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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무신이 삼국지를 다 때려부숨-111화 (111/175)

111. 서량 접수 (1)

강족 군사들은 순식간에 동탁군을 처리했다. 이미 이의민에게 당할 만큼 당해서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패잔병의 군대였다.

“철리길 왕이시여. 내 부름에 응답해주어 고맙소.”

“흐흐. 다른 사람도 아닌 마 대부면 우리와 한 몸이 아니오. 더군다나 우리 강족의 오랜 숙적이었던 동탁을 잡는다는데 당연히 와야지.”

마등은 이의민에게 서신을 보냈을 때부터 강족을 불렀었다. 당연히 이의민을 상대하기 위함이 아니라 동탁을 배신하고 그의 등에 칼을 꼽기 위함이다.

결국 마등의 계획대로 순조롭게 됐다. 강족을 부르긴 불렀지만 동탁의 제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이의민이 워낙 동탁군을 크게 박살낸 덕분에 뒤처리가 아주 쉽다.

철리길은 아쉽다는 듯 마등에게 물었다. 그도 사실 큰 전투를 기대하고 마등의 부름에 응했다. 하지만 너무도 쉽고 허무하게 끝나버렸으니 속에 끓고 있는 전투의 피가 아직 식지 않았다.

“자. 마 대부. 이제 어찌할 거요? 이대로 낙양으로 쳐들어 갈 생각은 없소?”

당연히 이의민까지 적대할 생각이 없는 마등으로서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다.

“그건 아니 될 말씀이오. 난 그럴 생각이 없소. 만약 내가 승상을 친다면 신의를 저버리는 꼴이오. 난 승상에게 약속한 대로 나와 가문의 명예를 찾으면 앞으로 그에게 복종할 생각이오.”

“이미 동탁을 배신해놓고 무슨 신의 타령이오?”

“솔직히 할 말은 없군. 허나 동탁도 나와 동맹을 하고도 날 맹우로서 제대로 대접한 적은 없소. 애초부터 서로 이용해 먹으려고 한 동맹이었으니 따지고 보면 배신이라 할 것도 없지. 그리고 무엇보다 동탁은 몰라도 승상은 절대 적으로 두면 아니 되는 인물이오. 아무리 강족이 강하다고 해도 승상을 이길 수는 없소.”

마등의 말에 철리길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무를 숭상하는 강족에게 너희들은 이의민을 이길 수가 없다며 대놓고 말하니 당연한 반응이다.

“우리가 그를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나도 이의민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소문은 익히 들었소. 허나 난 내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기 전까지는 절대 인정할 수 없소. 마 대부. 그대가 이의민을 따른다고 해서 나도 그에게 고개를 숙일 생각은 전혀 없단 말이오.”

예상치 못하게 철리길이 삐딱선을 탔다. 이대로 이의민을 만날 수는 없다고 여긴 마등은 철리길을 설득하려 한다.

“철리길 왕. 그대는 나와 함께하기로 한 것 아니었소? 이제 와서 이러면 어쩌자는 것이오?”

“우리 강족은 마 대부와 금마초에게 운명을 맡기기로 한 것은 사실이오. 그건 그대와 금마초에게 강족의 피가 흐른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금마초의 무를 숭배하기 때문이오. 허나 이의민은 정말 우리보다 강한지 아직 직접 확인을 한 적이 없소. 그러니 그를 따르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오.”

철리길이 쐐기를 박듯 얘기하니 마등의 표정이 굳어졌다. 철리길이 이 정도로 고집을 부린다면 마등도 그의 마음을 돌릴 길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때 마등 곁에 있던 가후가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럼 간단하군요.”

“문화? 뭐가 간단하다는 말이오?”

“승상이 정말 강족보다 더 강한지, 금마초처럼 따를 가치가 있는지 확인만 하면 언제든지 승상을 따르겠다는 말 아니오?”

가후의 말에 철리길은 살짝 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맞는 말인데 가후의 입에서 나오니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다.

“그렇소. 승상이 금마초 만큼의 무력을 가지고 있다면, 아니. 그 이상이라면 나뿐만 아니라 강족 모두가 진심으로 승상을 따를 것이오. 허나 그가 금마초보다 더 강할 리가 없잖소.”

철리길은 진심으로 마초보다 더 강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철리길은 이의민은 물론 여포도 본적이 없다. 그러니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가 마초인줄 알고 있었다. 아직 약관도 넘지 않은 마초에게 직접 굴복당한 이들이 바로 강족 아닌가. 그러니 더더욱 마초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인물이라 믿고 싶은 철리길이다.

사실 마등도 이의민이 정말 마초보다 더 강한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이의민의 인간 같지 않는 모습은 충분히 보았다. 하지만 결국 마초와 붙어본 적은 없다.

이의민 이전에 여포도 인간 같지 않은 무력을 가졌다고 명성이 자자했지만, 마등은 마초도 절대 그 못지않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마초는 지금보다 더 어린 나이에 힘을 숭상하는 강족을 무력으로 굴복시켰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마등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마초는 해마다 무섭게 성장하고 있었다. 지금은 강족을 굴복 시켰을 때보다 얼마나 더 강해졌을지 상상도 안 될 정도다.

그래서 마등은 살짝 불안해하고 있는데, 가후는 답이 뻔히 나왔다는 듯 여유롭게 철리길에게 말했다.

“자자! 그럼 여기서 서로 말로 다툴 필요가 없소. 곧 승상께서 도착하실 것이오. 그때 한 번 그분의 능력을 가늠해 보시지요.”

“어떻게 가늠하겠단 거요?”

“여기 마 공자께서 승상과 직접 비무를 하시면 간단하게 끝나는 것 아니겠소?”

가후의 마등은 크게 놀랐다. 승상인 이의민이 마초와의 비무를 그리 간단하게 승낙할지 미지수다. 그런데 가후는 이미 성사된 일인 것 마냥 떠드니 놀랄 수밖에 없다.

한편 철리길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가후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건 아니 되겠소. 우리는 중원에서 떠도는 소문 따위는 믿지 않소. 그러니 먼저 우리 강족의 영웅 아단과 월길이 마초보다 먼저 승상을 검증해야겠소.”

“후후. 그럼 그러시지요.”

“참고로 우리 전사들은 한나라의 승상이라고 절대 봐주지 아니 할 것이오. 그 점 명심하시오.”

옅은 웃음을 짓는 가후. 그걸 보는 마등은 황당할 뿐이다. 가후는 대체 무엇인데 이런 결정을 멋대로 내리는 것인지 말이다.

**

장안에 이의민군이 입성했다. 현재 장안을 점령하고 있는 마등과 강족은 성문을 활짝 열고 아무런 저항 없이 이의민군의 입성을 받아들였다.

이의민도 홍농에서 마등의 서신을 받고 그가 동탁의 뒤를 치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전혀 놀라지 않고 자연스럽게 장안에 입성하는 이의민이다.

위풍당당하게 적토마를 타고 들어오는 이의민 앞에 마등이 가장 먼저 나가서 무릎을 꿇었다. 순순히 복종하겠다는 의미다.

“서량의 마등이 승상을 뵙습니다.”

이의민은 마등의 인사를 가볍게 받았다. 어찌 보면 전세가 기울어가자 비겁하게 동맹을 배신하고 자신에게 붙은 박쥐같은 인물이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의민은 마등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의민도 돌아가는 꼴을 보니 마등은 동탁과 동맹을 맺었다기보다는 사면이라는 조건 때문에 이용만 당했던 거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마등이 제안을 해오던 시기는 승부의 무게추가 완전히 기운 시기도 아니었다. 그때는 한번 패퇴하긴 했지만 군사들의 피해도 미미했고, 결정적으로 여포도 살아있었다. 참으로 적절한 때 제의를 해왔다고 보면 됐다.

“그래. 과연 듣던 대로 서량과 강족을 아우를 만한 인물이군.”

그리고 직접 만나보니 사람됨도 나름 나쁘지 않아보였다.

“나 승상 이의민은 황제 폐하를 대리하여 금일부로 마등의 반역죄를 사면토록 하겠다. 뿐만 아니라 마등을 서량자사 겸 우장군으로 임명한다. 더불어 한수는 무위 태수로 임명한다.”

이의민의 선언에 마등은 감격한 표정으로 허리를 더 깊이 숙였다. 오랜 기간 염원했던 사면이 단번에 이뤄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거기에 서량자사와 우장군이라는 고위 관직까지 받게 됐다.

“감사합니다! 승상! 이 은혜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마등과 한수를 비롯한 그의 수하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이는 가운데 뻣뻣한 자세로 서 있는 자들이 있었다.

마등은 슬쩍 눈치를 보다가 다급하게 이의민에게 고했다.

“스, 승상! 죄송합니다. 저들은 강족인데, 소인이 저들을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의민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아니야. 놔둬. 놔둬.”

그리고 뻣뻣하게 서 있는 인물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둘러봤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이의민의 시선에 한곳에 멈췄다. 고개를 들고 뻣뻣하게 서 있는 자들이 제법 되었지만, 유독 이의민의 시선을 끄는 단 한명의 사내였다.

그는 강족 같지도 않았다. 하얀 피부에 콧날이 오뚝한 것이 참으로 조각 같은 외모를 지녔다. 게다가 이곳에 있는 인물들 중 가장 나이가 어려 보였다.

이의민은 그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지만, 한눈에 알 것 같았다.

“호오! 네가 그 마초로구나.”

이의민의 말대로 그 사내는 마초였다. 천하의 이의민 앞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고 똑바로 눈을 마주치며 호승심을 숨기지 않고 있었다.

자신 앞에서 이 정도 기운을 드러낼 수 있는 사내는 이곳에서 마초가 유일했다.

“승상을 뵙습니다.”

말투는 정중했지만, 오만한 기운이 그대로 배어 있다. 마등은 화들짝 놀라며 마초에게 제발 자중하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마초는 그걸 무시한 채 끝까지 이의민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반갑구나. 그럼 너희들은 강족인가?”

그런데 이후 마등은 더 놀랐다. 여태껏 마초가 내뿜는 강한 기운에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은 없었다. 그런데 이의민은 마초의 기운을 정면을 받고도 그저 어린아이의 재롱을 본다는 듯 가볍게 넘겼다.

마등은 급히 마초를 쳐다봤다. 이의민에게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마초가 길길이 날뛸 거라 생각하고 그를 말리려 했다. 그런데 마초는 의외로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런 와중에 이의민과 강족의 왕 철리길의 대화가 이어졌다.

“맞소. 승상. 난 강족의 왕인 철리길이오. 한데 이건 알아두시오. 우리 강족은 우리보다 강하지 않은 자를 섬길 생각은 없소. 마 대부의 뜻과는 관계없이 아직 승상을 따를 마음이 없다는 뜻이오.”

도발과도 같은 철리길의 말에 이의민은 빙긋 웃었다.

“그런가? 그럼 내가 너희들보다 더 강하다는 걸 보여주면 되나?”

“그렇소. 강족 최고의 전사인 아단과 월길이오. 승상께서 만약 둘 중 한 명을 이긴다면 우리도 승상을 인정할 생각이 있소. 허나....”

이때 순유가 끼어들었다.

“감히 승상께 이 무슨 망발이란 말이오? 승상께선 그대들의 눈요깃거리가 되실 분이 아니오.”

“갈! 거기 비리비리한 놈은 뭘 알고 그리 떠드는가? 이것은 우리 강족의 운명이 걸린 승부다. 이것을 눈요깃거리라 폄하하는가!”

순유와 철리길이 서로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가운데 가후가 슬쩍 이의민에게 읍소했다.

“승상. 소인 가후라 합니다. 어찌 보면 승상에게 무례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이렇게 한 번 꺾어 놓으신다면 앞으로 승상에게 충성을 바칠 만 한 인물들입니다. 소인의 생각으로 감히 말씀드리는 바, 절대 손해 보는 일이 아니실 것입니다.”

가후는 마치 이의민의 승리가 당연한 듯 말하고 있다. 곽가는 황당하다는 듯 가후에게 물었다. 어디 가서 제정신이 아니라는 말을 듣지 않은 적이 없는 곽가가 봐도 가후는 보통이 아니었다.

“흠흠! 저기 강족들도 다 듣고 있는데 그리 말해도 되겠소?”

“상관없습니다. 강족들은 차라리 뒤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모욕으로 아는 자들입니다. 오히려 이리 직설적으로 말해주는 걸 오히려 좋아하지요.”

이의민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의라고는 눈을 씻어도 찾아볼 수 없는 놈들이지만 이들의 순수함이 마음에 쏙 들었다.

“좋다! 제안을 받아들이지. 일단 좀 씻고 간단히 요기 좀 하고, 한 시진 뒤 시작하는 걸로 하지.”

그렇게 강족의 이의민 검증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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