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왕 마검의 주인-300화 (300/307)

# 300

& 약속을 지킨 나무가 잠든 곳.

「 라이트닝 블러드.

너는 엘릭서가 정해준 규격조차 거부했다.

한 시대에 국한된 구원이 아니라, 호수 전체를 구원할 의지를 품었다.

네가 선택한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그 끝에서 나는 기꺼이 너에게 언젠가 나의 경배를 바치겠다. 」

*  *  *

세인은 하얀 모래사장에 홀로 누워 있었다.

모래사장이 품은 바다는 보라색이었다.

그러니까 그가 지금 누워 있는 별은 보라색의 바다를 가졌다.

눈을 반쯤 뜬 세인은 종아리에 와 닿는 물결을 느꼈다.

“깨어났나?”

세인에게 말을 거는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지금 세인의 배 위에 앉아 있는 상태였다.

세인의 안색을 살펴보느라 몸을 기울인 소년의 그림자가 세인의 얼굴을 덮었다.

세인은 그런 소년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어지간하면 옷 좀 입고 다니지 그래?”

그러자 까마귀, 즉 세계수가 깔끔하게 맞받아쳤다.

현재 소년의 모습인 그는 알몸 상태였다.

“나무가 옷 입고 돌아다니는 거 봤어?”

“….”

한참 후에야 세인은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나무는 돌아다니지 않아.”

“지금 내 앞에서 나무에 대해 잘 안다고 자신하는 거야? 돌아다니는 나무가 지금 네 말을 들으면 꽤 섭섭해하겠다.”

세인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다시 파도 소리만이 소년과 세인 사이를 채웠다.

시간이 흘러 서서히 저녁을 맞이하는 하늘 속에는 기묘한 달이 떠올랐다.

기묘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달은 여기의 보라색 바다 만큼이나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저긴 어디지?”

세인이 턱으로 달을 가리키자 소년이 대답했다.

“또 다른 지옥이지. 여기와 마찬가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 가는 곳이다.”

“그래도 이렇게 보니, 저긴 매우 아름다워 보이는데. 게다가 여기도 꽤 아름다워.”

세인의 말대로 하늘 속의 달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황홀할 만큼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소년은 낮게 웃었다.

“그 아름다운 별에서 영원히 혼자라는 게 문제지. 외로움은 지적 생명체에게 있어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이잖아. 거울로 삼을 존재가 없으면 성장할 수 없고, 대화 상대가 없으면 종국에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잊어버려. 이 넓고 아름다운 장소는 그런 괴로움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이고. 이 모든 게 잔혹한 시나리오야.”

“그런가.”

“지옥인 여기 어딘가에 내 동생이 있어.”

“….”

“그 애는 어쩌면 벌써 나를 잊었는지도 모르지. 지옥의 시간은 이승과 다르게 흐르니까. 그래도 상관없어. 그 애는 홀로 여기에 존재할 운명이었어. 그런데 신이 내게 약속했다. 마지막에 동생과 함께하도록 해주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해서 내가 여기로 오게 된 거야.”

“신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텐데.”

“너는 모르겠지만, 신은 이미 한번 과거로 온 적이 있었어. 그때 난 신에게 오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동생과 함께할 수 있다고 말이야. 그러니 내 동생은 더는 외롭지 않게 되는 거지. 그리고 괴로웠던 과거도 잊을 수 있고 말이야. 이 정도면 해피엔딩이지. 그렇지 않나?”

“….”

그때 세인의 손에 세계수의 손길이 느껴졌다.

세계수가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은 것이다.

그건 세계수가 세인에게 보내는 위로였다.

“세인. 나의 검은 왕. 정말 잘했다. 너는 왕으로서 네 백성의 미래뿐만이 아니라, 모두의 미래를 열어 버렸구나. 네 선택과 네 의지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혔다. 네 은혜에 감사한다.”

“….”

“게다가 네 덕분에 나는 동생과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었어. 네가 미래를 열었기에 그 미래에서 신이 존재할 수 있었고, 그 신이 나에게 은혜를 베풀 수 있었다. 여기에 혼자가 아닌 둘이 존재할 수 있다면, 이 별도 지옥이 아닌 거야.”

세인은 유난히 어색한 기분에 말 몇 마디를 던졌다.

“일단 알몸인 동성이 손을 매만지는 건 썩 좋은 경험이 아니야. 지금 내가 받은 충격은 꽤 오래갈 수도 있어. 그리고 정확히 말하자면 이 별에는 둘이 아니라 셋이 있는 거지.”

그러자 세계수가 환하게 웃었다.

“너는 집으로 돌아가야지.”

세계수의 따뜻한 말에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다.

“과거에 네게 약속했잖아. 네가 검은 왕으로서 최선을 다한다면, 기꺼이 네게 경배를 바치겠다고 말이다. 나는 이미 유미리를 살려낸 경험이 있다. 어차피 죄인으로서 여기, 지옥에 와있는데 한 번 더 죄를 지어서 안 될 건 뭐지?”

“….”

“다만, 세상이 너를 잊었다 해도 너무 섭섭해하지 말아라. 세상도 살아남으려고 그러는 거야. 어떻게든 자신의 본질을 유지하고 싶어서 말이야. 그게 누군가가 보기엔 공평하지 않을 수도 있고, 분명 잘못된 구조지만 언젠가는 고쳐지겠지. 너와 세리스 사이에서 태어난 신이 그 섭리를 고칠 날이 있을 거다. 나는 네가.”

그리고 세계수는 잠시 망설였다가 말을 계속했다.

“나는 친구인 네가, 존경받아 마땅한 네가. 부디 섭섭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세인의 중얼거림 위에서 세계수가 이별을 말하고 있었다.

“친구여. 나는 여기를 숲으로 가득 채울 거야. 그래서 초록색의 땅으로 만들겠어. 그 속에서 내 동생과 손을 잡고 행복하게 살아갈 거야. 지옥 속에서의 행복이라는 게 참 웃기지만, 안 될 게 뭐가 있겠어? 그러니 너도 어디에 있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잘했다. 세인. 나의 존경을 받아 마땅한 왕.”

내 자랑스러운 왕.

내 사랑스러운 왕.

나는 기꺼이.

진심을 다해, 기꺼이.

위대한 너에게.

세계수의 얼굴이 천천히 다가오자 세인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세계수는 세인의 이마에 축복의 입맞춤을 했다.

“나의 모든 경배를 바친다.”

마지막으로 따뜻한 세계수의 눈이 소리 없이 속삭였다.

‘나의 왕이여, 안녕. 부디 행복하기를.’

*  *  *

어느 날,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린 세인은 자신이 숲 한복판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방이 싱그러운 녹음 투성이었고.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이, 그의 몸을 뒤덮은 그늘도 같이 뒤흔들고 있었다.

초록색의 나뭇잎들 사이로 떨어져 내리는 햇빛이 세인의 눈을 따갑게 했다.

그래서 세인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려 팔을 움직인다.

그때 뭔가가 걸리적거렸다.

그제야 세인은 자신의 가슴 위에 뭔가가 얹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일까?

세인이 가슴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을 확인하려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자 검은 뭔가가 같이 들썩였다.

이제 막 죽음에서 깨어난 세인은, 눈의 초점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무엇인지 몰랐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그의 가슴 위에 있는 물체는 검은 새였다.

까마귀는 커다란 양 날개를 활짝 펼친 채 숨을 거둔 상태였다.

죽어 있는 까마귀는 과거에 세인에게 말했었다.

그것은 어떤 미래든지 자신이 그 끝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게 이런 의미일 줄이야.

세인은 손을 들어 까마귀의 등을 천천히 쓸어 주었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 약간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고맙다.”

그렇게 검은 새는, 약속대로 검은 왕에게 목숨을 바쳤다.

*  *  *

대륙이 전화에 휩싸였다.

그때 신성처럼 나타나 혼란을 잠식시킨 것이 바로 북부의 왕인 세리스와 에릭센이었다.

성기사 출신인 세리스는 세계수 지역과 동맹을 맺고 중부까지 내려와 몬스터들을 소탕했다.

그녀가 쟁취한 승리로 인해 중부는 평화를 되찾게 된다.

빛의 성녀 세리스.

세상은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됨과 동시에 찬사를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중부를 평정한 세리스는 그것에 만족하고 귀국해 버린다.

그리고 미천한 출신이라고 놀림당하던 에릭센 왕은 중부뿐만이 아니라 남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공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대륙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업적을 세우게 된다.

그는 세리스를 설득해 전쟁에 참여하게 했고, 드레퓨스를 박살 내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바이테스를 유린했던 몬스터들도 완전히 처리한 게 바로 에릭센이었다.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발자국을 남긴 것이다.

그야말로 이 땅에서 몬스터를 완전히 몰아낸 장본인이기 때문에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이었다.

이제는 그의 출신에 대해 손가락질하는 자가 없게 되었다.

오히려 대륙 각지에서 에릭센의 동상을 세우느라 바빴다.

세상을 위기에서 건져낸 영웅 에릭센.

*  *  *

비록 세리스는 북부로 돌아갔지만, 환난에서 대륙을 구해낸 에릭센은 황제로 추앙받으며 중부의 기둥이 되었다.

작은 나라의 왕에서 대륙을 구한 영웅으로, 황제의 자리에 도달한 에릭센은 인간을 대표하는 영웅이자.

신화의 주인공으로 기억되게 될 것이다.

세인은 마검과 계약을 하며 한 가지 소원을 빌었던 적이 있다.

대전쟁이 끝나고 수많은 죽음이 일어난 지금, 모두가 바라는 것은 간단명료한 것이었다.

세인은 유서나 마찬가지인 서신을 통해 세리스에게 소원을 부탁했었다.

홀리 디스트로이어와 계약한 세리스는 세인이 원하는 소원을 빌었다.

그렇게 해서 죽었던 사람이 살아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하여 홀리 레이크는 세리스를 성녀로 인정하고, 그녀의 영광을 존중한다는 친서를 보냈다.

이제 세리스는 세계를 구한 영웅이자 빛의 성녀로서 역사 속에 남겨지는 것이었다.

과거 세인이 사람들을 부활시켰을 때, 까마귀는 홀리 디스트로이어야 말로 부활에 최적화된 존재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은 사실 그대로였다.

성검은 숫자에 상관없이, 아무런 부작용 없이 죽었던 사람을 살려냈다.

세인의 입장에서는 부하들의 일시적인 죽음에 슬퍼할 이유가 없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죽어도 살려내면 된다.

부하들이 죽어도, 학살이 일어나도….

결국, 오늘날처럼 세리스가 살려내 버리면 된다.

세인은 그런 생각을 품었었다.

그 당시에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음에 대한 애도가 아니라 승리에 대한 각오였다.

승리할 수 없다면 사람들을 살려낼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함정에 빠져 몰살당했을 때에도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각오를 다졌던 것이다.

기필코 승리하고야 말겠다는 필사의 각오였다.

그리고 결국 그가 바란 대로 승리를 일구어냈다.

그리하여 세상이 갈망하던 궁극적 결말을 모두의 손안에 쥐여줄 수 있었다.

죽은 자가 되돌아오고, 세상은 평화로워졌다.

이제 남은 것은 눈부신 번영뿐이었다.

*  *  *

나탈리는 그날도 혼자 수프를 떠먹고 있었다.

그녀가 수프를 깨끗이 비웠을 때 옆방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그녀는 반사적으로 입을 연다.

“바람이 새어 들어오면 곤란한데.”

나탈리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열린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을 완전히 닫았다.

쿵.

그다음에 나탈리는 콧노래를 부르며 설거지를 했다.

그릇을 다 씻었을 때 문을 두들기는 소리를 들었다.

“누구세요?”

쾅쾅.

“누구냐고요!”

나탈리가 문을 열어젖히자 밖에 서 있는 미스틸 테인이 보였다.

산을 급하게 올라오느라 얼굴이 약간 붉어진 미스틸 테인은 한 손에 토끼를 들고 있었다.

귀가 잡힌 토끼는 코를 실룩이며 나탈리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나탈리와 미스틸 테인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모자 사이인데도 묘하게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아마도 그건 서로의 무의식이 빚어낸 위화감 때문일 것이다.

살아서 마주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위화감.

세리스가 사람들을 부활시킨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었다.

세상이 세인의 존재를 소각하는 과정과 세리스의 부활이 기묘하게 엉킨 부분이 있었다.

미스틸 테인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처음부터 죽지 않았던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처음이었다.

“문을 얼마나 오래 두들겼는지 아세요?”

먼저 정신을 차린 미스틸 테인의 말에, 나탈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세상에 어느 아들이 어머니 집에 찾아오는데 노크를 하고 들어오니. 그냥 들어오면 되지.”

“여기에 계신 동안 성격이 많이 바뀌신 것 같아요. 평소에 그렇게도 예의범절을 중시하셨으면서.”

약간의 두통에 머리를 짚은 어머니를 보자 미스틸 테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 괜찮으세요?”

이마에서 손을 내린 나탈리는 미스틸 테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팔을 벌려 보였다.

그 앞에서 미스틸 테인은 잠시 당황했다.

무슨 의미인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이리 와라. 아들. 잠시만 안아보자.”

“예?”

나탈리는 자기 아들을 끌어안았다.

미스틸 테인의 등 뒤로 두른 팔과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왠지 모를 안도감과 참았던 설움이 왈칵 몰려왔다.

나탈리가 간신히 눈물을 참고 서 있는데, 미스틸 테인이 등을 두들겨 주었다.

진정하라는 의미로 말이다.

“어머니. 물론 휴양 때문에 이런 곳에 있는 것도 좋지만, 평소에 너무 외로우신 거 같아요. 그만 내려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시중드는 하인도 없이 이게 무슨 고생입니까?”

미스틸 테인의 말에 나탈리는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려가자. 어서 내려가자꾸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 후에 나탈리의 얼굴에서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탈리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그냥 울고 싶었다.

미스틸 테인은 갑자기 흐느끼는 어머니의 모습에 굉장히 당황했다.

그리고 어머니를 진정시키기 위해 꼭 안아 주었다.

그날 저녁 모자는 사이좋게 산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길을 내려가던 나탈리는, 여전히 미스틸 테인의 손에 잡혀 있는 토끼를 보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그건 웬 토끼니? 저녁으로 먹으려고 가지고 온 거야?”

그러자 미스틸 테인이 끔찍한 소리 하지 말란 얼굴로 대답했다.

“예? 그냥 어머니가 적적하실까 봐, 애완동물로 가지고 온 거예요. 어머니께서 동물 다듬는 법이나 아세요? 그런 일은 다 하인들이 했지 직접 할 줄 모르시잖아요.”

그러자 나탈리가 웃었다.

그리고 그녀는 손을 뻗어 미스틸 테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래, 장하다. 내 아들. 마음 씀씀이가 착하고 따듯하구나. 미스틸 테인. 이 어미는 너를 정말 사랑한다. 네가 돌아와서 너무 기쁘구나.”

“예…. 뭐….”

미스틸 테인은 오늘따라 진짜 어머니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산 아래에서는 커다란 마차가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마차가 나탈리의 상상 이상으로 고급스러웠다.

미스틸 테인의 집안도 잘 사는 편이지만, 마차의 호화로움은 그 수준을 넘어섰다.

게다가 마차에 박힌 문양….

나탈리의 시선을 받은 미스틸 테인이 멋쩍게 웃었다.

“그분에게 혼담이 왔습니다. 실은 그래서 어머니를 찾아뵌 거예요. 어머님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니까요.”

“같은 여자로서 이런 말은 부끄럽지만, 네 앞이니 솔직하게 말하마. 공주님은 아름다운 분이 아니야. 그래도 괜찮겠느냐?”

트리엔의 문장이 새겨진 마차와 아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묻는 나탈리였다.

그런 그녀의 옆에서 미스틸 테인이 대답했다.

“대신 굉장히 현명하신 분이죠. 그리고 상냥하십니다.”

“부디 네가 애국심 때문에 결정한 일이 아니라면 좋겠다. 미스틸 테인. 나는 네가 행복해지길 바란단다. 정말 그분을 사랑하니?”

“어머니.”

미스틸 테인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웃어 보였다.

“저는 얼굴보다는 마음씨 착한 여자가 좋아요. 그래서 저는 트리엔의 왕실에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그리고 미스틸 테인은 토끼를 들어 올렸다.

“이 녀석 참 귀엽잖아요. 싫으세요?”

야생 토끼가 얼마나 성질 있고 난폭한 동물인지 모르는 미스틸 테인이었다.

“괜찮다. 난 뱀만 아니면 돼. 뱀만 아니라면 뭐든 좋아.”

“당연히 제가 어머니께 뱀을 선물할 리가 없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뱀을 선물하는 경우는 없다고요. 오늘 정말 이상하시네요.”

“그래 그렇지.”

한차례 웃어 보인 나탈리는 미스틸 테인의 손을 잡고 마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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