이치가 호세이보다 학업에서 명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뭣보다 다카기가 단장이 되면서 사카이 라이노스는 유망주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갈 곳을 잃은 호세이 야구부원 입장에선 거부하기 힘든 조건, 반면 도쿄 여론은 격렬히 반발했다.

[다카기 단장이 도쿄 유망주들을 빼돌리려 하고 있다.]

[호세이 야구부원은 도쿄를 벗어나선 안 된다. 이건 명백한 약탈이다.]

왜 프로 단장이 대학야구에 간섭하는 건가.

치사한 약탈행위라며 들고 일어났고, NPB 협회도 그런 발언은 자제하라며 경고를 했다.

“갈 곳 없는 학생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는데 뭐가 잘못된 건가? 선택은 학생의 몫이고 어른들은 그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렇게 호세이 야구부원들을 지켜주고 싶다면 다른 대학들도 받아주면 될 거 아닌가.”

하지만 다카기는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이 갈 길을 열어주는 게 어른의 몫 아닌가.

야구부를 폐쇄하고 나 몰라라 하는 호세이 대학 관계자들, 그리고 다른 대학 관계자들도 멀뚱히 지켜보고만 있다.

선수는 탐이 나지만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눈치를 보겠다는 건가. 그런 기회주의적 행동이야말로 비난받아야 할 짓이라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나는 오사카로 갈래.“ ”나도 갈 거야.”

학생들은 행동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다들 가만히 있는데 우리 입장을 누구보다 잘 대변해주고 있는 사람이 그곳에 있지 않나.

학생들은 호세이 대학에 다이이치 대학 편입을 요구했고, 그제야 학교 관계자들은 야구부를 원상복귀 시켰다.

하지만 이미 오사카 쪽으로 돌아선 민심,

프로 진출을 노리고 있는 하마타케 카즈야는 대놓고 사카이 라이노스 아니면 드래프트 안 받겠다고 선언했다.

“지명하지 마세요. 라이노스 아니면 안 갈 겁니다.”

“드래프트를 못 받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때는 신고 선수로 라이노스에 입단할 겁니다.”

생각보다 훨씬 강경한 태도, 다른 구단의 항의에 둘러싸인 NPB 협회는 다카기 단장에게 엄중 경고를 지시했다.

죄목은 드래프트를 앞둔 선수와 사전 접촉을 했다는 것, 항소할까 했지만 다카기는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였다.

그까짓 벌금 내면 그만, 유망주들의 민심을 벌금으로 살 수 있다면 싼 거 아닌가. 군말 없이 지불해 버렸다.

“역시 추진력이 있어.”

“생긴 대로 시원시원하다니까.”

이 사건으로 오사카 팬들은 다카기 단장을 더욱 신임했다.

남들은 감히 할 수도 없는 짓, 역시 고영길 회장의 손자라 이건가.

팀 성적도 많이 끌어올렸고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단장, 오사카 팬들은 빈틈없이 들어찬 관중석으로 보답했다.

“관중석을 더 늘리라는 요구가 있다고 했나?”

“예”

그러던 어느 날 다카기는 측근을 통해 홈팬들의 요구사항을 접수했다.

올 시즌 라이노스의 평균 관중은 4만 5천 명 정도, 메이저리그 유명 구단도 이만한 동원력은 발휘 못한다.

그 정도로 압도적인 오사카 일대의 야구 인기, 하지만 다카기 단장은 구장을 확대할 계획이 없었다.

여름만 되면 고시엔 때문에 집을 비워줘야 하는 라이노스 선수단, 대회가 끝날 때까지 원정경기를 다녀야 한다.

체력이 빠지는 여름에 원정 경기를 치르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선수 출신 단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고시엔 구장 근처의 다른 야구장을 활용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아 실질적인 대안은 될 수 없고, 가능하면 야구장을 새로 짓는 게 낫지 않을까. 팬들의 요구는 이해했지만 구장 확장은 계획에 넣지 않았다.

‘펜스를 확 끌어당겨?’

다만 구장을 개조할 필요는 있다고 판단했다.

홈에서 센터 펜스까지 무려 120m, 다른 야구장과 비교해도 상당히 큰 편이다. 이런 환경에서 홈런타자가 나오길 바라는 게 웃긴 일,

스마일리와 프리젤이 30홈런이 넘는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지만 다른 선수들은 존재감이 없다.

담장을 끌어당기면 투수들이 홈런을 맞는다?

어차피 맞을 홈런은 펜스를 당기든 밀든 맞는다.

넓은 구장을 믿고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이런 환경에서 빠른 볼로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를 키워낼 수 있을까.

다카기 단장은 내년 시즌엔 펜스를 조금 앞당기겠다고 공언했다.

구위를 좀 더 끌어올리지 못하면 앞으로 살아남기 어려울 거라는 선언, 머리 위에 날벼락이 떨어진 투수들은 경악했다.

‘나야 좋지. 앞으로 근육 좀 키워야겠어.’

반면 오기 나가야스는 미래의 홈런 타자를 꿈꿨다.

100경기에서 홈런 하나 못 친 똑딱이지만 타구를 외야로 보내는 재주는 있다.

힘이 붙는다면 홈런도 늘어나겠지, 마침 앞발을 높이 드는 폼이라 어설프게 파워스윙을 해 봤다.

‘그건 아니지.’

다카기는 무리하게 힘을 쓰려는 애송이를 가만히 지켜봤다.

오기 나가야스는 타고 난 힘을 지닌 거포는 아니다.

이런 선수들은 회전축이 되는 왼발(우타자 기준)을 높이 들면서 힘을 장전하는데, 잘못하면 왼발에 힘이 실리지 않고 투수 쪽으로 밀려버릴 수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투수 쪽으로 밀리는 발, 저래서야 파워스윙은커녕 안타도 때리기 어렵다.

의욕은 있는데 기술이 어설프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특유의 컨택 능력으로 안타를 치고 있는 게 신기, 조금 더 자세에 신경 쓰라는 조언을 줬다.

“앞발이 투수 쪽으로 밀린다고요?”

“그래, 앞발이 살짝 열리는 건 상관없는데, 투수 쪽으로 밀리면 안 되잖아. 코치가 아무 말 안 했나?”

“전혀요.”

“그 친구 일 안 하는군.”

하지만 코치도 할 말은 있었다.

안타를 잘 치고 있는데, 괜히 내가 조언을 했다가 망가지면 어쩌나. 반면 다카기는 그런 소극적인 자세를 좋아하지 않았다.

“앞발만 투수 쪽으로 밀리지 않도록 해 봐. 그럼 타구가 좀 더 뻗어나갈 거니까.”

“알겠습니다.”

오기 나가야스는 이날부터 앞발에 조금 더 신경을 썼다.

확실히 앞으로 쭉 밀리는 느낌, 키킹을 조금 낮추고 앞발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되겠나. 잘 안 되더라도 계속 노력했고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따아악 ~ !!

“어?!!”

본인이 치고도 놀란 타구, 계속 뻗어나간 타구는 좌측 담장 상단을 때렸다.

홈런인 줄 알고 배트를 던졌는데 이런 망신이 다 있나. 다행히 2루까지 무사히 들어갔지만 앳된 얼굴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생각보다 훨씬 잘하는군. 가능성이 있어.’

반면 다카기 단장은 박수를 보내줬다.

가르쳐 준다고 흡수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저 선수는 애정을 주는 만큼 결과로 보답을 하고 있다.

키울 맛이 있는 선수, 애정이 담긴 시선은 이어졌다.

“자, 5회 말 4대 2로 앞서나가는 사카이 라이노스의 공격입니다. 선두 타자는 오기 나가야스 오늘 첫 타석에서 2루타, 두 번째 타석에서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습니다.”

“올 시즌 123안타를 치고 있거든요. 20살밖에 안 된 선수가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카기 단장이 1라운드 선택을 한 이유가 있었네요. 나고야 파이터스도 관심을 보였고,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따아악 ~ !!]

“자, 다시 좌측으로 가는 타구!! 이번에는 틀림없습니다!!!! 좌중간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 커리어 첫 홈런을 때려내는 오기 선수입니다!! 스코어 5대 2!! 사카이 라이노스가 한 점을 더 추가하며 앞서나갑니다!!”

“뭔가 팀이 정비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네요. 올해도 5할 승률을 넘겼고, 라이노스는 앞으로도 지켜볼 가치가 있는 팀입니다.”

커리어 첫 홈런을 때려낸 오기는 아리따운 아가씨가 건넨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그 장면이 재현됐는데 왜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건지, 머릿속이 텅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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