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화. He could do everything - (1)
[캔자스시티 보스턴, 유니언 스타디움에서 34년 만에 ALDS에서 격돌]
10원 2일 보스턴 선수단은 캔자스시티로 이동했다
올 시즌 만테냐 어워드 수상이 유력한 패트릭 브린과 200승을 눈 위에 둔 베테랑 앤디 프론스키의 맞대결,
도박사들은 조심스럽게 캔자스시티의 1차전 승리를 점쳤다.
캔자스시티는 창단 이후 단일 시즌 40홈런을 넘긴 선수가 한 명 밖에 없을 정도로 전통적인 스몰 볼을 추구, 장타가 난무하는 메이저리그에서 보기 드문 구단이다.
그래도 끈적끈적한 타선과 다양한 작전, 투수력으로 AL 중부지구 강호자리를 지켜온 팀, 물론 전체적인 전력은 보스턴이 우위지만, 패트릭 브린의 이름값은 도박사들의 마음을 캔자스시티 쪽으로 기울 게 했다.
“웃기는 예상이다. 도박사들 말만 믿고 투자한 사람들은 돈만 날릴 거다.”
앤디 프론스키는 도박사들의 전망을 비웃었다.
프론스키는 200승 달성을 앞둔 대투수, 이제 겨우 78승 대열에 올라선 녀석과 비교당하는 것도 웃긴데, 누구 마음대로 승패를 점치는 건가.
프론스키는 내가 첫 게임을 잡고 다카기가 2차전에 등판하면 시리즈는 끝난 거나 다름없다고 큰소리를 쳤다.
캔자스시티 기자들이 불쾌한 반응을 보인 건 당연, 이제 프론스키에게 타자를 압도하는 강속구는 기대하기 어렵다. 풀스윙을 하는 타자들이야 변화구와 세밀한 컨트롤로 잡아내겠지만, 스몰볼을 추구하는 캔자스시티 타선을 상대로 선전할 수 있을까.
한 기자가 자신감이 너무 과한 거 아니냐는 핀잔을 줬지만, 프론스키는 난 팀을 믿는다며 큰 소리를 쳤다.
“제가 전성기보다 실력이 못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스턴엔 젊고 능력 있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조금만 도와준다면 제가 이길 겁니다.”
내가 아니라 우리가 캔자스시티를 꺾는다는 도발, 그래도 기분 나쁜 건 마찬가지라 보스턴 선수단은 홈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아마추어도 아니고 이 정도는 자주 겪는 일, 거기다 와일드카드 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보스턴의 사기는 충만했다.
“플레이볼!!”
1회 초 보스턴의 선공으로 시작된 경기, 오늘 등판 일정이 없는 다카기는 더그아웃 보호펜스 뒤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그 자기중심적인 프론스키 입에서 팀을 강조하는 말이 나올 줄이야. 함께 한 시간이 긴 건 아니지만 이젠 팀에 녹아난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딱 ~ !!
명품 투수전이 예고 된 경기,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캔자스시티의 패트릭 브린은 1회부터 2실점을 하며 불안하게 출발, 앤디 프론스키도 바로 2점을 내주며 그라운드는 소란스러워졌다.
브린이 이런 모습을 보인 건 예상 밖의 일, 현지 중계석은 당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다카기도 이 난타전의 원인을 나름대로 분석했다.
‘구속이 전부는 아니지만 투구의 일부라는 건 확실하지’
브린과 프론스키의 공통점은 커리어가 거듭 될수록 패스트볼 위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 다른 구종의 효율성은 높아졌는데 유독 패스트볼의 피장타율이 급증하고 있다.
브린은 자신의 구속 저하를 인정하고 투심이나 커터, 체인지업 비중을 높여 돌파구를 열었고 지난 3년 동안 49승을 거두며 부활에 성공했다.
문제는 포스트 시즌, 브린은 지난 2018 시즌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고 통산 첫 월드시리즈 우승 사냥에 나섰다.
하지만 그 꿈은 ALCS에서 중단, 4경기 동안 평균자책점 4.85, 1승 2패를 남겼다.
정규시즌은 만나는 팀도 자주 바뀌고 상대가 내 공에 익숙해지기 전에 도망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은 그게 아니지 않은가. 끝장 승부를 보기 전엔 헤어질 수 없는 사이, 패스트볼 구위가 떨어진 브린은 정규시즌처럼 커터와 체인지업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체인지업을 노린 타격에 결정타를 허용하는 모습을 반복했다.
절치부심하고 맞이한 두 번째 도전기, 하지만 타격이 회복된 보스턴은 브린의 결정구를 놓치지 않았다.
따악!
“이 타구는 좌중간에 떨어집니다! 3루 주자는 홈으로 2루 주자까지 홈으로! 타자주자는 2루까지 들어갑니다! 채드 리드먼의 싹쓸이 2루타! 브라이스 감독의 대타 작전이 적중합니다. 스코어 4대 3! 경기는 다시 보스턴 쪽으로 기웁니다.”
“브린의 포스트 시즌 잔혹사는 올해도 반복되네요. 지금은 낮은 공이었는데 공략을 당했습니다.”
결정타를 허용한 브린은 글러브에 얼굴을 처박고 욕설을 퍼부었다.
분명 내 공을 던지고 있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나오는 방망이, 3년 전 브린이 무너진 이유를 두고 전문가들은 사인 훔치기 의혹을 제시했지만, 전부 무혐의로 끝났다.
또 다시 사인 훔치기로 책임을 회피할 순 없는 상황, 이대로 물러날 순 없었다.
‘자네 체면을 어디에 써 먹겠나.’
하지만 조 웨스트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브린은 올해만 보고 영입한 투수, 연장 계약을 맺을 가능성도 높지 않은데 체면을 세워준다고 팀에 무슨 이득이 되나.
뭣보다 웨스트는 불펜 활용 빈도가 높은 감독, 무너지는 투수를 방치할 만큼 인내심이 깊지 않았다.
강제 교체당한 브린은 더그아웃에서 글러브를 집어던지는 난동을 부린 뒤 더그아웃 뒤편으로 퇴장, 거기다 보스턴이 스코어를 5대 3으로 벌리면서 관중석 분위기는 싸늘해 졌다.
‘역시 목이 붙어 있는 이유가 있네.’
한편 다카기는 브라이스 감독의 용병술에 고개를 끄덕였다.
보스턴도 예상보다 일찍 선발 투수를 내리고 불펜 싸움에 돌입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선발진이 안정적이지 못했던 팀, 그런데도 2017 시즌 윌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어낸 건 브라이스 감독의 적절한 선수기용 덕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불펜 운용능력은 최상급, 수더랜드 단장이 트레이드 마감시한까지 스티븐 루카스를 지킨 이유가 바로 이거다.
루카스는 이제 브라이스 감독의 불펜 기용에 없어선 안 될 선수, 팔아버리면 감독의 용병술에 영향을 줄 거 아닌가.
최근 2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브라이스 감독은 정규시즌보다 포스트시즌에서 빛을 발하는 스타일, 까다로운 단장이 마지막까지 신임을 표한 건 당연했다.
‘때가 됐군.’
5회 말, 하버스태드가 1사 주자 1 - 2루 위기에 몰리자 브라이스 감독은 루카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하버스태드는 구위는 뛰어나지만 컨트롤이 다소 흔들리는 게 문제,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바로 교체를 했다.
바통을 이어 받은 스티븐 루카스는 삼진과 땅볼을 이끌어 내며 위기를 넘겼고, 6회 말, 루카스가 솔로 홈런을 내주며 흔들리자 브라이스 감독은 다시 헨리 루올을 마운드에 올렸다.
역할이 확실히 정해진 덕분에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불펜, 헨리 루올은 7회까지 마운드를 책임지는 역투를 펼쳤고, 8회에 올라온 스캇 포데스와가 멀티 이닝을 책임지며 경기는 보스턴의 승리로 끝났다(7대 4).
적지에서 거둔 귀중한 1승, 브라이스 감독은 기자들의 질문에 정중히 응했다.
“오늘도 효율적인 불펜 운용을 보여주셨는데, 당신은 포스트시즌에서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군요. 뭔가 비결이 있다면 한 말씀 해줄 수 있습니까?”
“저는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했을 뿐입니다. 다른 비결은 없습니다.”
“3년 전에도 비슷한 말을 하셨던 것 같은데요.”
도망갈 길을 차단해버리는 발언 잠시 생각에 잠긴 브라이스 감독은 자기만의 비결을 공개했다.
“중요한 건 내가 왜 실패했는지 인정하는 겁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한 실패를 반복하지만 그 이유가 내게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일부 감독은 실패한 작전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인다.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보단 내가 옳았다는 걸 인정받길 원하는데, 그런 고집이 바로 패배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오늘 캔자스시티의 조 웨스트 감독도 그런 경우,
보스턴이 2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의 고비를 마시는 동안, 캔자스시티는 월드시리즈에 2년 연속 진출했다.
막강한 불펜진을 활용해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은 브라이스 감독과 비슷, 하지만 이제 캔자스시티는 그게 안 된다.
2년 동안 무리한 투구를 한 불펜은 올해 퍼져버렸고, 전력도 예전만 못하다. 그런데도 옛 스타일을 고집한 게 패배의 원인, 올해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준 벤 도밍게즈를 외면하고 예전부터 애용하던 투수들을 고집하면서 패배를 자초했다.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웨스트 감독의 역량이 나보다 못 할까? 브라이스 감독은 오늘 캔자스시티가 패한 건 웨스트 감독의 고집 때문이었다며 상대를 은근 자극했다.
평소 조용해도 할 말은 하는 성격, 그걸 잘 알고 있는 기자는 물고 늘어지기 전략으로 원하는 답을 이끌어냈다.
“내일은 다카기 선수가 마운드에 오르는데 적지에서 2연승을 거두는 게 어떤 의미인지 당신이 더 잘 알 겁니다. 내일 경기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다카기는 올 시즌 12승을 거두는 동안 1패도 당하지 않았다. 등판한 경기 팀 승률도 무려 85% 승리의 마스코트라고 봐도 좋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지만 브라이스 감독은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다카기 선수가 내일 경기를 잡아준다면 우리는 홈에서 샴페인 파티를 준비할 수 있겠죠. 그리고 그 친구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잘 알고 있습니다.”
“3차전에서 끝내겠다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브라이스 감독은 다카기를 슬쩍 절벽으로 내몰았다.
절벽에서 밀면 떨어지는 선수들이 있는데 반발하고 투지를 불태우는 경우도 있는 법, 다카기는 후자의 경우라 조금 더 밀어봤다.
심지어 수더랜드 단장은 3차전이 끝나면 바로 파티를 즐길 수 있도록 클럽하우스에 미리 샴페인을 밀어 넣었다.
2차전에서 지면 큰일 날 분위기, 보스턴 현지 여론은 어린 선수에게 너무 부담을 주는 거 아니냐고 염려를 표했지만 다카기는 평소처럼 등판을 준비했다.
‘절대 맞추게 하진 않겠다.’
볼이 되더라도 바깥쪽으로 확실하게 달아나는 슬라이더를 던졌다.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비해 일반 슬라이더는 팔각도가 빠른 볼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 똑같은 패턴을 고집하면 타자들도 눈치 채겠지만 타순이 한 바퀴 돌기 전까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 자식은 분신술이라도 쓰나.’
3회부터 달라진 패턴에 캔자스시티 타선은 전략을 다시 세웠다.
분명 1 ~ 2회와 같은 투수인데 전혀 다른 선수를 상대하는 느낌, 포심 투심 두 종류의 슬라이더, 그리고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이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스윙!! 크게 헛칩니다. 지금은 몬테로 선수가 넘어졌어요.”
“이렇게 큰 스윙을 하는 선수가 아닌데, 지금은 투구를 전혀 읽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몬테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보다 더 떨어지는 공, 다카기가 투심을 던진다는 건 알고 있지만 실전에서 던지는 경우는 드물다.
빠른 볼 탄착군도 스트라이크 존 좌 - 우 - 상단에 집중되는 편, 체인지업보다 덜 가라앉지만 더 빠른 투심에 선구안이 흔들렸다.
‘이 자식 완전히 무너졌군.’
2구를 받아든 크로스 포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가 흔들린다는 건 밸런스가 완전히 흐트러졌다는 뜻, 지금이라면 어떤 공을 던져도 잡아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과는 적중, 투심에 헛스윙을 돌린 몬테로는 더그아웃을 향해 힘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올 시즌 캔자스시티에서 가장 뜨거웠던(타율 0.287, 26홈런, 88타점) 타자가 두 타석 연속 삼진을 당하다니, 기대가 높았던 만큼 팬들의 실망감은 컸다.
‘후 ~ 불면 넘어가지 않을까?’
캔자스시티의 한 어린 팬은 마운드를 향해 입바람을 불었다.
이렇게 하면 넘어지지 않을까라는 답답한 마음에 한 번 해본 행동, 물론 다카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넘어가는 건 캔자스시티 타자들, 똑같은 장면이 6회까지 반복되자 어린 팬은 소소한 반항마저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