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왕 마검의 주인-292화 (292/307)

# 292

& 돌아왔습니다. (6)

다음 날 아침이 밝아오자 드레퓨스를 맞이할 병력은 크게 세 개로 나누어졌다.

헌터 타워에서는 머독이 머물고 있었고, 양쪽 산의 높은 봉우리에는 비비안과 세리스가 각각 올라가 군을 지휘했다.

한곳에 뭉쳐 있다면 웨폰 마스터에 의해 단숨에 박살 나거나 무너져 내릴 위험이 있었기에 그렇게 한 것이었다.

새들이 바쁘게 세 지점을 옮겨 다니는 가운데, 죽은 자들의 군대가 도착한 것은 점심 무렵이었다.

산 위에 올라가 있는 비비안은 지평선과 하늘이 맞닿은 틈에서 몰려오는 적군의 깃발을 보았다.

그러면서 사정거리를 가늠했다.

그 사정거리 안에 적군의 선두가 들어왔을 때, 그녀는 엄지와 검지를 입에 대고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깃발을 움직이게끔 명령을 받았다.

그 명령은 깃발과 깃발 사이를 이으며 하부까지 내려가 투석기를 움직이게 했다.

헌터 타워 근처에서 진을 형성하고 있는 병사들은 자신들의 머리 위에서 무서운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검고 큰 그림자가 괴조처럼 병사들의 정수리를 스쳐 지나갔고, 그림자의 끝에서 모습을 드러낸 돌은 멀리 떨어져 있는 해골들에 명중했다.

땅이 울리며 수십 마리의 해골들이 돌 아래에서 뭉개졌다.

해골들을 부수고도 힘이 남은 돌이 데굴데굴 구르며 다시 수십 마리의 해골들을 집어삼켰다. 상황이 그러한데도, 해골들은 돌을 회피할 수단이 없었다.

하늘에서 날아오는 돌을 보고 일사불란하게 피할 순발력과 지능이 없었기 때문이다.

드레퓨스의 가미긴이 일으킨 죽음의 군대는 경이적인 행군 속도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평소에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었고, 물을 마시는 것에도 흥미가 없었다.

잠도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주야를 가리지 않는 이동이 가능했다.

게다가 그들은 공포도 모르는 존재들이었다.

이런 군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멀쩡한 군인들의 생목숨이 덧없이 사라졌다.

그렇게 타의에 의해 죽음에 귀의한 그들은, 태양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보무도 당당하게 행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죽은 자들의 영혼이 지옥에 떨어진다는 것은 접어두더라도, 일단 죽은 자들은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굼떴다.

그리고 지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효과적인 병술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지치지 않고 계속 걸으니까 다른 군대에 비해 결과적으로 행군 속도가 매우 빨랐지만, 팔과 다리를 흔드는 움직임은 흐느적거림에 가까웠다.

이런 현상은 북부지역에서 더욱 악화되었다.

추운 곳이니까 조금 남은 혈액이나 조직은 어김없이 얼어붙었고, 심하면 관절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점은 인간의 육체를 넝마처럼 뒤집어쓰고 있는 놈들을 둔화시키는 이유가 되었다.

갑옷을 껴입고 있는 녀석들은 추위에 쇠의 이음부가 얼어붙어서 최고로 느린 움직임을 보였다.

이런 굼뜬 녀석들에게 빠른 회피는 무리였다.

대신 한번 적과 엉겨 붙으면 움직일 수 없는 한계까지 달라붙을 것이다.

투석기를 통한 공격이 계속되자 선두의 피해는 점점 늘어만 갔다.

그러자 결국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선두가 정지하고 뒤쪽에서 변화가 일었다.

해골 말에 탄 기수가 등장한 것이었다.

말들은 비록 부패하긴 했지만, 아직 근육과 힘줄을 많이 남겨놓고 있었기 때문에 빠른 움직임이 가능했다.

말에 탄 기수의 골반은 말의 갈비뼈와 어지럽게 얽혀 있었다.

어떤 말은 그런 식으로 세 구의 해골을 몸에 매달고 있기도 했다.

그것을 보면 인간들을 죽여서 되살릴 때, 아예 말과 함께 접합한 것 같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많이 흐려졌지만, 갑옷에 말라붙은 피가 그때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는 듯하다.

“….”

말 없는 해골 기사들의 검지가 전방을 향하자, 말들이 땅을 박차고 달렸다.

그 기세에 사방에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단단한 땅을 두드리는 말발굽 소리가 파도처럼 앞으로 번져 나간다.

그 끝에는 방패를 들고 있는 인간의 군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해골 기수들은 인간의 살이 뼈에서 완벽히 분리되지 않아, 말의 등 위로 흘러내린 근육들이 이리저리 흔들거렸다.

그러다가 말이 달리는 속도가 최고조에 이르자 살들이 뒤로 붕 떠올라 망토처럼 펄럭거렸다.

인간의 살을 망토처럼 날리며 달려오는 해골들.

그들의 눈빛은 소름 끼치게 붉었으며, 이 사이에서 쉭쉭 거리는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났다.

하늘에서 날아온 돌덩이가 해골 말들을 몇 마리 맞췄지만, 인간들의 투석기가 발휘하는 운도 이 정도에서 끝인 듯했다.

해골 말들은 납작하게 변해버린 자신들의 동료를 짓밟으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 속도 그대로 인간들이 세운 방패에 직격을 가했다.

몇 마리의 말들은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다.

그리고 나머지 말들은 방패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렇게 인간들 사이로 끼어든 해골 말들은 속도가 점점 느려지면서도 꾸준히 앞으로 나갔다.

말의 상체에 붙어 있는 해골들은 추수하듯 열심히 칼을 휘둘러댔다.

공기를 가르며 날아온 화살이 해골의 갈비뼈를 맞췄지만 누가 봐도 치명타를 입히지 못했다.

갈비뼈 사이에 몇 대의 화살을 끼워 넣은 해골들은 아래턱과 위턱을 크게 벌리고 소리 없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의 벌려진 눈과 입속에서 내비친 붉은 욕망이 용암처럼 들끓었다.

그런 욕망은 그들이 휘두르는 무기의 끝에서 인간들의 피로 결실을 맺었다.

전쟁터는 이제 후끈해졌고, 욕설들이 마구 날아다녔다.

부서지는 욕설 사이로 허리가 끊어진 해골의 상체가 떠올랐다.

바스타드 소드를 잡은 기사가 말에서 분리해 낸 것이다.

기사의 눈은 날아간 해골의 상체를 뒤쫓을 수가 없었다.

확인할 시간을 가지기 전에 적의 보병들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이미 몇 차례 화살 세례를 받은 듯 몸에 듬성듬성 화살을 꽂고 있는 놈들이었다.

도끼와 칼을 들고 달려오는 해골 보병의 머리 위로 이상한 생명체가 날아다녔다.

거대한 살덩어리를 잔뜩 붙인 새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몸이 너무 무거워서 제대로 날지를 못했다.

몸체에 박힌 외눈은 뒤룩뒤룩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마치 착지할 자리를 찾는 것만 같았다.

“뭐야 저건? 저거 맞출 수 있겠어?”

“저렇게 느리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쏴서 맞춰라.”

그렇게 명령을 내린 기사는 아차 싶었다.

혹시라도 저 새 같은 것이 독이라도 품고 있다면 독주머니를 머리 위에서 터트리는 셈이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궁수들은 활시위를 손에서 이미 놓은 상태였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괴조들을 차례차례 맞췄다.

그러자 새들의 몸체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그렇게 사방에 뿌려진 육편이 해골들의 몸에 달라붙었다.

살덩어리에 달린 작고 많은 발이 뼈대를 붙잡고 단단히 시켰고, 이제 해골들은 힘줄과 근육을 부여받은 셈이 되었다.

전보다 힘이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행동도 더욱 민첩해졌다.

쏟아진 근육들은 땅바닥 위에 굴러다니는 뼈들을 닥치는 대로 이어 붙이며 기묘한 생물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죽어라!”

병사가 양손 도끼로 해골의 머리를 날려 버리자 허공에서 춤추듯 두개골이 빙글빙글 돌았다.

그 두개골은 피 냄새가 가득한 진흙 바닥 위를 굴러다녔다.

그 위로 고깃덩어리가 뿌려지자, 두개골은 그것을 이용해 주변에 떨어져 있던 뼈들을 모았다.

실같이 늘어난 근육들이 손가락이며 팔뼈를 모아다가 접합했다.

그리하여 두개골은 여러 개의 다리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 상태로는 인간에게 뚜렷한 위해를 가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발을 피해 엉금엉금 기어 다니던 녀석은 검을 쥐고 있는 팔을 한 개 발견했다.

그리하여 옳다구나 하고 두개골의 뒤에 붙여 버렸다.

마치 전갈 모양새가 된 녀석은 날카로운 검을 잡고 있는 꼬리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신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검날은 병사들의 다리를 무차별적으로 베었다.

심지어는 동료 해골들의 발도 절단할 정도였다.

“으악!”

“아아악!”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한 명의 노병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으음….”

그는 자신의 왼발이 후끈해진 것을 느끼며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러다가 간신히 정신을 수습한 그는 목에 두른 천을 끌러내려 발에 감았다.

덜덜 떨리는 그의 손은 순식간에 피범벅이 되었다.

그때 누워있는 그에게로 일단의 무리가 들이닥쳤다.

해골들과 싸우는 병사들이 난전 도중에 자리를 이동한 것이었다.

검은 다리들이 쉴새 없이 그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그 와중에 휙 하고 노병이 고개를 돌렸다.

한 사람의 다리가 방금 그의 머리가 있던 땅을 밟았다.

그 바람에 튄 진흙이 노병의 수염 가득한 얼굴 위를 사선으로 가로질렀다.

노병은 잠시 뒤통수를 바닥에 대고 위쪽을 보았다.

그의 머리 위로 칼들과 도끼들이 난잡하게 얽혀 치열하게 다투었다.

피가 튀고 신음이 바쁘게 오간다.

싸우는 무리의 허리 아래로, 그가 있는 곳과 그 위의 세상은 완전 딴판이었다.

그렇게 몇 초 정도 위를 봤을까?

다시 시선을 내린 노병은 주위를 살피며 주인 잃은 창을 찾아냈다.

그는 그것을 잡고 땅 위를 천천히 기어 다녔다.

그러다가 쓰러져 있는 시체에 등을 기댄 그는, 몸을 반쯤 일으켜 세우고 뭔가를 기다렸다.

때마침 멀리에서 사람들을 신나게 베고 다닌 전갈이, 휙 하고 노병 쪽을 돌아보았다.

녀석의 붉은 눈은 분명 노병의 얼굴을 담았다.

그 두 개의 붉은빛은 노병 쪽을 향해 달려오며 점점 확대되었다.

‘아직… 아직이야.’

초조한 마음을 다독이던 노병은 해골의 머리가 붕 하고 떠올랐을 때, 재빨리 창을 들어 올렸다.

“끼에에엑!”

다행히 창끝에 제대로 걸리는 감각이 있었다.

안면의 정중앙을 관통당한 해골은 고통을 느끼는 듯 펄쩍펄쩍 뛰었다.

그 반동에 창대가 휠 정도였다.

전갈은 꼬리를 휘둘렀지만 아슬아슬한 차이로 노병에게 닿지 않았다.

그때 노병이 느낀 손맛은 염전 호수에서 소금 상어를 잡을 때 느낀 쾌감을 떠올릴 정도였다.

“잡았다!”

그렇게 외친 노병의 목이 허무하게도 공중으로 떠올랐다.

아직도 득의에 가득 찬 노병의 얼굴이 땅에 닿았을 때, 그 위로 노병의 목을 벤 녀석이 나타나 그림자를 드리웠다.

노병을 죽인 놈은 목이 없는 해골이었다.

해골은 잠시 비틀거리다가 노병의 머리를 더듬거리며 찾았다.

피를 흘리는 머리를 찾아낸 녀석은 그것을 잡은 상태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목에 붙였다.

뾰족하게 돌출된 뼈에 노병의 목을 꽂아버린 것이다.

그러자 놀랍게도 해골의 몸 위에서 노병의 눈꺼풀이 간헐적인 경련을 보였다.

입 주위도 실룩이는 모습을 보였는데, 노병의 정신이 돌아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으?”

정신을 차린 노병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낯선 몸을 보았다.

자신의 몸이 낯선 이유는, 이렇게 살면서 자신의 등판을 눈에 담을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노병이 소리를 질렀다.

“안 돼! 이건 말도 안 돼! 악몽이야 이건! 으아아아!”

그러거나 말거나 노병의 머리를 통해 앞을 볼 수 있게 된 해골은 무기를 들고 인간을 베어 나갔다.

노병의 울부짖는 소리는, 무기를 휘두르며 사라지는 해골의 뒤를 따라 점점 작아졌다.

*  *  *

사방에서 혈풍이 불었다.

해골로 이루어진 군대는 끊임없이 인간들을 밀어붙였다.

그러자 인간들 쪽에서도 맞불을 놓았다.

말에 탄 인간의 기사들이 힘센 돌파력으로 해골들을 흩어 놓고, 말에서 내려 무기를 휘둘렀다.

그러자 승기는 인간들 쪽으로 기울었다.

어느 쪽이든 뭉친 쪽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기사들은 응집된 적들을 충분히 흩어 놓았고, 뒤따라온 창병들이 달려들어 해골들을 아작냈다.

방패를 가진 인간들은 적의 공격 앞에서 넓은 면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난전 속에서 방패들이 모여 만들어 낸 면은, 성벽이 부럽지 않은 위용을 보여주었다.

그 면을 부수러 무수한 선이 질주한다.

악의에 찬 공격은 면과 부딪혀 충격파를 만들어 냈다.

그 공세를 마주한 면은 흔들릴지언정 몸을 눕히지 않았다.

끝까지 버텨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여기에서 면이 부서진다면 그 뒤에는 죽음만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비는 지금까진 매우 성공적이었다.

인간들의 무기가 해골들을 관통하는 횟수가 점점 많아졌다.

그리고 인간들의 발에 밟히는 해골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사방에 가득 찬 인간만큼이나, 뒤로 몰려드는 해골은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어차피 쉽게 끝날 전투가 아니었다.

사람과 사자의 물결이 서로 부딪히며 만들어 낸 죽음의 경계선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비비안이 자리한 산 중턱에 있는 윌이었다.

복잡한 심경으로 산 아래를 바라보고 있던 그는 방금 비비안의 지시를 받았다.

전쟁터에 개입하라는 명령이었다.

“잊지 마십시오. 헌터 타워의 정문 쪽으로 가셔야 합니다.”

“알아. 우리 예상대로 작전이 착착 맞아떨어지기를 기도하자고.”

말고삐를 잡고 있는 기사에게 대꾸해준 윌은 투구에 손을 대었다.

그 손은 투구의 이마 쪽으로 올라가 있던 덮개를 천천히 내리는 역할을 했다.

그에 맞추어 기사가 말고삐를 넘겨주었다.

윌을 태우고 있는 백마는 긴 울음소리를 내더니 경사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잡티 하나 없는 백마는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얀색이었다.

게다가 지금의 윌은 황금으로 덧칠한 갑옷을 입고 있는 상태였다.

그것도 모자라 금실을 수놓은 커다란 깃발을 품에 안고 있었다.

지금의 윌은 멀리에서도 한눈에 발견할 수 있을 만큼 눈에 확 띄었다.

잡목들 사이를 지나 평지에 다다르자 더욱 부각되는 존재감이었다.

화려한 모습의 윌을 호위하기 위해 달라붙은 기사의 숫자는 이십여 명.

윌은 그 상태로 전장을 가로질렀다.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윤이 나는 그의 갑옷은 여러 사람의 눈을 따갑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를 호위하고 있는 기사들의 실력이 결코 범상치 않았다.

기사들이 칼을 휘두르자 해골들이 짚단처럼 쓰러져 나가는 것이 그 증거였다.

윌은 아주 수월하게 헌터 타워의 정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뭔가 불만족스러운 듯, 투구 안의 얼굴을 찡그렸다.

“다시 한 바퀴 돌아야 할까?”

이렇게 요란한 차림을 하고, 보란 듯이 전장을 가로질렀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보면 정말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윌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고개를 돌린 기사 한 명의 몸이 그림자에 휩싸였다.

주변을 뒤덮는 그림자를 본 윌은 즉각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목표물이 나타났음을 말이다.

녀석이 미끼를 문 것이었다.

윌은 갑옷을 껴입어 부자연스러운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윌은 고개를 돌려 그림자의 주인을 찾으려 애를 쓰는 대신, 앞의 기사를 힘껏 걷어찼다.

졸지에 급습을 받은 기사가 뒤로 나동그라질 때.

간발의 차이로 기사의 상체가 있던 곳을 날카로운 날개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방금 발에 차인 기사는 윌의 기지로 목숨을 구한 것이다.

물론 지금 간신히 지켜낸 그 목숨이 앞으로 얼마나 보전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사신이나 마찬가지인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쿵!

날개를 가진 괴물, 웨폰 마스터가 육중한 소리를 내며 윌의 앞에 착지했다.

“야. 아까부터 너 뭐야? 옷을 보니 범상치 않은데? 혹시 네가 총대장이냐?”

둥근 눈을 빛내는 웨폰 마스터가 그렇게 말했다.

그는 사방이 난리 통인데도 거기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건 바로 강자다운 여유다.

지금 그의 눈에는 모두가 먹잇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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