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적없는 용병-265화 (265/361)

265화. Respect - (7)

따아악 ~ !!

“우측으로 뻗어가는 타구!! 담장 밖으로 넘겨버렸습니다!! 숀 스팸의 시즌 8호 홈런!! 뉴욕이 2대 1로 앞서 나갑니다!!”

“왜 이 선수가 뉴욕의 일원이 돼야 했는지 보여주는 한 방이군요. 다시 한 번 환영합니다!!”

숀 스팸의 홈런이 터지면서 뉴욕 현지 해설위원들의 목소리는 한껏 드높아졌다.

보스턴과의 영입경쟁에서 승리해 얻어온 선수, 최근 보스턴에게 일방적으로 밀렸던 뉴욕은 이 흐름을 바꿔줄 스타가 필요했다.

올해야말로 우리가 아메리칸 리그 최강이자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 팀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때, 선수들도 그렇지만 지켜보는 이들도 라이벌전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하던 대로 해’

다카기는 투수코치의 사인을 배터리에게 전했다.

슬라이더의 문제점은 타이밍, 타자는 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빠른 볼에 타이밍을 맞추고 변화구에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말이 쉽지 절대 쉽지 않은 일, 그런데 슬라이더는 얘기가 좀 다르다.

빠른 볼과 거의 비슷한 궤적으로 날아오는 데다 구속도 다른 변화구보다 빠른 편, 한 마디로 유리한 볼 카운트라도 잘못 던지면 재앙이 벌어진다.

레이븐은 그 염려를 재현했을 뿐, 아무리 구위가 좋아도 제대로 된 변화구 없이는 MLB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또 증명됐다.

‘하아 ~ ’

레이븐은 후속 타자들을 잘 마무리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슬라이더 컨트롤을 제대로 못한 게 마음에 걸리는 얼굴, 저건 본인이 해결해야 할 일이라 다카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 우리도 할 수 있잖아!! 누가 한 방 날리고 오라고!!”

대신 박수를 치며 타선의 활약을 독려,

2회 초 공격은 별다른 성과 없이 지나갔지만 보스턴의 하위 타선은 3회부터 맥다겟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자, 이제 1사 주자 1루에서 스탠리 호프만이 타석에 들어섭니다. 올 시즌 타율 0.282, 홈런 없이 4타점을 기록하고 있군요.”

“호프만이 올 시즌 타격이 갑자기 좋아졌는데요. 그 이유에 대해 누가 설명 좀 해주실 수 있습니까?”

“하하 ~ 글쎄요. 그걸 저희가 알면 여기서 해설을 하고 있겠습니까.”

호프만은 올 시즌 미스테리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타격이란 본래 운기칠삼의 요소가 강하지만 그래도 신기하게 안타를 만들어 내는 선수들이 있다.

호프만의 통산 BABIP은 대략 0.280, 그런데 통산 타율은 0.232로 꽤 차이가 있는 편이다. 그럼 그동안은 단순히 운이 없어서 그랬던 걸까?

하지만 작년 시즌, 풀타임을 소화한 호프만은 타율 0.226, 홈런 2개, 38타점에 그치며 수비에 번 WAR을 다 깎아 먹었다.

운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성적, 그런데 올 시즌은 좀 이상했다.

■ 볼넷 대비 삼진 비율(2026) : 0.48

■ 볼넷 대비 삼진 비율(2027) : 0.30

호프만은 작년보다 볼삼비율이 나빠졌는데 BABIP만 0.322로 끌어 올렸다.

예를 들어 알 디즌은 작년 시즌 볼삼비율 0.5에 BABIP은 0.306을 기록했다. 앞선 2025시즌보다 볼삼비율이 0.18정도 하락했고, BABIP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볼삼비율이 약간 떨어졌는데도 2푼이나 떨어진 타율, 그런데 호프만은 알 디즌과 비슷한 볼삼비율 하락을 보이면서 타율은 오히려 끌어올렸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타구의 질이 좋아져서? 운이 좋아서? 하지만 동료들은 물론 코치진도 작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찾아내질 못했다.

따악 ~ !!

이제는 장타까지 때려내고 있는 호프만,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에 1루 주자는 2루를 돌아 3루까지 진출했다.

그 사이 호프만은 2루에 안착, 다카기는 그 자리에서 박수만 쳤다. 우와 ~ 라는 말도 안 나오는 기묘한 사건의 연속, 어쨌든 수비가 되는 선수라 안타까지 쳐준다면 더는 바랄 게 없었다.

“홈런 쳐!! 홈런!!”

한편, 대기 타석에 선 주앙 고메즈는 동료들의 응원을 받으며 타석으로 향했다.

이 상황에선 밀어치는 팀 배팅을 해야 할까. 하지만 그건 아마추어들이 하는 짓, 최고의 팀 배팅은 안타 더 좋은 건 장타다.

번트나 작전을 좋아하지 않는 브라이스 감독도 강공을 요구, 고메즈는 그 기대에 부응하듯 바깥쪽 공을 힘차게 잡아당겼다.

따악 ~ !!

“멀리 뻗는 타구!! 하지만 좌익수가 잡아냅니다!! 그 사이 3루 주자는 태그 업!! 홈으로 빨려 들어옵니다!! 다시 동점!! 보스턴이 이런 팀입니다!!”

“시즌 초만 해도 보스턴의 공격력 하락을 걱정하는 여론이 많았는데, 바로 쫓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네요. 어린 선수들의 성장세가 생각보다 무섭습니다.”

희생플라이를 날렸지만 고메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더그아웃에 입성했다.

제대로 맞은 것 같은데 생각보다 안 뻗는 타구, 역시 파워 스윙을 포기한 반작용일까. 예전 폼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시즌, 더 좋은 선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활약 속에서도 고민은 깊어졌다.

그 사이 베논 리퍼드가 볼넷으로 걸어 나가면서 2사 주자 1 - 2루, 앞선 타석에서 볼넷으로 걸어 나간 알 디즌이 타석에 들어섰다.

‘몸 쪽이다.’

다카기는 몸 쪽 승부를 예감했다.

작년에 비해 홈 플레이트 쪽으로 바짝 붙은 디즌, 덕분에 바깥쪽 공 대응력은 나아졌지만 몸 쪽에 약간 약점을 보이고 있다.

디즌이 5월 들어 안타가 없는 이유는, 바깥쪽은 먼 곳으로 빼고 결정구는 몸 쪽으로 붙이는 배터리의 패턴에 대응을 못하고 있는 탓,

첫 타석에서 바깥쪽 승부를 고집하다 볼넷을 내 준 배터리가 이번에도 똑같은 패턴을 보일까? 예상은 적중했다.

따아악 ~ !!

“초구!! 이 타구는 높게 떠올라!! 좌측 펜스를 넘어갑니다!!!! 알 디즌의 시즌 7호 홈런!! 쓰리 런으로 장식을 합니다!! 5대 2로 앞서 나가는 보스턴!!!! 뉴욕의 숨통을 조르는 한 방이군요!!”

“숀 스팸 없어도 됩니다!! 우리에게는 알 디즌이 있으니까요!!”

적지에서 제대로 폭탄을 터뜨린 알 디즌은 화려한 배트 플립과 함께 펄쩍펄쩍 뛰며 1루로 향했다.

올 시즌부터 공식적으로 허용되는 배트 플립, 요즘 화려한 배트 플립은 아이들이 따라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어린 팬들 부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메이저리그 사무국 입장에선 당연히 취해야 했던 정책, 평소라면 뭐라고 한마디 했겠지만 맥다겟은 글러브에 얼굴을 박고 홀로 화를 다스렸다.

“넌 정말 X같이 XX한 놈이야!!”

“당연하지!!”

그사이 먼저 홈을 밟은 동료들은 알 디즌에게 격한 환대를 표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한 방, 기분이 한껏 업 된 알 디즌은 동료가 수염을 쥐고 흔드는 것도 허락했다.

“너 아직 7개다. 스팸이 몇 개인지 알지?”

다카기는 칭찬보다 자극을 택했다.

숀 스팸이 오늘 시즌 8호 홈런을 날렸으니 디즌은 쫓아가야 할 입장, 기왕 할 전쟁이라면 선전포고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한 방 더 날리라며 엉덩이를 매섭게 후려쳤다.

‘이번에는 안 당한다.’

이어지는 뉴욕의 3회 말 공격, 댈러스 레이븐은 앞선 타석에서 홈런을 허용한 숀 스팸과 마주했다.

이번에도 빠른 볼로 밀어붙이는 패턴, 투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슬라이더 사인을 받았다.

딱 ~ !!

“1루수 정면!! 베이스를 직접 밟습니다!! 투 아웃!! 레이븐이 두 번째 대결에선 승리를 거둡니다!!”

“그래도 조금 덜 떨어졌어요. 슬라이더는 조금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네요.”

승리를 거뒀지만 레이븐은 고개를 저었다.

삼진으로 잡아냈어야 했는데 영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 그래도 6회까지 5피안타 2실점, 2볼넷, 6삼진을 잡아내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현재 스코어는 6대 2, 시즌 3승 요건은 채웠고 나머지는 불펜에게 맡겼다.

“자, 이제 경기는 7회 말로 접어듭니다. 브랜든 바이어가 올라오는군요. 올 시즌 9경기 등판, 승패 없이 9와 1/3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제로, 볼넷 2개 탈삼진은 14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바이어가 작년 시즌, 삼각 트레이드를 거쳐 보스턴으로 넘어오지 않았습니까. 도허티는 결과적으로 실패한 작품이 됐지만 … 덤으로 얻어온 바이어는 오히려 보스턴에 연착륙을 했어요.”

브랜든 바이어는 작년 시즌, 수더랜드 단장이 도허티를 영입하기 위해 애리조나에서 받아온 선수다.

같이 데려온 빈센트 맥킬립은 세인트루이스, 도허티도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는데 사은품으로 딸려온 선수가 보스턴의 주축 선수로 남았으니 이런 기막힌 운명이 또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바이어는 애리조나에서도 쓸 만한 불펜으로 활약했던 선수, 그런데 보스턴으로 오면서 기량이 만개했다.

■ 2026시즌 : 56경기 79과 1/3이닝, 평균자책점 3.35 WHIP 1.22

기록으로 봐도 알 수 있지만, 작년 시즌 바이어는 멀티 이닝을 소화하는 일이 많았다.

특히 애리조나에서 무리하게 굴려진 선수, 그런데 투구 관리가 철저한 브라이스 감독 밑에서 다시 태어났다.

트레이드 됐을 때의 평균자책점은 3.88, 그런데 보스턴에서 2.25를 기록하며 평균자책점을 대폭 낮췄다.

포데스와를 보내면서 마무리 자리가 애매해진 보스턴, 브라이스 감독은 그 자리에 브랜든 바이어를 낙점했지만, 다른 후보들도 많아 조금은 더 지켜봤다.

“떨어집니다!! 삼진!! 바이어가 모리슨을 삼진으로 돌려 세웁니다!!”

“바이어는 빠른 볼과 체인지업 비율이 90%가 넘는 선수거든요. 포데스와처럼 100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는 건 아니지만, 빠른 볼과 체인지업의 속도 차이를 이용해 타자를 잡아내는 노련한 피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이어는 다음 타자 숀 스팸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바로 불씨를 진압했다.

초구는 몸 쪽으로 붙이는 체인지업, 그 다음은 바깥쪽 체인지업, 3구는 몸 쪽으로 붙여 땅볼을 유도했다.

실제로 바깥쪽 느린 볼은 실제 구속보다 타자 입장에서 더 느리게 보이고, 몸 쪽으로 들어오는 빠른 볼은 실제 구속보다 더 빠르게 느껴진다.

그걸 알고 투구에 적용시킬 수 있는 선수, 이런 노련함이 있는데 왜 선발투수는 실패한 걸까. 애리조나는 어떻게든 바이어를 선발투수로 키우려 했지만 어쨌든 실패는 실패, 덕분에 보스턴은 바이어를 잘 활용해 뒷문으로 써먹었다.

‘끝났군.’

보스턴은 이날 투타의 조화를 앞세워 뉴욕을 대파 했다.

최종 스코어는 8대 2, 보스턴은 다음날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두며 뉴욕과의 경기 차를 1경기로 좁혔다.

한 경기만 더 이기면 동률, 등판이 잡힌 날은 아니지만 다카기는 경기 전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다카기 선수, 보스턴이 1위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요. 그렇게 된다면 무려 1년 2개월 만의 1위 탈환인데, 오늘 경기도 승리 자신하시나요?”

“글쎄요. 뉴욕은 강한 팀입니다. 오늘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군요.”

기자들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는 선수가 이런 발언을 하다니, 하지만 다카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인터뷰를 이어갔다.

“곧 패배할 팀을 칭찬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뉴욕이 강한 팀이라고 해둬야 이겼을 때 우리가 칭송을 받을 거 아닙니까.”

“아하 ~ 그런 뜻입니까?”

“예, 우리에게 패배할 팀이라면 얼마든지 칭찬해 줄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상대 팀을 칭찬할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군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뉴욕은 좋은 팀입니다.”

보스턴은 마지막 시리즈에서도 5대 3 승리를 거두며 1년 2개월 만에 아메리칸 리그 동부 지구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뉴욕의 독주를 예상했던 전문가들은 패닉 상태, 도박사들도 올 시즌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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