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적없는 용병-302화 (302/361)

302화. 다시 용병으로 - (2)

[주앙 고메즈, 8년 1억 달러 계약]

[제임스 올슨, 7년 8400만 달러 계약]

[베논 리퍼드, 620만 달러에 연봉협상 마쳐]

결국 보스턴은 이렇다 할 외부 영입 없이 스프링캠프를 맞이했다.

그래도 내부 단속은 철저히 진행, 올해부터 연봉협상 자격을 얻는 주앙 고메즈와 제임스 올슨을 장기계약으로 묶었다.

다만 작년 시즌 부상으로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한 베논 리퍼드는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고메즈에게 1억 달러를 투자할 가치가 있었을까?]

그런데 일부 팬들은 수더랜드 단장의 행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유망주를 일찍 묶어두는 건 수더랜드 단장의 투자 스타일, 다카기도 그 덕분에 이른 나이에 총 1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맺고, 다시 계약을 갱신해 연봉 4천만 달러 선수에 올라섰다.

외부 선수의 영입을 최소화하고 젊은 선수에 투자해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이게 월드시리즈 9회 우승을 이뤄낸 명 단장의 전략이다.

아무 생각 없이 고메즈를 1억에 묶어 놨겠느냐만, 팬들은 수더랜드 단장이 투자를 잘못한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고메즈와 올슨은 FA 계약까지 앞으로 3년이 남은 선수들이다. 이 두 선수에게 1억 8천만 달러를 쓸 여유가 있었다면 뉴욕이 잡아간 코너웨이를 영입하는 게 낫지 않았나.

2선발을 책임지는 댈러스 레이븐은 작년에 크게 부진했고, 다른 투수들의 활약도 불확실한데, 올해도 다카기 한 명만 믿고 가도 되는 건지, 뭣보다 고메즈가 1억 달러를 투자할 가치가 있는 선수인지 의문을 표하는 팬들도 많았다.

[고메즈는 수비는 몰라도 공격이 안 되는 선수다]

[비슷한 수준의 개리 스톤은 6년 6600만 달러 계약 맺었는데, 아무리 봐도 오버 페이다.]

한 팬은 산호세의 유격수 개리 스톤을 비교 대상으로 세웠다.

개리 스톤도 전형적인 수비형 유격수, 2년 전 fWAR 4.0을 찍고 대형계약을 따냈다.

수비는 지금도 괜찮지만 작년 시즌 타격은 타율 0.241, 7홈런에 그친 선수, 고메즈는 이것보다 약간 나은 수준이다.

잡아야 할 선수라는 건 분명하지만 깐깐하게 선수 가치를 평가하는 수더랜드 단장이 이런 계약을 하다니, 팬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왜 내가 욕을 먹어야 하는 거지?’

고메즈는 침묵을 지켰지만 팬들의 반응에 섭섭함을 느꼈다.

내가 8년 동안 1억 달러도 못 받을 선수라고 여긴 건가. 솔직히 서운했다.

“어차피 계약관계인데 뭐가 그렇게 서운하냐?”

“그래도 … 조금은 그래”

“어차피 너나 나나 구단에서 돈 받고 일하는 용병이야, 대접받으면서 일할 생각하지 말라고”

다카기는 그런 고메즈에게 조언을 줬다.

처음부터 선수는 대접받을 입장이 아니다. 얼마큼 구르고 성과를 냈느냐에 따라 지급받는 연봉 아닌가.

일 못한다고 욕먹고, 돈 많이 받는다고 욕먹고, 계약관계라는 게 원래 그런 거 아닌가. 그래도 계약을 맺었다면 통장에 차곡차곡 쌓이는 돈, 그거면 된 거 아닌가.

원래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돈을 얻으니 이제는 팬들의 사랑과 명성을 얻고 싶은 건가. 다카기는 고메즈에게 그런 생각은 집어 치울 것을 요구했다.

“오늘 칭찬하면 내일 욕하는 게 팬이야. 그런 거에 일일이 신경 쓸 필요 없어. 특히 너처럼 기복이 심한 편이라면 더욱 그렇겠지.”

고메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이 사람을 날 위로해주는 건가, 아니면 놀리는 건가. 다카기는 양쪽 다라며 웃음을 유도했다.

“네가 기복이 있는 건 사실이잖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싶다면 네 실력부터 냉정하게 판단하라고”

“네 ~ 알겠습니다.”

결국 잔소리로 끝난 대화, 고메즈는 캠프 첫날부터 수비 훈련에 집중했다.

지금까지 타격 향상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혔다. 방망이로 내 가치를 증명할 수 없다면 가능성이 있는 수비로 인정을 받는 게 낫겠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은 다른 선수들도 다르지 않았다.

‘올해는 3할에 20홈런 넘긴다.’

제임스 올슨은 배팅 훈련에 집중했다.

수비는 범위가 넓고 안정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편, 다만 작년 시즌 타율과 장타력이 모두 떨어지며 가치가 하락했다.

이 틈에 장기협상 카드를 내민 수더랜드 단장,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올슨은 계약을 받아들였다.

올해 24살밖에 안 된 나이, 7년 계약을 맺어도 훗날 FA를 노릴 수 있다. 나이가 젊은 만큼 안정적인 출장을 보장 받는 것도 중요, 보스턴은 유망주가 많은 팀이라 조금 부진하면 언제든지 밀려날 수 있다.

FA 자격 획득까지 3년이나 남은 내가 그 치열한 경쟁을 버텨낸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오히려 장기계약을 제시한 수더랜드 단장에게 고마워해야 할 입장, 훈련에만 열중했다.

“너 올해는 못 해도 20홈런 쳐야 된다.”

다 알고 있는데 지나가면서 잔소리를 늘어놓는 그 녀석, 올슨은 계약 위반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너 이제는 캡틴 아니잖아?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한 거 잊었어?”

“그러려고 했는데 상황이 달라졌다.”

“무슨 상황이 달라졌다는 건데?”

“나는 솔직히 단장이 너하고 장기계약 하는 거 원치 않았어. 너한테 줄 돈에 약간만 더 투자했으면 코너웨이 데려올 수 있었다고”

다카기는 올슨에게 여과장치 없는 막말을 쏟아냈다.

올슨은 FA 자격 획득까지 3년이나 남은 선수, 쓸 만한 선수라는 건 인정하지만 이 자식에게 쓸 돈을 코너웨이에게 돌렸다면 팀 전력은 훨씬 탄탄해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올 시즌도 내부 전력으로 어떻게든 풀어 나가야 된다.

올 시즌 반드시 반등해야 하는 제임스 올슨의 방망이, 네가 8천만 달러를 투자할 가치가 있는 선수였는지 지켜보겠다며 압박을 줬다.

“저리 가, 그렇게 계속 잔소리하면 훈련도 하기 싫다고”

“그래, 하지만 네가 부진하면 난 다시 돌아올 거다.”

오늘도 평화롭게 흘러간 하루, 그런데 다음 날 건강 검진 결과가 나오면서 보스턴 클럽하우스에 먹구름이 끼었다.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고요?”

“그래,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네.”

“그, 그럴 리가 … ”

존 포르투나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스턴 구단은 2년 전부터 선수들의 건강을 위해 검사 범위를 넓히고 정밀검사까지 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밟고 있다.

겉보기에는 다들 건강하지만 속은 어떨지 누가 아나, 그렇게 강화된 건강검진에 몇몇 선수가 이상 징후를 보였다.

나는 젊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포르투나는 이날 오전 11시 즈음, 병원에서 위암 판정을 받았다.

24살밖에 안 된 선수에게 닥친 시련, 올 시즌 포르투나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던 팬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포르투나 선수의 건강 상태는 지금 어떻습니까?”

“수술은 1시간 40분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조기에 발견해 다행이지만 만약을 위해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 안에는 복귀할 수 있는 겁니까?”

“그건 병원 관계자와 트레이너의 의견을 거쳐 결정할 일입니다. 지금은 복귀보다 선수의 건강이 우선입니다.”

다음 날, 보스턴 구단 관계자는 기자들 앞에서 덤덤한 표정으로 포르투나의 몸 상태를 전했다.

작년에는 브라이스 감독의 섹스 스캔들, 올해는 포르투나에게 닥친 시련, 스프링캠프의 저주라도 걸린 건가.

2년 연속 벌어진 악재에 수더랜드 단장은 얼굴을 구겼지만, 지금은 주전 포수 확보가 우선이라 화를 낼 여유도 없었다.

“몸은 좀 어떠냐?”

[그냥 그래, 솔직히 지금도 실감이 안 나]

수술 후 일주일이 지나고 다카기는 포르투나와 전화 통화를 나눴다.

내가 정말 그런 끔찍한 병에 걸린 건가, 수술도 짧게 끝나고 몸 상태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니, 포르투나는 지금이라도 당장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마이애미로 달려가고 싶었다.

“너 조심해라.”

[무섭게 왜 그래?]

“내 장인어른이 의사잖아. 너 진짜 조심해야 돼”

다카기는 포르투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일본에 있는 장인어른에게 몇 가지 조언을 받았다.

나이 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이 훨씬 위험하다는 암, 젊은 사람일수록 세포 분열이 빠른 건 당연하다.

암 세포가 생기면 그만큼 빨리 번식,

장인어른의 동료가 관리한 젊은 환자는 병원에서 1기 진단을 받았는데 4개월 만에 말기 판정을 받고 절명했다고 들었다.

발견된 부위는 1기였지만 이미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 됐던 것, 포르투나는 정밀 검사에서 전이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지만, 암은 세포 단위 병이라 방심할 수가 없다.

그래서 병원에서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 딱히 환자를 괴롭히기 위해 병원에 처박아 둔 게 아니다.

‘말도 안 돼.’

최소 1년은 지켜봐야 한다는데, 시즌을 통째로 날리게 된 포르투나는 울음 섞인 절망을 쏟아냈다.

솔직히 이런 말은 의사나 가족들도 해주지 않았다. 내가 충격을 받을까 봐 그런 것 같은데,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줘야 심적으로 대비를 할 거 아닌가.

뭣보다 포르투나는 하루 빨리 복귀할 생각만 하고 있는데, 다카기는 확실한 충격요법으로 성급함을 억눌렀다.

“수술했다고 나은 거 아니야. 방심하지 말고 치료에 집중하라고”

[하아 ~ 네 말대로 건강관리 하는 거였는데 … ]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 어쩔 수 없어. 빨리 돌아오고 싶은 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치료가 우선이다.”

[알았어 … ]

“그래, 치료 잘 해라. 가끔 연락할게”

그렇게 마친 통화, 시즌을 앞두고 왜 이런 불길한 일이 발생한 걸까.

다른 선수도 아니고 내 공을 받아 줄 파트너가 그런 몹쓸 병에 걸렸으니, 안타깝지만 현실을 받아들였다.

어찌어찌 흘려보낸 보낸 시범경기, 다카기는 3월 25일, 볼티모어에서 통산 8번째 개막전 선발 등판에 나섰다.

“자, 다카기 하루요시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작년 시즌 성적은 16승 3패, 평균자책점 1.93, fWAR 기준으로 역대 5위에 오른 위대한 시즌이었다.”

“화제를 잠깐 돌리자면 다카기는 개막전에서 통산 8승 무패, 평균자책점 1.07을 기록했습니다. 어느 선수도 개막전에서 이런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는데, 올해도 기대가 큽니다.”

피트 오어는 다카기를 칭찬하며 불안한 마음을 다스렸다.

프로투나의 이탈로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보스턴, 이런 때일수록 에이스가 건재함을 과시해 팬들을 안심시켜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다카기는 첫 타자에게 안타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지금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선수는 마이너리그에서 콜 업 된 개리 우드, 경험이 많지 않아 이런 위기 상황에선 투수가 직접 사인을 내야 했다.

‘받는 것도 쉽지가 않구나.’

개리 우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마이너리그에도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는 얼마든지 있다.

다만 다카기의 변화구 궤적은 포수도 따라가기 힘든 수준, 작년부터 구속은 줄이고 떨어지는 폭을 극대화한 슬라이더를 던지고 있는데 커버하기가 쉽지 않았다.

포수가 이 지경이니 내가 마음 높고 공을 던질 수 있겠나.

그래도 어떻게든 해야 하는 입장, 마음을 가라앉히고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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