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적없는 용병-183화 (183/361)

183화. 암살 - (2)

[클리블랜드, 에스페란자 부상]

[애틀랜타, 레이먼드 부상]

시즌 개막과 함께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부상소식,

부상이야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에스페란자에게 일어난 부상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당시 상황은 대략 이랬다.

무사 1루에서 차자가가 2루땅볼을 쳤다. 여유 있게 4 - 6 - 3 병살플레이가 될만한 상황에서 유격수인 에스페란자가 선행주자 크리스 셸턴을 아웃시키려 했다.

하지만 셸턴이 야수에게 슬라이딩을 했고 발이  닿으면서 에스페란자는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부상은 둘째 치고 송구 방해로 자동 아웃판정이 나와야 할 상황, 하지만 클리블랜드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슬라이딩 룰

①그라운드에 몸이 닿은 상태에서 슬라이딩을 해야한다.

②손이나 발이 베이스를 닿는 범위에서 슬라이딩을 시도한다.

③슬라이딩이 끝나면 베이스를 점유해야 한다. ④야수를 방해하려는 의도로 도중에 슬라이딩 방향을 바꾸면 안 된다.

크리스 셸턴이 위 규정에 어긋나는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크리스 셸턴은 예전부터 교묘한 반칙으로 야수들의 부상을 유도한 전력이 제법 있다.

하지만 그런 거친 슬라이딩을 메이저리그의 관습이라고 옹호하는 올드 팬들이 아직도 많다.

교통사고를 당하면 손해보는 건 들이받친 쪽, 아무리 합의금이나 치료를 받아도 예전과 같은 활동을 하긴 어렵다.

야구도 마찬가지, 내가 조심해야지 어쩌겠나. 연 이은 부상 소식에 보스턴도 긴장했다.

“자네도 조심하라고”

“알았어요.”

브라이스 감독은 지나가면서 한마디를 툭 던졌다.

잔소리의 희생양은 j.j. 핵먼, 핵먼은 지금까지 14경기에서 타율 0.363, 홈런 4개를 치며 펄펄 날고 있다.

2년 전 부터 보스턴의 내야를 책임져 준 든든한 전력, 이런 때 부상이라도 당하면 큰 일 아닌가. 하지만 핵먼은 감독의 관심을 웃어 넘겼다.

“불길한 씨 뿌리지 말고 갈 길 가세요.”

이때 다카기가 감독의 입을 가로막았다. 작년 월드시리즈에서 프론스키를 잃었으니 보스턴은 부상에 민감한 민감할 수밖에 없다.

말이 씨가 된다고 진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어쩌나. 입 다물고 갈 길 가라는 타박에 브라이스 감독은 민망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XX들은 교육이 잘못 된 거야. 어른 잘못이라고”

데이브 셰퍼드도 대화에 끼어들었다. 일부 선수들은 왜 반칙이나 위험한 플레이를 하는 걸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다카기는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어렸을 때 그랬거든”

셰퍼드는 어린 시절의 부끄러운 기억을 동료들과 공유했다.

아직 룰도 잘 모르던 어린 시절, 셰버드는 또래 아이들에게 겁을 주거나 반칙으로 승리를 얻은 경험이 있다.

반칙이 승리로 이어지자 상습적으로 하기 시작, 이때 제동을 걸어준 사람이 부모님이었다.

스포츠란 페어플레이 정신이 바탕이 돼야 하는 법, 스포츠 룰도 못 지키는 녀석이 어떻게 사회의 규칙에 동화될 수 있을까. 부모님의 따끔한 충고를 받은 셰퍼드는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반칙이 익숙해진 선수는 어른이 돼서도 똑같은 패턴을 보인다.

반칙을 통해 승리를 얻은 경험이 축적된 결과물, 고치려고 해도 위기상황 되면 자동으로 몸이 움직인다.

이렇게 되기 전에 바로 잡아줘야 되는데 못 본 척 넘어가거나 옹호해주는 자들이 있다는 게 문제, 셰퍼드는 이 모든 게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칙은 언제든 나올 수 있어. 제대로 갚아주지 못한 것도 문제지”

이때 다카기는 다소 살벌한 입장을 내놨다.

반칙은 스포츠가 존재하는 한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교육을 잘 시킨다한들 위험한 플레이와 부상이 사라지겠나. 문제는 대응방식, 너희들도 다칠 수 있다는 공포심을 머릿속에 심어줘야 한다.

그래야 저쪽도 몸을 사리겠지, 다카기는 작년에도 팀 동료가 위험한 플레이를 당하면 바로 보복구를 날렸다.

제때 복수를 못하면 상대는 낄낄거리며 다음 범죄를 기획하겠지, 그렇게 하기 전에 파괴해 버리는 게 상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너 전에 누구도 다치는 거 원치 않는다고 했잖아?”

“그것도 상대 나름이지, 그런 놈들은 일찌감치 부숴버려야 다른 선수들이 안전해.”

반칙을 상습적으로 하는 놈은 치워버리는 게 상책, 살인자가 왜 중형을 받고 사회에서 격리되겠나.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걸 막기 위해서 아닌가.

야구도 마찬가지, 그런 놈들은 헤드 샷이나 발목을 날려버려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너희들 걱정하지 마. 까부는 XX들은 내가 다 조져버릴 거야.”

“오 ~ 무서운데”

j.j. 핵먼은 장난기 넘치는 반응을 보였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하고도 남을 녀석, 2년 전에도 그런 식으로 라이벌 뉴욕의 기를 꺾은 녀석 아닌가.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에이스, 다른 투수들도 동조하고 나섰다.

파이어볼러가 넘쳐나는 보스턴, 수상한 짓하면 바로 핵폭탄이 날아올 텐데 누가 감히 우릴 건드릴까.

브라이스 감독이 지핀 불씨 덕분에 선수단의 유대는 더욱 끈끈해졌다.

* * *

[보스턴 역대 최고의 4월 보냈다]

어느덧 5월로 접어든 시즌 보스턴은 첫 24경기에서 20승을 쓸어 담는 행보를 선보였다.

승률은 무려 0.833, 6할만 넘어도 강팀 소리를 듣는 야구계에서 일어난 질주에 보스턴 팬들은 열광했다.

수더랜드 단장은 오프 시즌 동안 투수진 보강에 총력을 기울였다.

프론스키가 부상으로 떨어져 나갔으니 당연한 일, 작년 시즌 16승을 거둔 워싱턴의 카일 존스를 영입하려 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산호세에게 빼앗겼다.

플랜 b를 발동했지만 매력이 없는 매물 뿐, 결국 확실한 전력은 구하지 못하고 시즌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타선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2년 연속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폴 돈론은 4월 한 달 동안 110타석에서 44안타를 몰아쳤다.

4할 타율에 최다안타 메이저리그 전체 1위, 작년 후반기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더니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여기에 후안 위긴스(0.290, 5홈런), 알 디즌(0.345, 4홈런), j.j. 핵먼(0.357, 6홈런) 등 유망주들이 대거 폭발, 어린 것들의 활약에 데이브 셰퍼드가 방점을 찍었다.

작년 시즌, fa자격을 재취득한 셰퍼드는 보스턴과 6년 90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를 생각하면 다소 부담되는 장기계약, 하지만 수더랜드 단장은 정규시즌 35홈런, 포스트시즌 5홈런을 때린 선수에게 거액을 제시했다.

뭣보다 500홈런 달성이 유력한 선수,

보스턴은 수많은 명예의 전당 입성자를 배출했지만 그 중 500홈런 달성자는 역대 1명뿐이다.

셰퍼드는 이 팀 저 팀을 거친 이방인이지만 어쨌든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영웅, 500 홈런 달성 후 보스턴 캡을 쓰고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면 보스턴의 경사 아니겠나.

뭣보다 셰퍼드는 보스턴에서의 생활에 만족하는 편, 완전히 정착했다는 심리적 안정 덕분인지, 셰퍼드는 놀라운 4월을 보냈다.

타율 0.365에 10홈런, 출루가 잦은 선행 주자들 덕분에 32타점을 쓸어 담았다.

66홈런, 213타점 페이스, 물론 이런 페이스가 시즌 내내 계속 될 리는 없다. 그래도 커리어 하이를 노려보기엔 충분한 페이스, 지명타자라 체력안배에 신경 쓸 일도 없겠다

4월의 선수상을 수상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이 안 되는지, 셰퍼드는 5월 첫 경기부터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따악 ~ !!

“이번에는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4경기 연속 멀티히트, 25경기 연속 안타 행진도 이어갑니다.”

“100번 사과해도 좋으니 이렇게만 해줬으면 좋겠네요.”

보스턴 지역 해설위원 피트 오어는 셰퍼드에게 거듭 사죄를 표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선수에게 6년 9000만 달러라니, 이런 비효율적인 투자가 어디에 있나. 뭣보다 지금까지 합리적인 투자를 해온 수더랜드 단장이 이런 결정을 했다는 게 놀라웠다.

그런데 이게 웬일, 셰퍼드가 대폭발을 일으키자 피트 오어는 내 입이 문제라며 공식 사과했다. 그래도 멈출 줄 모르는 기세, 시즌 내내 사과해도 좋으니 이렇게만 해줬으면 좋겠다는 멘트에 캐스터도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셰퍼드 뿐만 아니라 오늘도 정신없이 터지는 타선, 7회가 끝났을 때 뉴욕 진영은 이미 걸레짝이 됐다.

‘왜 안 빼?’

뉴욕의 개리 페일 감독은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스코어는 이미 18대 2, 보스턴은 주전들을 교체하지 않았다. 점수가 벌어지면 주전을 빼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경기에선  체력 안배를 위해서라도 교체를 해주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도 놔두겠다는 건 우릴 좀 더 괴롭히겠다는 뜻 아닐까.

별 거 아닌 일이지만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사소한 일도 크게 마음에 다가오는 법, 보스턴이 계속 공세를 이어가자 뉴욕은 보복에 나섰다.

‘해보자는 거야?’

등 뒤로 날아오는 공, 고의성을 느낀 후안 위긴스는 인상을 구겼다.

오늘 3안타 포함 홈런도 때렸고 기분 좋게 타석에 들어섰는데 한순간에 잡친 기분, 일단 옷에 스쳤으니 천천히 1루로 향하면서 투수와 신경전을 주고받았다.

“확실하게 하라고 전해. 아니면 내가 직접 할 거니까.”

이때 다카기가 흘린 말이 보스턴 진영을 흔들었다.

저건 누가 봐도 고의, 그냥 넘어가면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마침 내일 경기 등판이 잡혀 있는 다카기, 에이스가 그런 일로 손에 피를 묻혀야 되겠나.

샘 닐슨 코치가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라고 다독였지만, 다카기는 무시하고 불펜으로 연결된 전화를 잡았다. 불펜 코치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난감할 뿐, 뭔가 눈치를 챈 불펜 투수들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내가 할 게”

“아니야. 내가 하고 올 게. 이건 내 전문이라고”

서로 나가겠다고 하는 상황, 사실 이런 일은 그동안 하버스태드가 전담해 왔다.

제구가 그렇게 좋은 건 아닌데, 처형식을 집행 할 때만 되면 정교해지는 도끼질, 이렇게 감독이 원치도 않은 투수 교체가 이뤄졌다.

보복 상대는 뉴욕의 주포 모리슨, 97마일 빠른 볼이 몸으로 날아들자 서서히 분위기가 잡히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모리슨과 하버스태드의 눈이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양 팀은 충돌, 그라운드로 튀어나온 다카기는 적극적으로 벤클에 가담했다.

“너 내일 조심해라. 난 빗나가게 안 던진다. 알지?”

뿐만 아니라 섬뜩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하버스태드의 저격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난 다를 거라는 협박, 2년 전, 다카기에게 저격을 당한 모리슨은 겉으로 큰소리를 쳤지만 마음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우린 괜한 벌집을 들쑤신 건가.

하지만 다카기는 이제 한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다. 이렇게 사건이 커졌는데 내일도 빈볼을 던지면 출장정지는 당연, 설마 그런 짓을 할까.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안심했다.

‘뜨악!!’

하지만 웬일, 다음 날 경기에서 다카기는 모리슨을 상대로 초구부터 빠른 볼을 집어던졌다.

2년 전보다 훨씬 빠르고 묵직해진 구위, 겨우 피했지만 그물망을 때린 101마일 강속구는 다시 타석으로 돌아올 정도의 위력을 선보였다.

설마 진짜 던질 줄이야. 직접적인 타격은 받지 않았지만 정신적 충격을 받은 모리슨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예상이라도 했다면 이렇게 놀라진 않았을 텐데, 설마 했던 재앙이 사실이 되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봐!! 이건 아니잖아!!”

주심은 바로 경고를 날렸다. 어제 사무국에서 양 팀에 경고를 날렸는데 이게 무슨 짓인가. 하지만 다카기는 주심의 말을 무시하고 뒤돌아섰다.

그까짓 출장정지 받으면 그만, 동료들이 다치는 것보다는 나았다.

‘우리한테 시비 걸면 재미없다.’

다카기는 전의를 상실한 모리슨을 가볍게 땅볼 처리, 모리슨이 어떻게 당했는지 지켜본 뉴욕 선수들은 감히 시비 걸 생각도 못했다.

잘못 걸리면 진짜 저 세상, 그리고 한다면 진짜 하는 자식이라 감히 건드릴 생각도 못했다.

[다카기 6경기 출장 정지]

이날 사건으로 다카기는 사무국의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범죄자는 난 후회하지 않는다며 큰소리를 쳤고, 앞으로도 재미없는 짓을 하는 팀은 반드시 응징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다른 팀들 입장에선 최악의 인간이겠지만, 보스턴 선수단에게 받는 신뢰는 절대적, 이날부터 23살의 어린 선수는 사실상 보스턴의 캡틴으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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