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무신이 삼국지를 다 때려부숨-59화 (59/175)

59. 반 이의민 연합 (1)

복양성으로 들어서는 이의민과 그 군사들. 성 앞에는 순유가 미리 마중을 나와 있었다.

“오랜만이군. 공달.”

“주군. 그간 무탈하셨습니까?”

“탈이 날 것 따윈 없지. 한데 내 서신은 받았는가?”

“예. 들어가서 말씀하시죠.”

연주까지 점령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이제 하진과 반 이의민 연합이라는 새로운 적이 등장할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연주에 대한 사후처리가 우선이긴 했다.

그래서 순유로부터 연주 점령에 대한 전반적인 보고를 받는 이의민이다.

“그리하여 각 연주의 지역에 우리 군을 주둔한 상황입니다.”

“전향한 청주 황건적이 무려 8만이나 된다고?”

“그렇습니다. 청주 황건에 가담했던 거의 대부분이 전향을 했습니다. 주군께서 신선이시라는 홍보가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물론 여기 있는 관해 장군의 공도 컸지요.”

순유의 칭찬에 옆에 있던 관해는 실실 웃으며 마치 쓰다듬을 갈구하는 강아지 같은 모습이다.

“헤헤. 최선을 다했습니다요.”

“듣자하니 교모도 구해줬다면서?”

“예. 조조의 아비인 조숭이 함정을 팠었는데, 그걸 소장이 파훼하고 잽싸게 가서 교모 태수를 구했습지요.”

“아무튼 잘 했어. 살짝 미덥지 않은 구석도 있었는데, 제법 공을 세우는군.”

관해를 칭찬하고 다시 순유의 보고가 이어졌다.

“그리고 조숭을 생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혹시 그를 이용하여 조조를 잡아보려고 했지만, 역시 조조는 이에 말려들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지. 그럼 조숭은 어찌 처리를 해야 되겠나? 그냥 죽일까?”

“제 생각에는 조금 더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이야 조조가 냉정하게 넘어갔다지만 차후 변수를 이끌어낼 중요한 패가 될 수도 있습니다.”

“좋아. 그건 공달의 생각대로 해.”

연주에 대한 안건을 모두 토의한 이의민과 순유는 그 다음 안건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어쩌면 연주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반 이의민 연합에 대한 얘기였다.

“자! 그럼 이제 하진이 계획하고 있는 반 이의민 연합에 대한 얘기부터 해보자고.”

순유는 살짝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저도 예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반역이라는 누명을 씌워 반 이의민 연합이라니.... 어쨌든 이 상황을 어찌 돌파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 것이 있습니다.”

“그래? 어찌하면 되겠나?”

“첫 번째 방법은 가장 안전한 대처 방법이긴 하지만, 아마 주군께서 가장 싫어하실 겁니다.”

“어떤 방법이길래....?”

“하진은 능력에 비해 오만하고 아부에 약한 자입니다. 성격 역시 우유부단하기 그지없습니다. 누구보다 명예로운 자리를 좋아하지만, 막상 큰 일이 일어나는 걸 두려워하지요. 주군께서 하진 앞에 한번 숙이는 척 하시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 하면 큰 전쟁은 피할 수 있다?”

“예. 솔직히 말씀드리면 주군께서 아무리 3주를 차지했다지만 모든 제후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러니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흐흐. 그러니까 내가 가장 싫어하는 방법이라고 하지 아니 했던가? 그럼 공달은 결국 내가 이걸 택하지 아니 하리라는 것도 잘 알겠군.”

“역시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이의민과 순유의 대화를 들은 곽가는 황당하다는 듯 끼어들었다.

“아니?! 주군. 공달형. 둘 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잠깐의 굴욕만 참으면 큰 화를 피할 수 있다고 했잖습니까?”“봉효. 그건 내 방식이 아니야. 난 부러질지언정 구부리지 않는다.”

“아니... 그래도....”

“그럼 봉효 자네 앞에 자네보다 더 천재가 나타났네. 그럼 그와의 승부를 피할 건가?”

“저보다 더 천재가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어쨌든 만약 그럼 놈이 나타났다면 끝까지 승부를 봐야지요. 누가 더 천재인지.”

“그럼 답 나왔군.”

말을 꺼냈던 순유 역시 이의민이 첫 번째 선택을 할 것이라고는 추호도 생각지 않았다. 바로 두 번째로 넘어가는 순유.

“그럼 역시 철저히 전쟁 준비를 하여 연합과 정면으로 맞서는 수밖에 없겠군요. 허나 이건 첫 번째와는 반대로 너무 위험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모든 제후들의 연합입니다. 그 전력은 너무도 어마어마하여 감당하기 힘들 것입니다. 단 정면으로 맞붙었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뭔가 생각이 있나 보군?”

“네. 우리는 정면으로 낙양의 황군을 상대하면서 뒤로는 연합의 세력을 와해시킬 것입니다.”

“연합을 와해시킨다?”

“그렇습니다. 당장은 주군께서 반역을 했다는 명분으로 저들이 뭉칠 수는 있습니다. 게다가 주군이 현재 가장 위협적으로 세력을 키우셨으니 더 그렇겠지요. 허나 저들도 모두 자기 앞가림이 바쁜 이들입니다. 내부적인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뭉칠 수 없는 이들끼리 뭉친다는 얘기지요.”

“구체적으로 말해보라.”

“일단 하북의 4제후, 원소, 공손찬, 유우, 한복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특히 공손찬과 유우는 지금 한창 전쟁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병주의 여포와 손을 잡은 원소 역시 한복과 심상찮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요. 이들이 서로 손을 잡는다? 개가 웃을 일입니다. 겉으로는 서로 연합에 합류했다고 하더라도 서로 뒤통수치는 것만 노리고 있을 겁니다.”

“연합으로 참가해놓고 서로의 뒤통수만 노리고 있다라.... 딱 도적 토벌 때 원소의 모습이군.”

“마찬가지로 서량의 동탁과 마등 역시 서로를 견제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완전히 발을 빼진 않더라도 손해를 감수할 마음은 없을 것입니다.”

순유가 언급한 이름이 빠지니 갑자기 무게감이 확 줄어들었다. 그렇게 놓고 보니 상대하기 힘들 것 같은 절대적인 연합이 아니었다.

“뭐가 됐던 간에 나는 그냥 앞에 보이는 적만 다 잡아 죽이면 된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뒷공작은 저와 봉효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아니 그래도 이미 우리 첩자들이 하북과 서량에 공작을 하고 있습니다.”

역시 순유의 일처리는 일사천리다.

이 자리에서 순유에 비해 곽가가 한 것은 없었다. 그래서 자극이라도 받았는지 중요한 얘기를 꺼냈다.

“그런데 공달 형도 주군께서 보낸 서신을 보기 전까지는 반 이의민 연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네.”

“그렇다면 원상 형이 이미 적진 깊숙한 곳에 우리 사람을 심어 놓은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잘 생각해보십시오. 공달 형도 전혀 모르고 있던 반 이의민 연합입니다. 즉, 반 이의민 연합은 현재 하진에 의해 극비리에 진행 중입니다. 그런 일을 원상 형이 어찌 알고 보고를 했을까요?”

이의민은 그제야 곽가의 말을 알아들었다.

“오호라! 원상이 하진 근처에 사람을 심어놨다는 얘기로군. 한데 그 능력이 대단한 모양이야. 이 정도 정보라면 극비 중에 극비일 텐데, 척하고 알아오니 말이야.”

“그렇습니다. 대체 어떤 인물을 썼는지 몰라도 평범한 인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의민이나 곽가, 순유 모두 종요가 하진에게 심어 놓은 첩자의 정체를 궁금해 했다. 누군지는 몰라도 꼭 한번 보고 싶은 인물이다.

“아무튼 전쟁 준비를 해야겠군. 상대할 연합의 힘이 줄어들긴 하겠지만, 그래도 연합은 연합이니....”

“그렇습니다. 빈틈없이 철저히 준비하겠습니다.”

순유와 곽가가 준비를 한다며 떠났다. 이의민 역시 놀고 있을 틈이 없다.

얼른 군사들이 한창 훈련을 하고 있는 병영으로 갔다. 앞으로 대책을 어찌 세워야 할지는 순유와 곽가, 두 사람의 몫이지만 군사들을 훈련하고 단련시키는 것은 이의민의 몫이다.

현재 이의민에게는 무려 16만의 군사들이 있었다. 그들의 구성은 원래 이의민군이었던 이들, 청주 황건적이었던 이들, 서주군이었던 이들, 조조군 포로였던 이들까지 매우 다양했다. 그리고 다양한 만큼 그들의 상태는 천차만별이었다. 누구는 온갖 전투경험으로 눈감고도 전투를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자도 있고, 누구는 무기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이의민은 16만에 달하는 이들을 모두 같은 수준으로 올리는 게 목표다. 전부 정예병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어리바리하지 않고 자기 역할을 수행할 수준은 돼야 한다.

“곽봉 형. 훈련은 좀 할 만하오?”

이의민은 한창 훈련을 하고 있는 곽봉에게 물었다.

“왔냐? 의민이. 다들 슬슬 사람구실은 하는데... 네가 원하는 수준으로 전장에서 써 먹으려면 아직 달포정도는 시간이 필요할 거다.”

“달포라.... 알겠소.”

**

“당장 종요, 그 놈을 잡아 들여라!”

하진은 뒤늦게 들어온 보고에 길길이 날뛰었다. 종요가 결국 이의민에게 두 번째는 물론 세 번째 물자까지 보냈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다.

종요가 자신을 따른다고 생각했던 하진으로서는 그야말로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셈이었다. 이때 뒤를 따르고 있던 정욱이 은은한 미소를 띤 채 하진을 달랬다.

“진정하시지요. 대장군.”

하진은 별안간 의심스럽다는 눈빛을 발산하며 정욱을 돌아봤다.

“중덕! 네놈! 그러고 보니 네놈 역시 종요, 그놈의 친구였다지? 네놈도 내 뒤통수를 치려는 것 아니더냐?”

하진의 추궁에 정욱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주군. 그리 말씀하시면 참으로 억울합니다. 소인이 주군을 뫼신지 얼마 되지 아니 했을 때, 소인이 뭐라 조언을 해드렸습니까? 종요, 그 자를 너무 믿지 마시라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주군께서는 뭐라 하셨습니까?”

그제야 옛 기억이 떠오른 하진은 헛기침을 하고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뒀다.

“험! 험! 미안하네. 중덕. 그때 자네가 분명 그리 말했는데, 내가 오히려 친구끼리 왜 그러냐고 했었지.... 아무튼 어찌하면 좋겠는가? 종요, 이 배신자 놈을 당장이라도 찢어 죽여야 하지 않겠는가?”

“고정하십시오. 주군. 그런 작은 일 따위를 신경 쓰실 게 아닙니다.”

“내 명을 어겼는데 어찌 작은 일인가?”

“물론 평범한 이에게는 큰일입니다. 허나 대장군이 보통 사람입니까? 천하를 아우르고 곧 전쟁까지 준비해야 할 대장군에겐 그깟 물자 조금 잃는 건 너무나 작은 일입니다. 거기까지 신경 쓸 시간도 아깝습니다.”

은근히 추켜 세워주는 듯한 정욱의 말에 다시 하진의 기분이 금세 풀렸다.

“흠흠... 그, 그런가? 하긴 그렇긴 하지. 일단 큰일부터 처리하고 종요는 차근차근 처리해야겠군. 그래. 중덕. 계획은 세워놨는가?”

“아직 답신을 아니 낸 제후도 있습니다만.... 소인의 생각으로는 이 정도도 충분할 것입니다.”

정욱은 조조의 격문에 제후들이 보내온 답신을 모아서 하진에게 보여줬다. 하진은 격문에 대한 답신을 흐뭇하게 보다가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으음.... 그런데 원술, 이놈은 왜 아직도 답신을 아니 보낸 건가? 그놈도 이의민에게 감정 좋지 아니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여간 건방진 놈들 같으니... 그깟 놈 하나 없어도 상관은 없지. 출정은 언제가 좋겠는가?”

하진의 질문에 정욱은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제후들에게도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할 것입니다. 대략 달포 뒤, 그때가 적기일 것입니다.”

“달포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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