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1
& 돌아왔습니다. (5)
드레퓨스의 군대가 북부의 경계선을 넘었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그들의 진형은 매우 무질서하게 보였지만, 이동 속도 하나만큼은 가공스럽다는 표현이 들어맞을 정도로 빨랐다.
이미 그들은 수도가 박살 난 마당이다.
그러니 높은 단결력을 기대하기도 힘들 텐데 서로 뭉쳐져 이렇게나 빨리 행군해 왔다.
드레퓨스의 넓은 땅에 흩어져 있는 병력이 한곳으로 빨리 뭉친 것도 비정상적이었고, 그들이 단기간에 주파한 거리를 보면 더더욱 비정상적이었다.
게다가 가이더를 그대로 지나친 것도 이상했다.
모든 게 상식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걸 지적하는 사람이 지금 여기에 있었다.
“이건 인간들이 낼 수 있는 속도가 아닙니다. 이런 속도를 내려면 딱 한 가지 방법뿐이죠.”
비비안의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비비안이 있는 곳은 북부의 헌터 타워에 마련된 회의장이었다.
번우드는 위로 올라오는 드레퓨스의 잔병들을 감지하자마자 즉각 군사적인 움직임을 보였고, 그것은 글리터도 마찬가지였다.
합류한 양측 군대는 헌터 타워에서 머물렀다.
수많은 사람을 다 수용할 수 없었던 헌터 타워는 많은 수의 병사가 도넛처럼 야외에 두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병사들을 죽였을 겁니다. 시체 상태로 걸어 다니면 지치지 않죠. 맹목적인 명령도 내릴 수 있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비안의 말 다음에 이어진 머독의 발언에 모두가 동의했다.
머독은 평소에 얌전하게 말을 가려 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조심스럽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같이 자리하고 있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존재들이었다.
세리스, 코다로, 비비안.
북부의 실세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 회의장 안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윌이나 재칼 같은, 측근 중에서도 최측근뿐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모인 회의장에서는 시종일관 답답하고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공동의 적 앞에 어떻게 맞설 것인지 의논하기에 앞서, 여러분들이 보셔야 할 게 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세리스가 그렇게 말하자 코다로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 몸으로는 전투는 무리인데, 뒤로 빠져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렇지도 않게 임신을 언급하는 코다로에게 비비안이 눈치를 주며 팔꿈치로 치자, 그제야 조용해지는 그였다.
세리스는 코다로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뒤쪽에 물러나 있던 기사들이 궤짝을 가지고 나왔다.
그 궤짝은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잠금장치를 푸니 안에는 또 하나의 자물쇠가 달린 궤짝이 들어 있었다.
친히 일어나서 마지막 자물쇠까지 제거한 세리스가 안의 내용물을 손으로 들어 좌중에 공개했다.
그것은 세인이 글리터로 보냈던 물건들이었다.
그중에 가죽 주머니를 꺼낸 세리스는 세인이 보낸 물품에 관해서 설명했다.
이번만은 코다로도 집중해서 세리스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는 세인이 보낸 편지를 받아보게 되었는데, 옆의 비비안도 마찬가지였다.
머독만이 썰렁한 두 손을 꼼지락거리며 연신 헛기침을 터트렸을 뿐이다.
그의 빈손이 참 무안하게 보였다.
“일단 그걸 읽어보신 다음에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리스의 말에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녀는 참을성 있게 사람들이 서신을 다 읽기를 기다려 주었다.
이제 넓은 방 안에서는 간헐적인 기침 소리만 터져 나왔다.
그때 하릴없이 멀뚱멀뚱 앉아 있는 머독과 세리스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는 지금 여기로 올 수 없고, 드레퓨스의 대군은 여기를 향해 올라오고 있어요.”
“말을 편하게 하십시오. 감당하기 힘듭니다.”
“당신의 과거를 알고, 어떤 분인지를 아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또 그게 문제가 될 것도 없고요. 이 회의는 비밀회의니 제 말이 밖으로 새어나갈 염려도 없을 겁니다. 더구나 지금은 말투 따위나 이야기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 당면한 문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그때 세리스가 의자를 뒤로 빼며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뒤쪽에 걸려있는 지도를 가리켰다.
“번우드와 글리터. 그리고 헌터 타워까지 합세하면 드레퓨스가 아무리 몰려와도 막아낼 수 있습니다. 가이더도 주변의 적군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전투라면 문제가 될 게 없어요. 냉정히 말해 우리가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여기가 빈집도 아니고 상당수의 군대가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도 완전히 정예병이었다.
게다가 여기는 그들의 안마당이나 마찬가지다.
북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적어도 과거처럼 맥없이 당하진 않을 거다.
결국 마지막에 한 방 먹이겠다는 가미긴의 계략은 빛을 잃는 듯했다.
테러 나이트인 웨폰 마스터의 존재가 없었다면 말이다.
세리스는 손가락으로 한곳을 짚었다.
가이더의 북쪽 끝.
붉은 점이 찍혀 있는 그곳은 쑥대밭이 되었다.
그리고 붉은 점은 아직도 거기에 머무르는 중이었다.
마치 뒤따라 오는 군대와 합류하기를 기다리는 듯 말이다.
“문제는 테러 나이트에요. 그는 남부를 휘저었던 존재입니다. 노골적으로 말해 대적할 자가 없어요.”
대규모 전투라면 북쪽이 밀리지 않았고, 몰려드는 드레퓨스의 군대를 먼지로 만들어 버릴 수 있었다.
상대가 죽었든 살았든 깨끗이 쓸어버릴 수 있었다.
문제는 엄청난 무력을 가진 테러 나이트였다.
테러 나이트는 남쪽의 강자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워 버린 놈이었다.
이런 놈이 군대의 선두에 서서 달려오면 일이 난감해진다.
어떤 기사가 그를 막을 수 있을까?
마주치는 족족 살해당할 뿐이었다.
그렇게 차례차례 지휘관을 제거당한 부대가 제구실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어떤 광역 살상 기술을 쓸지 모른다.
물론 여기에 세인이 있었다면 그는 간식거리도 되지 못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세인은 땅속에 갇혀 있었고, 그가 지금 거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해도 여기에 도착할 시간이면 어차피 전투는 끝나 있을 것이었다.
세인이 웨폰 마스터처럼 날개가 달린 것도 아니니 빠르게 북쪽으로 올 수가 없다.
결국 여기 있는 사람들만으로 테러 나이트를 막아 내야 하는데….
세리스는 좌중을 둘러보았다.
머독은 대단한 전사이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는 살이 쪘고 테러나이트에게 비벼볼 수준이 아니었다.
비비안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여기 있는 기사 중 마족이라서 능력이 엄청나게 올라간 사람도 있었지만, 그것도 소용없는 것이었다.
어떻게 테러 나이트를 상대할 수 있을까?
기대하지 않는 게 정상이었다.
코다로의 수준은 엄청나게 올라가 있었다.
그는 원래도 싸움을 잘했지만, 마족이 된 후로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아 대단한 강자가 되어 있었다.
어쩌면 남부의 영웅 중 최상위에 속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코다로 정도면 어디 가서도 무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테러 나이트에겐 무리였다.
테러 나이트란 존재는 고대 시대에서도 적수가 드물었다.
그 쟁쟁했던 인간의 강자들도 테러 나이트 앞에서는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현세에서도 그를 해치울 수 있는 단일 개체는 없다고 보는 게 정상이었다.
세인이 쉽게 테러 나이트를 죽이니 상대적으로 그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테러 로드의 총애 받는 기사인 테러 나이트는 거의 무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세리스는 어떨까?
지금 여기 있는 그녀는 라이트닝 블러드였다.
게다가 그녀 본신의 실력도 꽤 된다.
코다로와 겨루어 보면 최소한 동수를 이루거나 이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일단 임신한 상태였다.
게다가 성검의 힘은 잠들어 있었다.
한 시대에 하나의 엘릭서만이 눈을 뜨며 힘을 발휘한다.
그녀가 은연중에 홀리 디스트로이어의 축복을 받아 노화를 겪지 않고,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더라도 결국 그건 직접적인 도움이 아니었다.
결국 그녀 또한 정상인의 범주를 넘을 수 없는 것이다.
굉장한 무인, 굉장한 기사 정도가 세리스의 한계였다.
물론 그 한계라는 것도 남이 쉽게 이룰 수 없는 경지지만, 지금의 적은 웨폰 마스터다.
고대의 여제라면 코웃음 치며 웨폰 마스터를 죽여버릴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여제는 이 시대에 없다.
아무리 상식선에서 생각해 봐도, 지금 모인 사람들로는 테러 나이트인 웨폰 마스터를 제거할 수 없었다.
코다로는 세인이 보낸 편지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입을 열었다.
“이 일의 적임자는 나뿐인 것 같은데?”
코다로가 그렇게 말했으면 보통은 말리는 게 정상인데,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때 세리스와 비비안의 눈이 마주쳤다.
비비안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목숨을 걸고 싸울 게 더욱 많아졌어요. 제가 생각해도 이 일의 적임자는 우리 모두입니다. 뒤로 빠져 있을 때가 아니란 소리죠. 모두 하나 되어 힘을 합쳐야 합니다.”
“잠깐. 제가 지금 적임자는 모두가 아닌 바로 저라고….”
코다로의 말을 가로 막은 비비안이 계속 자기 의견을 말했다.
세리스의 눈에서 시선을 피하지 않은 상태로 말이다.
“세인님이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참 많이 외로웠을 것 같아요. 저는 솔직히 말해 세리스님이 탐탁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친구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저와 코다로님. 그리고 세인님이 가이더의 땅과 사람에 목숨을 걸었을 때, 당신은 안 보였거든요.”
“….”
“그러나 그건 저의 사적인 감정이고, 외교적으로 저는 당신을 열렬히 지지합니다. 당신은 아주 믿을 만한 사람이에요. 좋은 귀족이고 훌륭한 위정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드레퓨스의 1차 침공 때 같이 싸워 주기도 했습니다. 당신은 흠잡을 곳이 없어요. 그러나 그걸 떠나, 이번 자리를 빌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당신은 세인을 외롭지 않게 해주었나요? 그가 이런 생각을 할 때까지, 옆에서 그를 위로하는 역할을 해주었나요?”
비비안의 차분한 눈빛 앞에서 세리스는 처음으로 자신의 입술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물론 비비안은 세인과 세리스의 속사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리고 질문의 의도도 누군가를 탓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세인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니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리라.
편지대로라면 세인은 너무나 힘들고 외로운 존재였다.
그래서 비비안은 세리스에게 물어보았다.
세인에게 정신적인 버팀목 역할을 해주었냐고 말이다.
그때 세리스는 갑자기 자신의 서재가 떠올랐다.
세인이 만든 창문에서는 아직도 찬바람이 새어 나왔다.
창틀과 벽에 틈이 벌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생뚱맞게도 지금 떠오르는 것은 그 창문이었다.
세리스가 받아들이기에, 지금 비비안이 던진 질문은 외부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해본 말이었다.
세인은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 두었다.
그건 세리스에게 있어 충분히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반면 누군가에게는, 운 좋은 사랑 하나 덕분에 최종 권력을 차지한 모습으로 오해될 수 있었다.
세상은 이렇듯 각자의 시각에 따라 너무 달라 보이는 면이 있었다.
그런 시각마저 다 떠나서.
그녀는 세인에게, 그가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있을 때 얼마나 그의 곁에서 그를 이해해 주고 힘이 되어 주었던 것일까?
누가 더 많이 해주고 덜 해주는 계산을 떠나.
평소에 세리스는 세인을 외롭지 않게 해주는 존재가 되었을까? 그에게 충분한 위로를 주는 반려자가 되어 주었었나?
생각해 보면.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세리스가 굳어진 상태로 말을 하지 못하자, 코다로가 비비안의 어깨를 잡았다.
“….”
비비안이 올려다보자 고개를 가로젓는 코다로다.
편지를 읽고 나니 지금 가장 괴로운 것은 세리스일 텐데, 비비안이 거기에다가 대고 비수를 꽂는 것 같아 꺼려지는 코다로였다.
그는 비비안이 악녀처럼 남을 몰아붙이기를 원치 않았다.
물론 자신에게는 언제나 악녀처럼 구는 여자지만, 그거야 너그럽게 감수할 수 있었다.
지금의 코다로는 평소 그답지 않은 말을 했다.
“우리 모두 각자 사정이 있는 거죠. 당사자가 아니면 헤아릴 수 없는 사정. 친구에게, 연인에게 충실해지고 싶어도 쉽지 않고.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고 싶어도 표현할 기회가 많지 않을 수도 있죠. 그러니 여기에서 왈가왈부는 그만둡시다. 그것보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과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합시다.”
그리고 코다로는 다시 원래의 표정과 말투로 돌아왔다.
“나는 내 친구를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의사가 있습니다. 그 대가가 목숨이라고 해도 기꺼이 내놓지요. 그럼 다른 사람들은? 각자 소중히 생각하는 것들을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용의가 되어 있습니까?”
그의 시선이 주변을 훑자 모두가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지금은 감상이나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았다.
목숨을 걸 수 있는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적의 의도는 아주 명확했다.
이쪽을 갈아 마시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쪽도 그만큼 명확해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세리스의 굳게 다문 입술.
재칼의 굳은 표정.
윌의 흔들리지 않는 눈빛.
생사를 초월한 머독의 느긋한 얼굴.
또렷한 신념이 담긴 비비안의 눈동자.
이 밖에 많은 것들을 한눈에 담은 코다로가 웃었다.
“그렇다면 이제 녀석들을 박살 낼 파티만 남았군요.”
비비안이 천천히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려 코다로의 손을 치워냈지만, 코다로는 계속 아주 흥겹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결코 테러 나이트를 피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바로 오늘의 결론이었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군사적인 협의까지 모두 끝마친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 속에서 세리스는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생각에 빠져 있었을까?
문득 정신을 차린 그녀는 자신의 앞에 비비안이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안해요. 아까 그렇게까지 말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부끄럽지만 저도 순간의 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어요.”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비비안은 창백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는 세리스를 보니 더욱 미안해졌다.
어쨌든 세인의 곁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것은 바로 세리스였다.
게다가 지금 세리스는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
“다시 한번 사과하겠습니다. 제가 무례하고 지나쳤어요.”
세리스는 비비안이 손을 뻗자, 잠깐 망설이더니 그녀의 손을 잡았다.
비비안의 다른 손은 세리스의 손등을 덮었다.
그러자 비비안의 따듯한 체온이 전해져 왔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지금의 세리스는 비비안의 위로에 마음을 써줄 여유가 없었다.
지금 세리스의 머릿속에는 커다란 창문만이 맴돌았다.
그건 어쩌면 세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는 것을 꺼리는 방어기제일는지도 몰랐다.
그에 대해 생각하는 대신, 그가 남겨준 것을 떠올리며 고통을 피하는 방식이다.
그때 비비안이 말했다.
“괜찮아요? 세리스?”
그러자 창문을 떠올리던 세리스가 입을 열었다.
머릿속에서 한번 거르지 않고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그녀의 말은, 아까와는 사뭇 다른 대답이었다.
“아뇨. 저는 괜찮지 않아요.”